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에 보라 농원에 갔다.
여러 가지 묘목을 사고 나니
주인 보라씨가 서비스로 밤나무 묘목 한 그루 덤으로 주었다.
“ 부엌 앞에 심어놓으면 사모님한테 사랑받을 거여요.”
올해는 알밤이 주렁주렁 더 많이 열렸다.
줍고 싶은 마음을 참고 아내에게 양보했다.
“밤나무 밑에 가봐요.”
한알 한 알 알밤을 줍는 아내의 기분이 좋았다.
한 바가지 넘게 반짝이는 보석을 담았다.
“나보고 주으라고 놓아둔 것이지? 고마워!”
보라씨 말이 맞아 들어갔다.
아침 먹고 한산에 금초하러 가자고 하였다.
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산소다.
결혼하고 우리 둘이 45년째 하는 금초다.
아내가 국민학교 시절 운동회를 할 때마다.
외할머니는 도시락과 송편을 정성스럽게 다듬어
60리 길을 걸어 금강을 건너
한산에서 외손녀 학교에 찾아오셨다.
점심때가 되어 도착하여 겨우 땀 닦으시며
천 명 넘는 학생들 가운데 용케도 외손녀를 찾아
손짓하여 불러 점심먹이고
되짚어 한산으로 걸어가시던 분이시다.
그 때는 그러려니 몰랐었는데
장성하여 외손녀가 할머니가 되니
그 지극한 정성이 사랑을 키워버렸다.
막내 외손주가 할머니인 아내만 따른다.
외손녀와 그 외순녀 사위가
기쁜 마음으로 산소를 찾는다.
한산 건지산 따뜻한 동쪽의 산소다.
항상 산소로 오르기 바로 전에
길가에 알밤이 떨어져 있었다.
둘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한 봉지 주워 담던 기억이 있었다.
재미가 있었다.
오늘은 그런데 밤이 보이지 않는다.
나무가 다섯 그루 정도 있었는데
모두 죽어 있었다.
아! 실망이 컸다.
알밤 소득 없이 아쉬운 맘으로 산소에 도착한다.
그런데 웬 일?
산소 주변에 알밤이 너부러져 있다.
예취기를 내려놓고 밤부터 줍기 시작한다.
많기도 하다. 알밤이다.
작년까지 없었던 일이니 신기하고 이상도 하다.
맘 추스르고 둘러보니
옆 숲속에 있던 염소 농장을 폐쇄하고
그물울타리를 제거하였다.
거기서 떨어진 임자 없는 밤나무가 되어
산소까지 떨어진 것이다.
새로운 밤 줍는 소망거리를 주어
내년에도 즐겁게 금초하란 뜻이 있는가보다.
아주 큰 포도를 놓고 감사기도를 하고 산을 내려온다.
풍요로운 산들바림이 땀방울을 말려버렸다.
양화초교 앞에 우리교회 김** 권사님의 농장이 있다.
아내가 보고 싶은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었다.
양화 중학교 교문 앞의 양쪽 밭이 그분 땅이다.
양봉을 많이 하고 강아지도 많고 닭도 많고 밤도 많다.
공주에 있는 농장도 있단다.
길가 식당에서 보신탕을 사드렸다.
굳이 자기가 산다고 해도
오늘은 내가 베풀고 싶었다.
올 때는 따놓은 알밤을 듬뿍 주신다.
오늘은 흐뭇한 알밤을
많이도 갖게 되었다.
가을이 오늘만 같아라.
9월이 저물어 간다.
첫댓글 그땐 교통이 원할하지않아서 많이 걸어서 이동했죠 지금은 버스 한정거장도 차로 움직이지만 옛날이 그리워지는구만 친구의 글을보니 새삼 그렇고 종종 소통하며 살아갑시다 항상건강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