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반도체협회가 지난 6월 4일 발표한 4월의 세계반도체 매출액은 <도표1>에 나타난 바와 같이 전년동월 대비 1.6% 증가한 199억2,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인 3월의 전년동월대비 증가율 3.2%보다 더 둔화된 것이며 전월대비 증감률도 -2.1%로 감소를 나타났다. 또 2006년 11월 월 225억 달러로 최고 매출액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26억 달러(-11.6%) 이상 감소한 것이 된다.
<도표1> 세계 반도체 시황 월별 추이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또 우리 연구소가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반도체 평균단가는 2004년 초에 160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지속하여 최근에는 80까지 하락함으로써 2004년 초 수준의 절반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반면, 세계 반도체 수요는 2006년 중반부터 약보합세를 보였으나 2007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반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부터 세계 반도체산업은 2007년부터 반도체 수요 면에서는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2005년부터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간의 경쟁적인 설비투자 확대로 인해 수요증가를 초과하는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로 인해 가격하락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추론된다.
구체적으로, <도표2>에 나타난 바와 같이 플래시메모리의 경우,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일본의 도시바와 소니, 미국의 인텔, 유럽의 STM 등 주요 반도체업체들간의 설비증산 경쟁이 2005년부터 본격화되면서 지속적인 수요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한때 10달러 선에 육박하던 가격이 최근 2달러 선까지 곤두박질 치는 급락세를 보일 정도로 공급과잉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도표2> 메모리제품 수급 동향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디램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일본의 엘피다, 미국의 마이크론, 유럽의 인피니온 등이 주요 공급업체라고 할 수 있는데, 디램의 평균단가는 2004년 초 3.7달러까지 육박하여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렸으나 2005년부터 이미 공급과잉 압력에 노출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2002년 미국 법무성이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일본의 엘피다,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유럽의 인피니온 등 5개사가 가격담합 협의로 기소되었고 2003년 말에 마이크론사, 2004년, 인피니온 그리고 2005년에는 세계 최대 디램 공급업체인 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유죄판결을 받음으로써 2005년에 디램 평균단가가 2.5달러 전후 수준으로 급락하였다. 2006년 말 윈도우 비스타가 출시됨에 따라 디램 수요가 급증한 영향으로 2007년 초에는 3.2달러까지 급등하였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윈도우 비스타 판매로 인한 수요 증가가 기대에 못 미칠 뿐만 아니라 디램 가격이 1.9달러까지 급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말하자면 <도표2>에서 디램 수요 증가는 거의 투매에 가까운 과잉재고 처리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외신보도에 의하면 삼성전자는 6월 15일 미국에서 현지생산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애플 등 대형고객이 많은 미국시장의 수요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 35억 달러를 투자하여 공장을 건설하고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임을 밝혔다.
삼성전자가 플래시메모리를 미국에서 현지생산 하는 것은 처음으로, 애플사의 iPod 등 휴대용 음악플레이어 보급이 확산됨에 따라 플래시메모리에 대한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iPod는 2002년 발매 이후 최근까지 1억 개 가량이 팔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애플이 6월말에 발매하는 휴대전화기인 ‘i폰’에도 플래시메모리가 내장될 예정이어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내 플래시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생산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체제를 갖추기로 했다고 한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공장부지 내에 제2공장을 건설했으며, 삼성전자의 해외공장으로는 처음으로 300밀리 웨이퍼를 채용한다. 회로 선폭도 51나노 미터로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16기가 비트 NAND형 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한다. 생산량은 300밀리 웨이퍼 환산으로 월 2만장부터 시작하여 점차 확대해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미국 현지생산 확대를 계기로 삼성전자는 한국의 기흥과 화성 단지를 최첨단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R&D) 거점화로, 미 오스틴 단지는 미국시장을 위한 생산거점으로, 그리고 중국 쑤저우(蘇州) 단지는 조립과 패키지 기지로 육성해 글로벌 분업 생산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언론보도에 의하면 지난 주 일본 반도체회사인 도시바는 2008년 6월까지 주력제품인 플래시메모리 제품의 생산능력을 올 3월말 시점의 1.7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 가을에 가동을 시작하는 제4공장(미에현 욕가이찌시 소재)의 장비도입 계획을 반년 앞당기고 300밀리 웨이퍼 환산으로 월간 26만장으로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최근 플래시메모리 가격이 급락하고 있지만 플래시메모리의 PC 탑재가 본격화되는 등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에는 한국의 삼성전자 생산능력을 상회하여 세계 1위로 올라설 전망이라고 한다.
도시바는 이미 욕가이찌(四日市) 공장에서 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하고 있는데, 올 9월말에 제3공장이 풀가동에 들어가고 12월까지 제4공장이 양산에 들어가는 식으로 점차 생산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제4공장의 증설 계획을 대폭 상향 조정한 것이다. 제4공장 증설을 위한 투자액은 800억엔으로 제휴처인 미국 산디스크(Sandisk)사와 반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도시바의 플래시메모리 증설투자 계획 발표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플래시메모리 가격이 최저 수준으로 급락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미국 현지생산 투자에 대항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은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일정수준 이상의 시장점유율과 기술개발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탈락하는 과점적 경쟁 산업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가격급락으로 시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양호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략적인 공격투자를 전개하는 삼성전자에 대항하기 위해 2위 업체인 도시바도 증설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플래시메모리 생산 세계 1,2위인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증설투자 경쟁을 벌이게 됨에 따라 플래시메모리 가격은 지속적인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급과잉 압력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여 적어도 당분간은 현재의 가격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댓글 Q2 는 삼성이나 하이닉스나 고전할 듯 보입니다. 소폭적자 혹은 약간 흑자선에서 끝나지 않을까 예상되는데 하반기 양자간의 공급경쟁이 치열하겠네요. 말씀하신대로 공급전쟁에서 결국은 돈만은넘이 이기는 구조겠죠. 요즘 ASP가 좀 오르는가 싶더니 하이닉스 주가가 오늘은 간만에 날라갔네요. 하이닉스경우 올해 CAPEX만 4조가 넘어가는데 아직까지 잘 버티는걸 보면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곤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소장님께서 상반기에 경고하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반도체 업계는 완전 죽을 맛입니다. 오죽하면 한번도 성과급 50%이하로 떨어진적 없던 S사 반도체 사업부의 성과급이 50%이하로 떨어졌다는 설까지 나돌까요... 가장 결정적 에러는 윈도 비스타인것 같습니다. 이게 무수한 버그로 교체 수요를 이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램을 3.5기가 이상 쓰지 못하는 윈도 XP의 특성상, 그리고 램 구성상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2GB에서 더이상 램을 안늘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매니아층은 8기가, 파워유저급이 4기가 일반 유저가 2기가정도 쓸텐데 대부분 2기가에서 머물러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