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큰한 국물 맛이 혀를 감싸고
복 요리를 먹고 죽었다는 기사가 가끔 눈에 띈다. 복을 기이하게 즐기는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런 게릴라 식도락가들은 혀 끝에 느껴지는 알싸한 맛 때문이거나 독이 몸에 좋다는 속설을 믿었다가 며칠 동안 마비증세를 겪거나 심하면 죽게 되는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복요리 전문점 ‘해빈촌’의 주인은 그런 속설을 단호히 부정한다. 그리고 안전한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하여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이 집에서 주목할 메뉴는 복 샤브샤브. 다른 집은 ㎏당 팔기 때문에 한둘이 샤브샤브를 즐기기 어려운데 이 집에서는 1인분에 1만8000씩 팔고 있어 한둘이 가도 괜찮다. 참복 사시미도 좋긴 하지만, 선동한 복을 잘 해동시켜 내오는 샤브샤브 요릿감의 육질도 쫄깃하고 신선한 편이다.
복이 많이 나는 철에는 살아 있는 참복을 내오기도 한다. 다시마.멸치.복 말린 것.무.파를 넣어 진한 육수를 만들고, 상에 함께 내 오는 신선한 배추.표고버섯.팽이버섯.미나리 등을 육수에 넣어 끓이면 시원하고 들큰한 국물 맛이 혀를 감싼다. 살을 익혀 먹고 야채와 국물을 먹고 나면, 남은 국물에 밥을 비벼 먹을 수도 있다.
복 지리나 복 매운탕도 있고, 당일 잡은 복으로 요리하는 당일바리, 복 수육 등 다양한 메뉴가 갖추어져 있다. 밑반찬이 정갈할 뿐만 아니라 식당 전체가 정갈하다. 주인 오덕상씨의 깔끔한 정서가 배어 나온다.
일찍 일본에서 요리전문대학을 나온 후 일본의 호텔에서 요리사로 근무를 한 탓인지 복요리의 정수가 느껴진다. 식당에 일본 아악연주 달력이 걸려 있기에 물었더니, 일본 영사도 자주 들린다고 한다. 까다로운 입맛을 잘 맞추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유학시절 배운 색다른 요리비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일이 시작되기 전에 만반의 채비를 꼼꼼히 하고 신용을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비법이라는 것이 칼을 쓰는 요리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손님 위주의 경영을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였다. 주인은 여름 비수기를 위해 복냉면을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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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남 춘(제주대 국문학과)
제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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