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평점: ★★★★★]
나의 존재...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김정운 교수가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굳이 어려운 '문화심리학'이라는 심리학 용어를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행복한 '남자의 물건'
1부와 2부로 크게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대한민국 남자들이 불안해 하고 외로워 하는 이유를 쉽고도 재미있게,
그리고 유쾌하고 설명하고 있으며, 본인의 이야기를 곁들여 가슴찐하게 위로해주고 있으며,
2부에서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물 13명의 특별한 스토리가 담긴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왜 물건에 대한 이야기일까?
바로 그 물건들에서 우리는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무선 해법이냐고?
대한민국 남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존재감을 찾는지에 대한 해법말이다.
어느때보다 불안한 작금의 한국사회.
지난 세기...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달려온 대한민국 남자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불안하기 그지 없다.
물론, 어디 불안한 사람들이 대한민국 남성들뿐이랴?
여성들도 불안하고, 청년들도 불안하고, 모두들 불안해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제목에서 처럼...남성들만 다루고 있으니...
여성이야기로 태클을 거시는 분들은.......실패!!(나꼼수 버전)
우리가 불안한 이유..왜 우리냐면..음..나도 남자입니다. ^^*
김정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존재 확인이 안되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존재로 인한 심리적 불안은 1) 적을 분명히 해서 해결하는 방법과
2)나의 스토리, 나의 이야기를 통해서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1)번에서 처럼, 그래서 남자들은 그렇게 뒤에서 함께 남들 욕을 잘 하는 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렇다면, 2)번의 나만의 이야기를 통한 존재확인 이란 도데체 무슨 말인가?
인간은 스스로의 존재확인을 통해 불안해 하지 않고, 바로 행복할 수 있다.
2부의 신영복 선생의 벼루, 차범근 감독의 계란받침대 부분을 읽으면, 쉽게 정답을 확인할 수 있다.
너무도 쉽고도 재미있는...설명..그래도 더 기억에 남고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
신영복 선생이 자신의 옥중생활경험을 통해서
유기수와 무기수의 차이를 설명하는 대목은 가히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유기수에게는 출소라는 정해진 목적이 있기에, 감옥생활이 참고 견디는 것 자체라면,
무기수에게는 감옥생활이 삶의 전부이기에 하루하루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
"과정으로서의 삶"
맞다!! 우리 모두는 과정으로서의 삶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삶이란 목적을 사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사는 것이다.
물론, 목적도 중요하지만, 목적에 의해 과정이 생략된 삶을 사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군대간 남자친구만을 기다리는 여자친구, 유학을 떠나서 학위만 따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
언젠가는 남자친구가 전역을 하고 언젠가는 학위를 딸 것이다.
과정 그 자체가 소중하고 즐거운 일 그 자체의 삶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다. 그 사이에 우리의 행복한 기쁜 날들이 맥없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그녀는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나 보다..그렇게도 울면서 슬퍼하더니만...'
어제 친구의 결혼식에 갔다.
친구들에게 제수씨도 소개해 주지 않고, 모임한번도 하지 않고 결혼하는 친구를 보면서.
(물론 총각파티는 바라지도 않았다. ^^*)
과정이 생략된 삶을 생각해 보았다.
물론, 모두들 친구로서 그 친구의 행복을 빌면서 결혼식을 축하해 주었다.
하지만..우리는 그 과정을 함께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혼식 내내 기쁘지 않았다.
제수씨와의 아무런 기억들,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에 마치 남의 결혼식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바빴을 것이다.
하지만, 행복하기 위해 바쁜 것 아닌가?
행복하기 위해 바쁘게 살고 있는 우리는 정작 지금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들을
왜 그리 쉽게도 헌신짝 처럼 버린단 말인가?
과정으로서의 삶을 살지 않으면,
그 과정속에서 스토리(이야기)가 만들어 질 수 있다.
왜냐면...기억할 일이 추억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친구들, 모임, 직장 생활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의 과정을 함께 하지 않는다면, 서로에게 기억할 일이 없어지기에..
이야기가 없어지는 것이다)
스스로의 스토리가 없는 삶이란,
결국 자신의 기억이 없는 삶이 되고, 기억이 없기 때문에
그 속에서 인간냄새, 사람냄새 즉 자신만의 '느낌'이 없는 것이고
기억할 게 없으니 시간은 미친듯이 빨리 가는 것 아닐까?
우리 스스로의 존재확인.
책의 제목은 '남자의 물건'이지만, 결국 이 물건들은
나만의 스토리, 나만의 기억, 나만의 향기를 나타내는 물건인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책을 통해 쉽고도 유쾌하게 느낄 수 있다.
PS: 절대 그 친구 욕 아님...^^* 소심한 서태웅..
조만간 저 대목을 삭제할 지도 모르겠다. 음..그러면...글의 전체 맥락이 흐트러지는데....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