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순의 일본리포트] 이승엽 부인 '이송정'
지난 17일 후지 TV의 한 프로듀서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는 처음엔 이승엽 선수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가 나중엔 진짜 본론을 꺼냈다.
"이송정씨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뜬금없이 이승엽 선수 부인의 이야기를 꺼내, 나는 할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 쪽에서는 끈질기게 전화를 끊지 않았다. 이송정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너무 급하다면서. 결국 그들은 오다이바의
후지 TV 본사에서 와세다에 있는 우리집까지 한 걸음에 달려 왔다.
그리고는 그들이 왜 사정이 급한 지에 대해 설명해줬다.
지난 16일 이승엽 선수 부부가 롯데와의 계약을 위해 일본에 왔다.
물론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운 선수인 만큼 일본 매스컴의 관심은 뜨거웠다.
하지만 일본 매스컴이 그렇게 높은 관심을 보인 이면엔, 이송정씨의 영향이
컸다. 따라서 스포츠신문이나 TV의 와이드쇼에서는 이승엽 선수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늘 그 옆에 '세트'로 붙어다니는, 뛰어난 패션 감각과 미모를 자랑하는
이송정씨에게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어떡하든 한 마디라도 더 이송정씨의 멘트를 따기위해 혈안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이 선수의 일본 방문은 1박2일의 아주 짧은 일정이라 취재에 한계가
있었다. 더구나 단독 인터뷰는 감히 엄두도 못냈다. 그래서 후지 TV에서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 바로 이송정씨에 대한 것이었다.
그녀의 연예활동, 학교생활 그리고 남편 내조법에 대한 것 등. 그러면서 그
프로듀서는 무명이었던 그녀가 이 선수와 결혼하고 나서 유명인이 됐다는
이야기를 다른 한국인에게 들었다면서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이제 겨우 그녀 나이 스물 한 살입니다. 그리고 학생이구요. 내가 아는 한
그녀는 고교시절부터 모델활동을 활발히 했었고, 이 선수와 결혼을 하고 나서는
남편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연예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결혼 전에는 무명이었는데 결혼 한 후에 '떴다'라는
식의 당신들의 이야기는 뭔가 나쁜 의도가 있는게 아닌가요?
그 정도 미모라면 설사 이 선수와 결혼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모델로서 성공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같은 한국인으로서 과히 기분좋게 안 들리는데요."
그러자 그 프로듀서는 그런게 아니라면서 재빨리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사실 후지 TV는 물론 타 방송사들 사이에서 이들 부부를 가리켜
'한국의 베컴'이라고 말한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베컴이 가는 곳에 늘 그의
부인인 빅토리아가 동행하듯, 이승엽 선수도 이송정씨를 대동하는 것이 똑같다는
것이었다. 두 여성을 비교하기에는 이송정씨의 커리어가 미미하긴 하지만, 한 때
연예활동을 했다는 점과 미모를 갖추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따라서 이들 부부는 시청자들 때문에 계속 일본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무튼 후지 TV와의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이제부터 일본 매스컴의 딴지
걸이가 시작되겠구나"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인터뷰가 끝난 후 프로듀서가
"너무나 완벽해 보이는 그들 커플이지만 그 이면에는 일반팬들이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을 지 모른다"는 식으로 불손한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
결국 지난 18일 아침에 이송정씨에 대한 내용이 방송됐고, 이승엽 부부에게
있어 일본 매스컴과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
매스컴과의 숨바꼭질 게임에서 유일하게 최후의 승자가 되는 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승엽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제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연히 그의 부인인 이송정씨의 존재 가치도 덩달아 올라갈 것
아닌가.
yoo jae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