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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리풀사진방 원문보기 글쓴이: 서리풀(임윤식)
바다 위에 핀 연꽃
하의도, 신도 및 대야도 여행
2016년 여름은 정말 더운 날씨였다. 8월 21일 서울은 36.6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8월 하순에 연중 최고 기온을 기록한 건 1945년 이후 71년 만이라 한다. 열대야 발생일수로 보면 1994년 이후 22년 만의 최장이다. 망각의 동물이라서인지 22년 전의 더위는 전혀 기억이 나지않는다.
더위를 피해볼까 하고 다시 섬여행을 떠났는데 그곳도 덥기는 마찬가지다. 이번에 찾아간 섬은 신안군 신도, 대야도 및 하의도. 하의도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섬여행 전문 카페 <섬으로>(대표 이승희) 회원들과 함께 했다.
서울 사당역에서 6시 10분에 출발, 5시간 정도 걸려 목포에 도착했다. 목포에 내려갈 때마다 늘 필자가 좋아하는 이난영의 ‘목포는 항구다’ 노래가 귓전을 맴돈다. 평화광장 부촌식당에서 바지락초무침으로 점심식사를 마친 후 목포연안여객터미널로 이동했다. 여객선 출항시간은 오후 2시. 목포에서 하의도까지는 쾌속선의 경우 1시간 10분, 페리호는 2시간 30분 걸린다. 필자 일행이 탈 여객선은 남신안농협2호로 지난 8월 10일에 첫 취항한 배다. 정원 224명에 자동차 수십대를 실을 수 있는 제법 큰 여객선이다.
안좌도-자라섬--장산도-옥도-장병도 등을 거쳐 2시간 30분 만에 하의도 웅곡항에 도착했다. 선착장에는 ‘대한민국 제15대 김대중대통령 태생지 하의도(荷衣島)’ 라고 쓰여진 표지석과 함께 ‘하의도 상여소리 노래비’ 등이 세워져 있다.
하의도는 서남부의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목포에서 약 59.7km 떨어져 있는 섬이다. ‘연화부수(蓮花浮水)’ 즉, 물위에 연꽃이 떠 있는 모습이라 하여 하여 ‘하의도’라 부르게 되었으며, 유인도 9개, 무인도 47개로 구성되어 있다. 하의도는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우리 일행은 먼저 하의도의 부속 섬인 신도부터 방문, 신도에서 2박하면서 신도 및 대야도를 구경한 후 마지막 날 하의도를 돌아볼 예정이다. 웅곡항에서 섬 공영버스로 당두항으로 이동, 당두선착장에서 소형 낚싯배로 10분 쯤 걸려 신도로 건너갔다. 당두항 바로 앞에는 능산도가 보이고 좌측으로 장재도도 시야에 들어온다. 섬과 섬 사이를 지그자그로 돌아 신도선착장에 도착, 선착장 마을에 위치한 이만수 선장 민박집에 여장을 풀었다.
신도는 선착장 좌우로 새가 날개를 펼친 듯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남쪽 끝에 안태산(179m)이 솟아 있고 섬 허리부분에는 해수욕장이 위치한 아름다운 섬이다. 섬 전체로 보면 곡괭이 모양의 'T'자형을 이루고 있다. 섬에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기는 하지만 걸어서 돌아봐도 1-2시간 이면 충분할 정도로 작은 섬이다. 주민도 불과 19가구 정도에 불과하며 최연소자가 50세, 최연장자 89세 정도로 장노년층이 대부분이다. 선착장이 위치한 큰마을과 해수욕장 옆 안태마을 두곳에 만 주민이 산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숨을 돌린 후 섬을 돌아보기 위해 나선다. 민박집 마당에 서면 선착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섬 끝자락이 어항모양으로 선착장을 둘러쌓고 있어 경관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포근하기도 하다. 선착장 뒤로 대야도도 시야에 들어온다.
신도의 대표적 명소인 해수욕장을 먼저 보기 위해 섬 중심도로를 따라 완만한 비탈길을 넘어간다. 고개를 넘으면 좌측으로 다시 바다가 펼쳐진다. 거도, 용도, 장도 등 크고작은 무인도들이 연꽃같이 피어 있다. 그 뒤로 하의도가 막아서 있다. 이후는 평지 및 내리막길이다. 내리막길에서부터 해수욕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이는 약 800m. 수심이 얕고 완만하여 해수욕장으로서 최적일 뿐 아니라 경관도 아름답다. 해수욕장 바로 앞에 항도라는 무인도가 있어 화룡점청이다. 간조시에는 신도와 항도가 이어져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 선착장 마을에서 해수욕장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약 30분, 왕복 1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해수욕장 뒤로 안태산이 우뚝 솟아 있다. 신도해수욕장 주변은 감성돔, 농어, 우럭 등의 낚시터로도 각광을 받는 곳이다.
해수욕장 가는 길목에는 교회도 보이고, 대나무숲터널도 명물이다. 터널은 해수욕장 끝 산비탈에 홀로 자리하고 있는 민박집으로 이어진다. 현재의 경우 시설은 초라하지만 위치가 좋아 방문객들이 한번쯤은 기웃거려보는 집이다. 안태산은 일반인도 올라갈 수 있다.
일몰 광경을 보기 위해 해수욕장에서 저녁 때까지 기다린다. 항도 뒤로 멀리 우이도도 시야에 들어온다. 우이도는 목포에서 여객선으로 4시간 걸리는 섬인데 신도에서 그리 멀지않은 거리에 위치해 있다. 민박집 이만수 선장의 말에 의하면 큰 낚싯배(시속 약 65km)로 신도에서 우이도까지 15분 정도면 갈 수 있다고 한다. 대야도 뒤쪽으로는 도초도, 비금도 등 적지않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수년전 필자가 우이도에 갔을 때 2시간 중간점인 도초도․ 비금도에서 1박 후 다시 2시간 더 걸려 우이도로 갔던 기억이 난다.
해변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고 서서히 해가 기운다. 일몰이다. 항도와 신도 중간 바다, 우이도가 아스라히 보이는 수평선 아래로 해가 떨어진다. 날씨가 맑지않아 석양이 아름답지는 못한 편이지만 바닷물 속에서 석양을 즐기는 남녀 실루엣이 그런대로 아쉬움을 받쳐준다.
밤이 되어도 찜통더위는 여전하다. 민박집 주인이 선착장은 모기도 없고 아주 시원하다고 알려준다. 저녁식사 후 우리 일행은 모두 먹을거리, 마실거리를 챙겨 선착장으로 나간다. 정말이다. 이제야 섬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선착장 시멘트바닥에 자리를 깔고 마시고 먹고 떠들다보니 밤이 깊어간다. 1-2시쯤 됐을까? 선착장에 그대로 누운 채로 잠이 든다. 한참을 잤나 보다. 너무 추워 깨어보니 새벽이다. 비몽사몽간에 민박집으로 돌아와 다시 잠을 청한다.
다음날 아침, 5시반쯤 일어나 산책길에 나선다. 선착장에 안개가 자욱하다. 대야도, 거도는 물론이고 안태산도 해무에 가려 하늘에 둥둥 떠 있다. 선경(仙景)이다. 섬의 아침은 이래서 좋다. 거도, 하의도 방향에서 떠오르는 일출도 장관이다. 하늘이 새빨갛게 타오른다.
대나무숲터널을 지나 다시 해수욕장으로 가본다. 일행 중 두명은 어젯밤에 쳐놓은 그물을 점검하기 위해 벌써 해변에 와 있다. 고기가 별로 잡히지않았다고 아쉬워한다. 후릿그물 체험도 해보기로 했는데 여의치않을 것 같다. 시원한 파도소리와 바다공기 마시는 걸로 만족한다.
아침식사 후 대야도로 건너간다. 민박집 주인 소유 낚싯배를 타고 10분 쯤 갔을까? 대야도 해변에 도착한다. 섬이 우람하다. 섬 중앙은 거대한 바위산이다. 해변에서 완만한 고갯길을 20분 정도 넘어가면 선착장이 있는 마을에 이른다. 섬주민은 불과 17가구 내외. 폐교도 보이고 여기저기 사람이 살지않는 집들이 널려 있다. 대야도는 특별히 관광할 곳은 없다. 가볍게 숲길을 산책하고 마을과 해변을 돌아보는 정도다. 경관이 아름답고 한적하여 별장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선착장 바로 앞으로 도초도가 잡힐 듯 눈에 들어온다.
그늘에서 쉬고 있는 젊은 남자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눠본다. 주민에게 혹시 매물로 나와 있는 폐가가 있는지 물어보니 없다고 한다. 지금은 육지로 나가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섬으로 돌아올 생각으로 주인들이 그냥 놔두고 있다고 한다. 방문객들에게 막걸리와 소주 몇병, 그리고 푸짐한 안주를 내놓는다. 돈을 주려고 하니 한사코 거절한다. 할 수 없이 쉬고 계신 할머니에게 용돈 조금 쥐어드리고 다시 배를 탄다.
배로 대야도 및 신도 주변을 돌아본다. 대야도 해안은 바위절벽이 대부분이다. 동굴도 보이고 깎아지른 암벽도 나타난다. 신도 해안 역시 곳곳에 기암절벽이 보인다. 이만수 선장은 볼만 한 곳에 이를 때 마다 배를 멈추고 즐길 시간을 주면서 멋진 유머해설을 덧붙인다.
점심식사 후 마을 골목길, 선착장 뒤해안, 폐교 등을 돌아본다. 마을이 아담하다. 정자, 노인정을 지나 골목 안으로 들어선다. 섬마을답게 낮은 지붕에 돌담도 아기자기하다. 마을을 지나 선착장 뒤해안으로 가본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않아 풀로 덮힌 길을 헤치며 나아간다. 물이 빠지면 바위해안을 돌 수 있다. 바위가 날카로워서 조심스럽게 걸어야 한다.
마을 비탈에 위치한 폐교도 가본다. 본교사터는 운동장도 있다는데 풀숲이 너무 깊어 올라갈 수가 없다. 아래쪽 제2교사만 지금은 민박집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거진 풀숲 속에 하얀 소녀상이 보인다. 버려진 섬소녀같아 안스러운 마음이 든다. 추모비도 보인다. 이학남 선생님과 고 황정엽 선생님을 기리는 추모비다. “비바람 다섯해 한결같이 꿈을 싣고 떠나신 선생님을 못잊어 이 비를 세웁니다”라고 쓰여 있다. 고 황정엽 선생님은 재임시 아이를 낳다가 사망하였다고 한다.
신도는 2005년도에 제작된 영화 <우리 선생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이 영화는 70년대 시대배경과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섬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하의면 신도분교에 첫 부임한 서울출신 여선생님(오수아 분)과 학생(유승호 분)들이 어렵고 힘든 시절 서울로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며 처음 서울 구경을 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 등을 그리고 있다. 영화 <우리 선생님>은 참된 사제지간의 정과 어린 시절의 순수하고 가슴 시린 감동을 담아 내어 잃어버린 추억을 찾게 해주는 독특한 소재의 휴먼영화이다.
셋째날, 아침 일찍 신도를 떠나 하의도로 간다. 오늘도 아침 안개가 자욱하다. 몇십미터 앞이 잘 안보일 정도다.
당두선착장에 내려 제일 먼저 농민운동기념관에 들른다. 이 기념관은 조선 중기부터 해방까지 360여년간 하의3도(하의도,상태도,하태도) 주민들의 목숨을 건 토지탈환의 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건립된 것이다. 1623년 시작된 하의3도 토지분쟁은 대한민국 건국 후 국회에서 1950년 무상불하 결정, 1956년 번복 등을 거쳐 1994년 토지의 소유권이 주민에게 돌아갔다. 기념관 옆에 세워진 농민운동 기념탑은 하의도, 상태도, 하태도 등 세 섬과 주변 부속섬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다음코스는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 ‘하의도’는 무엇보다도 김대중 전 대통령 고향으로 유명해진 섬이다. 신안의 작은 섬 하의도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이며,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배출해낸 것은 너무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대통령께서는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에서 태어나 하의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이곳에서 생활하였다. 종친들이 중심이 되어 복원사업을 시작하여 1999년 9월 60여일 만에 원형 그대로 복원하였다. 복원된 생가는 6칸으로 안채와 창고 1동, 화장실 1동 등 부속채와 헛간 등이다. 생가는 목재를 이용하여 집을 짓고 살던 하의면 어은리 마을 주민의 집을 다시 사들여 해체한 다음 기둥 등 주요목재를 이용하여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본 후 해안둘레길을 돈다. 해안 곳곳에는 염전도 보이고 전복양식장도 눈에 들어온다. 하의도 천일염은 천혜의 자연환경(적당한 일조량), 해풍, 청정바닷물)으로 소금발이 굵고 하얀색을 띄며 지나치게 짜거나 쓰지않아 질좋은 소금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의도에는 소금전시관도 세워져 있다. 이곳에는 하의도 만의 독특한 화연제조법을 전승, 보전하면서 직접 체험할 수 잇도록 화염제조건물과 염판 등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였다. 화염은 바닷물을 끓여서 얻어진 소금이다. 동쪽으로 후광 큰펄이라 불리는 갯펄이 발달되어 있고, 인근 주변에는 염전들이 있어 화염생산과정과 현재의 천일염 생산과정을 동시에 보고 체험할 수도 있다.
하의도 서부일주도로 주변 어은리에서 피섬 쪽으로 가다 어은2구 앞에 멈춰서서 신도 쪽을 바라보면 대섬(죽도)이라고 부르는 무인도 좌측 해벽에서 큰바위얼굴의 형상을 볼 수 있다.
보는 위치에 따라 섬 전체로 보면 마치 사자가 앉아 있는 모습 같기도 하고, 해벽 형상 만 보면 사람 얼굴 모습 같기도 하다. 우뚝 솟은 코, 움푹 패인 눈, 머리카락이 달린 이마 등이 영락없는 얼굴 형상이다. 해안도로 좌측 비탈에는 전망대 구실을 하는 정자도 세워져 있어 정자에 올라 쉬면서 큰바위얼굴과 주변 바다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선착장에 접근하면서 우측으로 다리건설 공사장도 보인다. 하의도와 신의도를 연결하는 연도교로 조만간 완공될 예정이다. 신안군에는 곳곳에서 섬과 섬 사이를 이어주는 연도교 공사 현장을 볼 수 있다. 신안군청이 소재한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새천년대교, 안좌도와 자라섬을 연결하는 다리, 지도와 임자도를 연결하는 임자대교, 그리고 하의도-신의도간 연도교 공사 등이 그것이다. 신안군의 해양실크로드는 압해읍~암태면~비금면~도초면~하의면~신의면~장산면으로 이어지는 국도 2호선의 동서축과, 지도읍~증도면~자은면~팔금면~안좌면으로 이어지는 지방도 805호선의 남북축이 교차되는 십자형 도로망이다.
하의도는 리아스식 해안으로 되어 있어 해안일주도로도 일품이다. 2000년부터 추진한 서부해안도로는 6.4km에 이른다. 또, 해발 약 100m, 길이 6.7km 정도 되는 등산코스가 있어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이곳 등산로는 그리 높지않아 어르신들도 충분히 등산할 수 있으며, 해수면에서 발생하는 산소와 산에서 내뿜는 피톤치드가 많아 운동선수들에게 특히 좋은 코스로 알려져 있다. 산 정상에 올라서면 남해의 한려수도 못지않은 자연경관도 즐길 수 있다. 산 능선에는 양세바위, 개굴바위 등 기암들도 볼 수 있다. 오림리 뒤쪽으로 보이는 양세바위는 속칭 붕알바위라고도 하며 일제시대 때 일토양세(一土兩稅)를 바치고 있던 하의3도민 자신들의 처지를 바위의 모양에 비유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또, 오림리 망뫼산에 있는 개굴바위는 개구리 모양을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섬 안내자료를 보면, 섬 전체에는 등산코스 6.7km를 포함, 총연장 30.4km에 이르는 ‘김대중모실길’이라고 부르는 트레킹 코스가 소개되어 있다.
웅곡선착장 옆 연꽃섬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1시 배를 기다린다. 목포로 돌아가는 배는 조양페리1호. 신도,대야도,하의도에서의 더위 속 숨가쁜 2박3일 일정이 꿈 만 같다. 너무 급하게 돌아본 세섬들, 다음엔 혼자 몇일 묵으면서 차분히 다시 돌아보고싶기도 하다. 이들 섬들과 좀더 깊이있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그때가 과연 언제 쯤 될까? 난 또 다른 섬여행을 꿈꾸면서 배에 오른다. (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