너무 늦게 갔나보다. 구덕포에서 용왕제를 한다는 얘길 듣고 퇴근해서 부리나케 달려갔지만, 어느 구석에도 흔적 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송정해수욕장에서 해운대에 이르는 옛길에 올라 청사포와 달맞이 고개가 내려다보이는 해마루 정자에 들렀다.
아 ! 등대. 내가 사랑하는 청사포 쌍둥이 등대를 찾았다.
처음엔 잘 보이지 않았는데,
아 ! 등대가 깜빡였다. 마치 날 기다렸다는듯이 잠깐 잠깐 깜빡이며 "나 여기 있어요."하는 것이다. 하얀등대는 파란불을, 빨간 등대는 빨간불을 반짝였다. 사랑스러웠다. 이제 다시는 못 볼 것처럼 해마루 정자 기둥에 기대어 한참을 넋나간 듯 바라다 보았다.
해운대에 들렀다가자는 마눌의 요구에 따라 차를 미포항에 주차시키고 산책로를 걸었다. 저 멀리 해수욕장 가운데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기에 궁금해서 부지런히 다가갔다.
아하 ! 내일 있을 정월대보름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게다.
방금 전까지 고사를 지냈었는지 아직 고사상이 차려져 있었다.
이 글을 읽다가 숨넘어 가는줄 알았다. 저 긴 글이 완전한 한 문장이다. 계속 읽자니 도중에 숨이 가빠졌다. 대단한 내공을 지닌 분이 글을 썼나보다. 단문(短文)을 좋아하는 나로선 매우 벅찬 글읽기다. (게다가 제목에 오자(誤字)까지 있다. [유례]가 아니라 [유래]가 맞다.)
마눌과 나도 소망을 적었다. 달집 안에 소망을 적은 종이를 끼워두고, 내일 달집을 태울 때 함께 태워서 그 소망이 하늘에 이르기를 비는 것이다.
마눌이 달집 안에 들어가 소망을 적은 종이를 끼워 넣고 있다. 나도 따라 들어갔다.
달집 안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담은 종이와 액땜을 하려는 물건들로 가득차 있었다. 흡사 크리스마스 선물 종합 세트 전시장 같았다.
그리고 백사장에는 여기 저기 소원을 비는 촛불들이 밝혀져 있었다. 초가 꺼지지 않게 모래를 파서 낮은 곳에 초를 켜두기도 하고, 일회용 종이컵 바닥을 뜯어 바람막이로 활용하기도 했다.
나는 마음으로 기도했다. 저렇게 간절히 기도하는 저 어머니들의 기도 내용이 꼭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매일 아침 문안전화 드릴 때마다 '전화주어서 고맙다'는 어머니가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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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병덕이 혼자 좋은데는 다가보는가 보다, 나도 가고 싶다....... 근데 안내판의 년대는 연대가 아닌가, 내가 잘못알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