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아이들에게 영어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흔히 "아이들은 성인보다 훨씬 빨리 외국어를 배운다"는 말들을 한다. 그런데, 그것은 어렸을 때 이민이나 유학을 가서 하루 종일 영어속에서 자라났을 경우에나 해당되는 말이다.
우리 나라와 같이 일상생활을 한국어로 하는 환경에서, 기껏해야 일주일에 서너 시간 정도 영어를 배우는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지금까지 많은 나라에서 실제로 시행해 본 바에 의하면, 외국어로써 영어를 배울 때, 아이들이 청소년이나 성인들보다 더 빨리 배운다는 일반적인 속설은 어디에서도 입증된 바가 없다.
오히려 어린아이들은 인지 능력이 아직 덜 발달된 상태이기 때문에, 12세 이상의 청소년 학습자들보다 학습 능력이 훨씬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학자들도 있다.
따라서, "아이들이니까 쉽게 배우겠지" 하고 무턱대고 아무렇게나 영어를 가르쳐서는 안된다. 어렸을 때 머리에 심어진 것이 평생토록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각해서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영어를 배울 때, 어린이가 성인보다 유리한 점은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 "학습 기간이 길수록 외국어 학습의 성취도는 올라간다"는 학설에 비추어 볼 때, 나이들어서 시작하는 것보다 학습 기간이 길어지므로, 그만큼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아이들은 성인들에 비해, 외국어 학습을 방해하는 '실수 공포'나 '쑥스러움' 등이 적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기 때문에, 배운 것을 두려움 없이 사용하는 특성이 있다.
셋째 대뇌기능의 측면화(lateralization)가 시작되기 전의 아이들(10-12세 이전)은 외국어를 분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복사하듯이 통째로 머리속에 입력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들을 잘 이용해서 가르쳐야 어린이 영어 교육이 성공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부터 어떤 영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예로 들어보자.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10년이라는 긴 학습 기간이 있다. 학교 시험의 부담이 없는 이 때에 탄탄한 기초력을 닦아 놓고, 중 · 고교 때에 제대로 수련하기만 하면, 대학 입시 따위는 신경 쓸 것도 없이, 평생 영어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어떤 영어를 어떻게 머리속에 심어 놓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이 시기야 말로, 들리는 그대로 카피하듯이 통째로 받아들이는 특성을 이용해서, 자연스러운 '영어감각'과 '영어엔진'을 머리속에 입력시키기에 가장 좋은 찬스이다. 그렇게만 되면 평생 써먹을 수 있는 귀중한 재산을 얻게 된다.
일반적으로 "애들은 그저 간단한 생활 회화와 노래 · 게임 같은 것을 시키면서 영어에 친숙하게만 하면 된다."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래서 시중의 어린이 영어책들을 보면 그런 종류의 유치한 내용들만 담겨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애들이라고 해서 너무 얕보면 안된다. 그들은 갓난아기처럼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한국어 능력은 이미 성인들이 사용하는 언어 구조를 거의 다 구사하는 수준이 되어 있다. 한 가지 언어를 할 수 있다면, 다른 언어도 그 수준까지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시기의 아이들은, 새로 나온 신세대 노래들을 불과 2~3일 만에 그대로 외워서 부를 정도의 대단한 흡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을 잘만 이용하면 꽤 내용 있는 영어를 가르칠 수 있다.
배워봐야 당장 써먹을 데도 없는 토막 회화나 물건 이름들만 가르치며 귀중한 시기를 헛되이 보낼 것이 아니라, 좀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본격적인 영어를 단계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
"아이들에게는 듣기 · 말하기만 가르쳐야지 읽기 · 쓰기를 가르치면 안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의외로 널리 퍼져 있다. 심지어는 초등 영어 교육을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들 중에도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꽤 있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어린 아기가 말하기부터 배운 뒤에 글을 배우지 않느냐"고 한다. 그런데 그것은 갓난아기가 모국어를 배울 때 얘기이지, 이미 한글을 깨우친 나이에서 영어를 배울 때는 맞지 않는 얘기이다.
또한 "유럽이나 남미 등지에서도 영어 발음을 완전히 익힌 다음에 비로소 읽기 쓰기를 가르친다"는 이유를 말하는 사람도 있다. 맞는 얘기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런 나라들은 자기들만의 고유한 문자가 없이 영어의 알파벳을 함께 쓰고 있다. 그런데 글자는 같은 것이지만 발음이 아주 다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브라질의 유명한 축구선수 '호나우두'의 스펠링은 'Ronaldo'이다.
이런 식으로 같은 알파벳이라도 발음이 아주 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글자를 보면서 연습을 하면 영어 발음이 아닌 모국어 발음으로 하기 쉽다. 그래서 영어 발음이 완전히 익숙해질 때까지 글자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경우가 다르다. 알파벳과 완전히 다른 우리 고유의 한글을 사용하기 때문에, 모국어의 발음 간섭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글자를 보며 연습을 해도 한글을 보면 우리말 발음을 하고, 알파벳을 보면 영어 발음을 제대로 한다.
오히려 글자 없이 소리만 가지고 할 경우에는, 잊어버릴까 봐 영어 발음을 한글로 적어서 연습하게 되기 때문에 우리말식의 발음을 할 위험이 더 크다.
실제로 한 초등학생이, 영어로 인사하는 그림 옆에 "화차네(What's your name?)", "마요네즈(My name is)"라고 적어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렇게 하려면 차라리 안 하는 편이 낫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르치든지, 아이들이 몰두할 수 있도록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청소년이나 성인과 달리, 재미없는 것을 참을성 있게 공부하지 못한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약을 먹일 때 달콤하게 만들어서 먹이는 것처럼, 영어 엔진의 필수 요소들을 흥미진진하게 구성해서, 자신도 모르게 깊이 빠져들어 저절로 머릿속에 입력되도록 해야 한다.
어린이 영어에 있어서 '누가 가르치느냐'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영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인지 발달 단계와 언어 학습 원리에 맞게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가르쳐야 한다. 단지 영어를 잘 한다는 이유만으로 무턱대고 아이들을 가르치면 안 된다. 자칫 잘못하면 모처럼 시작한 영어에 흥미를 잃게 만들고, 영어에 대한 그릇된 인상만 심어줄 수 있다.
이러한 실패 사례는 수 없이 많다. 97년에 초등학교 영어 교육이 시작되면서,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수많은 현지인들을 데려다가 수업에 투입했으나 거의 다 실패하고 만 것이 그중의 한 예이다.
영어는 잘 할지 몰라도, 주의 집중 시간이 짧은 아이들을 계속 흥미있게 끌어갈 수 있는 교수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신기해서 눈을 반짝이던 아이들도 얼마 안가 흥미를 잃고 말았다.
아이들을 가르칠 줄 모르는 미국인 교사보다는, 오히려 교수 기술을 제대로 갖춘 한국인 교사가, 미국인의 발음을 대신할 수 있는 비디오나 CD-ROM 등의 보조 기재를 이용해서, 가르치는 편이 훨씬 낫다.
또한, 엄마가 어설프게 가르치는 것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물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고 교수 기술도 뛰어난 엄마가 가르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영어 공포증이나 나쁜 습관들만 전수해 주기가 십상이다.
아이들이 아프면 의사에게 가는 것처럼, 아이들 영어 교육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엄마는 그저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에서 배워온 것을 자랑삼아 해볼 때, 아낌없는 감탄과 칭찬으로 격려해 주기만 하면 된다.
또한, 혹시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이 있다면, 하루빨리 제대로 된 훈련을 받는 것이 좋다. 지금 자신이 가르치는 것이 평생토록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아이들은 귀로 듣는 것을 통째로 복사하듯이 받아들이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 이 특성을 잘 이용하면 대단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렇게나 영어를 들려주면 안된다. 먼저 자연스러운 영어 감각이 충분히 머릿속에 배어들도록 한 다음에 따라하기를 시켜야 한다. 마치 마른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영어를 흡수하도록 해야 한다. 충분히 흡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말을 시키면 안된다. 그러면 틀린 발음이나 엉터리 영어가 나오기 쉽고, 일단 첫발음이 그렇게 시작되면 고치기 힘들다.
그래서 만약에 아이들이 반복해서 보기 좋아하는 비디오나 녹음 테잎이 있다면, 자꾸 보고 듣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때 일부러 따라해 보라고 강요하면 안된다. 그저 자꾸 반복해서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입력되고, 충분이 입력이 된 뒤에는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말을 한다.
<자면서도 느는 영어>에서 설명한 것처럼 재미있는 영어 테잎을 듣다가 잠이 들게 하는 것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학부모들 중에는 무조건 미국인 교사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인에게 영어를 배워도, 아이들의 영어가 욕심처럼 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미국 같은 곳에 가서 하루종일 영어로 생활하면서 오랜 기간 산다면 몰라도, 기껏해야 일주일에 서너 시간 가량 미국인과 만나는 정도로는 학습 임계량(Critical Mass,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학습량)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분상으로는 뭔가 유창한 회화를 배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몇 마디 토막말이나 주고 받다가 시간만 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학습량이 적을 때에는, 일단 한번 공부한 것은 그대로 머리속에 새겨질 정도의 강력한 방법을 써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미국인 수업을 듣게 하는 것보다,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듣게하여 머릿속에 깊숙이 새겨넣는 방법을 쓰는 편이 실제 학습 효과가 훨씬 크다.
이렇게, 같은 소리를 반복해서 들려줄 때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컴퓨터 CD-ROM을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비디오나 녹음 테잎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녹음기는 반복할 때마다 되감아야 하고, 또 그 때마다 정확한 위치를 찾기가 어려워서 자칫 수업 리듬이 깨지고 아이들의 주의 집중이 흐트러지기 쉽다.
컴퓨터를 사용하면, 간단히 마우스를 두드리는 것만으로 같은 소리를 수 백번이라도 반복할 수 있어서, 마치 바위에 글자를 새겨넣듯이, 목표 문장들을 통째로 아이들 머릿속에 새겨 넣을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우리 연구소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교실용 CD-ROM을 만들어서 오랜 기간 실험을 해보았는데, 기대 이상의 놀라운 효과가 있었다. 아이들이 배운 내용을 힘도 들이지 않고 통째로 암송하는 것은 물론이고, 컴퓨터에서 나오는 미국인 발음과 똑같이 발음을 할 수 있었고,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에도 거의 잊어 버리지 않고 그대로 할 수 있었다. 배운 내용들이 완전한 '영구기억파일'로 머리속에 입력되었다는 뜻이다.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이번 O.T.때 엄마들에게 설명하기 좋은 자료네요^^ 피터팬님 감사^^*
좋은 내용 감사. 영어교육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하네요..
재미있는 영어교수법위해 열심히 연구합시당... 아이들 신나는 영어 하도록..ㅋㅋ
잘 읽었습니당..상담 자료로 좋을 듯 싶으네요...
너무 좋은 내용인것 같습니다.공감이 가네요
공갑합니다. 어제 첫수업을 한후 팍팍 느낀점인데.. 잘못된 교수법으로 일년을 보내면 아이들의 미래는 누가 책임지겠어요? 나의 자녀라면 그렇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잘 보았습니다.
글을 읽으니 더욱 가르치는 데 책임감이 듭니다...
책임감이 더해지네요. 감사합니다.
저두요.. 재미와 흥미위주로 책임을 가지고 가르쳐야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정말 공감 100%로요^^ 우리아이는 뽀로로 영어만 틀어달래요... 정말... 따라하기 시작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