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 것은 피사체와 나의 교감(交感)이다.
나는 카메라를 통해서 피사체와 소통한다. 그것이 사람이든 자연물이든 또 무엇이든
상관없이 뷰파인더로 내다보면서 그것들과 내밀한 핫라인을 구성한다.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사진은 실패작이 되고 만다.
셔터에서 검지가 떨어지는 순간, 모니터를 보지 않아도 벌써
사진이 어떻게 나오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마치 군대시절,
사격훈련을 하면서 사격 후 표적지를 확인해 보지 않고서도
탄착군을 그려낼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하다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사격과 사진촬영은 닮은 구석이 많다.
특히 달리는 차 안에서 바깥 풍경을 잡거나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을 때는
그 느낌이나 동작이 사격과 똑같다. 목표물을 확보했을 때,
검지가 방아쇠를 당기느냐, 셔터를 누르느냐 하는 그 차이밖에 없다.
그래서 총을 쏘는 것이나 사진을 찍는 것이나 영어로는 똑같이 shoot라 하는 모양이다.
...
글을 쓸 때 먼저 얽어놓은 줄거리에 수없이 덧붙이고 잘라내며 구성에 심혈을 기울이듯이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는 눈과 카메라를 쥔 팔도 비록 순간적이지만,
멋진 구도를 위해 상하좌우로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러다가
이것이다 싶을 때 딱 멈추면, 그 순간에는 온 우주가 다 정지한다.
- 김선식, <빛과 그림자> / 무등수필문학회 22호 연간집 [도심의 나루터](2011, 예원출판사)에서 발췌.
* 수필가 김선식 : 전남 강진 출생, [隨筆公苑(현, 에세이문학)] 천료, 수필집 [마음 따라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