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요즘 K-1에 빠진 신랑이 보고 싶어하던
<바람의 파이터>(이하 바파)를 관람.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이 영화는 일본에서 극진 가라데를 창시한
최배달(본명 최영의, 1922~1994)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실물은 이런 분↓
(저 주먹에 맞으면 뼈 추리는 것도 사치일 터.)
<네 멋대로 해라> <와일드카드> 등에서
이미 연기력을 검증받은 바 있는 양동근이
바파에서 최배달로 분했다.
(처음엔 가수 '비'로 내정됐었다는데, 황당한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최근 배우로 전업한 무술감독 정두홍(←몸 속에 철근을 심었다는)은
역시 완전 전업이 힘들었던 탓일까,
시종일관 책 읽듯 대사를 읊어댐으로써
관객이 감동해주려고 작정하고 있던 씬에서조차
우리의 심금 울리기에 실패하고 말았다.
<아라한 장풍대작전>을 보고 좀 반했었는데, 안타깝다.
세자 전문, 정태우(↗)는 배달이의 단짝으로 등장하는데
사극에서 보여주던 연기력은 그대로였지만,
역시 경상도 사투리 묘사에서 빠떼루를 주지 않을 수 없다.
(사족 1: 김씨는 경상도 태생이다보니
영화나 드라마에서 어설픈 사투리가 나오면 자연히 귀에 거슬리게 되는데,
그 최고봉은 경주가 배경인 <신라의 달밤>이었으며, 그 히로인은 김혜수였다.)
어쨌거나,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일본으로 밀항한 최배달.
그러나 '죠센징'에 대한 일본인들의 멸시와
야쿠자에 의한 어린 시절 스승인 범수(정두홍 분)의 죽음은 그의 피를 끓게 만든다.
(의외로 야쿠자가 시시하다.
뭐냐...식권 정도로 죽이기까지...양아치틱 하잖아.)
여차저차 입산수련에 돌입한 최배달.
자학의 연속 끝에 강인한 사나이로 거듭난 배달은 하산 후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가 했다는 '도장깨기'에 나선다. ↓
대결하고, 대결하고, 또 대결하고,
닌자와도 싸우고,
검사도 쓰러트리면서,
일본 최고의 무예인으로 칭송받게 된다.
죠센진에게 정복당한 일본 무도인들이 그를 눈엣가시로 여기게 된 것은 당연지사.
결국 일본무도협회(?)의 회장 가토까지 나서 최배달과 겨루게 되지만...
배달씨는 결국 가토의 병졸(?)들을 차례차례 쓰러트리고,
예상대로 결국 가토의 무릎까지 꿇리며
가라데 일인자로서 일본 열도 점령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리고...
...
.....
끝.
응?
어?
응?
영화가 민족주의의 사명을 띤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 죠센진으로 살았고..."를 컨셉으로 내세우던 영화 치고는
죠센진으로서의 그의 고뇌 등이 너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깡패들에게 돈 뜯기고 당하는 것이야
국내 드라마, 영화에서도 수월찮게 봐오던 차에
한국인이기 때문에 특별히 당한다는 실감도 나지 않을 뿐더러
태연자약하게 애인과 신사 참배를 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죠센진이기 때문에 도장 깨기를 시작했다는 당위성마저 좀체 찾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시각적으로나마 만족을 주는가-
하면 그것도 2% 부족.
아기자기한 러브 스토리에 시간을 지나치게 할애함으로써
격투씬 등의 분량이나 강도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프로레슬링도 아닌 K-1 등에 입맛이 길들여진 상태에서 보기엔
영 뭔가 빠진 듯한 '심심한 맛'이다.
보기엔 좋았지만
정체성 불명의 영화.
=======
사족 2.
히라야마 아야가 분한 이 친구 ↖,
픽션? 논픽션?
=======
※ 최영의 약력
- 1938년 도일 - 1939년 가라데 초단으로 입문 - 1947년 京都 무도대회 가라테 부문 우승 - 1952년 3월~11월 일본유도대표 앤토오 코오키치와 함께 미국 순회시범공연 - 1956년 자신의 학교(大山道場)를 설립 - 1961년 禪과 쿠미테(組手)를 강조하는 극진회 창립 - 1964년 국제 공수도회관 극진회관을 설립 국제 공수도 연맹 초대관장 - 1969년 극진 최초 전 일본 가라데(공수도)선수권 대회 <출처: 엠파스 인물 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