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적으면서 무심결에 한 마디 하니
짙은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중국인 아가씨가 '씨익'하고 웃는다.
같이 '니하오~'하면서...
잘하지는 못하지만, 중국어로 손짓발짓하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알고보니 영어를 꽤 잘하였다. 한국어도 몇마디 하는데 다행이다 싶다.
그래도 영어로 말하는 게 쉬워서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I am Sigolbus. Glad to meet you."
"I am Li Hua. Glad to meet you, too."
"I am happy to come to Beijing because I have wanted to visit here."
그녀의 이름은 이화(李華)였다.
처음엔 어깨에 3살배기 아이크기의 비디오카메라를
어깨에 들처메었기에 방송국에서 취재나온 줄 알았다.
'여기도 방송국에 근무하는 아가씨들은 예쁘구나.'라는 생각을 하였고
한국에서 손님들이 많이 오니까 신기해서 취재나온 줄로 생각했다.
정말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같은 생각이지만,
우리일행은 모두 120명이었고 하나같이 어른들이었고
우리가 관광버스를 타고 북경시내에 갈 때는
경찰차가 우리를 지리를 안내하였으니
우리는 정말 굉장한 사람들이구나, 하는 착각을 한 것이다.
그러니 방송국에서 취재나온 줄로 착각할 밖에...
이화라는 중국아가씨는,
화사한 장미꽃이 군데군데 그려진 연분홍 원피스를 입었는데
무척 예뻤다.
우리가 영화나 사진으로 보아오거나 알고있던
세수도 제대로 못하고 제대로 몸단장도 안하는
촌스럽고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모습이 전혀 아니라
서울시내를 걸어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세련되고 멋지고
잘 다듬어진 외모와 옷차림을 하였다.
연분홍색 장미꽃 그림의 원피스와 덩치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디오카메라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미인은 무엇을 먹던, 입던, 하던(?)
미인이었다.
얼굴모습도 한국미인보다는 일본미인닮아서
언뜻보면 일본인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사하게 생긴
연분홍 장미꽃 원피스와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얼굴이었다.
사진도 여러장 있었는데,
망할 마눌님께서 여자와 찍은 사진이란 사진은
보는족족 능지처참을 시킨 통에
중국인 아가씨와 찍은 사진은 한장도 남아있지 않고
더구나 학교다닐 때 여학생과 찍은 사진 마저도 없다.
여자의 질투심이 이렇게 무서운 줄은 나중에 알았지만...
그렇게 시작된 대화가 무척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대답하고 하는 사이에 친해졌다.
'드디어 나도 중국아가씨와 사고를 치는구나.
아니, 안재형-자오즈민같은 국제결혼을 할 지도 모르겠구나.'하는
환각에 빠져들었다.
본래 남녀의 대화라는게 시시콜콜하고 지리따분해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짜증도 나고 귀에 곰팡이가 슬겠지만
나는 즐거웠고 재미있었다.
처음엔 그냥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사람들의 혼잡한 무리에 섞여 백두산 구경이나 하고 말지 뭐,
했는데 나에게도 이렇게 즐거운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망발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화씨와는 별다른 내용없이 그냥 이야기를 하였는데
무척 상냥하고 밝게 웃고 말씨가 예쁘고
선녀가 하강한 듯한 느낌이 들어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당연히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Where do you live now?"
"Beijing."
"Beijing is very beautiful. I love it."
"Really. Thank you. But I don't like Beijing."
"Why? I think you like it, too."
"Why do think so?"
"As I told you Beijing is beautiful and you live here, you will like it, I think."
"It's not true. I want to leave here and go somewhere."
이런 생각이나 말은 누구나 할 법이어서 그럴 수도 있으이라 생각했다.
이화씨는 자신의 현 입장에 불만이 많았다.
자신은 얼굴도 예쁘고 능력도 있고 영어도 잘하고
무슨 일이든 달려들어서 잘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모양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고향은 북경은 아니고 멀리 떨어진 곳인데
조그만 사업을 하는 남자친구와 같이 생활하는 중이었고
별로 탐탁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내가 다시 물었다.
"Then, where do you want to go?"
"Korea"
"Korea? Why?"
"I know some Chinese who have been there got much money.
If I go there, I want to make much money."
이 대목에서 할 말이 막혔다.
도대체 한국에 와서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벌겠다는 것인지
내 생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얼마의 한국인들이 일본에 불법취업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나
미국에 바득바득 불법으로라도 가려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가기는 한다.
당시만 해도 한국돈은 중국에서 꽤 쓸만하였고
적은 돈으로도 넉넉하게 지낼 수 있었다.
당시 한국돈의 대(對) 위엔화 환율이 1:100이던가 좀 안되던가
싶었다.
중국에 와서 돈을 쓰는 한국인들을 본 중국인들의 눈에
한국에 가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만 해도 중국물가를 우습게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많았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였으니 말이다.
하여간 이화씨의 말을 듣는 순간,
나의 눈이 뒤집어졌고 나의 엉큼한 야성이 표출되는 상황이었다.
'잘됐다. 꼬셔서 결혼해서 한국가자고 해야지...'
첫댓글 시골 버스님 하도 오래 글이 없으셔서 운행 중단 하신줄 알았어요. 차 수리라도 하신건가요^^~
요즘 정신없이 바빴어요. 지난 두달간... 앞으론 꾸준히 버스를 운행할게요~ *^^*!
아프시지 않고 바쁘셨다니 좋은일 맞죠.. 영양가있는 일들이었음 좋겠네요. 앞으로는바쁘신가운데서도 짬짬이 좋은글 접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