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정초나 겨울철에 많이 놀았던 주사위 놀이. 쌍륙은 쌍륙판(雙六板, 말판)과 서른 개의 말[馬] 그리고 두 개의 주사위[骰子]를 가지고 승부를 겨루는 놀이로 대한제국 말기까지 널리 행해졌다. 악삭(握槊)·쌍륙(雙陸)·상륙(象陸, 이두식 표기)·상육이라고도 하였는데, 악삭은 길게 깎은 나무를 쥐고 놀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내용]
쌍륙판은 정해진 크기는 없지만 대략 가로 80센티미터, 세로는 약 40센티미터 내외의 크기로 만들어졌으며 가장자리에 턱을 높이 세운 것과 턱이 없는 것, 두 종류가 있다. 전형적인 쌍륙용 주사위는 대략 1센티미터의 정육면체로 상아(象牙)나 기타 여러 뼈로 만들어졌으며, 대면(對面)의 합이 7이 되도록 주사위의 눈을 배열하였다. 특히 호랑이뼈로 만든 주사위가 부르는 대로 나온다고 하여 선호되었다.
말판 안에는 검은 선으로 24칸의 밭[田]을 그려 넣는데 가운데 두 개의 큰 칸은 놀이에 사용되는 밭이 아니고 쫓겨난 말들이 쉬는 곳이다. 밭은 안육[內陸]과 바깥육[外陸]으로 구별된다. 말의 이동방향을 그림을 통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백편의 말을 하얀 점으로 표시하였는데 이 말은 흑편의 안육에서 백편의 안육방향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 그 이동경로는 그림에서 화살표 하나(←)로 표시하였다. 그리고 흑편 말의 이동경로는 화살표 두 개(← ←)로 표시하였다.
말의 모양은 원반(原盤)에 기다란 추가 달린 모양으로, 가운데 선을 그어 아래와 위의 색깔을 다르게 칠하였다. 말의 색깔 배합을 달리하여 상대편의 말과 자신의 말을 구별하였는데 주로 흑백(黑白)이나 청홍(靑紅)을 대비시켜 사용하였다.
쌍륙판에 흑편의 말과 백편의 말을 형식에 따라 벌여 놓고 2개의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수만큼 말을 전진시켰는데 사용되는 규칙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밭 한 개에 다섯 개 이상의 말이 들어갈 수 없다. 둘째, 상대방의 말이 둘 이상 있는 밭에는 한 개의 말을 옮겨 놓을 수 없다. 셋째, 같은 숫자가 나오면 말 두 개를 한꺼번에 옮길 수 있다. 넷째, 말들을 밖으로 내는 데는 주사위의 숫자가 지나쳐도 상관없다. 다섯째, 주사위를 던지지 않고 쉴 수 있다. 여섯째, 말을 뒤로는 옮길 수 없다. 일곱째, 밖으로 쫓겨난 말이 있으면 다른 말을 움직일 수 없다. 여덟째, 잡혀 나간 말은 반드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략적 규칙은 위와 같으나 상황마다 적용되는 세부 규칙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또 알려진 규칙도 지방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북한학자가 쓴 쌍륙에 대한 설명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데 북한에서는 각기 열여섯 개의 말을 사용하며 처음에 말을 배치하는 방법도 다르다.
말을 움직이는 것을 ‘행마(行馬)’라 하고 밭에 혼자 남는 말은 ‘바리’라 한다. 바리는 혼자 있는 말이므로 잡힐 수 있는데 상대편에게 잡혀 놀이판 바깥으로 쫓겨난 말을 ‘귀향말’이라 부른다. 『광주의 민속놀이』에는 상대편 말을 잡아서 놀이판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때린다.”, 앞으로 진행할 곳이 없을 때는 “발디딜 데가 없어서 못 넘어간다.”고 표현한다고 한다.
놀이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나온 눈의 조합을 잘 이용해서 상대편 말을 많이 잡고 유리한 곳으로 행마해야 한다. 주사위를 던져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모두 스물한 가지이며 각각의 경우를 부르는 명칭이 있다. 주사위 눈은 각기 부르는 이름이 있는데 1은 백(白), 2는 아(亞), 3은 삼(三), 4는 사(四), 5는 오(五), 6은 육(六)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주사위 두 개를 던져 나온 눈이 순서쌍(1, 2), (5, 6)이면 각각 백아(白亞), 오육(五六)이라고 한다. 만약 같은 눈이 나오면 중(重)을 사용하여 중일(重一), 중아(重亞), 중오(重五), 중육(重六)이라고 한다. 그러나 (3, 3)과 (4, 4)만은 ‘주(朱)’를 사용하여 각각 주삼(朱三), 주사(朱四)라 부른다. 한편 순서쌍(1, 1)은 빽빽이, (6, 6)은 육육·줄륙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