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산(354m)
(충남 공주시 장기면)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충남 공주시 장기면에 행정수도 건설 계획을 세웠다. 박 대통령의 사망으로 그 계획은 백지화되었는데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대선 공약으로 충청권에 행정수도 건설을 약속했다. 그래서 지금 장기면은 행정수도 후보지의 하나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장기면에 행정수도가 건설될 경우 서울의 북한산처럼 행정수도의 진산이 될 장군산 산행에 나섰다. 장군산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장군산을 찾아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 들머리 전봇대에는 붉은 페인트로 장군산이라고 쓰여 있다. 차도 다닐 수 있는 널찍한 길을 따라 계곡을 끼고 산을 오른다. 얼마 후 물이 마른 계곡이 나타나며 길이 끊긴다. 잘 살펴보니 오른쪽으로 흐릿한 길이 이어진다.
희미한 길을 따라 산을 오르지만 흐릿한 길도 없어지고 만다. 무작정 위를 향해 잡목을 뚫고 올라가니 작은 산등이 나타나며 무덤이 자리 잡고 있다. 좀 더 올라간 곳에서 또 하나의 무덤을 뒤로하고 조금 더 오르니 임도가 나타나고 시계를 보니 산행을 시작한지 30분쯤 되었다.
고스락을 바라보니 고스락 밑에까지 임도가 지나가고 있어 임도를 따라 느긋하게 나아간다. 임도와 능선이 가까운 지점에서 능선을 향해 발길을 옮겨 능선에 닿으니 뚜렷한 길이 나있다. 고스락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있고 금방 올라설 것처럼 보여 발걸음을 서두른다. 그러나 고스락으로 짐작되는 봉우리 오르는 길은 무척 경사가 심해 산 오름이 쉽지 않다.
힘겹게 올라가니 올라선 봉우리보다 더 높은 봉우리가 어서 오라고 기다리고 있다. 계속하여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로 계속 올라가 고스락을 밟는다.
고스락은 사방이 나무로 에워싸여 조망이 터지지 않는다. 다만 남쪽으로 나뭇가지 사이로 계룡산의 모든 산줄기가 하늘 선을 이루며 넘실거리며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계룡산은 똑같은 형상을 하고 있으면서도 보는 곳에 따라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참으로 기묘하기만 하다.
장군봉 고스락에서 장기면의 지세를 본 느낌은 한마디로 실망스러웠다. 서울의 지형과 비슷하다고 했는데 금강의 물줄기가 한강의 물줄기와 비슷할 뿐 넓은 평야도 보이지 않고 온통 작은 산지로 이루어져 볼품이 없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더니……. 나의 소견으로는 장기면은 행정수도로는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