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을 잘 키운다라고 하는 것은
사실 어떤 농약을 쓰고 물을 어떻게 주고 어떤 비료를 썼느냐에 대한 한 가지 문제가 아니고 그 난을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키웠느냐, 나아가선 내 집에 온 이후
어떻게 키웠느냐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난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인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영양제나 특수 약품은 극히 작은 요인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첫째, 물주기입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이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물주기는 각기 난실 환경마다 다르기 때문에 몇 일에 한 번씩이라고 설명하긴어렵고 마르면 주라는 막연한 원칙이 철칙인데 너무 바짝 마른 뒤에 주어도 안 되고 너무 안 말랐을 때 주어도 안 됩니다.
화분이 선풍기 바로 앞이 아닌 좀 멀리 떨어진 곳에 놓여 있을 때를 기준으로 할 때,
위의 화장토가 하얗게 마르고 나서 이틀쯤 지난 후 주시면 거의 무리가 없습니다.
이것은 심은 난석이 영풍에서 나온 동양란 골드 대 중 소의 비율을 20 - 60 - 20 퍼센트 정도의 비율로 3.5호분 ~ 4.5호 낙소분에 심었을 때를 기준으로 했을 때이고 만일 휴가토로만 심었다든지, 도자기분에 심었다든가 더 큰 화분에 심었다든가 했을 경우는 훨씬 더디게 마르니까 2, 3일 가량 더 늦춰야 할 정도입니다.
물을 줄 때는 난 잎 위에서 부터 잎을 씻듯이 샤워기로 수압을 조절하여 주되 분 밑으로 물이 줄줄 흐를 정도로 흠뻑 줘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매일 한 컵씩 끼얹어 주는데 그랬다간 뿌리가 다 썩어 난이 죽습니다.
더러는 양동이 등에 물을 가득 부어놓고 분을 담갔다 꺼냈다 하라고들 하는데
분 속의 탁한 공기를 몰아내고 새로운 공기를 교환해 준다는 측면에서는 아주 우수한 방법이나 분이 많을 경우 힘든 일이고 또 분이 두 개 이상일 경우 어느 한 분에만 병충해가 있으면 나머지 분으로 전부 다 전이될 위험이 매우 큰 방법이기 때문에 권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둘째, 적절한 통풍입니다.
난은 바람으로 키운다는 말이 있을 만큼 통풍은 중요합니다.
통풍이란 탁해진 난실의 공기를 빼내고 신선한 바깥 공기를 유입시켜 공기를 회전 내지 교환해 준다는 의미이고 물 준 후 난 잎에 묻어 있는 물을 가능한 한 빨리 마르게 해 준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더운 여름엔 난잎의 온도를 떨어뜨린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에 환풍기와 작은 팬들을 적절한 위치에 잘 배치해서 돌려 줘야 합니다.
그래야 난이 몸살도 적게 하고 병충해에 시달리지도 않습니다.
난은 동물로 말하면 체력을 길러 꽃과 새 촉도 떡두꺼비처럼 튼튼하게 내밀고 잘 자라게 됩니다.
셋째, 적당한 햇빛입니다.
난도 엽록소를 지니고 광합성을 하는 녹색식물이기 때문에 햇빛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나친 햇빛은 싫어합니다.
그 이유는 지나치게 강 한 햇빛이 비치면 난잎 표면의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
난이 지나친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숨구멍을 막아 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왕성한 광합성 작용이 이루어지지 못 하고 오히려 광합성 작용이 저해됩니다. 잎이 숨을 못 쉬다 보니 결국 햇빛에 타 조직이 파괴되어 버리게 됩니다.
난이란 원래 숲 속의 나무나 바위 등걸에 붙어 뿌리를 대기 중에 드러내 놓고 살던 식물이기 때문에 뿌리로부터 올라오는 적은 수분이 잎을 통해 지나치게 많이 증발되면 탈수를 일으켜 죽습니다.
그래서 생존방편으로 뿌리에 물을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어 두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치 못 하기 때문에 지나친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반그늘에서 광합성에 필요한 적당한 햇빛만 받으며 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잎의 구조가 심한 뙤약볕보다는 약하고 부드러운 햇빛에 맞도록
적응했습니다.
자생지에 가 보면 난들이 다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활엽수는 잎이 무성해 햇빛이 전혀 안 들기 때문에 난이 못 살고 뙤약볕은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 때문에 난이 못 삽니다.
그래서 난은 상록 침엽수의 적당한 그늘을 택해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정에서는 그런 침엽수림을 조성할 수가 없기 때문에 햇빛이 들어오면 그냥 뙤약볕이고 햇빛이 안 들어오면 완전그늘이 됩니다.
그러한 환경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침햇살은 난잎의 광합성을 도와 줄 만큼 부드럽기 때문에 쬐어 줘야 하지만 오후 햇살은 난잎의 기공을 막고 잎을 태울 만큼 강하기 때문에 피해 줘야 하는 것입니다.
겨울엔 햇살이 여리기 때문에 한낮의 햇살만 피해 주면 오후 햇살도 피해를 안 주지만 여름햇살은 오전 아홉 시만 돼도 강하기 때문에 직사광선을 피해 줘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창문에 발을 치거나 해서 반그늘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그러면 난은 토실토실하게 살이 찝니다.
넷째, 적당한 영양공급입니다.
난은 자생지에서는 부엽토와 낙엽, 땅에 기생하는 난균 등의 도움으로 충분한 영양을 공급 받지만 난석에 심어서 기르는 방법은 일종의 수경재배에 해당하므로 난이 물만으로는 필요한 영양을 균형있게 공급받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비료와 영양제를 줘야 합니다.
비료는 질소, 인산, 칼리를 주성분으로 하고 약간의 미량요소가 들어가 있는 것을 말하고(하이포넥스, 나이트로자임, 유비, 하이콤 골드, 다이나그로, 북살, 기타 등등)
영양제란 질소, 인산, 칼리 성분은 아예 없거나 거의 없고 비타민과 기타 미량요소로만 이뤄져 있는게 영양제입니다.(메네델, 바이오레민, 하이아토닉, 베스트 원 등등)
이러한 비료와 영양제를 봄철 새 촉이 형성되고 성장을 할 때부터 완전히 자랄 때까지 적절하게 공급해 주면 난이 튼튼해져서 새 촉 역시 엄청나게 튼튼하게 나오고
난이 전체적으로 튼튼하게 자라며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도 강해집니다.
흔히들 메네델을 많이 쓰면 좋다고 생각하는데 메네델은 뿌리의 기능을 강화시켜 주는 2가 철이 미량으로 들어 있을 뿐 맹물이기 때문에 안 주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난이 튼튼해지진 않습니다. 비료와 영양제가 골고루 주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애란인들이 봄철에는 바이오레민 1,000대 1용액이나 하이아토닉 200대 1 용액과 적당한 비료를 난에 줘서 큰 효과를 보기도 합니다.
비료와 영양제는 맹물, 영양제, 맹물, 비료, 맹물, 영양제, 맹물, 비료, 맹물......의 순서로 주면 되고 비료나 영양제는 물을 다 흠뻑 주고 난 뒤 30분쯤 후에 분 가장자리로 가볍게 조금씩 주면 됩니다.
분 밑으로 한 두 방울 똑똑 떨어질 정도만 말입니다.
다섯째, 병균과 해충의 침입으로부터 난을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난에는 여러 가지 병과 해충의 피해가 있습니다.
그것은 춘란배양 상담실에서 계속 소개될 내용입니다.
그래서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적절한 약을 뿌려 주며 병들지 않게 해 주어야 합니다. 난 역시 생명체이기 때문에 모체가 병약해지면 그 자손도 튼튼해질 리가 없고
따라서 난이 뒷촉은 무너지고 새 촉은 안 나오며 죽게 되죠.
여섯째, 난이 겨울잠을 충분히 자야 합니다.
난은 겨울에 온도가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성장을 위한 모든 생리작용을 멈추고 휴면에 들어갑니다. 이 때 충분히 자게 놔 두어야 난이 쉬면서 에너지를 축적하여 새 봄이 되면 기지개를 켜고 새 촉도 튼튼히 밀어올리고 그 해 병충해도 거뜬히 견뎌냅니다.
단 겨울잠을 자는 동안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난이 동해를 입을 수가 있기 때문에
꽃의 발색을 위해 보안장치를 해 둔 경우가 아니면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10도 이상 올라가지 않게 약 40일 정도 난실 환경을 맞춰 주셔야 합니다.
일곱째, 공중 습도입니다.
많은 애란인들이나 책에서 공중습도가 최우선인 듯 야단이지만 사실 중요성이나
현실성으로 따진다고 했을 때 가장 나중에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겨울처럼 난실을 밀폐시킬 땐 그래도 적정 습도(70%정도)를 유지할 수 있으나
봄, 여름, 가을에 창문을 다 열면 대기 중의 습도 때문에 도저히 그 적정습도를
못 맞춥니다.
그런 즉, 습도보다 통풍이 더 중요하므로 낮에는 건조 상태에 그냥 두시고 그 만큼 분이 빨리 마르면 물을 그 만큼 자주 주시면 됩니다. 그 모든 걸 다 극복하면서 습도도 높혀 주면 난에겐 금상첨화지만 현실적으론 어렵습니다.
일본은 해양성 기후라 대기 중 습도 자체가 7, 80%를 웃돌기 때문에 가습기 같은 것으로 맞춰 주지 않아도 적정 습도를 맞출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책은 일본 사람들이 자기네 환경에 맞게 쓴 것을 그대로 베껴 놓은 것입니다.
우리나라 자생지에 가 보면 난들이 공중습도가 2, 30%밖에 안 되는 곳에서 튼튼하게 잘 자랍니다. 그래서 그런 지 일본란은 병충해에 약한 반면 우리 나라 난은 상대적으로 강합니다.
여덟째, 난석의 선택입니다.
난석은 뿌리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적당하게 습기를 머금어 주고 적당히 건조시키는 속도를 유지해 줄 수 있고 분 바깥과 분 내의 온도차이를 적당히 조절해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난석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만으로 심으면
난의 생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여러 가지를 적절한 비율로 배합해서 씁니다.
그리고 적절한 배합을 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시중에 나와 있는 난석 중 영풍에서 나온 "동양란 골드"라는 혼합 배양토를 쓰시면 제일 무난할 것입니다.
아홉째, 난 화분입니다.
화분 역시 일종의 식재의 연장이기 때문에 어떤 재질의,
어떤 크기의 화분에 심어 기르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화분은 크게는 재배용 분이 있고 감상용 분이 있습니다.
감상용 분은 대개 겉에 여러가지 화려한 그림이 그려져 있고 가격도 몇 만원 하는 등 상대적으로 고가입니다.
따라서 전시회 같은 특수한 목적으로 임시로 난을 심는 분이므로 여기선 생략하고
재배용 분에 대해서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재배용으로는 검은 낙소분, 플라스틱분, 선물용으로 많이 심는 도자기분, 파스텔분 등이 있습니다.
도자기 분이나 검은 화분 중에서도 유약이 반질반질 윤이 나게 칠해져 있는 화분은
분 내의 뿌리가 호흡을 하기 위한 공기교환이 전혀 안 되고 물 준 후 물기가 더디게 말라 자칫 물주는 주기를 잘못 맞추면 뿌리가 썩기 쉽습니다.
파스텔분은 토분과 비슷한 재질로 유약을 칠하지 않은 분인데 너무 빨리 말라 역시 건조가 염려됩니다.
플라스틱분은 값이 싸고 뿌리 발육에 좋으나 놓아두는 장소에 따라 지나치게 빨리 마르기도 하고 더디 마르기도 하는 등 물주는 주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자칫하면 뿌리가 밑으로 뻗질 못 하고 분 벽을 타고 둥그렇게 빙빙 도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낙소분은 자칫 깨지기 쉬운 반면 과습이나 건조 등에 비교적 안전하고 분 내외의 온도차가 심하지 않아 겨울철 난 뿌리의 보호에 좋아 애란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열번째, 심는 방법입니다.
난을 너무 큰 화분이나 너무 작은 화분에 심어도 안 되고 난의 크기와 촉수,
뿌리의 갯수와 길이 등을 고려하여 화분의 크기를 선택합니다.
대개 한국춘란을 기준으로 세 촉 정도에 뿌리가 한 여섯 가닥에
15센티미터 정도의 길이라면 3.5호분에 심으면 됩니다.
밑에 분망을 집어 넣고 난을 분 속에 앉힙니다.
분의 제일 위 테두리보다 위구경(벌브)가 약간 위로 올라오는 정도의 높이로 앉힌 뒤 뿌리는 가능하면 분 벽쪽으로 고루 펴서 밀착시킵니다.
그리고 어른 엄지 손가락 끝마디 만한 난석을 분 높이의 20% 정도까지 채웁니다.
그 후 새끼손가락 마디만한 중간 돌을 화분의 75% 정도 높이까지 채웁니다.
그 후 콩알 만한 소립토를 위구경(벌브)와 뿌리가 맞는 부분까지 채웁니다.
마지막으로 쌀알 만한 화장토를 위구경이 3분의 2나 절반 정도 노출되게 덮어 줍니다. 이 때 난석을 꼬챙이 같은 것으로 꽉꽉 쑤셔 넣지 마시고 심으면서 중간중간에 뿌리 사이사이에 골고루 난석이 박히도록 분 벽을 가볍게 툭툭 서너 번 쳐 주는 정도로 해 주시면 되고 특히 벌브 밑에는 빈 공간이 안 생기게 핀셋으로 하나씩 끼워 넣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3.5호 분보다 더 큰 분에 심을 경우는 제일 밑에 놓는 대립토를 특대립토로 분망이 덮일 정도까지 넣고 그 위에 엄지손가락 만한 대립토와 중립토, 소립토, 화장토를 위의 비율로 심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