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경주시민의 날 기념 청소년 백일장>
초등저학년 운문부문
<장원>
친구
박시현 (황성초등학교 2-3)
친구는 딱따구리처럼 시끄럽다.
딱따구리가 나무에 붙어서 딱딱대는 것처럼
친구는 나한테 붙어서 조잘댄다.
친구는 빗방울 같다.
빗방울이 또르르 내리는 것처럼
나한테 몰려와 같이 놀자고 한다
친구는
반짝반짝 빛나면서
별처럼 같이 놀자고 소곤댄다.
<우수>
친구
임 경우 (나원초등학교 2-2)
지금 놀러오면 안돼
숙제 한단 말이야
지금 놀러오면 안돼
동생 잔단 말이야
지금 놀러오면 안돼
간식 먹는단 말이야
아니야, 지금 와
같이 먹자.
<가작>
친구
황다빈 (유림초등학교 2-6)
찬바람이 불면
감기가 옵니다.
비가 오면
우산이 꼭 필요 합니다.
햇빛이 쨍쨍 나면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생각납니다.
친구는
내가 울면 달래주고
외로울 때 같이 놀아줍니다.
감기처럼
우산처럼
아이스크림처럼
친구는 그림자입니다.
<가작>
친구
이가솔 (경주초등학교 2-5)
나의 거울은 친구
오늘도 거울 속에
내가 있다.
내가 하하 웃으면
친구도 따라 웃는다.
내가 우울해하면
거울 속에 친구도
같이 슬퍼한다.
나의 거울 친구를 위해
오늘도 고운 얼굴로
나의 친구를 바라본다.
<가작>
친구
김두현 (금장초등학교 2-3)
내 친구는
네모모양에 고양이가 살아요.
네모모양에 나비가 살아요.
내 친구는
노랑얼굴에 토실토실 살이 쪘어요.
노랑얼굴에 팔랑팔랑 날개가 있어요.
내 친구는
내가 아기 때부터 만나서
앞으로 계속 친구 할 거예요.
내 친구는
내가 아끼는 멋진 베개랍니다.
<가작>
친구
석현영 (모화초등학교 2-2)
내 단짝 친구 경민이는
나처럼 얼굴도 작고
나처럼 키도 작고
나처럼 귀엽다.
우린 너무 많이 닮아서
금방 친구가 되었지
내 단짝 친구 교혁이는
나보다 얼굴도 크고
나보다 키도 크고
나보다 덩치도 크다.
우린 너무 많이 다르지만
금방 친구가 되었지
친구는 그런거야
서로 많이 닮아도
서로 많이 달라도
서로 아껴주고 이해하는
마음만 있으면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어.
<가작>
친구
허성우 (유림초등학교 3-6)
학교 가는 길에
내 목에서 달랑달랑
춤을 춘다.
문구점에 오면
8시30분을 알리며
세상 구경한다.
교문 앞에 오면
나에게 말을 건다
문자왔어. 문자왔어.
교실에 도착하면
나에게 띠리링
잠을 잔다 얘기한다.
내 친구는 그림자 휴대폰.
초등고학년 운문부문
<장원>
보리밭
박재준 (황성초등학교 6-1)
할아버지
밭에 보리가 익었다.
누우런 얼굴 빛 할아버지 닮았다.
담장 뒤 보리밭 달려보면
살랑살랑 머리 흔들며
내게 손짓한다.
바람 불면 보리끼리
와르르 소란스레
노래 부른다.
할아버지 구수한 노랫가락처럼
하늘로 퍼진다.
<우수>
보리밭
이세인 (모화초등학교 6-1)
아주 이른 봄바람이
보리싹을 쓰다듬으며,
물어보았죠.
처음으로 만난 세상이
참 아름답지 않니?
햇살처럼 밝은 웃음으로
보리싹이 대답했어요.
“내가 처음 만난 세상은
딱딱하고 거칠며,
하얗고 보드라운 무엇이
내 머리에 앉아
무겁고 차가웠어.
수다쟁이 바람에게 보리싹이
겨울을 지내는 동안 품어왔던
희망을 들려주었답니다.
<우수>
보리밭
박세현 (경주초등학교 4-1)
보리는 댄싱퀸과 친구다.
바람 불면
날씬한 몸매로
멋진 춤을 보여 준다.
보리는 음악가와 친구다.
바람 불면
장단에 맞추어
멋진 노래를 한다.
보리는 오뚝이랑 친구다.
바람이 불면 휘잉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날보고 웃지요.
<가작>
보리밭
박지수 (유림초등학교 6-2)
5월의 보리밭은
푸르른 교향악
지휘봉 잡은 소슬바람
들녘을 들었다 놓고 간 사이
코발트빛 융단
거대한 악장이 된다.
파아란 하늘위로 참새들
스타카토로 점이 되고
시간을 말아쥔 잎사귀
사르륵 사르륵 중고저 장단
흥겨운 음표들 일렁임하며
5월의 보리밭은 온통
귀와 눈이 환해지는
거대한 음악이다.
<가작>
보리밭
윤혜민 (황성초등학교 6-3)
할아버지 집 가는길에
재잘재잘 초록보리
타임머신타고 파릇파릇
오늘은 입학식
참새가 놀러왔네
보리는 한들한들
참새는 짹짹
둘은 말이 다른데 서로 즐겁네
소풍가서 즐겁게
운동회도 으샤으샤
날마다 공부시간 하하호호
할아버지 집 가는 길에
흔들흔들 노란보리
오늘도 참새랑 내년에 만나자.
<가작>
보리밭
이애령 (황성초등학교 6-3)
한번도 못가본
보리밭
우리 집 밥상에
항상 올라오는 보리밥
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
보리
아버지 어릴 적
불던 보리피리
나도 보리밭에 가서
보리피리 불고 싶다.
<가작>
보리밭
석호영 (모화초등학교 5-1)
초록빛깔 넓은 보리밭에서
나온 누런 보리밥
나는 보리밥을 싫어한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매일 보리밥을 지으신다.
맛이 없다고 밥을 안 먹을 때면
먹으라고 혼 내신다.
그럴때면 맛없는 보리밥을
꾸역꾸역 먹는다.
내가 뛰어놀며 자랐던
할머니 댁 보리밭 추억을
떠올리며
오늘도 난 보리밥을
꾸역꾸역 먹는다.
<가작>
보리밭
임지범 (불국사초등학교 5-2)
인사하세요 인사하세요
아무리 보채도
꿈쩍 않아
바람 아줌마가 쓰다듬으니
휭~
보리밭으로
출렁출렁 청색물결이 파도를 넘는다.
아직
어리고 여리지만
하루하루
한 달 두 달을 견뎌
늦봄을 뒤집어쓴다.
이젠
철없는 청보리가 아닌
황금빛 누런 수염을 단
늦보리 되어
다소곳 고개를 접지만
넓은 벌판을 다 안고 있다네.
중등부 운문부문
<장원>
쓰나미
유가희 (서라벌여자중학교 3-4)
그을린 그림자를 몰고
죽음은 점차적으로 다가와
할머니의 전신을 감싸안더니
이내
모든 것을 가져가버렸다.
후회가 밀려와
탄식을 뱉어낸들
이미 그것이
모든 것을 앗아가버렸고,
눈물이 밀려와
탄식을 뱉어낸들
이미 그것이
모든 것을 앗아가버렸다.
무섭게 들이닥쳐 온
그을린 그림자는
그렇게
할머니를 쓸어갔다.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세월의 섬으로.
<우수>
쓰나미
정동준 (계림중학교 1-1)
딩동~ 딩동댕
시간마다 들려오던
선생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이미 너를
예감하고 있었다.
시계바늘처럼
어제도 오늘도 또 그렇게
잔잔히... ... 그러나
강하게 다가오던 너
오월 어느날
번쩍~ 번개처럼
나타난 거대한 너는
시험지 속으로 꿀꺽
나를 삼켜버리고 있다.
너가 휩쓸고 간 자리
찾아오는 긴 한숨들
내마음을 때리는 검은 방망이질
또 다른 희망을 품고
다시 다가 올 너를 맞이 하리라.
<가작>
쓰나미
최소미 (경주여자중학교 3-3)
멀리 보이지만 한숨 푹 쉬고 나면
어느 새 이만치 다가오는
그 모습에 싫다 발버둥쳐 봐도
맞닥 드릴 수 밖에 없는
다가 올 수록 커져가는 긴장감에
지나가면 더 커져가는 긴장감에
머리 속에선 변명을 뱉어내고
재판이라도 받듯 작아져야만하는 나다
서로 더 높은 곳으로 살아남으려는
그 속고 속이는 쓰나미 속에서
엄마 생각에 한숨만 쉰는 나다
할 수 있지 않느냐
더 잘 해낼 수 있지 않느냐
‘나’는 무시된 채 밖으로만 내돌리며
기대의 눈빛만 보내는 그들은
모른 척 하는 쓰나미 속
이유없는 고개를 숙이고
답답한 내 속만 태우는
이시대의 학생으로 살아가는 나는
매일 매일이 쓰나미 속이다.
<가작>
쓰나미
김동형 (월성중학교 2-5)
고통이 들려온다, 저 멀리서.
우리들의 도움을 바라는
어린 새싹들의 통곡소리가
서남쪽 초원에서부터 들려온다.
오염된 강물로 배를 채우며
수많은 병들과 싸워나가며
홀로 외로히 불러본다
저 멀리 ...
아픔이 밀려온다, 바로 밑에서.
자기들의 희망을 바라는
동쪽 이웃들의 아픔이
슬픔과 함께 밀려온다.
차가운 눈물로 마음을 달래고
터져버린 희망과 맞서며
또다시 손을 뻩는다.
쓰디쓴 고통 마음의 쓰나미
<가작>
쓰나미
최혁준 (화랑중학교 2-3)
밀려오는
푸른 창파 속에
우리는
속절없이 무너진다.
끌고 가지 마세요!
눈부시게
푸른 너울진 파장 속으로
칼날처럼 날카로운 물결 속에서
유리처럼
산산조각이 나기 때문입니다.
지우지 마세요!
쉬지 않고
내리 찍는 바닷자락 속으로
수많은 생명들은
희게 밀려오는 파장 속에서
흔적을 감추기 때문입니다.
쓰나미는 흐르러 흐르러
세상의 온갖 것을 지우며
인생의 눈물 위를 타고서
우리의 마음을 불 때우며
하염없이 흘러갑니다.
그대는 아십니까!
한 조각 흩날리는
아낙네의 슬픈 비명과
코흘리개 아이들의
소리 없는 눈물을 ... ...
<가작>
쓰나미
정진영 (경주여자중학교 3-6)
그의 모습이
저 멀리 보일 때
나의 바다
수평선 멀리서
쓰나미가 밀려온다.
나의 바다
저 깊은 곳에서
흔들흔들 거리고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릴 때
쿵쾅쿵쾅
내 심장이
경보를 울리고
이제 그가
내 앞에 설 때
고등부 운문부문
<청소년 문화대상>
황사
최형욱 (문화고등학교 3-1)
비가 내립니다
우린 각자의 커튼 속으로
장막 속에서
거울 속의 나와 마주합니다
그동안 나는
그리움에 허덕이며
미래에 내가 가졌던 것들을
그리워하면서
과거의 계단 어딘가 즈음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은자가
먼 산을 바라보던 은자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듯
불행해지고
나는 가련히 초췌해진
거울 속의 나를
마치 오랜 친구를
보는 듯 반가워
그의 뺨에 키스하고
그리하여 비로소 거울 속의 내가
웃는 것을 보고
나도 그의 손을 잡고
행복해 웃습니다.
행복해 웃다가
비는 황사가 되었고
내 모든 불행은
따갑게 눈물을 적시며
흘러내렸습니다.
<우수>
황사
백경만 (문화고등학교 3-4)
황사가 날아오른다
그들은 날개를 펴고
도시의 하늘을 덮었다
나는 그들이 튀기는 모래알에서
따가운 바다를 느낀다
그들은 바다로 향한다
어쩌면 그들은 내가
품지 못했던 꿈을 품고
바다로 향하는 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려도
나는 그들을 미워할 수 없다
그들이 바다를 건널 때쯤
나는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그들의 투쟁의 역사의 땀방울이
눈에, 가슴에 맺힌다
<가작>
황사
권용주 (문화고등학교 2-3)
그녀가 떠났다
포근한 구름 같던
내 마음 거친 황사 속처럼
뿌옇게 흐려진다
모리 알갱이 하나하나
불쏘시개처럼 날 쑤셔놓아도
기억 속 박힌 포근한 구름은
그림자 같이 아른거린다
기억 속 박힌 포근한 구름엔
내 기억 축축히 적셔줄
포근한 봄비가 흘러내린다
그녀가 떠났다
포근한 구름같던
<가작>
황사
유혜윤 (경주여자고등학교 2-5)
내 마음 속 팔레트에서
덜어 내어 풀어놓은 듯
노랗게 하늘이 물들었다
당신 안에 품은 아이
세상으로 내보낼 때
하늘이 노랬다던, 어머니.
우리 엄마 누렇게 뜬 얼굴에서
마지막 눈물방울 훔쳐내어
꼭 쥐었던 작은 손에는
어머니 그때의 눈물대신
꼽꼽한 땀만이 서늘하게 배었는데
먼 곳에서 불어오는 황사바람이
자꾸만 목을 간질여
입을 앙 다문다.
초록 비에 몸을 함빡 적셔
콜록, 하고 노란 가래
탁 뱉어낼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