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강신청 -
2014년 1월 8일(수). 대학원 지도교수랑 만나는 날이다. 만남은 사전에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시간과 장소를 정하여 이루어졌다. 지금은 한국도 그렇지만, 특히 여기는 사람을 만나려면 미리 약속을 해야 하는 것이 거의 필수이다.
만남의 장소는 College of Education. 나의 지도교수님은 Dr. Susan Waite. 여자교수님이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컸다(?). 내가 비록 신분은 학생이지만 나이로는 교수를 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하... 게다가 지난번에는 수업시간에 좀 일찍 갔더니 사무원인 듯한 지지배가 강의실 문을 열어주면서 나보고 수업하러 왔냐고 하더라. 누가 아는가? 미국에 유학와서 미모의 여교수님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낼지... 갑자기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 생각난다.
연구실에서 만난 교수님의 모습에서 나의 저런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하얗게 센 머리, 깡마른 체구... 전형적인 교수님이다. 마주 앉아서 의례적인 인사를 나눴다. 교수님은 나를 매우 반가워 하셨으며, 학교생활에 대한 조언의 말씀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교수님의 제자 중에 ‘이승모’라는 또 다른 한국인이 있다면서 연락처를 주셨다. (그러나 연락은 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한국인이란 “우연히 만났을 때 반가운 존재”이다.)
교수님은 나의 수강신청을 대신 해 주셨다. 이렇게 황송할데가... 내가 한국에서는 교수님들이 매우 엄하셔서 학생들이 교수님을 어렵게 생각한다고 했더니, 웨이트 박사님은 웃으시면서 이곳에서는 교수를 무서워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얼른 동-서양간에는 문화가 서로 달라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수강신청을 마치고 나서 교수님은 나를 데리고 3층 전체를 한바퀴 도셨다. 그러면서 동료교수들이 보일 때마다 그들에게 나를 소개시켜주고, 사무실에 있는 교직원들에게도 “한국에서 온 미스터 리”라고 일일이 소개를 해 주셨다. 나는 너무나 고마웠던 것이 이 분은 원래 이렇게 사교적인 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랑 연구실에서 이야기할 때도 이따금씩 화제가 부족해서 다음에 무슨 말을 이어갈까 고민하시는 모습이 역력했고(원래 말이 많은 사람에게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음) 사무실을 돌 때는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도 교직원들의 이름을 몰라서 당사자와 교수님이 모두 민망해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연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배려해 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 등록금으로 본 한국과 미국의 대학 -
이번에는 등록금으로 본 한국과 미국대학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요즘은 한국의 대학들이 어떻게 하는지 정확히 모르겠는데, 내가 대학에 입학했던 1987년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는 않으리라 생각하며 글을 이어간다.
일단 등록금을 내는 시기부터 다르다. 한국은 합격통지서를 받고 나면 곧바로 2-3일 안에 등록금부터 내야 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금액 자체도 적지 않은데, 시간을 아주 촉박하게 주었다. 따라서 대부분은 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것은 잠깐이고 돈 걱정을 해야 했다. 대학은 학부모들이 미리 돈을 준비해 놓았다고 가정한 다음 일을 하는 것 같다.
내가 텍사스주립대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은 날은 작년 10월 17일이었는데, 등록금을 낸 날은 올해 1월 8일이다. 여기는 기본적으로 수강신청을 해야 그에 맞춰 등록금이 계산되어 청구된다. 따라서 한국의 대학들은 학생들이 무슨 과목을 배울지를 말하기 전에 다 안다는 뜻이 되겠다.
등록금의 내역도 한국과 미국은 다르다. 일단 한국의 대학들은 내역이랄 것도 없이 아주 간단하다. 입학금 + 수업료 + 기성회비.
나는 저 셋 중에서 <수업료>의 명목만이 이해가 될 뿐, 나머지는 도대체 무슨 명목으로 걷어 가는지를 모르겠다. 예를 들어 입학금이 무엇인가? 학생이 입학을 하면 대학은 무슨 돈이 들까? 학생증 만들어주고, 학적부 만들어 놓고, 서류같은 거 가져오면 받아주고... 그러나, 그런 명목으로 걷어가는 돈이라고 하기엔 금액이 너무 많았다. 그게 이상한 거다. <기성회비> 이건 또 뭔지 모르겠다. 학교에 따라서는 이것의 이름이 <학생회비>같은 다른 이름인 곳도 있다. 하여간 이건 더욱 더 내용을 짐작할 수가 없다.
나의 등록금 영수증은 이렇게 생겼다. 특별한 형식이나 하다못해 학교 로고도 없이 그냥 A4종이 한 장이다.

사진이 작아서 잘 안 보일 것 같아서 항목과 금액을 적어봤다.
01) TSIE Tuition and Fees 935불 * 2과목 1,870불
02) TSIE Advising Fees 40불 * 2과목 80불
03) Graduate Increment Tuition 150불
04) Des. Tuit. Non-Res. Grad. Spr 532.89불
05) Tuit. Non-Res. Grad. Dif. Spg 1062불
06) Tuition Non-Res. Grad. Spring 150불
07) International Student Health Insurance 1304불
08) International Student Ops. fee 60불
09) Fee-Student Center 64불
10) Fee-Recreational Sports 94불
11) Fee-Medical Service 53불
12) Fee-Bus 78불
13) Fee-Student Service 27불
14) Fee-Student Publication 8불
15) Fee-Library 30불
16) Fee-International Education 3불
17) Fee-ID Card 5불
18) Fee-Environmental Service 1불
19) Fee-Computer Service 45불
20) Fee-Athletics 60불
총액 5,676.89불
난 이 영수증을 보면서 미국에는 정말로 공짜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학교버스 요금은 이해한다고 해도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도 돈 내고 하는 거다. 학생회관 이용료도 있다. 어쩐지 좋다고 생각했다. 내가 시간이 없어서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교내의 스포츠 시설이다. 휘트니스 클럽은 물론이고, 수영장에 퍼블릭 골프장까지 있다. 그런데 이게 다 돈이다. 학생증 발급 비용도 있다. 5불. 내가 다니는 대학은 학생이 학업에 어려움을 느낄 때 도서관 4층에 가면 도와주는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단, 대신 해주지 않음. 이건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마) 또는 작문에 어려움을 느낄 때 ASBN이란 건물로 찾아가면 내가 해간 작문 숙제를 검토하고 지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것이 다 공짜가 아니다. 저기 내역에 있다.
미국대학의 등록금 내역에는 나도 모르는 항목이 있다. 영수증 발급해 주는데 가서 물어보면 알려주겠지만, 귀찮아서 안한다. 하지만 적어도 교수나 교직원이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그들만의 돈잔치를 벌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족:
1)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내가 졸업한 대학의 교수들 중 몇몇은 인격적으로 장애가 있지 않았었나 생각된다. 그들은 교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학생의 인격을 모독했었다. 물론 한국의 교수들이야 학생의 수강신청을 대신 해줄 이유도 없겠지만(여기서도 미국애들 수강신청을 교수가 해주지는 않을 테니까) 그 이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강의평가제가 널리 시행중이니 예전의 그런 행동들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겠구나...
2) 한국의 대학은 등록금 내역을 좀 더 상세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또한, 가끔씩 들려오는 등록금에 관련된 소식들은 학생과 학부모를 슬프게 한다. 모 대학에서 학생들 등록금을 받아 적립해 놓은 돈이 엄청난 액수라고 하는 소식, 심지어 학생등록금으로 교수와 교직원들이 특별수당을 받아서 챙겼다는 소식까지...
3) 등록금이 많다고 학생들이 데모하면 깎아주는 행동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등록금이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있나? 등록금이 흥정의 대상이 되면, 대학은 ‘도떼기시장’이 되는 거다.
4) 미국 대학에서 본 특이한 모습이다.

한 달에 한번 정도 금요일에 캠퍼스 투어를 진행한다. 대상은 이 학교에 들어오고 싶은 고등학생 또는 학부모가 아니겠나? 가이드는 본교의 재학생이다.

도서관 앞에서 설명하는 모습과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모습을 각각 카메라에 담아봤다.
5) 2014년 1월 27일 월요일 밤의 도서관이다. 이 지역의 선생님들과 함께 배우는 전공수업은 선생님들의 일정에 맞춰 월요일 밤에 이루어진다. 수업 끝나고 나를 태우러 온 집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 본 도서관의 모습이다.

집사람과 같이 온 아이들의 말로는 밤이 되니까 차도에 사슴들까지 나와서 뛰어다닌다고 놀이동산의 ‘사파리’같다고 했다.
6) 2014년 1월 31일 금요일 오후. 이 날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도서관에 앉아 있는 것이 ‘고문’처럼 느껴졌다. 교정에는 반팔도 모자라서 탑에 핫팬츠를 입은 여학생들까지 다수 출현했다. (여기는 1월이라도 조금만 더우면 사람들이 옷을 벗는다)

오후 5시 넘어서 집에 가려고 나왔는데, 교정이 이랬다. 참 쓸쓸하지 않냐...
첫댓글 이승모’라는 또 다른 한국인이 있다면서 연락처를 주셨다. (그러나 연락은 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한국인이란 “우연히 만났을 때 반가운 존재”이다.) --> 한국인을 일부러 만나지 않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제가 이곳에서 느끼는 한국인의 가치가 꼭 그만큼입니다. 길에서 우연히라도 만나게 되면 얼마나 반갑습니까? 하지만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웨이트 박사님은 웃으시면서 이곳에서는 교수를 무서워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얼른 동-서양간에는 문화가 서로 달라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 그러게요. 미국 학생들은 교수=교육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만났던 교수님들 중에 지금도 기억이 나는 분들은 참 친절하시고, 학생들을 많이 생각해주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작년도 스승의 날 생각나는 교수님이 계셔서 감사 메일을 보냈더니 스승의 날이라는 것이 참 좋은 의미를 갖는다고도 하셨구요. 문화의 차이도 있지만 만남, 소통, 배려, 사랑이라는 기본 정신은 전세계 공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 글을 쓸 때는 교수라고는 웨이트 교수님 한분만을 보았을 때구요, 이후에 지금은 다른 사람들을 봤잖아요. 모두가 웨이트교수님같진 않았습니다. 하하... 당연한거죠. 그런데 학생들이 교수를 어려워하지 않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한국에서 온 미스터 리 --> 한국에서 온 mystery 한 학생 ㅋㅋ , 중년의 나이에 용감하게 미국에 공부하겠다고 온...
하하...
Fee --> 기본적으로 학비에 포함되어 제공하는 것들을 최대한 누리셔야 합니다.
또는 작문에 어려움을 느낄 때 ASBN이란 건물로 찾아가면 내가 해간 작문 숙제를 검토하고 지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 제가 받았던 가장 큰 혜택은 일주일에 두세번 English Tutoring 받았던 것입니다. 1:1로 진행되었습니다. 작문 숙제 뿐만 아니라 미국 생활에서 영어의사소통이 안되어 겪는 각종 어려움들도 질문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tutor들 중에 몇몇은 정말 저의 좋은 친구였습니다.
여기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습니다. 도서관 4층에서는 모르는 거 가르쳐주고, ASB 1층가면 작문 도와주고, TSIE에서는 외국인과 현지인을 친구로 맺어줘요. 그 얘기는 다음에 쓸게요. 이게 얘기꺼리가 많거든요... 생각할꺼리도 많고...
밤이 되니까 차도에 사슴들까지 나와서 뛰어다닌다고 놀이동산의 ‘사파리’같다고 했다. --> 밤마다 수많은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나라, 미국 맞습니다! 부럽습니다.
미국을 거쳐가신 분이 부럽다고 하니까 정말 좋네요. 오늘 그 문제때문에 집사람하고 좀 언쟁을 했습니다. 아내 말이 제가 시간이 갈수록 너무 미국에 빠져 사는 것 같다고 하네요. 저는 여기 생활이 정말 좋거든요. 물론 거의 대부분의 시간에 공부를 하고, 또 공부하는 것이 솔직히 힘들지만... 어쩌면 결국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여기가 더 좋다고 느끼는 걸 겁니다. 만일 지금이라도 여기서 평생을 살게 되는 것으로 바뀌면, 그때부터는 한국이 몹시 그리워지겠죠.
맞습니다. 누려~~~ ^^(요즘 개그콘서트에서 나오는 대사)
사모님이 미국생활 하시는데 어려움이 많으실겁니다. 아줌마들과 수다도 못떨지, 친구도 없지, 친정도 없지. 아이들 픽업해야지... 미국에서의 즐거움을 사모님도 누리실 수 있도록 함께해 주세용. 선생님도 운전을 하셔야 할 듯. http://www.missycoupons.com/ 도 들어가시고, 쇼핑도 많이 하시고... (이 이야기는 제 와이프가 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