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부터 천호대교 밑에 아스콘 포장차와 롤러차가 서 있었슴돠. 그냥 서 있었슴돠.
그리고 이번 월요일 저녁 다시 좌측통행으로 표시했다는 양재천길을 둘러보고 많이 실망하면서 돌아 올 때 그때에도 계속 서 있었슴돠.
그리고 며칠 간 연일 비가 왔슴돠.
어제 모처럼 비가 그치자 곧바로 한강 성수대교로 나갔슴돠.
간만에 신나게 뛰어 들어갔슴돠.
근데, 잠실철교를 지나자 주로가 평소와는 달리 이상했슴돠.
자세히 바닥을 살펴보니 타마구가 길바닥에 뿌려져 있는 거였슴돠.
끈적끈적한 타마구 때문에 뛸 때마다 쩍쩍 소리가 났슴돠.
이러다 신발 밑창이 늘어붙어 양말로 뛰게 되는 건 아니가 걱정하면서 계속 쩍쩍거리고 뛰었습니다.
그렇게 돈들 생각하면서 올림픽대로 쪽으로 뛰어가는 데, 얼마 전 새로 만든 옆 강변주로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나며 굉장히 소란스러웠슴돠.
순간 옆을 보자.
아니, 이게 웬일입네까.
천호대교 밑에 그냥 서 있었던 그 도로포장 기계들이 여기 와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네까.
그래서 달리기를 멈췄슴돠.
그리고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작업하고 있는 현장에 다가갔슴돠.
그러자 저를 발견한 작업자가 그러더군요.
'저리 가라고'
그래서 일단 저리 갔슴돠.
저만치 저리 간 다음, 다시 아스콘 포장차가 막 포장을 끝낸 아스팔트 위로 올라갔슴돠.
포장 위를 밟자 폭신폭신 한 것이 마치 눈밭 같았슴돠.
그리고 밟을 때마다 역시 눈밭에서 처럼 발자국이 생겼슴돠. 근데 그 발자국은 하얀 발자국이 아니라 까만 발자국이었슴돠.
까맣고 하얗고 간에 어쨌든 무지 신이 났슴돠.
그래서 팔짝팔짝 뛰면서 여기저기에 '발자국 만들기 놀이'를 하고 있었슴돠.
근데 갑자기 정면에서 커다란 롤라차가 다가오는 거였슴돠.
야밤에 뛰다말고 이상한 놀이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한 롤라 기사님이 손짓으로 뭐라고 하였슴돠.
역시 '저리가 라고' 그랬슴돠.
그래서 또 저리 갔슴돠.
다 지나간 다음, 또 올라 갔슴돠.
바닥이 뜨끈뜨끈 했슴돠.
그리곤 새로 포장한 길 따라 신나게 뛰었슴돠.
쩍쩍 소리 내면서 또 발바닥에 열내면서 뛰었슴돠.
연기도 났슴돠.
도로는 '완전 평면' 이었슴돠.
한 100미터를 눈 감고 뛰어봤슴돠.
거침 없었슴돠.
하나도 안 자빠졌슴돠.
2003년 9월 5일까지 끝내겠다던 '그린 한강 마라톤 주로' 대공사가 마침내 시작 된 것이었슴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