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름아, 바다야(4호선 오이도행)
모처럼 한가한 주말 오전, 엄마의 잔소리에 필요이상으로 일찍 일어난 김 대리는 아껴뒀던
비장의 지하철 여행지를 떠올렸다. 바로 지하철 4호선 오이도행 열차의 종착역 오이도다.
짭쪼름한 바다냄새,
방파제 위 조신하게 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빨간 등대와 손대면 말캉할 것 같은 출렁이는
바다!! 역시 여름하면 바다 아니겠는가?! 더욱이 조개구이와 바지락칼국수 등 먹거리도
푸짐하다. 더 이상 지체하는 것은 시간낭비. 재빨리 준비를 마친 김 대리 출발 직전의
지하철에 올라탔다.
오이도는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
일몰까지는 아직 시간이 넉넉해 4호선에 올라탄 김에 근처의 여행지도 함께 둘러보기로
했다. 지하철 노선도를 눈으로 훑어보던 김 대리의 시선을 사로잡은 첫 번째 여행지는
대야미역이다. 도심의 벽화마을과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전원 속 벽화마을
납덕골로 가는 길목이 바로 대야미역이다. 행동하나는 재빠른 김 대리 냉큼 대야미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갔다. 봄, 가을철이라면 한적한 시골길을 걷는 즐거움을 만끽해도
좋으련만 여름햇살이 너무 따가웠기에 김 대리는 2번 출구 앞에서 매시간 정각에 출발하는
노란색 마을버스(1,2번)을 이용했다.
1시간 정도 달려 납덕골에 도착!
납덕골이란 ‘산속의 넓은 골짜기’란 뜻으로 오랜 세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던 시골
마을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자랑한다. 특히 허름한 시골담장을 채운 알록달록한 벽화들이 오랫도록 시선을 잡아두는 곳. 김 대리 정류장 앞의 슈퍼에서 시원한 물을 한 병 사들고
신나게 셀카 삼매경(셀프 카메라)에 빠졌다. 욕심 같아서는 갈치저수지와 반월저수지까지
두루 둘러보고 싶지만 다음 행선지를 마음속으로 미리 정했던 터라 다음을 기약하며
버스에 올랐다.
![벽화마을, 납덕골, 바지락칼국수](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cheumzine.co.kr%2Fwp-content%2Fuploads%2F2013%2F07%2F24.jpg)
![지하철 4호선 노선도](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cheumzine.co.kr%2Fwp-content%2Fuploads%2F2013%2F07%2F34.jpg)
납덕골 벽화마을 인근 관광지 이용 Tip
1. 갈치저수지에서 납덕골로 이어지는 중간쯤에 숨어있는 당숲은 100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는 고목군락지다. 서어나무, 너도밤나무 등 고령의 전래 수종으로 이루어진
자연림은 국내에서 드물다. 놓치지 말 것.
2. 갈대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갈치저수지와 반월저수지 역시 납덕골에서 지척이다.
특히 반월저수지에서 감상하는 노을은 ‘반월낙조’라 불리는 군포 8경 중 하나다.
3. 갈치저수지에서 반월저수지까지의 7km의 산책로는 군포의 숨겨진 명소다.
4. 납덕골에서 표지판을 따라 수리산자락을 오르면 신라의 고찰 ‘수리사’도 구경할 수 있다
실제로 양귀비꽃을 제대 본 적이 없는 김 대리는 4호선 여행지 중 고잔역이 있다는
사실에 내심 쾌재를 불렀다. 고잔역에서 하차, 2번 출구로 나와 걷다보면 수인선
협괘철로(수인선은 보통철로보다 좁은 협궤철로를 사용했으나 운행을 중단했다)를
사이에 두고 하늘하늘한 양귀비 꽃밭이 펼쳐진다.
진한 붉은빛을 머금은 양귀비꽃이 햇살아래 반짝이는 청보리와 함께 흔들리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사그락, 사그락 바람이 청보리와 양귀비꽃을 흔드는 소리에
한참을 빠져있던 김 대리 문득 천둥소리를 들었다. 마른하늘에 웬 천둥? 주위를 둘러
보다 소리의 진원지가 자신의 뱃속임을 깨닫고는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고잔역 관광지 Tip
1. 협괘철로 주변의 사진촬영을 위한 조형물을 이용하면 재밌는 사진을 남길 수 있다.
2. 철길위로는 여운을 남기는 다양한 글귀가 새겨져 있으니 놓치지 말자.
3. 청보리와 양귀비꽃밭은 고잔역과 중앙역 사이 3km 구간에 조성돼 있다.
4. 주변에 편의점 등이 없어 간단한 군것질거리와 음료 등은 미리 챙겨가는 것이 좋다.
5. 8월부터는 해바라기밭이 펼쳐져 색다른 풍광을 선사한다.
6. 고잔역에서 버스로 10분 정도 걸리는 ‘안산호수공원’은 산책로가 잘 조성돼 걷기좋다.
은근 알짜배기 볼거리가 많은 4호선은 여행은 다음에 한 번 더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오늘의 하이라이트 오이도를 향해 go go!!. 역에 도착하자 마음이 급해진
김 대리. 오이도역 2번 출구로 나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30-2번을 타고 오이도
선착장으로 직행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빨간 등대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는 곧장 해물칼국수집으로 향했다.
욕심 같아선 조개구이에 소주 한 잔이 간절하지만 오늘은 칼국수로 아쉬움을 달래보기로
한다. 그렇다고 해서 칼국수의 맛이 덜한 건 절대 아니다. 국물은 감칠맛이 있고 후르륵
넘어가는 면발은 쫄깃하다. 국물까지 깨끗이 비워 낸 김 대리 때 마침 시작된 오이도의
낙조를 보기 위해 방파제로 나섰다. 서해안의 낙조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힐 만큼 일품인
오이도의 낙조는 장엄하기 그지없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태양이 주변을 온통 주홍빛으로 물들이면 그 빛을 반사하는
바닷물은 황금색으로 출렁인다. 이른 아침부터 이 풍광을 보기 위해 달려온 김 대리.
오늘도 지하철 타고 잘~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