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33
인터넷에 게시된 한의학 관련 글 중에서 본인을 답답하게 만드는 두 가지 부류의 내용이 있다. 하나는 일반인의 글로서 어떤 한의원, 한방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기에 한방을 믿지 않는다는 내용과 다른 하나는 한의대생의 글로서 중구난방인 이론에 질려 한의학이 체계적이지 못한 비과학이라고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상 내용들은 한의학을 너무 단순하고 쉽게 생각하는 데에서 비롯한다. 전자前者의 경우 한의사마다 실력차이가 천차만별임을 모르는 것이니 대중매체를 통한 허명虛名을 진짜 실력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서양속담에 성공하려면 믿을 만한 의사와 변호사 한 명씩 알아야 한다고 했듯이 우리 역시 신뢰할만한 한의사를 만나는 복이 필요한데 그 한의사가 실력까지 갖추고 있으면 금상첨화겠으나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를 통해 고수高手를 소개받을 수 있어야 하겠다. 이에 한의사들은 환자를 위해서 자신의 실력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자기 능력 밖의 문제라면 고수高手에게 안내하는 책임이 요구되니 본인도 치료가 어려운 경우엔 스승님께 바로 도움을 청하고 있다. 계속 치료받다가 효과가 없으면 그만 오겠지 하는 무책임한 생각이 일반인들에게 한의학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후자後者의 경우는 지금 본인이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인내를 가지고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의학 연구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중, 고등학교 시절에 익혀 온 계단식으로 진행되는 서구형 학습법으로는 한의학을 올바로 배울 수 없는데 한의대 6년은 이러한 세뇌된 생각 구조를 무너뜨리는 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머릿속은 교회인데 그 안에 스님을 모시려니 여간 어색한 것이 아닌 바 설법을 청하려면 교회 대신 다시 절을 지어야 하는 큰 수고가 생긴다. 그러나 한의학을 배우기 위한 기초를 새로 세우는 수고 없이 기존의 서양적 사고에다 바로 한의학을 억지로 쑤셔 넣는 성급함은 이상과 같은 자아비판을 만들고 있다.
한의대생, 한의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한의학 고수高手는 자신만의 관觀을 가져야 될 수 있는데 관觀은 우주宇宙로써 지신知新하는 관점인 바 지신知新을 위해서는 옛 선배들의 말씀을 되새기는 온고溫故의 해석력을 가져야 하고, 이러한 온고溫故를 위해서는 전통 한의학의 표현 방식인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언어력을 가져야 하며 언어의 습득을 위해서는 일독一讀이라는 뼈를 깎는 반복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앞에서 방향을 잡아주고, 뒤에서 채찍질하는 스승이 절대적이다.
고수高手로 향하는 길이 이처럼 멀고 험한데 일독一讀도 거치지 않은 햇병아리가 성급하게 고수高手의 지신知新을 흉내내려니 자기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고 설사 해결책을 찾는다해도 양방에 의탁하는 기형된 한의학의 모습을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더 이상의 답답한 비판을 그만 두고 그 비난의 화살을 자기 자신의 언어력과 해석력 부족으로 돌려 자기 반성과 함께 노력하면서 스승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의학에 미친 본인의 경험을 말하자면 한의학이란 정말 인생을 바칠만한 가치가 있는 학문이며 그 한의학의 표현방식인 음양오행陰陽五行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는 훌륭한 언어이다. 이에 여러분도 자신의 선택이 행운이고 복된 것임을 느낄 순간이 오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첫댓글 저기서 스승을 찾으라는 말은 꼭 어떤 사람을 찾으라는 말보다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론을 찾으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훌륭하십니다 :)
위 본문은 달리 보면 인터넷의 두부류의 머리나쁨을 지적하는듯 해서 잼나네요 ㅋㅋ
많은 스승님들이 제자들 빨리 성장하라고 머리나쁘다고 뭐라고 하시잖아요~ㅎㅎ(특히 ㅎㅇ 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