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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02.01
괴산 산막이마을과 갈론마을은 지척입니다. 그런데 왕래는 쉽지 않습니다. 달천을 사이에 두고 길은 산을 에둘러 지납니다. 산막이를 비롯해 갈론리, 외사리, 학동리, 사은리가 ‘비학봉마을’로 통하지만 강은 마을을 나누고 시간을 쪼갭니다. 산막이마을에 다다르려면 배를 타든지 1시간 가량 옛길을 따라 걸어야 합니다. 길이 닿지 않는 마을을 찾아 오지캠핑을 떠납니다.
귀양살이를 하던 곳, 산막이마을
적소(謫所). ‘귀양살이를 하는 곳’이라는 뜻이죠. 산막이마을의 시작은 노수신 선생의 적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조선중기 학자인 노수신(1515~1590)은 을사사화에 휘말려 유배생활을 하게 됩니다. 고난의 세월을 견뎌 훗날 영의정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가 귀양살이를 했던 산막이마을은 ‘죄인’이 머물러야 할 만큼 수백년 전부터 오지로 기록됐습니다.
산막이마을이 다시 역사 위로 올라온 것은 노수신의 10대손인 노성도라는 선비 덕분입니다. 선조의 자취를 따라 산막이마을을 찾은 노성도는 마을을 둘러싼 달천의 비경에 반해 ‘연하구곡’이라 이름 짓고 ‘신선의 별장’이라 칭했습니다. 노수신 선생의 적소와 그의 삶을 기리는 ‘수월정’은 산막이마을 안쪽에 남아있습니다. 1950년대 괴산댐이 생기면서 수월정이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그대로 마을 위쪽으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산막이마을은 이름 그대로 ‘산이 막아섰다’는 뜻입니다. 괴산댐이 생기기 전만 해도 마을 앞 달천은 수위가 낮았습니다. 돌다리나 섶다리를 놓고 마을 간 왕래를 할 수 있었죠. 그러나 괴산댐이 생기면서 달천은 물이 불어났습니다. 거대한 호수를 이뤄 ‘괴산호’라 부르게 됐죠. 노성도가 칭송하던 연하구곡은 물 아래로 사라졌습니다. 산막이로 통하던 길도 함께 묻혔죠. 주민들은 나룻배를 타고 바깥마을과 소통했습니다. 그도 여의치 않아 산에 아슬아슬한 벼랑길을 내 50여년을 오갔습니다.
갈론마을 선착장 옆에 텐트를 치고 있다. <사진:이윤정 기자>
산막이마을과 갈론마을을 오가는 조각배. 언 강물 위로 배가 오가는 대신 사람들이 썰매를 타고 있다. <사진:이윤정 기자>
가깝고도 먼 오지마을, 산막이·갈론
괴산댐이 가둔 달천을 사이에 두고 서쪽은 산막이, 동쪽은 갈론마을입니다. 배를 타고 건너면 지척이지만 걸어 가려면 산막이옛길을 따라 괴산댐까지 나왔다가 다시 갈론마을로 향하는 임도(숲을 관리하기 위해 낸 길)를 타야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지로 향하는 길이 요즘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좁고 위험했던 산막이옛길을 괴산군에서 걷기 좋은 산책길로 정비했기 때문인데요. 괴산댐 인근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들머리에서 산막이마을까지 1시간 가량을 천천히 걸을 수 있습니다. 뿌리는 다르지만 한몸이 돼 살아가는 연리지부터 노루샘, 연화담, 망세루, 호랑이굴, 매바위 등 옛길 곳곳에 이야기를 입혀 복원했습니다. 산막이옛길이 입소문을 타면서 주말에는 1000대가 넘는 차량이 옛길 들머리를 찾습니다.
조금 한가한 길을 찾는다면 노루샘에서 등산로를 따라 등잔봉(450m)과 천장봉(437m)을 잇는 길을 택해야 합니다. 등잔봉에 오르면 산막이마을과 한반도지형을 싸고도는 달천의 비경을 맛볼 수 있습니다. 등산코스를 택하면 들머리에서 산막이마을까지 3시간 가량 걸립니다.
갈론마을 선착장과 폐교를 활용하라
산막이마을에는 현재 4가구가 남아있습니다. 산막이마을 하얀집 민박을 운영하는 이강숙 할머니(88)는 20살에 산막이마을로 시집을 왔습니다. 시집을 온 뒤 얼마 안 있어 괴산댐이 생겼죠. 집과 길이 수몰되자 사람들이 점차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물과 산으로 막혀 먹고 살 게 없었지. 고생한 걸 말하면 책을 내도 모자라”라고 말합니다. 산막이마을에서 바깥으로 나가려면 나룻배를 타야하는데 그마저 여의치 않아 아이들은 머리에 책가방을 올리고 헤엄쳐 건너기도 했답니다. 현재 산막이마을에는 4가구가 남았습니다. 대부분 민박과 식당을 운영합니다. 농사를 지어 어렵게 살던 오지는 사람이 드나드는 관광지가 됐습니다.
산막이마을에는 캠핑을 할 수 있는 곳이 따로 없습니다. 길이 끊길 때도 많기 때문에 백패킹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막이를 찾은 캠퍼들이 알음알음 잠을 청하는 곳은 갈론마을 선착장입니다. 갈론마을도 20여 가구가 사는 작은 산촌입니다. 당초 칡이 많이 우거져서 은거하기 좋은 곳이란 뜻의 갈은(葛隱) 마을이었으나 언제부턴가 갈론(葛論)마을로 불리고 있는데요. 겨울이면 호수가 얼어 갈론마을과 산막이마을을 오가는 배가 끊깁니다. 한적해진 선착장 인근에 텐트를 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지가 좁아 알뜰하게 텐트를 쳐도 5동 정도 들어갑니다. 화장실, 개수대, 전기시설 등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화장실은 인근 주민의 집에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조금 더 편안한 캠핑을 원한다면 갈론마을 안쪽에 있는 폐교를 활용합니다. 폐교된 갈론분교는 현재 숲체험관으로 활용되는데 운동장에서 캠핑을 할 수 있습니다. 정식 캠핑장은 아니기 때문에 체험관에 양해를 미리 구해야 합니다. 폐교된 칠성초등학교 외사분교 운동장에서도 캠핑을 청할 수 있습니다. 단 관광객이 많은 봄, 가을에는 운동장까지 주차장으로 쓰이기 때문에 미리 운동장 사용 여부를 마을에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캠핑 Tip 39. 괴산 산막이마을, 갈론마을 오지캠핑
산막이마을과 갈론마을은 달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습니다. 산막이마을은 산과 물에 막혀 한시간을 걸어들어가야 합니다. 갈론마을도 마을까지는 길이 끊겨 있습니다. 대신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임도(숲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길)를 따라 10여분을 들어가야 합니다. 캠퍼들은 주로 갈론마을선착장 인근 공터에서 캠핑을 합니다. 달천과 군자산, 산막이마을 등을 조망할 수 있어 풍광은 좋지만 전기, 개수대 등의 시설은 전혀 없습니다. 차로 오가지 못할 경우도 많기 때문에 백패킹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배낭을 쌀 때는 침낭을 가방 맨 아래쪽에 넣습니다. 가볍고 부피가 큰 물건일수록 배낭 아래쪽에, 무거운 것일수록 배낭 위 등쪽에 넣습니다. 걸을 때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랜턴, 장갑 등 텐트를 칠 때 바로 필요한 물건들은 배낭 바깥쪽에 넣어둡니다.
갤러리
산과 물에 갇힌 마을
산막이옛길
수월정
산막이옛길 옛집
이강숙 할머니
산막이 마을
갈론마을 선착장
텐트 밖 세상
달천을 보며
강을 건너는 사람들
갈론분교
비학봉 마을 노진규 대표
괴산댐
지역정보
가는 길 : 수도권에서 온다면 영동고속도로 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탄다. 괴산IC에서 나와 괴산읍내쪽으로 간다. 괴강삼거리에서 34번 국도를 지나 달성주유소 직전에 우회전해 잠수교를 건넌다. 외사리 정류소 삼거리에서 우회전, 괴산수력발전소 앞에서 다시 우회전하면 산막이옛길 들머리다. 이곳에 차를 주차하면 된다. 캠핑을 하려면 비학봉마을이 관리하는 숲체험관(칠성초등학교 외사분교: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152번지)이나 갈론분교를 찾으면 된다. 갈론마을 선착장에서 캠핑을 하려면 내비게이션에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산5-5’를 입력한다.
기타 정보: 갈론마을 선착장은 겨울 이외에는 캠핑을 하기 어렵다. 겨울에는 배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공터이지만 평소 배가 다니면 북적이기 때문이다. 장소도 협소해 5동 이상 텐트를 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식 캠핑장이 아니어서 따로 예약을 하거나 돈을 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인근에 개수대, 화장실, 전기시설 등이 없으므로 백패킹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조금 더 편하게 캠핑을 하려면 산막이옛길 가기 전 비학봉마을 안내센터(옛 칠성초등학교 외사분교)나 폐교된 갈론분교 운동장을 찾으면 된다. 갈론분교는 군자산 등산로로 바로 연결된다. 또 인근 갈은구곡을 돌아보기 좋다. 아직 정식캠핑장이 아니어서 돈은 받지 않지만 마을 시설을 이용할 경우 비학봉마을 안내센터에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043-832-3527
글·사진·동영상 이윤정 기자 / 경향신문 영상미디어국
글, 사진, 영상을 모두 다루는 기자다.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데 힘쓰고 있다. 트위터(@qtsister)와 블로그(www.qtsister.com)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이메일 yyj@kyunghyang.com
첫댓글 이런, 동영상이나 지도는 스크랩하면 깨지는군요. 이곳은 엄밀하게는 고향 청천이 아니지만 지난번 여기 회원님들도 여행 다녀오신 곳이고 해서 올려봤습니다. 눈내린 겨울 모습도 제법 운치있네요
지난 가을 향우회에서 다녀온곳이랍니다
그래요 괴산군수 임각수님이 심혈을 기우려 단장한 산막이예길이 관광지로 발돋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