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야>, 다채로운 신화와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고전비극,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그리스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6월 30일까지 시한(時限)이었던 ‘국제통화기금’ 채무 약 2조원을 갚지 못한 것입니다. ‘국제통화기금’ 채무불이행 국가는 짐바브웨, 수단, 쿠바 같은 개도국이었습니다. 그리스는 서방 선진국 가운데 처음으로 채무불이행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리스 위기상황을 생각해 봅니다.
1) ‘유로존’과 ‘유럽연합’이란 말이 혼용되고 있는데, 양자의 차이를 설명해주시죠!
유럽연합은 28개 회원국과 24개 공용어를 사용하는 5억 인구를 포용하며, 세계총생산의 23%를 차지합니다. 1957년 프랑스, 도이칠란트,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6개국으로 출범했고, 1981년에 그리스가 가입했고, 2013년 크로아티아가 28번째 회원국이 되었습니다. (잠재회원국은 터키와 발칸 국가들입니다.)
유로존은 유럽연합 회원국 가운데 유로를 국가통화로 사용하는 국가를 일컫습니다. 그리스는 2001년 1월 1일 유로존에 가입했으며, 2015년 기준 19개국 3억 3천만 인구가 회원입니다. 유로화를 쓰지 않는 나라는 덴마크, 스웨덴, 영국,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크로아티아, 폴란드, 루마니아 등 9개국입니다. (영국의 입장)
2) 그리스가 유럽의 일원으로 인정받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는 말이 있던데요?
그리스는 신들의 나라였고, 로마가 313년 기독교를 공인했을 때에도 그리스정교를 신봉했습니다. 지중해 세계의 지배권은 그리스에서 로마로 넘어갔고, 훗날 그것은 기독교로 통합됩니다. 1517년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기독교는 천주교와 개신교로 갈라서고, ‘30년 전쟁’으로 오늘날 유럽의 기본적인 틀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그리스는 유럽전체의 종교개혁도 30년 전쟁과도 무관했습니다.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그리스는 15세기 말부터 1829년까지 350년 남짓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습니다. 인간 중심주의를 내세운 르네상스시기에 잠시 주목 받았지만, 1453년 동로마제국 멸망 이후 그리스는 유럽인들의 뇌리에서 망각된 나라였지요. 요한 요아힘 빙켈만이 1764년 출간한 <고대미술사>와 그리스 해방전쟁에 참전한 바이런, 1872년 니체의 <비극의 탄생>으로 그리스는 유럽의 원천으로 자리매김 하게 됩니다.
3) 그리스가 요즘처럼 극심한 재정위기를 겪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유로화는 19개국 공용화폐지만, 유로존의 공동 재정정책은 없습니다.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상황이 상이한데 단일통화를 쓰기 때문에 경제구조가 취약한 나라에서는 재정위기가 빈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언론에도 자주 거명됐던 피그스 (PIIGS) 5개국이 있습니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에스파냐! 이들 나라의 경제구조는 도이칠란트와 프랑스, 네덜란드와 벨기에만큼 튼튼하지 못합니다.
4) 말씀하신 내용이 꽤 추상적인데, 조금 구체적인 얘기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는 2009년 10월부터 과도(過度)한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로 국가부도 (國家不渡) 위험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위기극복을 위해 유로존과 IMF로부터 1,1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2012년에는 1,300억 달러를 추가 지원받았습니다.
문제는 ‘트로이카’(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의 처방이 틀렸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인 스티글리츠 교수와 크루그만 교수의 주장입니다. 스티글리츠는 “5년 전 트로이카가 그리스에 강요한 프로그램은 국내총생산 25% 감소 등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그 어떤 경기침체도 이처럼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은밀한 가족>)
크루그만은 “트로이카의 긴축정책과 유로화 사용이 그리스를 위기로 인도했으며, 트로이카 관리들은 잘못된 선택을 한 몽상가이며, 이들의 주장에 속지 말라. 이제 말도 안 되는 현재 상황을 끝장낼 때다. 그렇지 않으면 그리스는 끝없는 긴축과 끝이 보이지 않는 침체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스트로스 칸의 동조!)
5) 그리스 국내사정에서 원인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던데, 어떻습니까?!
그리스는 부자들의 탈세와 급행료 등으로 악명 높은 나라입니다.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탈세와 투기를 일삼던 그리스 자본가들 때문이며, 위기초기에 외국자금이 투입된 곳도 자본가들의 은행이었다는 겁니다. 트로이카의 해법은 빈곤한 민중의 허리를 꺾고, 부자들의 솜털은 가만두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죠.
6) 재정위기와 관련하여 그리스 국민의 뜻을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된다고요?
트로이카가 제시한 구제금융과 긴축방안 수용여부(收容與否)를 두고 7월 5일 국민투표가 실시됩니다. 그리스 국민들이 트로이카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현 내각은 사퇴하고 총선을 치러야 하며, 제안을 거부한다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해집니다. 그렉시트(Grexit)와 유로존의 연쇄적인 위기, 그로 인한 유럽연합의 붕괴(崩壞)가 가시화할 것인지 초미(焦眉)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첫댓글 그리스 좌파 정부는 관료의 무능과 부패를 척결하고, 부유한 자들의 탐욕에 철퇴를 가할 수 있을까요? .
좌파정부가 그리스를 건강한 사회로 만들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 일정표를 그리고 장기적 일자리 정책을 내 놓고 세계를 상대로 설득 한다면 어떨까요. 설득에 실패하더라도 그리스 스스로 일어날 힘을 얻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그리스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고통을 받아들일 겝니다. 정부, 아니 지도층에 믿음을 가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겠습니까?
행정부와 관료,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회복이 급선무입니다. 탈세와 탈법을 자행하는 부자들 역시 자정 움직임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해결은 장기적인 기획이지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어떻게 끄느냐, 하는 문제가 시급하지요. 팽팽하게 맞서 있는 국민들과 세대갈등의 치유 역시 대단히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리스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한반도 거주민 역시 관심을 가지고 상황을 주시하는 것입니다. 강 건너 등불이 아니라, 우리에게 부여된 시대적 소명도 그리스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능력 있고 재능 있는 한국인들의 고통을 조속히 끝장내는 미래전망과 기획이 나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