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 길 (1) ㅡ 임피역에서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몰라 화려한 날들은 한 번도 오지 않을지도 몰라. 녹슨 기찻길, 허름한 역사 아무도 찾는 이 없고 군산선 완행열차마저 눈길도 주지 않고 흘러가는 간이역.
산티아고 가듯 피레네 산맥을 넘듯 마음의 길 따라 임피역에 가네.
정월 열하루 황량한 옥구 들판을 가로질러 지경리 건널목을 건너네. 종소리도 들리지 않은 만자산 교회 종탑 아래 서성이다 고개를 들면, 아, 두 팔 벌린 한 사내 옆구리에 깊게 옹이 박히고 상처받은 가슴 스스로 어루만져 아물었구나.
안동 하회탈 부네인가 봉산탈춤 말뚝이인가 갈릴리 나사렛에 살던 목수일까, 어쩌면 어쩌면 강도 만난 사람을 위로하던 착한 사마리아인일지도 몰라.
그대는 누구십니까? 물어도, 한 생을 물어도 여전히 침묵하는 당신, 빙그레 웃는 듯, 함께 울어주는 듯 침묵으로만 대답하는 당신.
서른 세 해 당신의 삶을 기억하며 당신을 따르려고 그물을 버렸네,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이베리아 바다를 향해 걸었다네.
국밥으로 빈속을 채우고 대야 오일 장을 기웃거리다가 석화리 보덕리 보석리 지나 임피 술산 임피역 가는 길 나는 무엇을 버리고 얼마나 비워야 할까.
작아서 아름답고 빛나지 않아 고운 내 마음의 간이역, 그 집에 이르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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