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즘의 사회 그리고 정치
한국 사회 공동체 속의 사람들은 서로에게 더 이상 안전과 위안의 대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불안과 갈등의 대상, 위험한 이웃이다. 아파트 주민들을 싸우게 하는 층간소음과 담배연기, 거리의 운전사를 ‘로드레이지’ 상태로 몰아넣는 보복운전, 마을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오물과 폐수의 무단방류 등 여기저기에서 수많은 갈등들이 충돌하고 있다.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이러한 갈등의 근원은 이기심이다. 이기심은 ‘타인의 필요와 관심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유익을 추구하려는’ 태도를 말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존의 감각을 상실한 개인적 행동은 이미 거대한 사회적 징후이다.
과거의 공동체적 생활양식이 사라져 간 자리를 대신한 것은 ‘자본주의’의 소비주의였다. 개인의 자유와 욕구를 칭송하면서 욕망과 본성은 물질에 대한 끊임없는 소비에 의해서만 충족된다는 사실을 전파하였다. 개인의 자아는 소비사회 속에서 약해지고 자기에만 집중하는 유아적 모습으로 변모하였다. 이기심은 소비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충족’이라는 의미로 홍보되었다. 소비사회가 가져온 물질주의는 사람들을 ‘성과평가시스템’이라는 먹이사슬에 얽매이게 만들었다. 이러한 시스템은 예스맨 문화를 일으켰고 상위에 있는 사람에 대한 맹종과 하위의 사람이 겪게 되는 굴욕으로 상징되는 권력관계를 형성하였다. 또한 교육은 이러한 소비주의와 물질주의의 충실한 재생산 기관으로서 ‘경쟁’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미래의 사회 구성원을 학습시켰다.
정치는 사회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며 특권계층의 이익과 결합되었다. 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권력자들은 대부분 측근을 대거 기용하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정치를 통해 성취하려는 ‘나르시시즘 정치가’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의 판단과 생각에 대한 절대적 확신에 기초하여 타인과의 사회적 피드백을 단절시킨다. 또한 잘못과 실수에 대한 공개적 인정 대신에 자기변명이나 과장된 표현을 통해 핵심을 흐린다. 과도한 자신감에 기초하여 개인의 자부심을 공공정책에 연결시켜 실행하면서도 타인과의 교류 및 상호의존 능력의 부족으로 결국 정치를 사유화하고 정치의 공공성을 위협하는 경향을 보인다. 나르시시즘 정치가에 대한 설명에서 우리는 최근 미국과 한국 정치를 위태롭게 한 권력자들의 모습을 쉽게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양식과 정치체제의 상호연관은 대중들의 이기적 정치의식과 결합되었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상실한 개인들에게 정치는 자신의 이익을 정당화시켜 주는 과정일 뿐이다. 지역사회의 이기적 공약이나 지역에 대한 단기적 특혜가 장기적 국가정책이나 국가 전체의 균형적 발전계획보다 훨씬 더 강하고 빠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서 유권자의 이기심에 의해 지배되는 정치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정치와 대중은 서로가 서로에게 ‘이기적 가치’를 전파하면서 정치와 사회를 사유화하고 돈과 권력을 소유한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로 변환시키고 있다. 사회적 공감능력을 잃어버린 사회, 타인의 고통과 아픔에 무관심 사회, 개인적 이익이 국가의 이상적 방향보다 우선시 되는 사회는 이렇듯 이기적 개인과 이기적 사회의 합작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정치가들의 구호와 막말은 ‘나르시시즘’적 정치와 사회를 증거하는 상징일 뿐이다.
첫댓글 정치는 현란한 구호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광고 전략을 넘어 정권의 실책을 비판할 수 있는 시민 의식이 중요하다. 민주주의 정착은 시민 의식에 비례한다. 모든 후보자들은 자신만이 잘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망상가와 정책가를 알아볼 수 있는 시민들의 날카로운 눈이 작동되기를 바랄 뿐! 나부터 뿌연 안경을 닦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