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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매-청계산(849.1m : 포천)
*일 자 : 2005. 9. 11(일), 제44차 산행(24명), 날씨(맑음, 그리고 무더위)
*코 스 : 마당바위-갈림길-길매골-북해골 북호등폭포-안부-길매봉-길매재-770봉
-청계산-한북정맥(810봉~850봉)-장재울계곡-석굴-합수지점-장재울
*소 시 : 오전 8시 12분 ~오후 2시 12분 완료(총 11Km, 6시간 00분간 소요)
동아일보 9월 10일 토요일 <오늘의 날씨>란에 실린 예보다.
서울 경기 강원 경남 지방은 흐리고 한때 비.
아침 최저기온 17∼22도, 낮 최고기온 22∼30도.
11일 일요일 서울 경기, 대체로 맑음, 최저기온 20도, 최고기온 28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폐허가 된 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스는 과연 재건될 수 있을까? 전염병 위험에까지 직면한 뉴올리언스를 보며 루이 암스트롱을 떠올린다. 뉴올리언스가 낳은 이 위대한 흑인 뮤지션은 세상을 달관한 듯한 목소리로 노래했다. “세상은 참으로 멋진 곳(What a Wonderful World)”이라고…. 오늘따라 그의 노래가 슬프게 들린다. (강수진 기자)
허리케인(hurricane, 颶風, 쥐펑, 회리바람구)
대서양 서부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으로 싹쓸바람이라고도 한다.
허리케인은 '폭풍의 신' '강대한 바람'을 뜻하는 에스파냐어의 우라칸(huracan)에서 유래된 말로, 우라칸은 카리브해(海) 연안에 사는 민족이 사용하던 hunraken, aracan, urican, huiranvucan 등에서 전화(轉化)된 것이다. 북대서양·카리브해-멕시코만 등에 발생하는 허리케인의 연간 평균출현회수는 10개 정도이고, 그 밖에 발생하는 것도 5∼10개인데, 태풍보다 발생수가 훨씬 적다. 그러나 월별 빈도는 태풍과 비슷하며, 8∼10월에 가장 많다.
대부분 소형이나, 대형인 것은 태풍과 필적하며, 이것이 멕시코만 연안에 상륙할 때에는 상당한 피해를 준다. 일반적으로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우세해서 최대풍속도 강한데, 그 구조는 태풍과 같다. 또한 영어로 허리케인이라 할 때는 보퍼트풍력계급으로 풍력 12(34m/s 이상)의 바람을 가리킨다.
시계는 시간을 보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있다. 2004년 3월 21일(일) 방문 이후 만 1년 6개월 만에 의도적으로 만든 재회다. 당시는 마당바위-갈림길-길매봉-길매재-청계산에서 마당바위로 원점회귀산행이었으나, 오늘은 하판리 부근 신상리의 김성현 부장 백형의 포도농장을 둘러볼 겸 청계산 정상에서 강씨봉- 귀목봉 방향인 동북릉 850봉에서 장재울계곡을 경유해 장재울로 하산할 예정이다. 청계저수지에서 출발해서 청계산을 종주한 뒤 귀목고개에서 직접 상판리로 내려가는 코스는 시간상으로 약 7시간 이상 소요된다.
청계산.
전국적으로 同名異處의 청계산은 여러 곳이다.
과천의 청계산(620m), 양평 양서면의 청계산(658.4m), 충주 엄정면과 원주 부론면 道界의 청계산(486m), 또 멀리 상주에 청계산(873m)이 있는데, 최근 들어 청계산 동북릉을 타고 1036봉(일명 귀목봉)을 거쳐서 귀목고개로 하산하는 등산인들이 많아졌다. 이 코스는 명지산-강씨봉-귀목봉-길매봉 등과 함께 장쾌한 능선종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상판리 거접이마을에서 길매고개로 오르는 코스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통행이 불가능하다.
오전 8시 12분.
가을이 오는 소리를 온 몸으로 들으면서 포천군 일동면 기산리 청계저수지 입구 저수지를 뒤에 두고 지나는 길목엔 어지러운 각종 펜션건물이 즐비하다. 등산로 입구 주차장에 내렸다. 부지기수의 음식점과 숙박업소가 즐비하다. 작년에 보지 못했던 건물들이 보인다. 이곳 또한 난개발에서 예외일순 없다. 일별하고 각종음식점을 관통해 오른 마당바위가 있던 지점은 ‘水林펜션’(535-8660)이 자리잡고 있으며 시산제 제단이었던 마당바위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이런 詩>
역사를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돌을하나 끄집어내어놓고 보니 도무지어디서인가 본듯한생각이 들게 모양이셍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메고나가더니 어디다갖다버리고온모양이길레 쫓아가보니 危險하기짝이없는큰길가더라.
그날밤에 한소내기하였으니 必是그돌이깨끗이씻꼈을턴인데 그이튼날가보니까 變怪]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돌이와서 그돌을업어갔을까. 나는참이런凄凉한생각에서아래와같은作文을지었도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平生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없소이다. 내차례에 못올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생각하리다. 자그러면 내내어여쁘소서』
어떤돌이 내얼굴을 물끄럼이 치어다보는것만같아서 이런詩는 그만찢어버리고싶더라.
李箱이 <烏瞰圖>에서 뇌린 슈르레알리즘 기법인 자동기술법이나, 죠이스式 의식의 흐름을 만나는 분위기다. 사라진 마당바위 를 향한 弔文과 祭文이라도 올리고 싶은 아침이다.
<청계산 2.0Km>
길매계곡 입구인 이 지점에서 본격적인 등로의 시작이다.
만발한 금계국, 쑥부쟁이, 개망초, 달맞이꽃, 꽃향유가 맑은 淸溪계류소리와 어우른 계곡의 아침은 공중부양이라도 하듯 신선하다. 눈에 익은 계곡의 행보는 거의 走馬看山이다. 그리고 맑은 청계계류를 타고 가을의 오전은 아늑하게 흐른다.
8시 33분.
길매계곡 중간쯤에서 우측으로 열린 지계곡인 복해골로 꺾었다. 우측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길매봉으로 우회하는 길이고은 길매재로 직접 오르는 길이다. 종주를 할 목적이면 길매고개로 이어지는 계곡길을 택해야 한다. 우측 복해골로 한참들어간 지점이다.
<긴급연락 119, 031-119, 청계산 1-2(길매산 중간)>
복해골은 보는 이에 따라 주계곡에 비해 나무랄 데 없는 수려한 경관이라는 평이다.
바람조차 인색한 계곡은 눅눅한 고습도로 쏟아낸 짙은 농도의 땀으로 전신은 이미 축축한 상태다.
수차례 도계를 반복한 끝에 만난 복계폭포에서 선두는 잠시 멈췄다.
길매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바위지대를 통과하며 주성철씨가 돌 밑 벌집을 밟은 모양이다. 한 녀석에게 여지없이 우측 팔을 쏘였다. 엄청난 통증에 눈물을 쏟고, 그 서슬에 잠시 정신이 혼몽하다는 호소다. 2001년 둔내 청태산 홀로산행 내리막에서 양봉 떼의 습격을 받은 통증으로 며칠을 고생했던 기억이 새롭다. 주성철씨는 통증이 오후까지 계속됐다는 후담이다.
우측에 ‘복해폭포’에서 좌측으로 올라가는 암벽에 5m 로프를 잡고 올랐다.
후미에게 벌조심을 당부했다. 골짜기를 따라 다른 작은 폭포가 나타난다. 폭포 위 너럭바위 아래로 흐르는 계류수가 차갑다. 후미와의 보속조절을 위해 배낭을 내린 휴식시간이다. 올라갈수록 후덥지근한 계곡의 답답한 공기가 자꾸 부담스럽다. 소폭의 계곡다운 소담한 폭포 앞에서 후미를 기다리는 스탠딩 휴식시간을 가졌다.
계곡의 오르막은 다소 완만해졌다.
단풍나무, 생강나무가 주류인 숲은 벌써부터 긴 동면을 준비를 하나보다. 그렇듯이 숲은 항상 질서있는 천이를 하고 있다. 어수리가 한창이다. 지그자그 오르막 계곡에 굵은 땀이 흘러내렸다. 국수나무가 무성한 숲길이다. 이고들빼기, 패장, 물봉선이 자욱한 단풍나무 숲을 따라 한차례 乾川을 도계했다. 선두에 섰던 최백호-주성철씨가 된오르막 길을 우측으로 짚어 디뚱거렸다. 계곡의 습도와 거친 호흡이 엉킨 무더위는 이미 온몸은 소나기라도 맞은 듯 땀으로 흥건하다. 벌에 쏘인 통증이 제 길을 잠시 놓쳤다는 그의 변이다.
9시 11분.
1차 능선 안부에 올랐다. 방향은 동쪽으로 계속 오르막이다.
본격적인 길매봉 수평능선에 올라 잠시 스탠딩 휴식시간을 가졌다.
김자연씨 소개로 처음 나온 목동의 J씨, 그리고 K씨 등이 생각보다 준족이다.
이어 좌측 길매봉 제3봉인 암봉을 향한 5분 내외의 가파른 오르막이다.
9시 21분.
두 번째 길매봉 안부다.
우측 암봉은 길매봉의 세 봉우리 중 3봉에 해당되는 봉우리이다. 3개월 만에 참여한 오정호-정묵연씨 부부, 1.5개월의 시차를 두고 참여한 이원분선생님, 4개월 만에 참여한 이성재씨 도 녹슬지 않은 산행솜씨다. 어제 밤 과음으로 다소 지친 송원동씨 얼굴색이 다소 거칠다. 잠시 숨을 고른 2분 후 길매 제3봉에 올랐다.
동서남북으로 펼쳐지는 조망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암봉주위는 단애로 이루어져 내려다보는 골짜기의 경관이 시원하다. 청계산이 지척에서 손짓하고 청계산 북쪽능선 뒤로 1000m 급 이상의 강씨봉-귀목봉-명지산 능선이 장쾌하다.
청계산은 국망봉이나 명지산에 비해 훨씬 낮지만 잔주름처럼 지계곡과 지능선이 많아 다양한 산세를 이룬다. 지능선을 덮은 울창한 육감적인 굴곡을 海林이 융단처럼 덮었다.
‘포천가는잎구절초’ 흰 꽃이 정상주변에 만발한 상태다.
‘가는잎구절초’에 비해 잎이 더 가늘고 깊게 갈라지는 게 특이하다. 오정호씨가 잎 모양이 쑥과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쑥부쟁이가 아니냐는 반문이다. 쑥부쟁이는 각처의 다소 습지가 있는 들에 피는 꽃으로 연보라색 꽃 색이다. 흰개쑥부쟁이도 있지만 꽃잎의 폭이 좁다.
쑥부쟁이(Aster yomena)는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다년생초로 권영초, 왜쑥부쟁이, 가새쑥부쟁이 등 이명이 있다.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고, 줄기는 녹색 바탕에 자줏빛을 띠며 뿌리에 달린 잎은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고 꽃이 필 때 진다. 줄기에 잔털이 있으며 달린 잎은 어긋나고 바소꼴이며 잎은 윤이 나며 위쪽으로 갈수록 크기가 작아진다. 꽃은 대개 자주색이며, 흰색도 있는데 원줄기와 가지 끝에 산방꽃차례로 달린다. 열매는 수과(瘦果)로 타원형이며 짧은 털과 선점이 있다. 줄기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고 양면에 털이 있으며 뒷면에 腺點이 있다.
개미취와는 피는 시기도 비슷하고 꽃모양도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은데 잎을 보면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는 것이 쑥부쟁이고 개미취는 위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는 게 특징이다. 높이 30∼100cm, 8∼10월에 개화한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하며 습기가 약간 있는 산과 들에 분포한다. 어린순을 데쳐서 나물로 먹기도 한다. 울릉도에서는 ‘부지갱이나물’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들국화'라고 통칭하는데, 들국화는 참나무처럼 일반명사다.
산국, 감국, 쑥부쟁이, 구절초 등을 모두 들국화란 이름으로 대신한다. 산국-감국-쑥부쟁이가 해변에서 낮은 야산까지 분포하는데 비해 구절초란 놈은 고지대에 분포한다. 특히 구절초의 변이는 심하다. 잎모양-머리꽃모양-꽃빛깔 등 구별이 힘들 정도다. 대개 흰빛이지만 때론 붉은 빛이나 자주색 개체도 발견된다. 분포지역도 전국적이다.
仙母草로 불리는 구절초는 음력 9월9일에 줄기가 9마디가 되며 이때 채취한 것이 가장 좋은 약이 된다는 의미에서 ‘九折草’라고 불린다. 꽃을 말려서 독한 술에 1개월 후에 마시면 은은 한 국화향기가 코를 자극하는데, 강장제-식욕촉진제다. 어린 싹은 산채로, 잎은 백설기위에 얹어 향과 멋을 내는데 이용한다. 쑥부쟁이 얘기가 나와서 지껄이는 얘기다.
멀리 남쪽 가평군 상판리와 화현읍이 한 눈 아래다.
9시 35분.
암봉에서 동북쪽 능선을 안부로 내린 후 그늘진 제2봉에 올랐다.
길매제1봉은 민대머리라 오늘같은 경우의 기온에선 휴식하기가 부적당하다. 제3암봉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제2길매봉에 오른 일행과 합류했다. 시차조절이 자연스럽게 된 셈이다.
9시 45분.
길매봉 정상이다.
<길매봉 735m>
<길매 119, 031-533-119, 청계산 1-4>
높이 약 4~50Cm의 오석 표지석과 다목적 표시판이다. 길매봉 아닌 길마봉이라는 말목이 박혀있다. 길매봉은 735미터 높이인 주위가 단애로 형성되어있어서 조망이 좋다.
정상표지석 직전 헬기장으로 이용하는 1.5m 높이의 봉분을 이룬 진흙더미가 여전하다.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아름다우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아름답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인간은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이다.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은 사랑을 느낄 수 없으며 사랑을 느낄 수 없는 인간은 행복도 느낄 수 없다는 이외수 작가의 말이 선뜻 와 닿는 길매봉 정상에서의 감상이다. 길매봉 정상도 여전한 무풍지대다. 오늘은 어쩔 수 없는 늦더위와의 전쟁이다.
길매재로 내려가는 스릴이 넘치는 칼날능선 암릉이다.
예리하게 솟은 바위위에 만고풍상을 겪은 소나무가 박혀있다. 작년 이곳을 지나며 장용섭씨와 ‘살아 움직이는 숲의 遷移過程’ 에 대한 일반적인 대화가 생각난다.
날카로운 바위 옆으로 난 좁은 통로로 이어지는데 암봉을 즐기는 사람들은 암릉날등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왕사가 깔린 암릉이라 조심을 요한다. 작년 봄의 사고를 생각해서 후미에게 조심과 경계를 일렀다. 암릉에서 내려다보이는 길매재 안부가 예쁘게 가른 여인네들의 가르마처럼 정연하고 가지런하다.
숲과 생태계에서 긴 시간을 두고 일어나는 자연적인 변천과정을 <遷移>라고 한다.
숲의 천이과정을 살펴보면 그 과정이 교과서처럼 진행한다. 묵밭이나 인위적이든, 자연적 발화이든 한 차례 산불이 스쳐간 지대가 재생하는 첫 번째 과정에서 처음 나타나는 1년 생 초본들은 망초․ 개망초․ 뚝새풀․ 솔새․ 꽃다지․ 바랭이 등이 순식간에 자리를 잡는다.
이듬해가 되면 쑥․ 토끼풀․ 억새 등 다년생초본들이 침투한다. 묵밭을 쑥대밭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알만하다. 다년생 초본들이 1년 생 초본들을 밀어내는 가 싶더니 이내 싸리나무․ 찔레나무․ 진달래․ 철쭉 등 관목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그 사이에 소나무 씨앗들이 들어와 자라며 소나무 숲을 이루며 다시 주인공이 바뀐다.
그러나가 陰樹인 소나무는 陽樹인 참나무에게 자리를 빼앗긴다. 따라서 태양 빛을 보지 못하면 자랄 수 없는 소나무들은 생존장소가 암벽이나 암릉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소나무들의 절박한 생존방법이다.
소나무를 밀어낸 참나무들도 그들의 숲 아래에서 기다리던 같은 陽樹인 서어나무․박달나무 등이 큰 키로 누르며 숲의 最終勝者가 되는데 이런 천이과정은 인위적이 아닌 자연상태 그대로라면 대개 200년~300년에 걸쳐 변화한다. 우리들은 천이과정의 일부만 관찰할 뿐 나머지는 기록에 의해서 확인한다.
우회로도 있지만 우정 선택한 암릉지대를 지난 내리막엔 이질풀, 물봉선, 짚신나물, 실망초, 오이풀이 키큰 좁은 잎 잡초사이에 무성하다. 남편을 대동한 정묵연 선생님은 습관적으로 배낭을 생략하고 산행에 오른다. 마치 포터를 거느린 오지 탐험대 대장처럼 말이다. 내리막엔 고소공포증으로 어렵다는 그네의 엉거주춤한 포즈가 뒤에서 보기에 퍽 익살스럽다. 허기야 저렇게 조심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면 그 아니 좋으랴.
10시 03분.
길매재에 내려섰다. 무풍지대이긴 마찬가지다.
<생태계 보존지역>
<긴급연락 119, 청계산 1-6>
<청계산 정상 2.5Km, 길매봉 2.0Km, 청계저수지 2.0Km>
무덤이 보이고 길매재 안부 남북으로 패인 교통호가 숲에 가려있다. 작은 곰배령이라 불러도 무난한 너른 초지다. 질매재에는 망초-엉겅퀴, 영아자, 싸리꽃이 만발하다.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종류에 따라 군집을 이룬다. 이곳 길매재 일대는 표지목에 쓰였듯이 생태계 보존지역이다.
우측 산록 아래 가평군 하면 하판-중판-상판리를 가르는 깊고 넓은 계곡이 내려다보인다. 길매재에서 하면 방면은 통행금지구역이다. 군부대에서 세운 '민간인 출입통제구역' 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보인다. 잠시 휴식하기엔 내려쬐는 따가운 햇살을 감당하기 힘들다. 누구랄 것도 없이 먼저 길매재를 떠나 770봉을 향한 오르막 칡 숲으로 빨려들었다. 청계산 정상을 향한 된 오르막이다.
길매재에서 정상으로 오르려면 북쪽 암릉을 바라보며 쳐 올라야 한다.
동아줄 굵기의 로프가 곳곳에 매어있다. 가는 참나물, 벌사상자, 기름나물, 이고들빼기, 은분취가 보이는 가파른 오르막 바닥에 깔린 로프가 長蛇陣이다. 간헐적으로 잠깐씩 숨고르기를 하는 오르막엔 새로운 땀이 쏟아진다. 돌아본 길매봉 봉우리 3개가 다정한 형제처럼 난형난제의 높이다. 흔히 길매봉이 바위가 많은 남성적인 봉우리라면, 청계산은 부드러운 육산이라고 말한다. 약 5m 鐵梯를 타고 올랐다.
10시 28분.
길매봉과 그 눈높이가 비슷한 770봉, 작은 케언과 그늘이 없는 전망장소에 올랐다.
멀리 운악산 능선이 하늘금을 이루고, 길매봉에서 남으로 뻗은 능선이 아름다운 오버랩은 아련한 장면이다. 암릉을 통과하면 작은 돌무더기가 봉분처럼 쌓여있는 조그만 암봉에 오르게 된다. 날씨는 쾌청하기 이를 데 없다. 평평한 능선을 따라 북향이다. ∩모양의 봉굿한 청계산 정상이 빤히 올려다 보인다. 770봉에서 북쪽능선 약 30m지점 숲속에서 선등한 일행들이 막걸리와 과일을 펼쳐놓고 휴식중이다.
지난 일주일은 酒池肉林(?)의 시간이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공적인 모임과 사적인 모임이 겹쳐 피할 수 없는 酒席의 연속이었다. 차마 거절 못하는 성격 탓으로 부득불 술잔을 받으면서도 일요일 산행을 염려하는 불안한 자리였다. 적어도 금요일만은 피했어야 했지만 강서-양천지구 사립학교 공적인모임과, 또 강서-양천지구 비영리산악회 중심의 <국민생활체육 강서구 등산연합회발기 임시총회> 모임도 피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오늘 산행 전반이 보통 때보다 힘들었지만 덕분에 반가운 사람도 만나는 기회가 부수적으로 따랐다. 이 사항은 오늘 오전 회원들에게 공지하여 공감을 얻은 바 있다.
10시 52분.
정상을 지척에 둔 안부 3거리다.
<청계 저수지 2.2Km, 청계산 정상 0.2Km>
작은 통나무로 턱을 만든 정상을 향한 계단 오르막이다.
10시 58분.
청계산 정상에 올랐다.
<청계산 849m>
<119신고지점, 청계산 2-1, 청계산 정상>
높이 5Cm 대리석 정사각기둥 정상표지석과 다목적 표시판과 케언 하나가 있는 5평 이내의 정상공터다. 단풍나무 가지엔 수많은 각종 리본들이 걸려있다.
이름 그대로 맑은 계류가 흐르는 청계가 아닌가.
비록 좁은 공터지만 독립한 봉우리가 돌올한 형태의 육산에서 동북 방향으로는 명지산에서 갈라져 나온 연인산-매봉-깃대봉-대금산 줄기가 뚜렷하고 귀목봉이 손끝에 걸리는 조망이다. 서쪽으로는 광덕산에서 서쪽으로 이어진 줄기가 각흘산과 명성산에서 장쾌한 풍광을 자아내더니 그 줄기가 관음산을 일으킨다. 북으로는 한북정맥인 광덕-백운-국망봉-민등산-강씨봉을 든든한 끈으로 엮어놓는다. 광덕산 더 멀리 휴전선 아래 금학산-고대산이 형제처럼 분명한 조망이다. 남으로는 길매봉을 잠시 일으킨 줄기가 원통산-운악산을 일으키며 끝 모르게 남진하고 있다.
정상 한쪽 귀퉁이 그늘진 곳에 똬리를 틀고 정상주라는 이름의 막걸리와 보쌈김치 안주주위에 일행들이 모였다. 이 후덥지근한 더위도 아랑곳없이 마시는 頂上酒는 과연 正常酒일까, 頂上酒일까?
11시 14분.
귀목봉과 강씨봉 방향 동북릉을 향해 일어섰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내려서자 맞는 급경사엔 로프가 달려있다.
그리곤 바위지대를 지나면 편안한 능선이 열려있다.
11시 21분.
삼거리 안부다.
<큰골계곡 3Km, 청계산 정상 0.5Km, 강씨봉 8Km>
서쪽 골짜기로 내려가는 갈림길은 청계저수지 방향 큰골로 하산하는 코스다.
가장 평화로운 코스라고 불리는 수평능선은 누가 뭐래도 편안해서 좋다. 작은 고저현상의 능선은 지루함을 덜어주는 양념이다. 청계산 정상 직전인 770봉에서 최종후미와 나눈 통신이었지만 생각보다 지지부진한 힘든 행보다. 대략 30분 정도의 차이일성 싶지만 그건 어림짐작이다. 후미와의 합류가 생각보다 지연되리라는 예상이다. 귀목봉(1036m) 전의 귀목고개 대략 약 2시간 내외의 거리이고, 강씨봉까지는 3시간 30분 거리다. 귀목고개에서 상판리 다락터 버스종점까지는 1시간30분 내외 거리다.
11시 25분.
810봉을 지났다. 흐름을 따라 오르내리는 능선은 항상 즐겁다.
수평능선은 산이 주는 眞髓의 하나다.
산에서
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산이 된다는 것이다.
나무가 나무를 지우면 숲이 되고,
숲이 숲을 지우면
산이 되고,
산에서
산과 벗하며 산다는 것은
나를 지우는 일이다.
나를 지운다는 것은 곧
너를 지운다는 것,
밤새
그리움을 살라먹고 피는
초롱꽃처럼
이슬이 이슬을 지우면
안개가 되고,
안개가 안개를 지우면
푸른 하늘이 되듯
산에서
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나를 지우는 일이다.
<서울의회 2005.6월호 ‘시가 있는 풍경’에서. 오세영의 ‘나를 지우고’>
11시 30분.
<119 신고지점 청계산 3-1, 망구대 분기점>
떡갈나무가 울창한 비교적 평탄한 북동 능선은 검소한 우리네의 길이다.
한북정맥의 일부인 동북릉 귀목봉 방향 북쪽 능선마다 흘린 오늘의 發汗量은 생각보다 많았다. 선행한 김영주-김제범씨에게 850봉 이전이라도 우측 장재울계곡으로 빠지는 길이 나오면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일행 대부분이 더위에 지쳐 제정신이 아닌 모습이다. 초가을 더위치고는 모처럼 제몫(?)을 보이려나보다.
11시 50분.
장제울에 대기 중인 김부장의 연락을 받는 사이 갈림길 삼거리에 이르렀다.
예상대로 기다렸던 김영주씨가 이곳을 하산지점으로 잡자는 의견이다. 아직 850봉은 이 지점에서 25분 거리다. 850봉에서 동으로 뻗은 지능선은 이곳에서 뻗어 내린 지능선 보단 눈어림으로도 길다. 이 지점에서 하산지점까진 적어도 1시간 이상 소요될 것이다. 우측 하산지점 입구엔 “출입금지‘란 안내판과 통행을 제어하는 로프가 둘러쳐있다. 나중의 판단이지만 장재울 마을에서 장재울 계곡의 독점과 마을안전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통행금지 표지였음을 알아챘다.
후미와의 시차를 고려해 예서 행보를 맺기로 결정했다. 10여분이 지나 중간 그룹과 합류했지만 아직 6명이 후미에 남아있다. 후미일행들을 기다리기로 하고 김영주-김제범 두 분에게 17명 일행을 팩키지로 하산을 리드하도록 부탁했다.
숙취와 무더위와 汗浴으로 범벅된 최종후미 일행들의 고초가 눈에 선하다.
17명의 일행들이 하산한 5~6분 후 왕언니-J씨, 그리고 수분 후 송원동씨가 닿았다.
후미 3인은 개념도에 따라 중판리 방향으로 하산하겠다는 의지를 전달받았다.
홍대장님의 리드를 믿고 하산길에 들기로 작정했다.
12시 15분.
중간 그룹 일행 4명과 함께 장재울 계곡으로 향하는 지능선으로 내려섰다.
울창한 숲이 두른 계곡은 덩굴류가 하늘을 가려 햇볕을 차단해서 무엇보다 고마웠다. 능선길은 노폭이 넓고 하산하기에도 알맞은 경사다. 이런 편안한 능선을 막는 이유를 두고 불만섞인 이야기들을 한 차례씩 뱉었다. 평화롭던 한북정맥 능선처럼 지극히 평화로운 내림 능선이다. 높게 자란 키에 비해 몸뚱이가 왜소한 이깔나무 군락지대를 지났다.
12시 45분.
잠시 하늘이 열리는 무덤터다. 언뜻 봐도 거의 봉분이랄 것도 없는 무덤이다.
정수리에 꽂히는 태양이 무섭다. 임도에 내렸다.
임도를 가로질러 내리는 얕은 능선이다.
12시 55분.
귀목봉-850봉-청계산 정상에서 각각 발원하는 계곡이 만나는 합수지점이다.
합수지점 콘크리트다리 우측 계곡은 주부회원들의 몫이고, 좌측계곡은 남자들이 차지한 有別한 몫이다. 사발처럼 생긴 깊이 1m 이상의 沼에 온몸을 담그고 땀을 털었다. U자 암반을 타고 흘러내린 높이 2m 폭포 아래에 고인 소는 천상 선녀탕이다. 삼라만상이 이곳에 녹아있고, 가을 늦더위를 모두 이곳에서 끝나는 듯싶었다. 최종후미가 계획을 바꿔 선두 일행들이 내린 지능선을 거쳐 장재울 합수곡으로 하산한다는 전갈을 받았다.
오후 1시 20분.
두 번째 콘크리트 다리를 난 임도를 따라 장재울마을 앞 도로변에 주차한 버스에 닿았다.
선착한 일행들이 더위를 말ㄹ리며 한가롭게 기다리고 있다. 도로변 6각 정자는 지주목인 가래나무를 정 중앙에 두고 만든 운치있는 휴식공간이다. 옆구리에 자귀나무 한그루가 이웃한 조용한 마을이다. 최종후미와의 잦은 통화를 통해 빠른 하산을 요구했다.
오후 2시 12분.
지루한 기다림 끝에 후미 3인이 닿았다.
청계저수지 주차장을 출발, 마당바위-갈림길-길매골-북해골-안부-길매봉-길매재-청계산-810, 850봉-장재울계곡-석굴-합수지점을 거쳐 장재울에 이르는11Km 거리를 6시간 00분간(선두 5시간)에 마쳤다.
오후 2시 20분.
예약한 식당 ‘朴가네’ 는 최근에 건립한 아담한 한옥 건물이다. 현대적인 건축양식을 다소 가미한 건물의 천장을 통해 보이는 대들보를 중심으로 2고주 3량가다. 일반음식점보단 살림집으로 이용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담한 건물처럼 음식맛도 담백했다. 大汗 직후 음식치곤 일품이었다. 최이사께서 준비한 앵두주와 소주, 김영주씨가 준비한 특주(오디주, 복분자주)가 한 땀을 씻었다.
3시 3분.
녹수포도농장으로의 이동이다.
간단한 포도밭 견학과 함께 가평군이 자랑하는 ‘운악산 무공해 비가림 포도’맛을 보고, 일부회원들이 구매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리 일대는 온통 포도밭 천지다. 비가림 포도밭을 제외하면 다른 밭은 바늘하나 꽂힐 공간도 없을 듯 했다.
3시 30분.
포도밭을 떠난 귀로에 오른 시간이다.
발 빠르게 귀로를 서둘렀지만 곳곳마다 지, 정체다. 으레 그러려니 했지만 느린 차량의 행보만큼이나 버스 안은 피곤에 지친 일행들의 단잠으로 적막한 우주공간 같았다. 예정한 사안 때문에 음주도 삼갔지만 차후로 미룰 수밖에 없었던 오늘이었다. 서울은 무척 가까운 거리다. 중천에 걸린 태양을 손짓하는 5시 25분에 지하철 당산역에 닿았다.
각기 예정한 下車지점에서 차회를 약속하는 헤어짐이다.
이 시간 이후 그룹별 하산주석이 이어질 것이다.
버스는 최종목적지를 향해 뜨거운 입김을 토하며 오늘의 닻을 내릴 예정이다.
2005년 9월 11일 가을, 서울 오후는 이렇게 여며가고 있었다.
*교통
-청계저수지 방면 ; 상봉터미널~이동, 신수리, 와수리 행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직행버스를 타고 일동에서 내린다. 1시간20분 걸린다.
-상판리 다락터 방면 ; 상봉터미널~현리행 직행버스 오전 6시40분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5회 운행. 1시간30분간 소요. 현리시외버스터미널(031-584-3777)에서 상판리행 버스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20분까지 하루 8회, 30분간 소요.
-신상2리 ; 박가네(031-585-9233, 017-322-5475)
-승용차 ;
퇴계원-47번 국도로 내촌-베어스 타운 스키장-일동초입 농협 약 30m 거리에서 우회전,
*숙박
-현리와 일동에는 여관이 있고 상판리 다락터 버스종점에서 민박이 가능하다.
민박집(031-585-0688), 일동여관(031-532-2989), 상판리 성기창씨(031-585-0358).
-청계산 스카이밸리(민박)0357-531-7470)
*기타 ;
-문화재와 볼거리: 백운계곡, 산정호수, 광덕고개
-레저: 경기북부 온천장, 이동갈비, 이동 막걸리
-가평군청 문화공보실 031-82-0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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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방지하는 대화의 기술 [조선일보 2005년 9월 7일자 보도]
"당신이 뭘 알아?"(×) "여보, 내 생각은…"(○)
▲ “부부요? 함께 늙어가는 좋은 친구지요.”‘대한민국 유부남 헌장’이란 책을 써서 전국의 남성들에게 지지와 원망을 동시에 얻고 있는 김상득씨와 그의 동갑내기 아내 김성희씨. 채승우 기자
‘경상도 싸나이’ 김상득(41)씨는 요즘 행복하다. ‘결혼 안 한다’ ‘아기 안 낳는다.’ 아우성치는 시대에 선남선녀들을 짝지어주는 일이 보람 있고(그는 ‘듀오’ 광고홍보팀장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고1·중2 두 아들의 상담사 역할도 재미나다. 무엇보다 동갑내기 아내와의 관계가 최고조다. 연애 6년, 결혼생활 15년이면 물릴 법도 하건만, 불같던 연애시절보다 오랜 친구처럼 의지하는 요즘이 훨씬 미덥고 가슴 설렌단다.
물론 악다구니로 점철된 30대를 그들 또한 지나왔다. 4대가 함께 사는 집안에서 육아와 직장을 병행해야 했던 아내는 “그만 살자”는 말을 툭하면 내질렀다. 그때는 이해가 안 갔다. 세상의 모든 여자가 그렇게 살지 않나? 정신을 차린 건 분가(分家)를 하고 나서다. “집안일을 거들 수밖에 없었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손에 물 묻혀보고, 무릎 꿇고 걸레질 해보니 생각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인생이 100년이라면 그 3분의 2에 해당하는 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부부. 그만큼 소중한 관계를 보다 돈독히 유지하기 위해 김상득-김성희씨 부부는 대화법부터 잠자리 매너까지 매순간 노력한다.
얼마 전 펴낸 ‘대한민국 유부남 헌장’(북폴리오)은 남은 인생 더욱 뜨겁게 사랑하며 살려는 이들 부부의 열렬한 자기 다짐이다. 이들의 경험담을 비롯해 부부관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총집합했다. 명절만 다가오면 어김없이 다투는 부부들을 위해!
■ 한마디 말이 이혼을 막는다.
김병후 부부클리닉 후 대표는 “대화 기술상의 문제가 부부갈등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단언한다. 싸움의 직접적 원인은 ‘의사소통의 걸림돌’을 무의식 중 애용하기 때문이다. “음식 좀 제대로 만들어봐라” 식의 ‘명령형’을 비롯해 “어머니한테 잘못하면 나도 널 도와줄 수 없어” 식의 ‘경고·위협형’, “육아는 여성들에게 지고지선의 가치지” 식의 ‘설교형’, “내 말은 학계에서도 증명된 이론이야.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식의 ‘논리적 논쟁형’은 금물이다. “당신은 열등감이 많아서 처갓집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식의 ‘해석형’도 역효과. “당신이 돈 많이 못 벌어서 주눅 들어 있는 거 다 알아” 식의 ‘동정형’, “그래서 어떻게 됐다고. 결론만 말해” 식의 ‘대화 재촉형’도 화를 자초한다. ‘나-전달법(I-Message)’은 전문가들이 적극 추천하는 대화방식. ‘네가 어쨌다’는 식이 아니라 ‘내 생각은 이렇다’ 하는 식으로, 내가 말하는 내용이 나의 주관적인 것임을 인정하면서 말하는 방법이다.
*부부 대화법 10계명
1. 헤어져 있다 만날 때는 미소로 맞아라.
2. 작은 일을 칭찬해라.
3. 피곤하거나 흥분해 있을 때는 심각한 주제로 토론하지 마라.
4. 상대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할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려라.
5. 상대의 중간 중간에 “알아요, 이해해요, 네”와 같은 말로 동의해라.
6.대답할 차례가 됐을 때는 충분히 대답하되 지나치지 않게 하라.
7.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다시 한 번 말해 주길 요청해라.
8. 자신이 바라는 것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언어로 표현해라.
9. 쪽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e메일을 활용해 일상 속 대화를 공유하라.
10. 부부가 공유하는 취미를 만들어라. 얘깃거리가 많아진다.
*‘대한민국 유부남 헌장’ 중에서
-아내가 부를 땐 한 번에 바로 대답하라.
-소변을 볼 때는 항상 양변기 시트를 올리고 보라.
-집에서 팬티 차림으로 돌아다니지 마라.
-아내 앞에서 여자연예인, 다른 이의 아내, 회사여직원을 칭찬하지 마라.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갈 땐 빈손으로 가지마라.
-두 시간 정도 전화로 수다를 떤다고 해서 아내를 결코 나무라지 마라.
-아내가 걸레를 빨면 그대는 진공청소기를 들라.
-설거지를 하기로 했으면 (늑장부리지 말고) 바로 해라.
-쇼핑은 가능한 함께! 아내에게 남편과의 쇼핑은 사랑을 확인하는 일이다.
-부부관계를 가진 직후 “좋았어?” 라고 묻지 마라.
아내의 따뜻했던 몸과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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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터미네이터' 의 교사 개혁
또 표류하는 교원평가제 '철밥통' 깰 사람 누구인가 (김형기·기획취재부장 : 2005.09.08)
미국 캘리포니아는 1921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교사 終身재직제(Tenure)를 채택한 주(州)다. 교사 지망생은 2년의 수습기간을 별 탈 없이 보내면 평생을 보장받는다. 캘리포니아의 교사 종신제는 곧 미국 전역으로 확대돼 오늘에 이르렀다.
미국이라고 해서 수백만 교사 중에 부적격자와 함량미달자가 없을 리 없다. 술에 취해 수업을 하는 교사도 있고, 학생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는 교사도 있다. 이런 교사 비율이 5%에서 최고 18%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교육당국이 이들을 몰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엄격한 해고 요건을 충족시키기도 어렵고,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부지하세월의 소송이 이어진다. 이 같은 단단한 ‘철밥통’ 뒤에는 막강한 양대 교원노조가 있다. 400만 명의 미국 교원 중 200만 명이 NEA(미국교육협회)에, 130만 명이 AFT(미국교사연맹)에 가입해 있다.
이런 난공불락의 아성에 일전(一戰)을 선포하고 나선 사람이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다. 그는 지난 3월 교사 개혁 법안을 전격 상정했다. 신임교사 수습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이후 직무평가에서 2년 연속 낙제점을 받을 경우 해고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이다. 교원노조의 격렬한 반대를 뚫고 법안은 지난 6월 州의회를 통과해 오는 11월 8일 주민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 여론은 슈워제네거 편이다. 그의 지론은 분명하다. “캘리포니아주 아이들의 학업성적이 왜 바닥을 기는가. 능력과 자질이 없는 교사들이 종신제 뒤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교육을 살리는 길은 우수한 교사에게는 보상을, 나쁜 교사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것뿐이다.” 미국은 지금 초미의 관심 속에 ‘터미네이터(끝장내는 자)’의 초강경 교사 개혁 드라이브를 주시하고 있다.
미국과 우리는 비슷한 부분이 많다.
우리 교사들의 62세 정년은 종신보장보다는 못할지 모르지만, 미국 교사들이 보통 55세 정도부터 은퇴를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짧지 않다. 까다로우나마 일정한 해고 절차를 갖고 있는 미국에 비해 우리 교사들의 ‘철밥통’이 더하면 더했지 못할 게 없다. 미국의 문제교사들처럼 우리나라의 문제교사들 또한 상당수가 교원노조의 보호막 속에 들어앉아 있다. 우리 교직사회에서는 이런 도피성 교원노조 가입을 “보험 든다.”고 표현한다.
엊그제 교육부는 부적격교사 퇴출 방안을 발표했다. 거기에는 성적조작·금품수수·상습폭력·정신질환 같은 지극히 당연한 ‘부적격 사유’들은 들어있으나, 학생을 제대로 안 가르치거나 못 가르치는 불량·무능력 교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들을 솎아내는 방법은 엄격한 평가뿐이건만, 될 듯 말듯 변죽만 울리던 교원평가제는 또다시 기약 없는 표류에 들어갔다.
교원평가를 반대하는 쪽의 논리는 장황하다. 하지만 “그러는 당신은 엉터리 교사에게 당신 자식을 맡길 용의가 있는가?”라는 한마디면 제압 가능한 말의 성찬일 뿐이다. 심지어 교사들 자신까지도 새 학기가 되면 자기 자식이 이상한 담임, 실력 없는 선생을 만날까봐 노심초사하는 것이 현실이다. 숫자가 많건 적건 그런 문제교사 한 사람이 수백 명의 우리 아이들, 나아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은 이처럼 분명한데, 서슬 퍼런 운동권 출신 이해찬 총리도 교육부장관 시절 평가제 말만 꺼내놓고 실패했다. 대학교수 출신인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어렵게 불씨만 살리다 말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행정관료 출신 김진표 부총리가 뒤를 이어받았지만, 그도 이제 그럭저럭 손드는 분위기다. 우리에게도 ‘터미네이터’가 필요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