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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차 대아리 옛 댐의 무넘이의 댕기머리만 보여 준 운암산 정상
산행지 : 고산 운암산(597m)
산행일시 : 2007년 2월9일 금요일 흐림 13:30-15:30
참여 : 소현숙, 전귀옥, 김미순, 김삼중, 김자미, 김지선, 김용수, 김수영(8명)
2월8일 졸업식을 마치고 2월9일 종업식을 하기에 종업식을 마치고 금요일 산행을 하
는 것이다.
종업식날 교무실 창밖 흐릿한 모악산을 바라보며 병술년의 하늬뫼 산행 55회를 더듬
어 본다.
2006학년도 하늬뫼 산행을 매주 화요일 하다보니 55차 산행으로 1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러 가버리고 만 것이다.
때론 야간 산행을 하면서 자연의 세상인 어둑한 산 속의 숲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았
고, 아침 새벽 어두운 밤길을 헤치고 장엄한 해돋이를 바라보며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고마움을 수없이 느낌으로써 우리 뇌를 맑게 그리고 젊게 하여준 산에 무한히 감사
드리고 싶다.
이러함 때문인지 우리 하늬뫼님들 모두가 천석고황병(泉石膏?病), 다시 말하면 자
연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견디는 몸에 좋은 병에 들어버린 것이다.
드디어 종업식을 마치고 1진은 먼저 출발하고 2진은 김삼중 선생님 차로 가면서 산행
시간을 아끼기 위하여 준비해 온 김밥, 양갱, 귤 등으로 대용식을 차 속에서 마치고
고산-대전간 새로 난 도로를 타고 경천방면으로 곧장 가야 하는데 고산 읍내로 길을
잘못 들어 가는데 가던 날이 장날이란 말이 사실인 듯이 대목장으로 좁은 도로가 아
주 번잡하여 곡예운전하며 헤쳐 간다는 것이 고산 수목원이 아닌 고산 휴양림으로 들
어서 버리고 만 것이다.
조수석에 앉아 길 안내를 하는 나는 미안하기가 그지없어 안절부절해진다.
그렇잖아도 가득이나 길눈 아두워 잘 헤매는 나인지라 얼굴만 붉어진다.
새로 난 도로를 처음 접해보는지라 이런 실수를 한다며 궁색한 변명을 하니 그럴 수
있지 않겠느냐며 날 안심시켜 주기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이정표도 없는 천변도로를 타고 가면 구도로와 만날 것 같아 갔지만 엉뚱한 길에 들
어 후진하여 다시 고산 읍내로 들어가 구도로와 만나는 길을 찾아 수목원으로 가는
중에 전귀옥 선생에게 전화하여 우리 차는 고산 대아리 전망대 하산 지점에 주차하면
어떻겠느냐고 하니 오늘 산행 시간이 짧아 오른 곳으로 하산하자 한다.
파란 고산 대아리 호수길을 달려 수목원 주차장에 이르니 소현숙 선생님이 우릴 반긴
다.
운암산 임도를 따라 오르면서 시계를 보니 13시30분이다.
작년 1월에 왔던 곳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기분이다.
새로운 사람과 왔던 곳을 가면 이상하게도 새로운 기분이 든다는 말을 하니
‘누구랑 같이 가느냐 그게 중요한 것이다.’ 라며 모두 웃는다.
자갈길인 임도가 끝나고 솔잎이 널린 오솔길로 접어드는 가파른 길이 시작되는데 은
은한 솔향과 발끝에서 느껴져 오는 부드러운 솔잎의 느낌이 상쾌하기만 하다.
바로 이러한 맛을 느끼려 산에 찾아들지 않는가 말이다.
주차장에서 산에 오를 때만 해도 찬바람이 불어 배낭속의 조끼를 껴입고 손에는 장갑
을 끼고 출발했으나 산속에 들어서자 바람 한 점 없고 오르막길이 우리에게 땀을 주
기에 우리는 잠시 쉬면서 껴입은 옷을 벗어 다시 배낭속에 넣는데 김용수 선생님의
파란 짚업티셔츠가 산뜻하기에 새 옷 자랑을 해보라고 권하니 구수하게 자랑한다.
지친 우리에게 또 한 번의 활력소를 불어 넣어주기에 우리는 웃음으로써 보답했다.
나도 거기에 질세라 나의 새로운 장갑을 들어 보이며
“이 장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느 모 여선생님께서 출산휴가를 잘 마치고 학교에
돌아오셔서 자기 반 부담임 일을 맡아 수고했다며 답례로 선물 받은 것이라오.
아, 글쎄 사적인 일도 아니고 의무사항인 공적인 부담임일을 잠시 했을 뿐인지라 극
구 사양했으나 성의 표시라며 주시기에 받았는데 계면쩍기가 말할 수 없다.”
라고 말하며 그렇잖아도 작년 12월에 등산장갑이 욕심이 나 사려했으나 지금 장갑이
아직 쓸만하여 내년에나 사려고 했는데 어쩌면 이렇게 내가 필요한 물건을 알아 선
물했는지 그 선생님께 정말 고맙다고 몇 번이나 말끔 드렸다고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참여한 김자미 선생의 멋진 등산모, 요즘 유행하는 약간 헤진 모양
의 모자 자랑 등의 소박한 자랑으로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가쁜 숨을 잠시 숨고르기
하는 우리에게 기쁨을 주어 힘을 솟게 한다.
이러한 소박한 자랑은 이러한 곳이 아니면 어디에서 할 수 있으랴.
산은 욕심많은 인간들을 이렇게 소박하게 아주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도록 깨우쳐
주기에 우리는 이렇게 밤이나 낮이나 눈 오는 날이나 비 오는 날에도 산을 사랑한다.
쉼을 마치고 구불구불하고 좁은 오솔길을 오르는데 솔잎이 아닌 갈색 낙엽이 두툼하
게 깔려 있는데 어제의 많이 내린 겨울비로 목욕해서인지 낙엽들이 산뜻하고 촉촉하
여 마치 가을 산행을 느끼게 한다.
숨가쁜 오르막길이 끝나고 드디어 산 능선 평평한 곳에 이르러 김용수 선생님의 배낭
속에서 푸짐하게 나오는 깻떡, 팥고물떡, 흑미로 빚은 가래떡 등을 떡집처럼 진열해
놓고 식성대로 골라 먹는데 난 팥고물을 좋아하는지라 팥떡을 집어들어 보니 쫀득쫀
득하고 팥고물이 달짝지근하여 한 입 가득 물어보는데 속에 주홍색의 호박까지 씹히
는데 참 별미다.
막내 김지선 선생이 팥떡을 널려진 팥고물에 찍어 먹는 것을 보고 소현숙 선생은 팥
고물만 먹고 속살만 주어보라고 하기에 우리는 웃으며 식성도 좀 특이하다며 웃었다.
사람마다 성격 차이가 나기에 소설에서 인물을 말할 때 인물이란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성격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식성도 성격처럼 사람마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게 참 재미있다.
산중의 푸짐한 떡 잔치를 마치고 정상을 향하여 가는 중에 떡 잔치의 쓰레기를 비닐
봉투로 담아 한 손으로 들고 가다가 불편해서인지 둘러 맨 배낭을 벗지 않고 한쪽만
돌려 배낭에 넣는 모습이 마치 아길 업고 들일 나간 아낙이 젖 달라고 보채는 아기를
업은 체로 포대기에서 돌려 젖을 물리는 모습과 같다며 웃으니 뒤따라오는 전귀옥
선생님도 웃으며 이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며 빠른 동작으로 셔터를 누른다.
김용수 선생님은 참 고맙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산행 때마다 무거운 짐은 도맡아 배낭 속에 넣고 가다가 쉬는 시간엔 귀찮아하지 않
고 배낭을 풀어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주고, 쓰레기는 깔끔히 처리하는 모습이 참 아
름답다.
과학 선생님이신지라 산행 중에 궁금한 자연현상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하여 우리
의 견문을 넓혀줄 뿐만아니라 자연현상을 과학적으로 구수하게 설명하여 주신 덕분
에 자연현상에 대한 상식을 일깨워 주어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운암산 산행은 초보자들에게도 산행하기가 참 좋은 곳이다.
오르막 길이 좀 가파라 힘들만 하면 평지나 내리막 길이 나와 참 좋다.
김삼중 선생님과 유정 선생님의 산행 스타일이 반대여서 참 재미있다.
김선생님은 오르막길은 거침없이 잘 오르는데 내리막길은 꺼려하여 아주 조심스러워
하는 반면에 3학년 업무때문에 오늘 산행에 참여하지 못한 유정 선생님은 오르막길
은 힘들어하는데 내리막길은 제비처럼 날렵하다. 뿐만 아니라 산중에 설치된 밧줄도
아무 두려움 없이 타고 내려온다.
마치 로프 산행을 즐기는 것처럼······.
산행길에 나서다 보면 이러한 개인차가 나타나는 점을 볼 수 있어 재미있다.
오랜만에 참여하는 김미순, 김자미 선생님을 걱정했으나 평소 체력이 좋아 거뜬하게
오르며 힘들어하지 않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소현숙 선생님은 강천산 산행 때 금성산성 돌밭에 넘어져 아주 힘들었다는데 우리 일
행에게 누가 될 것 같아 내색도 하지 않고 고통을 참고 강행군하다가 조금 이상하다
싶어 병원에 가서 사진 촬영하여 보니 다행히 골절상은 없고 타박상만 입어 대침으로
치료하였다 한다.
드디어 정상에 이르러 발아래 펼쳐진 고산 대아리 호수가 한 눈에 들어와 땀에 젖은
우리를 시원하게 해 준다.
아쉬운 점은 날씨가 흐려 주변의 연봉들을 자세히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날씨만 쾌청했더라면 우리가 전에 산행했던 운장산, 연석산, 대부산, 장군봉 등을 볼
수 있을텐데 아쉽다.
정상에는 누가 쌓았는지 자그마한 돌탑이 서 있다.
대아리 호수를 감탄스럽게 바라보면서 호수 서쪽을 가리키며 길게 드리워진 게 무엇
이냐며 묻기에 자세히 살펴보니 옛 땜의 윗 부분만 드러낸 무넘이이다.
물이 많을 때는 잠겨 있다가 겨울 가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마치 수줍어하는 댕기 드리운 시골 처녀의 모습이다.
고산 대아리 저수지가 확장되기 전 옛 댐에서는 물줄기가 하얗게 흘러내려 그 모습이
사진으로만 보았던 나이아가라 폭포수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모습이어 수많은 관
광객들이 몰려와 물놀이를 즐겨 했던 곳이다.
나도 어렸을 때는 부모님과 함께 가족 나들이 나와 마냥 즐겼던 곳이다.
결혼해서도 여름 방학 때면 어린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보따리를 양손에 들고 승객들
이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하게 들어선 시외버스를 타고 비포장 도로를 덜커덩거리며
이 곳에 와 노니는데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하여 고생길이지만 보람있는 가족나들
이라며 즐겁게 보낸 한 때가 문득 머릿속에 오버랩되어 나타난다.
그런데 그 아름다웠던 곳이 확장된 댐 물속에 갇혀버리고 말아 아름다운 자태를 감추
었는데 겨울 가뭄 탓으로 무넘이 윗 머리만 수줍은 양 살짝 보여준 모습의 옛 댐을 알
리 없는 막내는 궁금하여 나에게 물었던 것이다.
수자원공사에서 이러한 대공사를 할 때는 편리성 추구도 중요하지만 자연의 아름다
움과 편리성을 조화롭게 하는 지혜를 발휘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의 댐 모습은 전의 아름다움은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위압적인 모습만 자아내어
친밀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어 삭막하기만 하다.
우린 정상에서 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바위와 낭떠러지가 험하여 발밑이 간질
간질하다. 뾰족하게 서 있는 바위들이 금강산 비로봉을 연상케 한다.
시계를 보니 15시이다. 날씨가 흐려 시계를 보아야만 시간을 알 수 있다.
우린 시간 관계상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되돌아 오른 지점으로 하산하는데 낙엽들이
파헤쳐져 있기에 살펴보니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나선 흔적이다.
코로 후벼 파낸 흔적이 역력히 드러난다.
호라이가 없는 동물세계의 먹이 사슬에서 최상위 위치를 자랑하는 멧돼지들이 겁 없
이 자신의 자취를 드러낸다. 정말로 한적한 산에는 나홀로 산행은 무모한 행위라고
생각된다.
만약에 산 속에서 멧돼지를 만났을 때는 등을 보이지 말고 눈을 멧돼지에게 향하며
당당한 자세를 취하면 멧돼지들이 피한다고 경험자들이 말하는데 글쎄 실제 상황에
서 당황하면 그렇게 될 것인지······.
하산 완료 후 시계를 보니 15시50분이다. 오를 때와는 다르게 하산 시간은 50분만에
완료한 것이다. 주차장에 이르니 산 속에서와는 달리 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든다.
아마 산 가운데의 계곡에서 몰아붙이는 바람인가 보다.
즐거운 산행에 감사 드리며 전귀옥 선생님 차와 인사를 나누고 김삼중 선생님 차에
올라 김미순 선생님께 하늬뫼 산행에 자주 동참해 주십사 하니 그렇게 하고 싶은데
대학원 수업 때문에 동참하지 못하여 그저 아쉽기만 하다고 한다.
김삼중 선생님 차를 타보면 운전 잘한다는 것을 느끼는데 오늘도 베스트 드라이버답
게 새로 난 길을 편안하면서도 시원하게 달리는데 올 때와는 다르게 조수석에 앉은
김자미 선생님이 금성장례식장 쪽 천변길을 안내하는데 신호등 없는 길이라 거침없
어 좋다.
어느새 추천대 앞에 이르러 바라보니 옛 생각이 문득 난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1950년대 후반 때만 해도 추천대는 전주 8경의 하나로 전주시민
들이 즐겨 찾아 멱도 감고 천렵을 했을뿐만 아니라 학교 소풍 때면 이 추천대가 단골
소풍지여서 자주 와 보물찾기도 하고 했던 정겨운 곳이었건만 지금은 왜 이렇게 흔
적 하나 남아 있지 않은지······.
오늘은 날씨가 을씨년스러워서인지 자꾸 옛날만 생각이 든다.
나도 이제 나이가 꽤나 들어 자꾸 옛 추억만 떠올리는 것일까?
나이란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생각하고 젊고 패기 넘치는 하늬뫼 회원님들과
산행하며 즐거움과 설렘을 통하여 뇌를 젊게 하고자 노력하며 살았는데 오늘은 왠지
자꾸 옛날 일만 떠올라 그 옛날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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