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엔 가족이 함께 보내도록 배려
서울 화곡본동본당(주임 차원석 신부)은 문화활동의 중요성을 인식, 사목 전반에 문화와 서비스 경영 기법을 도입, 성당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최고의 만족을 제공하는 데 사목의 최우선을 두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이색(?)사목은 주일 프로그램이다. '주일은 가족과 만남의 시간으로'라는 표어 아래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성당을 중심으로 주일 하루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하고 재미난 행사들을 마련해 놓고 있다.
먼저 주일 어린이 미사가 아침 10시40분, 교중미사 11시, 중·고등부 학생 미사 12시로 집중시켜 가족들이 같은 시간대에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다. 12시 이후부터 구역별로 성당 구내식당을 운영, 미사에 참례한 가족이 함께 점심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오후에는 강당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또 새벽미사는 주일에도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40분 안에 전례를 마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오전 9시 미사는 매주 새로운 강사를 초빙해 미사중 30분간 강의를 듣는 '교육 미사'로 봉헌하고 있다. 저녁 청년미사는 보컬과 떼제 노래로 진행된다. 신자들이 개인 사정과 취향에 따라 미사를 선택해 참례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는 것이다.
김재식(토마스) 본당 총회장은 "주일 미사에 대한 신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졌다"면서 "성당에서 미사뿐 아니라 볼거리·먹을거리·놀거리를 매주 제공하고 2개월마다 한차례씩, 노인잔치·테니스대회·성가 발표회 등 이벤트를 갖다 보니 주일을 하루 종일 성당에서 즐기다 가는 신자들이 늘었다"고 말한다.
화곡본동본당은 본당 차원에서 성인보컬·청년노래패·장구·등산·서예 등 10개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성모회 문화반을 운영해 신자들에게 다양한 문화와 여가 체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또 구역별로 가족이 참가하는 야유회·성지순례·사회복지시설 봉사를 매년 1차례씩 의무적으로 갖도록 하고 있다. 본당에서 행사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다. 동네 목욕탕 할인 티켓도 마련해 신자들에게 나누어 준다.
박창순(요한) 본당 총무는 "지난 5월에는 야유회·성지순례를 떠나는 구역이 너무 많아 주일 봉헌금이 크게 줄기도 했다"며 "본당 호스피스 봉사자 40명, 교리교육 봉사자 30명, 교리교사 58명, 노인대학 봉사자 15명, 학생부 봉사자 105명 등 자원 봉사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화곡본동본당이 이처럼 신자들 중심의 사목을 펼치고 있는 데는 주임신부의 의지와 함께 본당사목협의회의 역할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남녀 임원 구성비가 50:50인 사목회는 본당의 모든 행사를 총괄하고 있다. 특히 본당 재정의 투명성·계획성·정확성의 3대 원칙 아래 2개월 전에 행사 기획과 예산을 올리고 1개월 전에 결재 받아 집행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정광웅(파트리시오) 기획분과장은 "본당 운영에서 성직자들의 역할은 10%대에 머물고 있으며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들의 역할이 확실하게 분화돼 있다"면서 "주임 신부님께서 기대감을 갖고 오는 신자들에게 매주 똑같은 것을 보여주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만 할 뿐 모든 것을 사목회에 맡겨 더욱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차원석 신부는 "성당은 단순히 기도와 전례가 집행되는 장소가 아니라 친교의 장소, 삶의 휴식처가 돼야 한다"며 "지역 사정에 따라 고유한 본당 문화를 만들어 가고 제공하는 것은 사목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차 신부는 또 "앞으로 각종 문화·여가 활동중에 신자들 스스로가 가톨릭 영성을 심화시켜 가는 다양한 영성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본당과 소공동체 구역활동이 균형을 이루어 나간다면 교회는 자연히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