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9일 통합신당의원들이 의원들이 자신들의 이름패를 한글로 만들어 본회의장에 있는 한자 이름패와 바꾸려 했으나 국회의장과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본회의장 문을 열어주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14대 국회 때 박준규 의장이 한글단체에서 만들어 준 한글 이름패를 받아주지 않은 일이 있었는데 10여 년이 지난 오늘 또 박관용 국회의장과 사무처 직원들이 한글 이름패가 싫다고 하니 한심한 국회 모습에 나라임자로서 화가 나고 부끄럽다.
화가 나는 것은 민주 국가에서 민주 민본의 표본이고 나라글자인 한글을 싫다고 하기 때문이고 부끄러운 것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를 가지고도 국회가 그 한글 쓰기를 싫어한다는 게 딴 나라의 사람들에게 부끄럽다. 더욱이 국회가 한자 이름패를 쓰지 말라는 어떤법이나 규정도 없다. 오히려 공용문서는 한글로 써야 한다는 법이 있고 국가기관 현판이나 기관장의 직인은 한글로 써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렇다면 국회의 모든 현판 글씨나 의원들 이름패는 한글로 써야 옳다. 그런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한자를 고집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한자를 써야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인가. 국회의원이 자기 집이나 개인 사무실에 한문 이름패를 쓰는 건 모르겠지만 국가 일을 보는 곳의 이름패나 공용문서의 이름은 당연히 한글로 써야 한다.
국회 사무처는 제헌국회 때부터의 관행이기 때문에 한자로 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고 못난 공무원들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지 알지도 못하는 것 같아 한심하고 잘못된 관행을 고집하는 꼴이 잘 나 보이지 않는다. 이름을 한자로 쓰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000년 전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 일제시대까지 한자로 이름을 썼다. 그럼 조선시대나 일제 때에 한자를 썼으니 지금 한자를 써야 한다는 말인가? 조상이 붓으로 글씨를 썼으니 오늘날 셈틀 자판으로 글을 쓰면 안 된다는 말이고, 조상이 마차 타고 다녔다고 오늘날 비행기 타지 말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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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원회관 김근태 의원실 한글 문패 :15대 때부터 혼자 한글로 문패를 달았고 16대 때엔 김성호 의원도 한글문패를 달고 있다. ©이대로 | 15대 국회 때 김근태 의원이 자신의 이름패를 한글로 달아달라고 하니까 사무처에서 반대하고 또 그 때 소속 정당의 원내 총무인 박상천 의원이 "김근태 같은 거물이 한글을 고집하느냐."고 말려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의원 회관의 문패만 한글로 쓴 일이 있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다. 거물은 한자로 된 이름패를 달아야 한단 말인지 아니면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쓰지 말고 당에서 하라는 대로 따르는 게 좋다는 말인 지 알 수가 없으나 한글과 한글 쓰기를 우습게 여기는 말임엔 틀림이 없다.
한글이 어떤 글자인가? 세계 으뜸가는 글자로서 우리 겨레의 보물이고 자긍심이다. 민주정신과 자주정신에서 나온 우리겨레의 자랑스런 창조물이다. 우리 겨레가 얼마나 우수한 민족인지 보여주는 증거요 지식과 문화 창조 최신 무기요 도구다. 우리가 지난 50년이란 짧은 기간에 온 국민이 글자를 아는 똑똑한 바탕에서 경제 성장과 민주발전을 이룩할 수 있게 해 준 은혜로운 문화재다. 오늘날 정보통신 강국이 되게 한 것도 한글이다.
한글을 만든 세종은 어떤 정치인인가? 세계 어디에 내 놔도 자랑스런 조상이고 지도자다. 또 지금 정치인들보다 한문도 많이 알고 문화, 과학, 정치 들 모든 학문에 능통한 똑똑한 학자였다. 오늘날 정치 모리배들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겨레의 큰 스승이고 인류에 빛날 위대한 인물이다. 그 어른이 뜨거운 겨레사랑, 나라사랑, 인류사랑 정신으로 만든 글자를 감히 우습게 여긴다는 게 웃기는 일이다.
한글 쓰기는 또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지난 500년 간 한글을 쓰지 않은 게 얼마나 우리 겨레에게 손해가 컸는지 모르는가. 한글이 태어났을 때부터 한글을 살려 썼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엄청나게 발달된 모습이고 우리 문화는 세계에 가장 빛나고 있을 것이다. 지난 수 천년 간 우리말은 있으나 글자가 없어 중국의 한문을 얻어 쓰느라 조상은 고생이 많았고 절름발이 말글살이를 했다. 이제 우리말을 우리 글자로 적는 국어 독립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한글 쓰기는 국어독립운동임을 모르니 답답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한글 이름패를 싫다고 했다고 한다.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하다. 민주당에서는 한글 이름패를 쓰자는 통합신당에 깜짝 행사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한다. 한글 이름패를 싫다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한글 반대당, 최만리당으로 보인다. 머지 않아 한글 세상이 오고 한글 역사 박물관이 설 것이다. 그 때 분명히 지금 한글 이름패를 싫다고 한 정치인은 한글 역적으로 기록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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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회관 면회실 쪽에 있는 글이 온통 한문으로 된 것이 부끄러운 지 화분으로 가려져 있다 ©이대로 | 선거 때 명함과 선전문엔 이름을 한글로 쓰고 국회로 가면 한자를 고집하는 것은 자기 모순이고 모자라는 행동이다. 통합신당에선 지난 10월 8일 전체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바꾸자고 했으나 국회의장과 다른 당에서 반대해서 10월 9일 자신들의 이름패만이라도 한글로 쓰자고 했다고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도 한글 이름패를 쓰고 싶어하는 의원이 있는 줄 안다. 전체 한글로 바꿀 수 없으면 원하는 의원만이라도 한글로 쓰게 하라. 박원홍의원처럼 한자를 좋아하는 의원은 한자 명패를 쓰게 해주어도 괜찮다. 민주국가에서 그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다.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위한 의원모임' 모임이 한글날을 국경일로 정하고 이름패를 한글로 바꾸기 바라는 성명서를 아래와 같이 냈다고 하는 데 환영한다.
[성 명 서] 대한민국 국회에서 한글 명패 사용은 당연하다
우리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한자 명패 대신 한글 명패를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의 관행을 이유로 한글명패 사용이 보류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가 그 동안 한자 명패를 사용해 온 것은 1948년 제헌 국회가 제정한 '한글전용에관한법률'에서 규정하는 한글전용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며, 시대에 맞지 않는 과거의 권위적인 관행이다.
민족의 스승인 주시경 선생은 '나라의 근본을 세우는 일은 자기의 말과 글을 존중하여 씀에 있다'고 하였다. 우리 국회가 한글명패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글인 한글을 존중하여 나라의 근본을 바로 세우는 일과 상통하며, '누구나 널리 읽고 쓰라'는 한글창제의 정신에 담겨있는 인본주의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아울러, 유네스코의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록 될 정도로 세계적인 우수성을 인정받고, '인류가 쌓은 가장 위대한 지적 성취의 하나'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한글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한글날 국경일 지정을 위해 행정자치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2002. 10. 10
한글날 국경일 지정을 위한 의원 모임
김근태, 김성호, 김영춘, 김희선, 문석호, 배기선, 신기남, 유재건, 이미경 이종걸, 임종석, 임채정, 정동영, 정동채, 정세균, 정범구, 천정배, 최용규 허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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