釣車
陸龜蒙
溪上持只輪(계상지지륜)
시내위 낚시실패 하나 쥐고
溪邊指茅屋(계변지모옥)
시내가 띠집을 가리키네
閑乘風水便(한승풍수편)
바람과 물결이 편안하여 한가하건만
敢議朱丹轂(감의주단곡)
감히 붉고 화려한 낚시실패를 나무라네
高多倚衡懼(고다의형구)
너무 큰 저울대(낚시대)가 놀라운데
下有折軸速(하유절축속)
굴대가 아래로 빠르게 꺾이네
曷若載逍遙(갈약재소요)
어찌 이걸 갖고 한가롭게 노닐 수 있나
歸來臥雲族(귀래와운족)
구름나라 사람처럼 누워서 돌아오네
육구몽의 조구시(釣具詩)로서 조거는 요즘의 릴낚시와 비슷한 것인데 지금의 릴낚시와 좀 다른 건
릴대(낚시대)가 요즘보다 많이 짧았다는 점이다.
조거(釣車)를 한자 그대로 직역하면 낚시수레가 되는데 "마원"이 그린 한강독조도에 보면
수레바퀴 모양의 얼레에다가 짧은 낚시대를 연결한 모양으로 릴낚시와 비슷한데 방파제에서
구멍치기할 때 사용하는 대가 짜른 소형릴낚시와 흡사해 보인다.
고급스런 조거를 하나 들고 배타고 나가서 낚시를 드리우니 낚시조건이 최상이건만 입질이 없어서
조거를 살펴보니 조거의 낚시대가 너무 길고 굴대가 아래로 너무 빨리 꺽이는 듯 하여 이런 장비를 가지고
낚시를 하는 건 글렀다는 생각에 배에 누워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1,2연은 개울위에서 조거를 드리우니 조거의 낚시대가 시냇가 띠집을 가리킨다는 의미일 듯 하다.
6연의 축(軸)은 수레의 가운데 끼우는 굴대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낚시대를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낚시수레(릴)를 돌리는 손잡이로 해석하는 게 5연의 저울대(형(衡))와 중첩되지 않아 보인다.
낚수꾼은 장비 탓하면 안되는데 ㅋ~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육구몽은 거의 조선(釣仙)의 경지에 이른 분이라 워낙 모양에만 치중한
누군가에게 선물받은 조거 였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