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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00년에 교직 발령을 받았다. 이 시기는 우리 사회 민주화의 열기가 교육에도 스미던 시점이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도입되었고 ‘교장의 명’이 아니라 ‘법령’에 따라 학생을 교육하도록 교사는 법적 지위를 부여 받았다. 내 교직 생활의 초반부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그런대로 교육민주화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초임교사였던 나는 학교운영위원으로 학교 운영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이렇게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내 교직생활의 초반부를 보냈다.
이 시기의 학교는 더디지만 민주화의 흐름에 편승하여 흐르고 있었다. 이 흐름을 되돌린 것이 ‘잃어버린 10년’이다. 권력과 기득권의 상실을 탈환하기 명분으로 내세운 이 말은 먹혀들었고 다시 정권이 교체되었다. 지난 10년의 민주적인 성장이 있으므로 어느 정부가 들어선들 기본적인 민주 시스템은 유지할 것이라고 봤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퇴행은 빨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관료 조직의 민주성이 그 사회의 민주성을 대변한다는데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정부부처가 이렇게 퇴행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민주성이 척박하다는 반증이리라.
그래서 나 또한 지난 그 시절을 잃어버린 10년이라 말한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사람이 먼저다”는 말을 내세우며 품격 있는 인재를 등용하는데 힘을 쏟기보다 보다 근본적인 민주적 시스템을 공고히 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했어야 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에서 하는 말이다.
교육감 직선제가 그나마 교육자치의 명맥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지만 이 또한 불완전하다. 간선제로 바꾸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은 헌법재판소에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교육감 직선제는 위헌이 아니다”는 헌재의 판결이 있었지만 이를 흔들기 위한 시도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학교혁신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교육감 의존도가 높다. 관료사회의 병폐인 상명하복, 복지부동이 아직도 내 눈에는 많이 보인다. 사람만이 희망일 수 없다. 민주적인 시스템을 가동하는 사람만이 희망이다.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진보든 보수든, 직선이든 간선이든 어느 교육감이 와도 흔들 수 없는 ‘민주적인 관료 조직’이 먼저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교장 하나 바뀌어서 달라지는 학교라면 제대로 된 학교가 아니다. 어느 누가 교장으로 와도 ‘교장의 명’만으로 흔들 수 없는 ‘민주적인 학교자치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 공포된 전라북도 학교자치조례가 반갑다.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학교의 자율성을 학교자치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여 자치기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학교교육의 당사자인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여 민주적인 학교공동체 실현과 배움과 성장이 있는 학교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로 마련했으니 딱 지금의 내 마음과 맞닿아 있다.
내 마음과 달리 교육부는 불편했나 보다. 이 조례가 2015년 1월 4일 공포되자마자 교육부는 “조례의 내용이 상위법에 위배되고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튿날인 1월 5일 전북교육청에 조례에 대한 재의요구를 했다. 교육부의 요구에 대해 “이미 공포되어 시행중인 조례의 재의요구는 최소한의 행정행위도 모르는 처사”라는 비판이 잇따랐지만 교육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전북교육청은 교육부의 재의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고 교육부도 순순히 물러날 태세는 아니다. 아마 전북도의회의장을 상대로 대법원에 무효확인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것이다. 교육부의 논리는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 되는 바라 무난히 승소하리라 본다. 이미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 시행을 두고 승소했던 이력도 자신감을 갖게 한다.
전북교육청은 그간 학교자치 실현을 위해 단체협약을 통해 교무회의의 의결기구화를 체결하기도 했지만 단협의 특성상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어 실행에 미온적인 학교들이 많았다. 이를 강제할 수 있는 학교자치조례가 시행된다는 것은 기뻐할 일이다. 이런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시행되고 있지만 학교구성원들이 이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지를 보면 말이다.
앞에서 나는 사람만이 희망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적인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는 사람만이 희망이라 했다. 소모적인 논쟁 대신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음에 첨부하는 학교자치조례 내용을 숙지하고 학생회, 교사회, 직원회, 학부모회 등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적인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는 희망찬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전라북도 학교자치조례
[시행 2016.1.4.] [전라북도조례 제4198호, 2016.1.4., 제정]
전라북도교육청(교원인사과), 063-239-3736
제1장 총칙
제1조(목적) 이 조례는 전라북도 학교교육의 당사자들에게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민주적인 학교공동체 실현과 배움과 성장이 있는 학교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용어의 정의) 이 조례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학교"란「초·중등교육법」제2조에 따른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특수학교 및 「유아교육법」제2조제2호에 따른 유치원을 말한다.
2. "학생"이란 제1호의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습자를 말한다.
3. "학부모"란 학생의 부모, 후견인 또는 다른 법령의 규정에 따라 보호·감독자 등의 지위에서 취학하여야 할 아동 또는 학교의 학생에 대하여 실질적인 교육의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4. "교원"이란 「초·중등교육법」제19조제1항 및 「유아교육법」제20조제1항의 교원을 말한다.
5. "교사"란 교원 중 교장·교감 및 원장·원감을 제외한 사람을 말한다.
6. "직원"이란 「초·중등교육법」제19조제2항 및 「유아교육법」제21조제5항의 직원과「전라북도교육감 소속 교육공무직원의 보호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의 제2조제1호가목및나목의 교육공무직원을 말한다.
7. "교직원"이라 함은 교원과 직원을 말한다.
8. "교무(校務)회의"라 함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9조제3항의 교직원전체회의를 말한다.
9. "학교교육의 당사자"라 함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을 말한다.
제3조(학교운영의 원칙) 교육감과 학교의 장은 민주적인 학교문화의 조성을 위하여 학교의 운영과정에서 다음 각 호를 준수하여야 한다.
1. 학교교육의 당사자가 학교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보장하여야 하며,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정하는 차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2. 교사가 교육의 내용과 방법, 평가 등에 관하여 법령의 범위에서 판단하고 결정한 사항을 존중하여야 한다.
3. 교직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4. 학부모가 자녀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하며, 그 의견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여야 한다.
5. 학생이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하며, 그 의견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여야 한다.
6. 아래 제2장의 자치기구의 자치권을 보장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제2장 자치기구
제4조(학생회) ① 학교(「유아교육법」제2조제2호에 따른 유치원은 제외한다)에는 학생회를 두고 학년별, 학과별, 학급별 학생회 및 그 대표로 조직되는 대의원회 등을 둘 수 있다.
② 학생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한다.
1. 학생 자치활동과 관련한 사항
2. 학교회계 예산편성에 대하여 제안할 사항
3. 학생 동아리 활동에 관하여 제안할 사항
4. 학생의 학교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 학생들의 의견 수렴 및 학교운영위원회에 제안할 사항
5. 학생회칙의 제·개정에 관한 사항
6. 그 밖에 학교의 장에게 건의할 사항
③ 학생회의 구성·운영 등에 관한 사항은 학생회칙으로 정한다.
④ 학생회는 그 결정사항을 모든 학생에게 공지하여야 한다.
⑤ 학교교육의 당사자들은 학생회의 의사결정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5조(학부모회) 학부모회는 「전라북도교육청 학교 학부모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설치·운영한다.
제6조(교사회) ① 학교에는 교사로 구성하는 교사회를 두고 학년별, 교과별 협의회 등을 둘 수 있다.
② 교사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한다.
1.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교무회의나 학교운영위원회에 제안할 사항
2. 교사 동아리 활동에 관한 사항
3. 교사들의 자체 연수 활동에 관한 사항
4. 교사회칙의 제·개정에 관한 사항
5. 각 학년별·교과별 협의 사항
6. 그 밖에 교사 상호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③ 교사회의 임원은 교사들의 직접 선거를 통하여 구성한다.
④ 교사회의 구성·운영 등에 관한 사항은 교사회칙으로 정한다.
제7조(직원회) ① 학교에는 직원으로 구성하는 직원회를 둘 수 있다.
② 직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한다.
1.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교무회의나 학교운영위원회에 제안할 사항
2. 직원 동아리 활동에 관한 사항
3. 직원 자체 연수 활동에 관한 사항
4. 직원회칙의 제·개정에 관한 사항
5. 그 밖에 직원 상호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③ 직원회의 임원은 직원들의 직접 선거를 통하여 구성한다.
④ 직원회의 구성·운영 등에 관한 사항은 직원회칙으로 정한다.
제3장 학교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회의기구
제8조(교무회의) ① 학교에는 교직원으로 구성되는 교무회의를 둔다.
② 학교의 장은 학교 내 교무회의 운영규정을 제정하여 교무회의가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
③ 학교의 장은 교무회의의 의장으로 교무회의를 진행하고, 서기를 두어 회의록을 작성한다.
④ 교무회의의 토론과 의결은 교직원 각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고, 소통과 상호협력을 위한 민주적인 방법으로 진행하며, 일반적 회의규정에 준하여 시행한다.
⑤ 교무회의의 심의결과에 대하여 학교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수용한다. 다만, 학교의 장은 교무회의의 심의결과에 이의가 있을 때 교무회의에 재논의를 요구할 수 있으며 재논의의 절차 및 의사결정에 관한 사항 등은 해당학교의 교무회의 운영규정으로 정한다.
⑥ 교무회의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한다.
1. 학교 규칙의 제·개정, 교무회의 및 교원인사자문위원회 운영규정의 제·개정, 학교교육과정, 학교예산 등에 관한 사항
2. 학교운영위원회에 상정할 교무안건에 관한 사항
3. 학교 운영과 관련한 교직원의 제안 사항
4. 교육과 관련한 학교 내 각종 위원회 구성에 관한 사항
5. 각종 자치기구 및 위원회에서 심의한 사항 중 전체 교직원의 의견 수렴이 필요한 사항
6. 그 밖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
⑦ 교무회의는 학교의 장이 소집하며, 정기회의와 임시회의로 구분한다.
⑧ 정기회의는 학기 중 월 1회 실시하고, 임시회의는 학교의 장 또는 교직원 4분의 1 이상의 요청이 있을 경우 소집한다.
제9조(교원인사자문위원회) ① 학교의 장은 교원 인사에 관한 사항에 자문을 구하기 위하여 학교에 교원인사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원회"라 한다)를 구성하고, 그 운영규정을 마련하여 민주적으로 운영되도록 한다.
② 자문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자문한다.
1. 학급담임배정, 보직교사임명, 교원업무분장에 관한 사항
2. 전입요청 및 전보유예의 기준 설정과 대상자 선정에 관한 사항
3. 상벌, 훈·포장에 관한 사항
4. 그 밖에 인사에 관한 사항(모성보호, 임신, 출산 교원 보호 조치 등)
③ 자문위원회는 당연직 위원장 교감 1명(교감이 없는 학교는 교무부장)을 포함하여 5명(다만, 4학급 이하는 4명) 이상 10명 이하로 구성하며, 교원대표는 교무회의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선출한다. 다만, 위원을 선출할 때 성비, 교과, 사무, 연령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④ 자문위원의 임기는 1년으로 하며, 연임할 수 있다.
⑤ 자문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⑥ 회의일시, 회의목적, 주요 내용은 사전에 모든 교원에게 공지하며, 회의 및 회의 결과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경우 자문위원들의 합의에 의하여 해당 사안에 대해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⑦ 자문위원회의 자문결과에 대하여 학교의 장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이를 수용한다. 다만, 학교의 장은 자문위원회의 자문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자문위원회에 재논의를 요구할 수 있다.
⑧ 학교의 장은 제7항의 재논의에도 불구하고 다른 결정을 할 필요가 있을 때 그 사유를 모든 교직원에게 알리고, 교무회의에서 재논의한다.
제10조(사립학교의 교원인사위원회) 학교법인 및 사립학교경영자는 사립학교법 제53조의3에 따른 교원인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하여야 한다.
제4장 보칙
제11조(시행규칙) 이 조례의 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교육규칙으로 정한다
펼침 부칙 < 제4198호, 2016.1.4.> 부칙보기
제1조(시행일) 이 조례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제2조(경과규정) 이 조례 시행 당시 구성된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 직원회, 교무회의, 교원인사자문위원회는 이 조례에 따라 구성된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