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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경향 12월호> 어머니와 함께 패션쇼 무대 나란히 선 양희은 가수 양희은이 어머니와 함께 패션쇼 무대에 섰다. 봉제 기술 교육 센터 ‘수다공방’이 연 패션쇼다. 똑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고 손을 꼭 잡은 채 걷는 어머니와 딸. 양희은 모녀의 아주 특별한 패션쇼 이야기. 지난 11월 9일, 서울 동대문에 자리한 서울아트홀에서 ‘수다공방’ 패션쇼가 열렸다. 수다공방은 동대문 봉제 노동자들을 재교육시키는 훈련 기관으로,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전순옥씨가 대표로 있는 참여성노동복지터가 설립한 곳이다. 수다공방 패션쇼는 1960년대 산업화 이후 산업화 시대의 역군이면서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박봉에 시달렸던 아줌마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자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패션쇼 주제는 ‘창신동 아줌마 미싱에 날개 달다’였다. 미싱에 날개를 달았으니 이젠 바람을 일으킬 때. 두 번째 패션쇼 제목은 ‘바람나다’다. 수다공방 패션쇼를 기획한 전순옥 대표는 “여성 봉제사들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루 15, 16시간씩 땀 흘리며 아름다운 옷을 만들어내는 주인공이지만, 값싼 중국 상품에 밀려 근무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며 “이번 패션쇼는 고급 봉제 기술을 익혀 품질로 승부하는 교육생들이 자신의 작품을 입고 무대에 서는 축제`”라고 말했다. 오후 6시, 드디어 패션쇼의 막이 올랐다. 모델은 수다공방 노동자들이 대다수였다. 자신들이 만든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른 것이다. 처음 서는 무대이기에 긴장도 많이 하고 걸음걸이도 서툴렀지만,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모델로 나선 것에 대한 자부심만은 숨길 수가 없었다. 무대 위 모델들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패션쇼의 맨 마지막 모델은 양희은이었다. 양희은은 그의 어머니 윤순모(77) 여사와 함께 걸어나왔다. 같은 디자인, 다른 색상의 옷을 입고 있는 양희은 모녀. 수줍은 듯 미소를 짓는 윤순모 여사와 당찬 얼굴로 한 걸음씩 내걷는 양희은의 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모녀가 꼭 잡은 두 손도 인상적이었다. 패션 디자이너 어머니와 봉제 노동자들의 인연 양희은 모녀가 이번 패션쇼에 함께 설 수 있게 된 데는 윤순모 여사와 봉제 노동자들과의 특별한 인연이 계기가 됐다. 윤순모 여사가 1960년대 후반부터 1990년까지 20년 넘게 서울 명동 일대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봉제 노동자들의 세계를 접했던 것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수다공방의 패션쇼 제안에 양희은은 아주 흔쾌히 승낙했지만 어머니 윤순모 여사는 사양했다고 한다. “다 늙어서 쑥스럽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결국 “같이하자”는 딸의 말을 거절할 수 없어 패션쇼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윤순모 여사가 패션쇼에 참가하게 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생계를 위해서 밤늦게까지 미싱을 돌리던 직원들 기억이 생생하다. 힘들지만 한 길을 걸어온 그분들이 패션쇼를 연다는 게 기특하고 훌륭해 격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봉제 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패션쇼에 나선 윤순모 여사. 그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번 수다공방 패션쇼로 인해 윤순모 여사는 31년 전 자신의 양장점에서 일하던 직원을 만났다고 했다. 패션쇼에 참가하는 모녀의 몸 사이즈를 재기 위해 찾아온 수다공방 강사 김은애씨가 바로 그 주인공. 김은애씨는 “윤 선생님은 명동에서도 잘나가는 디자이너였고, 미싱사 옆에서 일하던 시다(보조)였던 나에겐 우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수다공방 패션쇼의 마지막 모델로 나선 양희은이 축하 노래를 선물하는 것으로 패션쇼는 막을 내렸다. 봉제 노동자들과 관객들이 하나 되는 마음으로 그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양희은의 노래를 사랑하는 이라면 연말에 있을 그의 콘서트를 찾아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양희은 콘서트는 오는 12월 25일부터 31일까지 호암아트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이번 콘서트는 일반 콘서트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진공관 앰프를 사용해 디지털 장비가 따라올 수 없는 소리의 깊이를 느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늘 푸른 정신으로 노래하는 양희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앞으로 부를 새로운 곡”이라고 말하는 그 앞에서는 세월마저 그 무게를 잃어버린 느낌이다. ■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 이성훈 |
첫댓글 어머니 사랑 넘 멋져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