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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체계 이론
1. 머리말
지난 30여 년 간의 경험적 연구를 통하여 인지심리학은 인간 기억의 구조적, 과정적 특성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 개념, 및 이론들을 제시하여 왔다. 이 논문에서는 지난 30여 년 간 인지심리학에서 진행되었던 기억 연구의 주요 흐름을 약술하고, 30여 년의 연구에서 종합된 기억체계 이론에 기초하여 최근, 특히 80년대 이후의 기억에 대한 인지심리학적 연구에서 주요 쟁점이 되고 있는 주제들을 논하고자 한다.
1.1. 기억 연구 일반의 역사적 변천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기억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의 역사는 크게 세 단계를 거쳐 왔다고 할 수 있다. 첫 단계는 Ebbinghaus 이래의 언어학습적 전통의 연구들이다. 이 전통에서는 Ebbinghaus의 연구 방법을 답습하여 낱개 항목에 대한 기억 흔적의 강도, 파지 기간, 망각 곡선의 문제를 연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고, 또한 행동주의의 전통의 영향을 받아 자극-반응 항목간의 연합 학습, 연합 강도, 및 연합의 간섭과 망각의 문제를 주로 연구하였다. 이러한 연구 전통에서 강조되었던 연구 방법은 계열학습과 짝짓기 학습(paired associate learning)의 학습 패러다임이었다. 이 전통에서는 항목의 반복된 제시와 제시된 항목들 간의 연상적 관계가 항목의 把持(retention)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와 이와 관련된 망각의 기제(mechanism)에만 관심을 가졌었다. 그러나 기억 이론에서 중심적으로 다루어야 할 기억 자체의 본질이나 기억의 구조와 과정의 일반 기제에 대한 관심은 미약하였기에, 이 시기의 기억 이론은 망각의 간섭 이론과 망각 곡선이 이론의 주축을 이루었다.
1960년대 부터 인지심리학의 정보처리 패러다임이 자리를 잡게 됨에 따라 기억 연구에도 많은 변화가 일기 시작하였다. 이후 1970년대 말까지 약 20여 년에 걸쳐서 정보처리적 관점의 기억 이론(혹은 모형)들이 제시되었으며(Atkinson & Shiffrin, 1968; Waugh & Norman, 1965), 그 이론과 모형에 대한 경험적 연구 결과들이 다량 축적되었다. 정보처리적 조망틀의 기억 연구의 특징을 약술하면, 첫째는 기억의 구조와 과정을 세분화하였으며, 둘째는 기억 내의 지식표상을 강조하였으며, 셋째는 기억의 연구 방법이 다변화되었으며, 넷째는 기억의 분석 단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예를들어, 이 시기의 기억 연구에서는 전통적인 계열회상법 이외에도 자유회상, 단서회상, 재인판단, 기억판단 등의 다양한 과제들이 적용되었고, 기억의 분석 단위로서는 자극과 반응의 연상 목록보다는 단일 항목(예; 특정 단어나 문장)이 주 단위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기억을 정보처리 체계로 가정하였다는 것이며, 기억의 구조는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의 이원 구조가 주 구조라는 관점의 정착이었다. 이와 더불어 기억의 과정에 대해서도 단순한 연합과정 대신에 부호화, 저장, 및 인출 등의 여러 과정들이 기억의 주 과정으로 개념화되었고, 이에 대한 실험적 증거들과 이론들이 발굴되었다[예; 처리깊이 혹은 처리 수준 이론, 부호화 특수성(encoding specificity) 이론, 부호화-인출 맥락의 상호작용 이론]. 또한 기억의 지식표상 구조에 대하여 Collins와 Quillian(1969)이 범주적 개념과 그 개념들의 의미 속성들의 위계적 표상 구조를 논한 이래, 일반 명제적 구조의 표상 이론들이 제시되었고(Anderson & Bower, 1973; Kintsch, 1974), 한편 시각적 심상을 중심으로 한 相似(analogue)적 표상 구조에 대한 모형들도 제시되었다(Paivio, 1971). 이 시기의 기억 표상에 대한 주요 논쟁은 명제/상사 표상 중 어떤 표상이 기억을 더 잘 설명하는지에 있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장기기억의 유형을 일화 기억과 의미 기억으로 세분하려는 시도가 있었고(Tulving, 1972), 이러한 서술적 기억에 절차 기억을 첨가한 통합적 분류 모형들이 제안되기 시작하였다(Anderson, 1983). 또한 이 시기의 연구들에서는 이전 시기와는 달리 심리학적 연구와 신경생리적 연구 결과를 연결하려는 시도들이 시작되었다.
다음은 1980년대 이후의 단계로, 이 시기의 기억 연구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기억 연구의 다양화가 더욱 가속화되었다. 60-70년대의 기억 이론과 경험적 증거를 바탕으로 기억 이론의 수리적 모형에 기초한 대형 모형들(global models)이 정형화되었다. 예를들어, Murdock(1983)의 TODAM(theory of distributed associative memory) 이론을 대표적인 기억 모형으로 들 수 있는데, 이 모형은 기억의 과정들을 수리적 모형에 의하여 설명하고자 하였으며, 기억의 전통적인 계열적 표상보다는 병렬적 표상의 연결주의적 표상을 강조한 모형이다. 한편에서는 작업기억의 모형이 정교화되기 시작되었다. 70년대 중반의 작업기억 모형(Baddeley & Hitch, 1974)이 있었지만, 그 이론은 80년대에 들어서야 정교화되었으며 이론적 중요성에 의해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Baddeley(1986, 1990)는 전통적으로 단일체로 보았던 단기기억을 여러 하위체계로 구성된 多重처리체계로 개념화하였고, 정상인과 뇌손상 환자의 기억 특성에 근거하여 하위체계의 존재에 대한 경험적 증거들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기억체계의 분류도 다양화되기 시작하였다. 예를들어, 전통적 접근의 단기-장기기억의 이원적 분류 모형을 벗어나, 서술/절차 기억, 의미/일화 기억, 외현/암묵 기억, 지각적 점화적 기억을 강조하는 분류체계가 제안되었다. 특히 암묵적 기억(implicit memory)의 강조와 이에 대한 연구 결과의 급격한 집적이 두드러졌다. 이와 더불어 기억 연구 과제와 방법론의 다양화가 더욱 촉진되었다. 새로운 기억 실험 과제들이 제안되었고 기존의 기억실험 과제들에 대한 분석이 정교화되었다(김정오, 1995). 특히 정상인과 기억 異常者 집단을 비교하는 과제들이 정교화되었다(박태진, 1995).
둘째는 기억의 多학문적 접근이 급증하였다. 인지신경심리학적 연구에 기초한 기억 이론이 발전하였으며(Squire, 1986), 인지심리학적 연구와 생물학과 신경과학적 연구가 수렴되는 경향이 두드러졌고(Tulving, 1991), 뇌손상 환자들의 학습과 기억의 특성에 대한 연구가 급성장했고, 심리약물적 연구의 이론적, 방법론적 발달이 이루어졌다. 셋째는 전통적 상징적 계산주의 관점에 대한 대안으로 연결주의적 이론이 제안되었다(Rumelhart, McClelland, & LNR Group, 1986). 이 이론은 기억을 컴퓨터 유추로 접근하기보다는 신경망 유추로 접근하는 이론이다. 이러한 접근으로 인해 기억의 병렬적, 분산적 처리가 강조되었고, 기억 표상의 본질에 대한 대안적 관점이 형성되었다. 넷째는 사전 지식 효과와 맥락 효과, 그리고 생태학적 타당성을 강조하는 기억 연구가 부각되었다. 인간은 주어진 자극 그 자체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배경 맥락과 이와 관련된 개인의 事前 지식이 작용하여 어떠한 지식틀(흔히 스키마라는 것)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기억이 변형되고 또 인출시에도 이러한 지식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여러 실험 결과들에 의해 부각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기억의 개인차, 실세계의 기억, 自傳적 기억 등이 강조됨으로써 실험실 상황을 넘어서 생태학적 타당성이 있는 기억 현상의 연구가 주요 관심이 되었다.
80년대 이후 지금까지의 기억 연구 경향을 요약하면 종래의 접근보다는 기억 연구가 상당히 확장되며 자유화되는 경향이 두드려졌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80년대 이후의 기억 연구 결과들을 기억체계 이론과 몇 개의 연구 주제들 중심으로 논하고자 한다.
2. 기억체계 이론: 최근의 접근
1980년 이후의 기억 연구들은 전통적인 단기기억-장기기억의 이원화 중심의 이론에서 벗어나, 기능적 구조를 기억의 체계(systems)로서 개념화하여 기억을 다체계(multiple systems)로 간주하는 이론들을 세련화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70-80년대 초의 대뇌 손상자들의 연구 결과, 세상일반지식의 기억과 개인적, 체험적 기억의 분류에 대한 논의와 이론적 발전, 그리고 명시적 기억과 암묵적 기억(explicit and implicit memory)에 대한 구분과 경험적 자료 축적의 결과로 나타났다.
Tulving(1985)은 서로 다른 기억체계가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기억체계를 분리된 별개의 체계로 규정하기 위하여는 각 기억체계가 행동적, 인지적 기능이 달라야 하며 처리하는 정보와 지식이 달라야 한다. 또한 다른 원리와 법칙에 의해 정보처리가 이루어져야 하며, 다른 신경적 기초 위에 서 있어야 하며, 개체 발생적, 종발생적 진화 단계에서 그 출현 시기가 달라야 하며, 표상되는 정보의 표상 양식이 달라야 한다고 보았다. Schacter와 Tulving(1994b)은 이를 재정리하여 기억 분류 체계에 대하여 다음의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하나의 기억체계는 특정 범주 또는 부류의 과제들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신경적으로 대뇌의 어떤 영역이 관여하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둘째는 독특한 특성을 지녀야 하고 다른 체계와의 관계를 규정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기억체계 작용의 규칙과, 정보의 유형, 그리고 신경적 하위기제, 그 체계의 존재 목적, 다른 기억체계와의 기능적 관계 등이 별도로 규정될 수 있어야 한다. 셋째는 상이한 기억체계가 상이한 과제를 수행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과제적 해리(dissociation)가 다른 측면에서도, 기능적으로도, 관련된 신경적 구조와 기제도 서로 다름이 지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Tulving, 1991).
2.1. 인간 기억 체계의 분류
기억을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만 이원화하고 있던 시기에 Tulving (1972)은 장기기억을 절차적(procedural) 기억과 서술적(declarative) 기억으로 나누고, 서술적 기억은 다시 의미적 기억(semantic memory)과 일화적 기억(episodic memory)으로 나누었다. 후에 Tulving(1983)은 ‘noetic (knowing)’, ‘autonoetic(self-knowing)’, ‘anoetic(not knowing)’의 세 가지 기억 유형을 제시하였다. ‘noetic’ 기억이란 의미적 기억으로, 과거의 사건 자체에 대한 기억이 없이도 알고 있는 기억이며, ‘autonoetic’ 기억이란 일화적 기억으로, 사건이 일어났던 것 자체를 아는 기억이고, ‘anoetic’기억이란 절차적 기억으로, 의식적으로 회상되지 않고도 자동적으로 기억에서 인출되는 기억이다. 이러한 분류는 기억체계를 의식 체계와 연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한편 Squire 등(Squire, 1988; Squire & Zola-Morgan, 1991)은 [그림 1]과 같은 기억 체계의 분류틀을 제시하였다.
기 억
서술적 지식 절차적 지식
(명시적) (암묵적)
의미적 일화적 기 술 점 화 경향성 비연합적
사실 사건들
운동적 지각적 단순고전 순응
지각적 의미적 조건형성 민감화
인지적
적응 수준 판단과 선호 조작적
적응 수준 의 바뀜 조건형성
[그림 1] Squire 등의 기억체계 분류틀
이 분류틀은 조건형성 과정을 비롯한 학습과정을 포함하는 분류 틀이다. 이러한 분류 틀에 신경생리학적 연구 결과와 인지심리학적 연구 결과들을 참조하여 발전시킨 포괄적인 분류틀을 Tulving 등(Schacter & Tulving, 1994b; Tulving, 1994)이 [표 1]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표 1] Tulving과 Squire의 기억체계 분류틀
체계 다른 용어 하위 체계 인출 특성 기본보유기간
절차적 기억 비서술적 운동기술,인지기술 암묵적 장기
단순 조건형성,
단순 연합학습
지각적 표상 priming 시각단어형태, 암묵적 장기
(PRS) 청각단어형태,
구조적 기술
의미적 기억 일반적,사실적 공간적,관계적 암묵적 장기
지식 기억
일차적 기억 작업기억 시각, 청각 명시적 단기
일화적 기억 개인적,自傳적 명시적 장기
사건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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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기본 보유 기간의 항목은 Tulving과 Squire의 논지에 근거하여 필자가 첨가한 것임)
2.2. 기억의 다섯 체계의 일반적 특성
위에 제시한 기억의 다섯 체계는 기억체계를 의식 수준, 저장 형태의 유형 및 진화 단계에 근거하여 분류하고 있다(Tulving, 1991). 이 논문에서는 각 체계의 기본적 작용 기간이 단기이냐 장기이냐에 따라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누어 그 특성을 약술하겠다.
2.2.1. 일차적 기억체계: 단기기억 또는 작업기억
일차적 기억(primary memory) 또는 작업기억이라고도 하는 이 기억체계는 새로 입력되거나 다른 기억체계에서 활성화된 정보들을 짧은 시간동안 쉽게 접근가능한 형태로 유지시켜 주는 기억이다. 단기기억은 각종 인지적 과제를 수행하는 데에 필수적으로 관여되며, 인지적 작업장 또는 의식의 마당이라고 할 수 있다. 단기기억 체계는 60년대 초기의 기억 모형(예: Atkinson & Shiffrin, 1968)에서는 오히려 장기기억보다 더 강조되었었다. Atkinson 등의 이원적 모형에서는 단기기억이 하나의 단일적인 단원 체계(modular system)로서 다루어졌었다. 이러한 단기기억에 대한 초기의 이론적 모형이 너무 단순화되었다는 등의 문제점들이 지적되면서, 70년대 중반에 작업기억의 개념이 대두되었고, 80년대 후반 이후에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라는 개념이 단기기억이라는 개념을 점차 대치하게 되었다. 단기기억이 하나의 단일체가 아니라 여러 하위 체계(subsystems)로 되어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작업기억(혹은 활동기억) 모형은 Baddeley와 그의 동료들에 의해 제기되었다(Baddeley, 1986, 1990; Baddeley & Hitch, 1974).
작업기억이란 인지 행위가 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처리체계이다. 작업기억은 정보들을 일시적으로 보유하고, 각종 인지적 과정들을 계획하고 순서지우며 실제로 수행하는 작업장이다. 작업기억 내에 있는 정보는 장기기억의 정보에 비해서 활성화 수준이 높으며, 주로 음운적, 시공간적 형태로 처리된다. 그렇지만 작업기억은 처리 용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한 번에 활성화될 수 있는 정보의 양이나 한번에 처리될 수 있는 인지 과정들의 수가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작업기억의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처리 자원(processing resources)이 경쟁적인 인지 과정들 사이에 공유되거나 분배되어야 한다. 작업기억 이론은 기억 체계가 실제의 의식적, 심리적 활동의 요구들에 어떻게 부응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발전되었다.
작업기억 모형은 처리 용량이 제한되어 있으며 일정한 기억범위(memory span)를 지니기에 한 가지 일 이외에 다른 일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검증하기 위한 이중과제(dual task)의 연구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이중과제란 주과제와 부과제를 함께 수행하는 것으로, 예를들어, 시각적으로 제시된 단어들을 학습하면서 청각적으로 제시된 숫자들을 계속 기억해내어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 종래의 단일체적 단기기억 이론에 의하면 주과제와 부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면 주과제만 수행하는 경우에 비해서 주과제에 대한 처리 용량에 커다란 부담을 주어 주과제의 수행이 상당히 저조하리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실험 결과에 의하면, 3개의 숫자들을 외우며 단어들을 학습한 피험자들이나, 여섯개의 숫자를 외우며 단어학습을 한 피험자들은 통제집단에 비해서 약간의 차이는 있었으나, 단일체 단기기억 이론에서 예상하듯이 그렇게 큰 차이, 즉 큰 기억부담 효과는 초래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한 개에서 8개까지의 숫자를 기억하게 하면서 문장(예, 참새는 날개가 있다)들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게 한 과제에서 기억부담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 이는 단기기억이 단일체적이라기 보다는 여러 하위체계들의 조합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Baddely와 Hitch(1974)는 이러한 배경에서 작업기억 모형을 제시하였다. 작업기억 모형에서는 단기기억 체계를 인간이 각종 정보를 처리하는 작업장으로서, 그리고 가동 중이며 활동 중인 기억이라는 의미에서 작업 또는 활동 기억이라 명명하고, 이를 다시 3개의 하위체계로 나누었다. 각 하위체계별로 그 특성들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⑴ 調音 회로(articulatory loop)
이중과제의 실험 결과들은 숫자를 기억하여 유지하는 과제와 단어를 학습하고 또 추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가 단기기억의 서로 다른 체계에 의해 진행되는 것임을 시사한다, Baddeley와 Hitch는 숫자를 기계적으로 기억에 유지하는 기억 체계는 말(speech)에 기초해 있다고 보고 이를 조음회로라고 하였다. 숫자를 음성으로 부호화하여 유음절적인 조음(명시적으로 소리는 나지 않았으나 발성기관이 관여된 조음 부호적으로 처리되었다는 의미에서) 부호로서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음회로가 실재한다는 대표적 증거는 ‘조음-억제 효과’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효과는 작업기억 내에 조음회로의 하위체계가 있어서 여기서 몇 개의 자극(숫자)들을 계속 기억 속에 조음 부호의 형태로 유지(recycling)하며, 다른 체계에서 단어들의 기억이나 추리판단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함을 시사한다. 이 조음회로는 다시 음성적 저장고(phonological store)와 조음 통제 과정(articulatory control process)으로 세분되었다. Baddeley(1986)는 이 조음 통제 과정이 일종의 내적인 소리(inner voice)라고 하였다. 이러한 과정이 존재함을 지지하는 증거는 언어를 이해하고 글로 표현할 수 있으나 말을 못하는 환자(anarthia)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러면 이 조음회로는 어떠한 역할을 하는 것일까? Shankweiler와 Liberman (1976)은 난독증(alexia) 환자의 경우 조음회로가 잘 발달되어 있지 못함을 보여주었다. 이는 조음회로가 말 소리(음소)를 올바른 순서로 부호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임을 시사한다. 또한 다른 연구들에 의하면 조음회로의 역할이 단순한 문장들보다는 복잡한 문장들을 이해하는데에 영향을 줌이 드러났다. Baddeley와 Lewis(1981)에 의하면 언어자극에서 의미의 이상이라던가 어순의 이상을 탐지하는 과제에서 조음 억제 현상이 강하게 일어난다. 이러한 증거들은 보다 복잡한 문장들의 이해에서 처리 부담이 늘어날 때에 조음 부호로 부호화하여 조음회로에 유지하여 처리부담을 덜게 하는 것이 조음회로의 역할임을 시사한다.
⑵ 視空間 雜記帳(visuo-spatial sketch pad: VSSP)
작업기억의 둘째 하위체계인 시공간 잡기장은 시각적 심상(image)의 내용이 저장되고 이에 대한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처리 체계이다. 이러한 체계가 존재한다는 근거는 Brooks(1968) 등의 연구에 의해 제시되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시각 자극에 대한 심상을 기억 속에서 떠올리며 그 심상의 어떤 특성에 대해서, 목소리로 ‘예-아니오’로 답하거나, 손가락으로 책상을 똑똑 두드려 답하거나, 공간적으로 위치한 답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등의 세 유형으로 답하게 했을 때에, 후자의 방식, 즉 시공간적 응답 방식만이 심상을 떠올리는 것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적 잡기장에 있는 심상이 동시에 수행되는 시공간적 과제에 의해 간섭을 받은 것이다. Baddeley(1986)는 피험자들에게 시각적 추적 과제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시각적이거나 언어적인 심상의 조직과 저장을 요구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하면 언어적 심상 과제가 아닌 시각적 심상 과제는 추적 과제와 간섭을 일으킴을 발견하였다. 이는 작업기억의 시공간적 잡기장이 시각적 심상과제에 의해 선택적으로 사용됨을 보여주는 것이다.
⑶ 중앙집행기(central executive)
중앙집행기는 작업기억에서 가장 중요한 하위체계이며, 대부분의 작업기억의 정보처리들을 관장한다. 이 체계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Baddeley (1986)는 중앙집행기의 특성을 역설적인 논리로 규정하였다. 중앙집행기는 저장고도 아니고, 시공간 잡기장처럼 감각질 특수적 정보를 다루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조음회로와 시공간 잡기장의 두 하위 체계에 정보의 처리 자원을 할당해주고 주의 과정과 자동적 과정을 지배하며, 심리적 과정의 시작과 끝냄의 순서를 조정하는 처리기이다. 이 중앙집행기는 각종 인지 과정, 즉 문제해결, 언어 이해, 각종의 정보 탐색과 정보 비교, 그리고 정보의 저장과 계산의 수행을 담당하는 체계이다. 중앙집행기가 정보처리의 조절과 통제(regulatory and control) 활동에 관여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입장이다. 주의와 행위의 통제나, 작업기억체계 내의 하위 체계들로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조절하는 것이나, 장기기억에서의 정보의 인출 등이 중앙집행기가 관장하는 조절과 통제 처리 활동이다. 또한 이 중앙집행기에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간주되고 있다. 작업기억의 기억범위(용량)의 문제는 중앙집행기의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 중앙집행기는 용량이 제한된 처리 자원에 의해 정보의 저장과 처리를 관장한다.
작업기억의 세분적 하위체계 모형을 비판하는 입장들도 제안되었다. 예를들어, Klapp, Mashburn, 및 Lester(1983) 등은 작업기억이 꼭 필요한가, 작업기억에서 음운적 및 시공간적 정보 중심으로 처리되는가, 중앙집행기라는 것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해 반론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하위체계의 세분화가 이론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도 제안되었다. 신경생리학적 연구와 인지-행동적 연구 결과들에서 이런 작업기억을 세분화할 필요성을 제시하는 증거들이 있었다.
중앙집행기의 신경적 기초는 전두엽(frontal lobe)인 것 같다. Baddeley (1990)는 전두엽이 일부 손상된 환자의 경우에 중앙집행기 이상 증상(dysexecutive syndrome)이 나타난다고 하였다. 전두엽이 손상된 CB라는 환자는, 재인기억과 회상기억이 모두 저하된 다른 기억상실증 환자와는 달리 재인기억은 정상이며 회상에서만 기억 장애를 보였다(Parkin, 1993). 단일 세포의 반응 기록이라던가 PET 스캔 방법 등에 의해 심적 정보처리의 부담이 과제에 따라 뇌의 다른 부분을 관여시키게 한다는 증거가 제시되었다. 또한 뇌손상 환자들에 대한 연구나 정상인의 개인차 연구들에서도 작업기억 이론을 지지하는 결과들이 축적되었다. 현재로는 대부분의 인지심리학자들이 작업기억 개념과 그 과정적 이론을 수용하고 있다고 하겠다(Baddeley, 1994a, 1994b).
작업기억의 가장 두드러진 이론적 가정은 일시적 저장과 정보 접근의 용이성(신속성)에 있다(Baddeley, 1986). 최근에 과연 작업기억의 제한내에서만 이러한 기억적 특성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예를들어, 자신의 이름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인출이 쉽게 일어난다. 그렇다면 자신의 이름을 항상 작업기억에 저장하고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작업기억의 처리 용량은 기억자의 지식이나 숙련된 기술에 근거하여 확장될 수 있다는 증거들이 제안되었고, 과연 작업기억의 용량이 제한적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작업기억의 개념을 확장시키려는 이론적 시도가 있었다. Ericsson과 Kintsch(1995)는 작업기억을 일시적 정보의 저장 및 처리 중심으로 보는 것(이를 short-term working memory, ST-WM라 함)의 부적절성을 제기하고, 영역 특수적 지식(예; 장기, 속셈)과 관련하여 장기기억에 정보들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저장하여 이를 직접 작업기억에서 활용하는 장기기억적 작업기억(long-term working memory: LT-WM)의 이론을 제시하였다. 즉 장기기억의 정보라고 할지라도 숙련된 기술이나 지식의 축적으로 인해서 신속한 접근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관점은 앞으로 작업기억의 개념이 이론적으로 계속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2.2.2. 장기기억
장기기억이란 온갖 경험 내용이 비교적 영구적으로 대뇌에 저장되며, 기억해 낼 필요가 없는 한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는 기억이다. [표 1]에서와 같이 장기기억에는 여러 기억체계가 있다. 이 가운데서 행위체계인 절차적 기억체계를 제외한 다른 장기기억 체계들은 모두 표상체계이며 이들에는 온갖 지식들이 表象으로서 저장되어 있다. 이러한 지식들은 여러 유형의 부호, 즉 지각적, 의미적 부호 등의 다원적 부호로 저장되어 있다. 각종 사물에 대한 일반 지식, 각종 기술 지식, 언어적 개념과 문법에 대한 지식, 각종 심상(心象)들, 자신의 감정들, 개인적인 경험 내용 등이 저장되어 있다.
⑴ 절차적 기억(procedural memory)
절차적 기억은 인지적, 행동적 행위체계(action system)이다. 의미적 기억이나 일화적 기억 같은 敍述的(declarative; What에 대한) 기억 체계는 외적 현실이 명제나 다른 상징으로 표상되지만, 절차적 체계는 이러한 상징체계로 표상되지 않는 非敍述的 기억인 것 같다. 이 체계는 각종의 행동적, 인지적 기술이나 앨고리즘의 학습에 관련된 기억이며, 의식적으로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적으로 작동한다. 예를들어, 필기를 한다던가, 몸의 균형을 유지한다던가, 악기를 연주하는 등의 지각-운동적 또는 지각-인지적 과제의 대부분이 이 절차적 지식에 의해 수행된다. 이러한 절차적 기억은 어떤 것에 대한 학습이 서서히, 점진적으로 일어나며, 따라서 환경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불변하는 정보들을 학습하는 데에 적절하다. 절차 기억이 존재한다는 것은 일부의 기억 상실증 환자에게서 뚜렷이 나타난다. 대뇌에 손상을 입어 기억상실증이 된 어떤 환자들 중에, 기술 학습과 절차 학습 능력은 정상이지만, 일반 의미 지식과 일화 기억은 손상된 사례가 보고되었다. 이는 ‘어떻게(How)’에 대한 지식과 ‘무엇에(What)’에 대한 지식이 대뇌의 서로 다른 부분에서 처리되고 기억됨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절차 지식의 신경적 기초에 대한 연구가 발전되어 기저핵(basal ganglia)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과, 신경적 연구에 근거해 볼 때, 행동적 기술이나 절차와, 인지적 기술이나 절차가 대뇌피질의 운동영역과 前운동 영역 및 前頭영역(prefrontal area)의 관여가 꼭 필요한가의 면에서 서로 다르다는 점이 드러났다.
⑵ 지각적 표상 체계(perceptual representation system: PRS)
앞의 절차기억은 임의성이 없는 자동적 기억체계였지만, 지각적 표상체계를 포함하는 나머지 네 체계는 인지와 관련된 체계이며 그 내용을 의식적으로 자각 가능한 체계들이다. 이들 체계에서는 기억자가 기억의 내용을 임의적으로 명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이 네 개의 체계 중, 지각표상체계는 지각적 학습 결과를 표상하는 체계이다. 하나의 대상을 지각적으로 한번 접하면 다음에 이 경험이 남아 있어서 다른 대상보다도 더 쉽게 再認(recognition)하게 되는 결과, 즉 점화(priming) 효과가 이 지각적 표상 체계의 존재를 확인해 준다. 이 체계는 언어적 의미 이전 수준에서 작용하며 대상(단어를 포함하여)의 정체를 파악하는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흔히 비의식적, 암묵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기억이 존재한다는 것은 기억상실증 환자나, 정상인에서 지각적 학습이 명시적-의식적 기억과 해리(dissociation)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Roediger, 1990)나 어휘처리 능력이 손상되어 있으나 단어의 지각적 모양이나 구조 처리는 온전한 환자들의 기억 수행 연구 결과에서 드러났다.
⑶ 의미 기억(semantic memory)
일반적 사실의 기억 체계인 의미 기억 체계는 넓은 의미의 사실적 정보를 습득하고 파지하게 하는 기억이다. 이 의미기억은 인간이 사고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제공해준다.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 새로 얻고 보유하고 활용하는 각종의 지식과 믿음들은 이 의미기억에 의존하는데, 언어의 의미와는 구분된다. 그러한 구조의 한 단위가 도식(schema)이라고 하겠다. 意味기억이란 일화적 경험이 쌓이고 이것이 추상화되어 이루어진 개념적 일반지식의 기억이다. 이 지식은 각종 어휘, 언어적 개념들, 일반 世上事들 등에 대한 지식이다. 이 의미기억은 나름대로 독특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의미기억은 일화기억처럼 쉽게 변하거나 망각되지 않으며 비교적 영구적으로 남아있다고 본다.
⑷ 逸話 기억(episodic memory)
일화 기억이란 개인이 경험하는 각종 사건들, 일화들에 대한(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기억이다. 逸話기억은 계속하여 새로운 일화 경험이 쌓이기 때문에 以前 일화들은 비교적 쉽게 변화되고 망각된다. 그러나 전에 일어난 사건들을 자주 생각하는 경우는 흔하기 때문에 일화 기억은 다른 기억에 비해 자주 引出 연습이 이루어져 기억이 잘된다. 기억에서 일어나는 각종 정보 처리는 우리가 의미 기억에서 각종 지식 정보, 즉 의미 기억을 효율적으로 인출하여 사용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먼저 의미적-일화적 기억에 대한 구별을 생각해 보면, 이러한 두 유형의 기억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직관으로도 생각 가능하지만, 경험적 증거들이 있다(Tulving, 1989).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어떤 남자는 좌측 전두엽과 우측 두정엽이 손상되었는데, 그는 읽고, 쓰고, 대상을 知覺하며 자기 家族 別莊이 있음을 기억하며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도 기억한다. 그러나 그곳에 간 경험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자기가 승용차가 있고, 차종, 제조년도 알지만 차를 타고 간 일화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대뇌를 PET 스캔 방법으로 대뇌 부위의 혈류측정(rCBF)을 한 결과, 일화 기억을 처리할 때에 관련되는 대뇌 部位와 일반 지식, 즉 의미 기억을 처리할 때에 관련되는 대뇌 部位가 달랐다. 이는 두 유형의 기억이 다른 대뇌에 의해 달리 처리됨을 지지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일화적 기억과 의미적 기억이 전혀 다른 체계에 의해 이루어지는가 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있다. 기억상실증 환자들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이들이 반드시 일화적 기억만 손상되는 것이 아니라, 의미적 기억도 어느 정도는 손상되는 것 같다(Parkin, 1993). Butters와 Brandt(1985)에 의하면 PZ라는 코르사코프 증후 환자는 어릴 때의 일화를 잘 기억 못할 뿐만 아니라, 과거의 여러 시점에서 친숙했을 의미적 정보에 대한 기억에 있어서도 정상인에 미치지 못함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들은 일화적 기억과 의미적 기억이 한 체계의 양면일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은 이 두 기억의 구분을 없애고 하나의 기억으로 통합하기에는 시기 상조인 것 같다.
2.3. 기억체계들 간의 관계와 신경생리학적 기반
기억 체계들의 상호간의 관계는 어떠한가? Tulving(1995a)은 이들 간의 관계를 과정적 관계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SPI(serial, parallel, and independent) 모형을 제시하면서 이들 체계의 관계는 ‘과정 특수적’이라고 보았다. 그에 의하면, ① 각 체계들에서 정보의 부호화는 계열적으로(serial) 일어나며, 한 체계의 부호화의 성공은 다른 체계들의 정보의 성공적 처리에 의존한다. ② 각 체계(하위체계)에의 정보의 저장은 병렬적으로(parallel) 일어난다. 비록 하나의 자극, 인지적 행위에 의해 정보가 저장되지만, 각 체계의 정보는 체계별 특성에 따라 다른 형태로 저장된다는 것이다. ③ 한 체계에서의 정보의 인출은 다른 체계의 정보나 처리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독립적으로(independent) 일어난다. 이를 종합하여 말한다면 기억체계들의 관계는 어떠한 과정이 관여되었는가에 따라 가변적 관계를 지닌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체계들이 어떠한 신경계 구조에 의해 그 기능이 가능하게 되는 것인가? Squire, Knowlton, 및 Musen(1993) 등은 서술적 지식의 기억과 비서술적 지식의 기억을 각각 지지하는 신경적 구조에 대한 연구를 근거로 이 두 유형의 기억 체계를 구분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들의 논의를 비롯하여 그동안에 집적된 신경학적 연구를 종합한다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Squire & Knowlton, 1995). 일반적 사건과 사실들에 대한 명시적 기억에 해당하는 서술적 기억은 주로 내측두엽(medial temporal lobe)의 해마(hippocampus)와 후내야 피질(entorhinal cortex)과 간뇌(diencephalon)의 신경구조들이 담당하며, 비서술적 기억, 즉 암묵적 기억은 기억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신경구조가 담당하는 것 같다. 기술과 습관들은 선조(striatum)가, 점화반응은 신피질(neocortex)이, 단순조건반응의 정서적 반응은 편도체(amygdala)가, 골격 근육적 반응은 소뇌(cerebellum)가, 그리고 비연합적 학습은 반사신경로가 담당하는 것 같다. 한편 Shimamura (1995)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전두엽(frontal lobe)은 후뇌 활동의 억제적 통제를 담당하여, 부적절한 자극, 무관련 자극을 여과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 부위가 손상되면 무관 자극들이 여과되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장애가 일어난다. 자유회상, 단어 찾기, 메타기억, 순서기억, 일화 맥락 기억 등에 장애를 일으킨다고 한다. 이와 같이 대뇌의 부위에 따라 그 담당 기억이 다름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종래에 생각하였던 바, 즉 대뇌의 어디엔가 기억만을 전담하는 단일 신경구조가 있을 것이며, 단일한 종류의 신경적 활동이나 화학적 변화가 있어서 바로 이것이 ‘기억의 신경적 구조’이고 ‘기억의 신경적 활동’이라고 지적할 수 있을 가능성이 희박함을 보여 준다. 상당히 다양한 신경구조와 신경활동들이 다른 유형의 기억체계와 기억 정보처리에 관여하고 있음이 현재의 연구들에 의해 드러나고 있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3. 기억 흔적, 인출, 및 망각 개념의 변화
기억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의 역사를 훑어 보면 기억에 대한 관점이 전술한 바처럼 계속 변화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밀랍(wax) 비유적 단일 기억 흔적의 관점에서 다원적 기억 흔적의 관점으로 변화하여 왔다. 20세기 초에 R. Semon은 한 자극에 대한 기억 흔적이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라는 ‘다중 흔적(multi-engrams)’ 이론을 제시하였다. 기억의 흔적이란 특정 자극 자체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제시된 맥락 정보가 함께 기억되기 때문에 한 자극을 여러 번 제시하면, 그 자극의 한 기억 흔적(m1)이 반복하여 점차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억 흔적들(m1, m2, ...)이 추가적으로 계속 남고 이러한 복합적 기억 흔적을 인출 단서가 연상에 의해 불러내어 회상되게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Bartlett(1932)도 기억은 단순한 옛 흔적의 단순한 복사적 재생이 아니라, 구성과 재구성 과정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 관점들은 모두 기억 내용의 친숙감(feeling of familiarity)이 기억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하였다.
1960년대까지 기억 이론을 지배하였던 단순 기억 흔적의 개념이 비판을 받고, 1970년대에 이르러 이러한 다원적 기억 흔적의 개념이 부활되며, 이를 배경으로 기억에서의 인출의 개념이 단순한 자동적 인출의 개념에서 복잡한 계산에 의한 판단과 추론 과정, 확률적 결정의 과정으로 보는 관점이 대두하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의 인지심리학 초기에 주의에 관한 연구와 감각과 지각심리학의 이론 형성에 적용되던 신호탐지 이론의 개념들이 기억 이론에 도입되어 기억에 대한 통계적 판단-결정의 수리적 모형의 발전이 시작되었다. 기억에서의 인출이, 다원적 기억 흔적을 재활성화 한 후에 이에 대해 신호탐지적인 통계적 추론과 결정하기 식의 처리를 하는 것으로 개념화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출은 저장고에서 기계적으로 되꺼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端緖들을 근거로 하여 정보를 장기기억에서 탐색하고, 확인하고, 또 재구성하여 꺼내는 복잡한 과정들이 포함된다. 정상적 인간이 모든 경험 자극들을 일일이 자세히 처리하여 저장하는 것은 비효율적 정보처리라고 간주한다면, 이는 인간이 부호화시에, 즉 저장시에 무언가를 선택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출의 실패 또는 망각의 원인을 저장 정보처리의 실패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망각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저장 실패로 인한 망각은 인출에서의 인출 실패 機制에 의해 설명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그리고 또 순수한 저장 실패로 인한 망각을 실험적으로 유발시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인지심리학자들은 망각의 원인을 주로 인출 실패에서 찾으려 하였다. 인출 과정에 대하여 여러가지 이론과 모형들이 제시되었고, 인출 과정이 단순히 저장고 주소를 찾아 자동적으로 꺼내는 과정 이상의 복잡한 과정임이 인식되었다. 왜 망각이 일어나는가에 대해 전통적으로 두 개의 이론이 제기되어 왔다. 이들은 衰退 이론[쇠잔 또는 腐蝕(decay) 이론]과 간섭 이론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행동주의 시대부터 내려온 이 두 이론, 즉 시간 경과에 따라 기억 흔적을 담당하는 신경체계의 변화에 의해 망각이 점진적으로 진행된다고 보는 흔적쇠퇴 이론이나, 후속 정보가 옛 정보의 인출을 어렵게 해서 기억이 잘 안된다는 간섭 이론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이 두 이론을 수정하여 새로운 형태의 인출과 망각의 이론을 제시하였다. 이 새로운 이론에서는 단서 의존적 인출 또는 망각의 개념과, 확률적 통계적 결정의 개념이 중심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인출의 측면을 강조한 기억 이론으로 먼저 대두된 것은 생성-재인(generation- recognition) 이론(Anderson & Bower, 1972)이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인출시에 후보 항목들을 연상 관계에 의해 생성해 내고, 이들 후보중에서 가장 친숙도가 높은 것을 재인하여 기억해낸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여러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생성-재인 모형은, 회상은 두 단계를 모두 포함하는데 비해 재인은 첫 단계가 생략된 기억이기 때문에 회상(recall)이 재인(recognition)보다 더 어렵다고 본다. 또 외적인 단서를 주었을 때에 회상이 잘 되는 것은 이 단서들이 후보 항목들을 생성해 내는 단계를 돕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이론은 Tulving 등의 부호화 특수성 이론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 부호화 특수성 이론에 의하면(Tulving & Thompson, 1973), 장기기억의 망각이란 인출시에 주어진 단서들 또는 스스로 생성해내는 인출 단서들이 이전에 목표자극을 부호화(학습)했을(encoding) 때의 단서들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출 단서를 주면 그 단서에 따라 인출 후보 항목을 생성해 놓고도 학습했던 항목들을 재인하지 못하는 현상(recognition failure of recallable items)이 나타난다. 반면에 학습(부호화)時의 단서나 맥락이 인출시에 다시 제시되면 거의 회상이나 재인의 실패가 없었다. 부호화시의 자극 맥락이 인출시에 다시 주어져야 인출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상과 재인의 차이도 생성-재인 이론에서 주장하듯이 질적으로 다른 기제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인출맥락 단서의 결핍과 풍부의 차이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Tulving 등은 실제의 회상과 재인 사이의 상관이 생성-재인 이론에서 예상하듯이 상관계수 r=1.0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는 ‘Tulving- Wiseman’ 법칙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부호화 특수성 이론은 다시 보강되어 ‘부호화-인출 맥락의 轉移 적절성’ 여부의 개념으로 포괄적으로 발전되었다.
부호화-인출 맥락 전이 적절성 내지 의존성과 관련하여 Godden과 Baddeley(1975)는 부호화시의 상태와 인출시의 상태의 일치성 내지 부합성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드라마틱한 실험을 수행하였다. 그들은 잠수부들에게 육지 또는 바다 속에서 단어 목록을 학습시킨 후에 다시 육지 또는 바다 속에서 이 단어들에 대한 기억을 검사하였다. 그 결과, 회상에서는 부호화시와 인출시의 환경 상태가 동일한 경우에 기억이 좋고, 환경이 달라지면 기억이 떨어졌으나, 재인 검사에서는 환경 변화가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Godden & Baddeley, 1980). 이러한 상태 의존적 기억 효과는 회상의 경우는 여러 상황에서 뚜렷히 일어나며, 재인의 경우는 이미 친숙성의 정보가 재인 항목 자체에 의해 주어지기 때문에 맥락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고 단지 맥락과의 연합이 강하다던가, 기억 흔적 자체가 약하다던가 하는 특정한 조건 하에서만 효과가 관찰되었다. 맥락적 인출 단서가 불충분하여 기억 내용의 인출이 실패할 수도 있다.
이상의 부호화-인출 맥락 전이성(의존성) 이론에 의하면 장기기억에서의 성공적인 인출 과정이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녀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첫째로, 기억 인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출 단서가 있어야 한다. 둘째로, 부호화하여 기억해 넣을 때의 단서와 인출할 때의 단서(맥락)가 합치될수록 좋다(김정호, 1985). 기억할 때와 인출할 때의 물리적 환경 상태, 언어적 맥락, 자신의 신체적, 정서적 상태 등의 단서가 동일하거나 유사해야 기억이 잘 된다는 ‘부호화 합치성’ 원리가 적용된다. 셋째로, 목표정보를 인출하기 위한 인출단서가 다른 인출단서나 기억 내용과 간섭이 적을수록, 또 재생성 또는 인출이 용이할수록 좋다. 기억해내야 할 정보가 다른 것과 구별이 잘 되는 명료한 내용으로 저장될수록, 그리고 인출단서 자체의 기억과 재생성이 다른 정보와의 유사성으로 인해 간섭을 받지 않도록, 그리고 보다 잘 조직화된 덩어리로 저장되어 있을수록 그 정보를 탐색하여 인출하기가 쉽다. 목표 자극과 부합되는 인출 단서가 제시될수록 목표 자극의 기억 흔적을 재활성화시키기가 용이해지는 것이다(Lee, 1979).
부호화 특수성 또는 부호화-인출 맥락 의존성 이론에 대항하기 위하여 생성-재인 이론도 기억되는 내용에 여러 차원의 의미 속성을 첨가하여 문제점을 극복하려 하였다. 그러나 두 이론 모두 어떤 형태의 재구성에 의한 인출을 제안하고 있지만 이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제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Anderson(1983)이나 연결주의자 등의 확산적 활성화(spreading activation) 이론이나, 후에 논할 수리적 모형에서는 행렬적 기억 정보 표상의 공명적 불러 일으킴과 같은 과정의 도입에 의해 극복되고 있다.
생성-재인 이론, 부호화 특수성 이론, 및 확산적 활성화 이론 등 모두의 기본 논리는 기억 표상 또는 신경망 연결의 활성화 값을 정적(positive)으로 증가시키는 것이 기억에서의 성공적 인출의 기본 기제임을 상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대립적 입장이 최근에 제시되고 있다. Gernsbacher(1990), Dagenbach과 Carr(1994), Anderson과 Spellman(1995) 등은 오히려 활성화를 선택적으로 능동적으로 감소시키는 기제, 즉 억제(inhibitory) 기제가 기억의 인출에서 중요한 기제임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목표 기억 흔적의 강한 활성화와 마찬가지로, 경쟁적 기억 흔적들을 선택적이고 능동적으로 억제하는 기제가 기억 인출의 성공을 결정해주는 관건이라는 이론이 설득력있게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이론은 그 기본 형태가 계산적일 수 있어서 수리적으로 정형화될 수 있다는 점, 연결주의 모형과 잘 맞을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하여 앞으로 이론적 비중이 커지리라 예상된다.
인출 과정 특성의 상당한 부분은 수리적 확률적 계산과 결정에 의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특성과 더불어 기억 흔적의 강도를 수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기억의 수리적 모형들이 최근에 이르러 그 이론적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4. 기억의 수리적 모형과 인출 과정
기억에서 정보들은 어떻게 인출되는가에 대하여 행동주의 심리학이나 초기 정보처리 이론에서는 인출 과정을 단순하게 생각하였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단순히 기억 저장고의 주소를 찾아 자동적으로 꺼내는 식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한 생각은 점차 확률적, 통계적 계산과 결정이 개입되는 과정으로 기억을 생각하는 입장으로 바뀌어졌으며, 이에 따라 수리적 모형이 부각되었다.
기억에서의 인출 과정이 복잡한 과정임을 시사하는 모형들이 제기되었다. Ratcliff와 McKoon(1988)은 이러한 인출과정의 복잡성을 물리적 共鳴 현상에 유추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각종의 기억 내용이 여러 다른 주파수의 소리굽쇠들(A,B,C,D, ...)의 형태로 대뇌에 들어 있고 引出時에 주어진 단서 정보(Ci)는 특정 주파수에 해당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인출 과정은 진동하는 단서(Ci)와 유사한 주파수를 가진 기억 소리굽쇠들(Cj,..)에서의 同調的인 진동을 誘發시키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인출時의 단서 자극이 목표 기억 정보에 대해 同調적인 진동, 즉 共鳴을 유발시키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둘 사이의 주파수의 類似性에 달려 있게 된다. 두 정보 사이의 共鳴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better match) ‘찾던 기억 내용이다’는 반응 쪽으로, 그리고 공명 정도가 작으면 작을수록 ‘아니다’는 반응 쪽으로 기울어져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확률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유추에 따르면 기억을 해낸다는 것은 복잡한 數理的 결정 과정에 의한다고 볼 수 있다.
1960년대에 Wickelgren과 Norman(1966), 그리고 Murdock(1966) 등이 수리적 기억 모형을 제시하였고, 이런 전통을 따라 그 이후의 연구들에서 기억 흔적의 강도, 기억 흔적의 쇠잔 속도, 기억흔적에 대한 친숙감, 다른 흔적과의 식별, 기억 흔적에 내포되는 의미 정보 속성들의 차원별 행렬과 그 값, 인출반응 잠재 시간, 신호탐지 민감도 d' 등에 대한 수리적 모형이 제시되기 시작하였다. 후대에 영향이 비교적 강하였던 모형은 Murdock(1966, 1974, 1983)의 TODAM 모형이었다. 그는 단일 항목 정보, 두 개 이상의 항목간의 연상 정보, 사건들의 순서 정보를 기억의 세 중요 정보로 간주하고 이 정보들이 어떻게 표상되고 또 인출되는가의 문제를 확률적 결정 이론, 신호탐지이론, 행렬적 대수 등의 수리적 이론들을 도입하여 기억 과정을 하나의 통계적, 수리적 결정으로 보는 모형을 제시하였다. 그는 기억 흔적이 기억 저장고의 특정 위치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자극을 경험할 때마다 새로운 흔적이 생기며, 이들의 관련된 정보들이 여러 차원의 행렬 형태로 기억고에 분산 표상되어 저장되며, 인출이란 이러한 행렬 형태의 분산 표상된 여러 흔적에 대한 回旋(convoluted)-相關的(correlated) 벡터에 대한 Poisson-Neyman 류의 통계적 결정을 하는 것으로 모형화하였다. 이 모형은 TODAM이라는 이름으로 제시되었고 1982년 이래 계속 수정, 보완되었으며(Murdock, 1983, 1993), 다른 연구자들의 기억 이론에 영향을 크게 주고 있다(Hockley & Lewandowsky, 1991). Murdock의 TODAM 이론과 마찬가지로 기억에서의 탐색을 단일 기억흔적의 계열적 탐색이 아니라 병렬적 탐색으로 본 다른 수리적 이론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Ratcliff와 그의 동료의 기억 인출 모형이다(Ratcliff, 1978; Ratcliff, 1990; Ratcliff & McKoon, 1988). 이 모형의 특성 중 일부는 앞서 진술한 바 있다. 이외에도 Eich(1982)의 CHARM 모형, Hintzman(1984)의 MINERVA II 모형, Humphreys, Pike, Bain, 및 Tehan(1989)의 Matrix 모형, 그리고 Shiffrin과 그의 동료들(Gillund & Shiffrin, 1984; Raaijmakers & Shiffrin, 1981; Shiffrin & Raaijmakers, 1992)의 SAM 모형 등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모형들은 기억의 저장과정, 인출과정, 기억 흔적 강도, 및 흔적 강도의 변화 등을 수리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하나 하나의 과정들을 세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각종 패라미터와 준거치들을 제시하고 있는 엄밀한 형식적 모형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다른 한 공통점은 기억해야 할 항목의 표상이 독자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관련 정보들과의 연합적 관계로서 표상된다는 것이다. 셋째의 공통 특성은 기억되는 정보가 저장(부호화)할 때의 맥락과 인출할 때의 맥락이 연합되어 저장되고 인출된다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Murdock의 세 가지 정보 유형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예를들어 Shiffrin 등의 SAM(Search of Associative Memory) 모형에서는, 기억할 자극의 기억 흔적 강도, 그것과 다른 항목과의 연합 강도, 맥락과의 연합 강도를 상정하고, 이들 사이의 積을 구하여, 그에 근거하여 기억 흔적의 친숙성에 대한 신호탐지적 확률적 결정 모형을 제시하고, 이들 각각에 대한 수리적 공식과 패라미터 값들을 제시하여, 구체적으로 한 실험 상황에서 이 모형이 적용되었을 때의 기억 수행을 예측하고, 이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한 후, 실험에서 얻은 실제 값과 비교 검증하였다. 이러한 수리적 형식 모형(formal models)은 단점도 있으나 기억에 대해 검증가능하고 논리적 일관성이 있는 대형(global) 모형을 제공해 준다는 장점을 지닌다.
5. 연결주의 기억 이론
1980년대 중반에 형성된 신연결주의의 대두로 인해 전통적 기억 이론은 커다란 수정을 겪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연결주의의 이론에 의하면 어떤 자극(패턴)에 대한 지식이, 전통적 정보처리적 입장에서처럼, 기억 내의 어떤 특정 한 단위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대량의 처리단위들의 신경망적 연결에 분산되어(distributed) 저장되어 있으며, 연결주의에서의 표상, 곧 기억 흔적은 일련의 계열적 상징구조가 아니라 처리단위들의 활동이며, 단위들 간의 활성화 벡터 공간 내의 점들의 연결 분포 패턴이며, 그 연결 패턴과 그 점의 위치가 개념적, 범주적 의미와 상응한다. 또한 이러한 식의 표상은, 전통적 입장의 정확하고 엄밀한(exact) 일대일(자극과 표상 사이의) 부호화 표상을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자극의 각 특질들이 여러 다른 표상 단위들을 활성화시켜 이들에 의해 부호화 표상되어지며 각 단위들은 다시 여러 다른 단위들에 의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성긴 부호화 표상이, 필요한 최소 단위 수를 줄여 주며 맥락에 융통성을 취할 수 있는 표상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연결주의에서는 기억 표상에서의 상징의 역할이 전통적 입장과 달라진다. 전통적 입장에서는, 상징은 각종 정보처리 조작이 수행되는, 즉 계산이 수행되는 대상적 실체이었다. 반면 연결주의에서는 개별적 상징 그 자체를 통해 계산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망의 활성화 과정을 통해 계산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상징이 기억의 표상 내용이 되는 것이 아니고 전체 망의 활성화 정도만 있을 뿐이다.
전통적 기억 이론과 연결주의의 차이는 표상이 저장되는 기억체계의 기본개념 자체를 변화시켰다. 전통적 입장의 기억 이론에서는, 예를들어 어휘 정보가, 카드(주소)마다 하나의 단어와 그에 대한 의미적 어휘 정보가 함께 들어있는 카드 목록과 같은 기억체계를 상정하였다. 따라서 어떤 항목을 탐색해서 재인(recognize)한다는 것은 이 체계의 카드 화일을 계열적으로 탐색하여 그 항목에 마주칠 때까지 찾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때의 저장 주소(카드)와 저장 내용 간에는 체계적 관계가 없다. 그러나 연결주의에서는 내용중심기억(content addressable memory)을 상정한다. 여기서는 어떤 항목의 기억 내의 주소가 그 항목의 구성내용(의미)에 의해 계산되어 저장된다. 즉 내용이 그 정보의 저장되는 위치를 결정하며 어떻게 저장되는가를 엄밀히 규정한다. 자극이 입력되면, 그 자극에 대한 상징 표상이 저장되어 있는 임의의 주소를 계열적으로 탐색하여 인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자극이 활성화시키는 입력 단위들의 상태 패턴과 연결들의 가중치들이 어떠한 유형의 활성화 패턴, 즉 어떠한 정보를 기억에서 활성화시킬 것인지를 형태 재인 및 완성(pattern recognition & completion)에 의해 결정, 인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Tulving의 부호화 특수성 이론이나 그의 ‘ecphoric retrieval’의 개념과도 상통하며, 또 Bartlett 등의 재구성적 기억의 개념과도 일맥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Collins & Hay, 1944).
이상에 제시한 연결주의 기억 이론의 특징들을 전통적 입장과 대비시켜 요약하여 제시하면 [표 2]와 같다(자세한 내용은 이 책의 6장 참조).
[표 2] 전통적 인지주의와 연결주의 입장의 기억관 비교
전통적 인지주의 연결주의
표상위치 기억내 특정위치에 신경단위망 전체에
局在的, 일회적 표상 分散, 중복 표상
표상양식 개별 상징(특질,개념,명제)이 정보가 망의 단위간 연결에
낱개 기억표상 단위에 저장됨 활성화 패턴 값으로 저장됨
처리(작용) 상징 조작 (부호화, 탐색, 신경망의 활성화 값 조정
변환, 인출 등)
인 출 임의적 지정 주소의 내용 주도적 병열적 접근
계열적 탐색 형태 재인과 완성적 접근
통제구조 상위수준의 통제구조 있음 통제구조 없음
표상의미 표상체계에 의한 해석이 의미 활성화 패턴 또는 벡타 상의
(상징과 대응되는 참조상징 또는 위치
상징구조가 그 상징의 의미)
표상-처리구조 표상과 처리구조가 구분됨 구분 없음(처리구조의 모양,형
태,작용 그 자체에 표상 정
보가 들어있음)
학 습 기억 표상구조의 변화 체계 자체의 변화(새 연결의
형성,기존연결값의 수정)
이러한 연결주의 이론에 의해서 기억에 관한 기존의 인지심리학적 실험 결과들과 이론들을 재개념화 한 시도가 마틴데일(1994)에 의해 제시되어 있다.
이상에 기술한 연결주의 모형은 여러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 첫째 장점은 연결주의의 신경망 모형들이 보다 융통성있는 체계라는 점이다. 입력에 순응하게끔 자신의 활성화 수준과 가중치 값을 자동적으로 조절하는 체계이기에 자극과 맥락의 변화에 대하여 보다 융통성있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극 상황 또는 인출 상황의 애매성과 불완전성에 대한 인간 기억의 구성적 특성과 오류 가능성을 보다 잘 모형화할 수 있다고 본다. 둘째는 손상에 대한 부드러운 대응(graceful degradation)이다. 신경망 체계의 일부가 손상되어도 이 체계의 수행은 전통적 컴퓨터 모형의 체계처럼 급격히 와해되지 않기 때문에 체계의 일부 단위나 연결들이 손상되어도 큰 무리없이 기억을 처리할 수 있다. 셋째는 처리시간 면에서의 이점이다. 전통적 국재적(local) 기억표상 모형에서는 기억표상에서의 탐색 시간이 기억저장고의 크기와 탐색 정보의 양에 비례하였고 계열적 처리를 하기 때문에 처리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 반면 분산적 연결주의 모형에서는 병행적 탐색 시간은 주로 망 내에서의 층의 깊이에 비례하며 병렬처리가 이루어지는 까닭에 매우 적은 계산 단계를 거치게 되며 따라서 처리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짧다.
아직은 이러한 연결주의 기억 모형이 기억의 모든 것, 특히 복잡한 언어적 자료에 대한 기억 현상들을 적절히 또 경제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는 다소 회의적이며, 연결주의자들이 적절히 대답하지 못하는 문제점들이 여럿 있다(이 책의 6장). 그러나 글자 인식에서의 점화효과, 기억상실증 환자의 기술 학습 등에서는 성공적인 자료가 있다. 그러나 이 모형은 연결강도의 변화에 따른 점진적인 학습 상황에는 적절하지만, 단일한 일화에 대한 재인이나 회상에 관해서는 아직 만족할 만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이 모형이 암묵기억과 외현기억 사이의 구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도 논란거리이겠지만, 연결주의 모형은 대체로 암묵기억 체계이다. 즉, 새로운 패턴이 기존의 패턴과 부분적으로 일치하면, 과거사건에 대한 의식적인 재조합없이도, 자동적으로 기존 패턴을 강화시키고 이 체계의 반응경향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6. 암묵적 기억
심리학적 기억 연구는 전통적으로 명시적(explicit) 기억에 대한 연구였고, 자유회상, 단서회상, 재인 등의 과제에 의해 기억을 검사해 왔다. 이 과제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특정한 학습 경험에 대해 명시적인 참조와 의식적인 기억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반면, 최근에 연구가 급격히 발전된 암묵적 기억은 어떤 특별한 이전 경험에 대해 참조를 하지 않는 종류의 기억이다(Schacter, 1994, 1995). Graf와 Schacter (1985) 등이 명명한 이런 유형의 기억이 있음은 이전 경험에 대한 의식적인 회상을 개입시킬 필요가 없거나 자주 개입시키지 않고도 기억 수행이 촉진될 수 있다는 관찰 결과로부터 추론될 수 있었다.
암묵적 기억은 의식하지도 못하고 의도적으로 기억해 내려 하지도 않았음에도 단순히 이전에 경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과제의 수행이 촉진될 때 나타난다. 명시적 기억을 요하는 과제 수행은 이전 경험에 대한 의식적 기억을 요구한다. 암묵적 기억이라는 용어와 비슷한 용어는 무의식적(unconcious) 기억(예, Freud 이론)과 비자각적 기억이다. 무의식적 기억이나 비자각적 기억 대신 암묵적 기억이란 말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의식적, 비자각적이란 용어는 다양한 심리학적 의미와 시사점을 갖지만, 이보다는 암묵적이라는 개념이 덜 모호하고 덜 重意的이어서 의미를 오도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이러한 암묵적 기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오래전부터 산발적으로 임상적 관찰과 실험적 관찰을 통해 제기되어 왔다. 암묵적 기억에 대한 최근 관심의 고조는 뇌손상 기억상실(amnesic) 환자가 명시적 기억의 두드러진 손상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암묵적 기억을 보인다는 증거에 의해 비롯되었다. 최근의 인지적, 신경심리학적 연구는 암묵적 기억과 명시적 기억을 구분하는 여러가지 증거를 보여주었고 어떤 상황에서는 암묵적, 명시적 기억이 서로 완전히 독립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기억상실증 사례에서 암묵적 기억 현상을 기술하고 그것들에 관한 이론적 시사점을 기술한 최초의 연구자는 Korsakoff이다. 그는 환자가 자기가 받은 경험적 인상의 흔적을 갖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할지라도 그 기억 흔적은 존재하며, 이 흔적이 최소한 무의식적인 지적 활동에서는 여러 가지로 사고 과정에 영향을 끼침을 관찰했다. 능동적으로든 수동적으로든 어떤 방법으로도 의식 속으로 소환시킬 수 없는 기억 흔적들이 무의식적 생활 속에 지속되면서 환자의 사상을 지배하고, 어떤 추론이나 결정을 제안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억 흔적들이 의식적이지 않은 단서들에 의해 재현되는 것이다.
識域下의 지각에 관한 최근의 새로운 연구들은 주관적인 자각없이 표상된 자극이 지각체계의 높은 수준에서까지 처리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피험자들은 명시적 기억을 사용할 기회가 거의 또는 전혀 없는 識域下 자극노출 조건에서 암묵적 기억을 보였다. 예를들어 ‘적대적’이라는 단어를 자극 식역보다 낮은 수준에서, 즉 식역 이하에서 제시한 결과, 피험자들은 이 단어에 대한 명시적 재인을 못하면서도 목표 인물에 대한 인상을 부정적으로 평정했다. 자각없이도 학습이 이루어지고 기억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자각없는 규칙 학습이나 유관 학습과 관련된 최근의 증거는 Reber(1989)와 동료들에 의한 일련의 연구에서 보고되었는데 그들은 피험자에게 다양한 문법 통합 규칙에 따라 조직된 문자열들을 제시하였다. Reber 등은 피험자가 적절한 규칙을 의식적으로나 명시적으로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문법적으로 정확한 규칙을 파악-확인하는 것을 학습한다고 보고했다.
암묵적 기억 연구로 규정되는 대부분의 최근 연구는 직접 또는 반복 점화효과에 관심을 두고 있다. 반복 점화는 이전 학습 경험에 대한 명시적인 참조를 못하게 하는 여러가지 과제에서 관찰되었다. 점화 연구에 사용되는 가장 보편적인 검사 과제는 어휘판단, 단어확인, 어간이나 단어완성 과제이다. 예를들어 어휘판단과제에서 피험자는 특정한 문자열이 의미있는 단어를 구성하는지의 여부를 ‘예/아니오’로 판단하도록 요구받는다. 점화효과는 먼저 제시된 문자열의 영향으로 두번째 제시된 문자열에 대한 어휘판단 시간의 감소 정도로 추정된다[실험 연구 기법의 상술은 김정오(1995) 참조].
Tulving, Schacter, 및 Stark(1982)은 사용빈도가 낮은 단어들을 피험자들에게 제시하고 1시간 後나 1주일 後에 두 가지 재인검사를 하였다. 하나는 단순 재인검사였고, 다른 하나는 단어분절완성 재인검사였다. 이 검사는 원래 보았던 단어들의 일부만 제시해 주고(예, ‘tobogan’에 대해 ‘-o-o-ga-’) 이에 대해 마음 속에 떠오르는 첫 단어로 단어 분절(fragment)을 완성시키도록 요구하였다. 그 결과, 피험자들은 최근에 학습한 목록으로부터의 항목들을 최근에 학습하지 않은 다른 항목들보다 더 잘 완성하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단순 재인과제에서 정확히 재인해냈던 단어들이나 그렇지 못했던 단어들 간의 단어완성 비율상의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어분절완성 과제에 의해 드러나는 암묵적 기억은 단순 재인과제에 의해 드러나는 명시적 기억과는 다른 종류의 기억일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단어완성과제에 의해 관찰된 이러한 반복점화(repetition priming) 효과는 심지어는 16개월이 지난 후에도 나타났다. Parkin(1993)에 의하면 일차 과제로 단어들을 학습하면서 이차 과제로 소리를 모니터하도록 하면, 후에 단순 재인검사를 할 경우에는 기억율이 떨어지지만, 단어분절완성 검사에서는 이차 과제의 수행이 아무런 부적 효과를 주지 못하였다. 또한 피험자들을 학습시에 다른 수준의 처리를 하게 한 후에 어간완성(stem completion) 과제로 검사했을 때에도 암묵적 기억을 시사하는 반복점화효과가 나타났다.
Jacoby(1983)는 일부 피험자들에게는 친숙한 단어목록을 제시하고 정교하게 처리하도록(예, 단어의 의미에 답하도록) 하였고 다른 피험자들에게는 표면적 수준에서 처리하도록(예, 단어가 특정 낱자를 포함하는지 판단하도록) 하였다. 그 다음, 단어에 대한 기억을 단순 재인검사와 단어확인검사로 평가하였다. 그 결과, 명시적 기억은 학습 절차의 유형에 영향을 받았다. 단순재인 수행은 표면처리 조건보다 정교한 처리 조건에서 우수하였다. 그러나 암묵적 기억은 학습과제 조작에 의한 영향이 없었다. 즉 단어재인 수행에 대한 점화효과는 정교화 처리 조건이나, 표면 수준의 처리 조건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암묵적 기억에 대한 이상의 연구 결과와 다른 연구 결과들에서 드러난 암묵적 기억 지지 증거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Schacter, 1989). ① 명시적 기억에 큰 영향을 끼친 부호화의 수준이나 부호화 유형의 조작이 다양한 암묵적 기억 검사에서는 거의 효과가 없거나 반대 효과를 갖는다. ② 연구와 검사 사이에 목표 항목의 제시 감각질(modality)을 변화시키는 것은(예, 청각에서 시각) 실제로 암묵적 기억 수행을 낮추지만 대부분의 명시적 기억 과제에서는 유의한 효과를 갖지 않는다. 또한 명시적 기억에서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다양한 종류의 물리적 또는 표면 정보의 학습-검사(study-test) 변화가 암묵적 기억 수행의 수준을 유의하게 감소시킨다. ③ 학습-검사 파지 간격의 조작이 암묵적 및 명시적 기억에 다른 효과를 갖는다. 이용된 실험 패러다임과 재료에 따라, 명시적 기억을 손상시키는 긴 지연시간에 걸쳐 암묵적 기억은 거의 변화 없이 지속될 수 있거나, 명시적 기억에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는 짧은 파지 간격에 걸쳐 빠르게 쇠잔(부식)될 수 있다. ④ 순행(proactive) 및 역행(retroactive) 간섭이 명시적 기억 검사의 수행을 손상시키지만, 어떤 간섭 조작이 어간 또는 단어분절 완성과제에서 암묵적 기억의 수준을 감소시키지 않음을 보여 준다. ⑤ 몇몇 연구에서 암묵적 기억검사와 명시적 검사에서의 수행이 통계적으로 서로 독립적일 수 있음이 보고되었다. 암묵적 기억 검사에서의 성공이나 실패가 명시적 기억 검사에서의 성공이나 실패와 상관없다는 것이다.
여러 연구에서 나타난 암묵적 기억검사에 미치는 점화효과는 명시적 회상, 재인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증거를 제공한다. 이 효과는, 명시적 기억이 부수적 과제라던가, 부호화 처리 양식에 크게 의존하는데 비해, 암묵적 기억은 자극의 지각적, 표면적 특징에 의존함을 보여주는, 즉 두 유형의 기억이 분리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들이다. 그러나 두 기억이 공통으로 지니는 특성도 드러났다. 명시적 기억에서와 마찬가지로, 암묵적 기억 검사에서 목표단어가 학습목록 단서 맥락과 같은 맥락에서 검사될 때, 다른 단서가 있거나 단독으로 제시된 때보다 점화효과가 큰 것으로 관찰된 것이 그 하나이다.
박태진(1995)은 기억 장애에 대한 최근 연구의 개괄을 제시하며 암묵적 기억의 중요성을 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억상실에서의 암묵적 기억에 관한 현대 연구의 대부분은 크게 두 범주로 분류된다. 기술 학습 연구와 반복 점화 연구이다. 기억상실에서의 기술 학습에 관한 연구는 Milner와 동료들에 의해 1960년대에 처음 시작되었다. 그들은 HM이라는 중증의 기억상실증 환자가 전에 자신이 거울속의 象을 추적하기와 같은 운동 과제를 해 본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이러한 운동기술을 학습할 수 있었음을 보고하고 있다. 운동기술에 대한 정상적인 학습은 여러 다른 환자들에게서도 관찰되었다. 기억상실 환자들은 거울에 비친 글 읽기, 퍼즐풀기, 규칙학습, 계열적인 패턴 학습 등의 지각, 인지적 기술에서, 이전에 그것을 해 본 적이 있었는지를 명시적으로 기억하건 못하건 대부분 정상 수준의 수행을 보였다. 유사한 현상이 약물에 의한 기억상실과 다중성격 기억상실에서 관찰되었다.
기억상실증 환자들의 암묵적 기억에 대한 다른 유형의 연구들은 반복점화효과와 관련된다. Verfellie 등(1991)은 TR이라는 기억상실증 환자에게 단어 목록을 주고 이를 학습하게 한 후 기억검사를 실시하였다. 명시적 기억 검사에서는 중다 선택지를 주고 그 중에서 이전에 본 단어를 찾아내도록 하였다. 암묵적 기억 검사에서는 단어 목록을 제시하면서 이전에 학습한 단어와 학습하지 않은 단어에 대해서 피부전기반응(GSR)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환자 TR은 명시적 재인 검사에서는 정상인보다 훨씬 기억 수행이 떨어졌으나, 암묵적 피부반응에서는 이전에 학습한 자극과 학습 정도가 정상인과 차이가 없었다. 이는 이 환자에게서 명시적 기억과 암묵적 기억이 분리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다른 연구들에 의하면, 기억상실증 환자들이 친숙한 단어들에 대해 어간이나 분절로 검사할 때는 정상적인 파지를 보이지만 전통적인 자유회상이나 재인검사에서는 기억 수행이 떨어졌다. 명시적 기억 지시(학습한 단어들을 기억하는데 단어 어간을 단서로 사용하라)를 받은 피험자들은 기억상실 집단이 정상 집단보다 기억 수행이 떨어진 반면, 암묵적 지시(떠오르는 첫번째 단어로 어간을 완성하라)를 받은 기억상실 피험자들은 정상 집단과 유의미한 점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Schacter 등은 기억상실증 환자는 몇 가지의 가상적 정보를 학습할 수는 있으나 그 정보를 들었는지 여부는 기억하지 못함을 보여주었다. 유사하게 Luria는 기억상실증 환자가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실제로 들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면서(실제로는 들었음) 그 이야기의 일부를 말할 수 있음을 관찰하였다. 또한 심한 기억상실 환자가 자신이 컴퓨터를 이전에 다루어 본 경험을 기억해내지 못하면서도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음을 보였고, 기억상실증 환자들이 이전에 들은 곡조를 듣지 않은 곡조보다 더 선호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암묵적 기억에 대한 한 설명 이론으로 제시된 것은 활성화 이론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암묵적 기억검사에서의 점화효과가 기존의 표상, 지식구조나 logogen의 활성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둘째 이론은 처리과정 관점으로, 부호화된 표상 속성과 암묵, 명시적 검사에 의해 부과되는 다른 요구들간의 상호작용 관점에서 그들 간의 차이를 설명하려는 것이다. 이 이론 중의 한 입장은 개념주도(top-down) 과정과 자료주도(bottom-up) 과정의 차이로 두 기억의 차이를 설명하려 한다. 명시적 기억과 암묵적 기억 모두 자료주도, 개념주도 두 과정 성분을 포함할 수 있지만 명시 기억검사가 전형적으로 개념주도 과정에서 얻어지는 반면 암묵 검사는 자료주도 과정에서 생긴다는 것이다. 셋째 설명인 다중기억 체계 이론은, 암묵과 명시적 기억간의 차이를, 그러한 기억을 가능하게 하는 체계들의 다른 특성 때문으로 본다. 예를 들면, Squire 등은 의식적 명시적 기억은 새 표상이나 자료구조에 포함된 서술적(declarative) 기억 체계의 특성이라 주장했다. 반대로, 기술학습이나 반복점화효과같은 암묵기억 현상은 기억이 절차의 즉시적 수정이나 처리과정 조작으로 표현되는 절차적 기억 체계에 따른다는 것이다. 현재로는 이 세 이론은 각각 기존의 자료 중 어떤 자료들과는 설명이 부합되지만 다른 자료들에는 부합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한 이론이 모든 암묵적 기억을 설명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기억 연구 과제의 하나는 암묵적 기억과 명시적 기억 특성의 차이를, 정보처리 과정적 차이의 측면에서 그리고 신경학적 기초의 측면에서 더 찾아 내어, 두 유형의 기억의 체계적, 과정적 차이와 유사성을 밝혀내는 일이라 하겠다.
7. 사전 지식과 맥락 효과
기억 연구의 주요 흐름의 한 맥은 Bartlett(1932)의 전통에서 출발한 지식 효과에 대한 연구이다. 이 연구에 의하면 입력되는 자극은 자극 그대로의 의미로만 부호화되고 저장되는 것이 아니다. 자극은 기억에 이미 저장되어 있던 관련 지식과 경험들을 활성화시키며, 따라서 자극은 이 지식에 있던 내용에 의하여 부호화된다. 인출할 때에도 자극 정보와 이와 관련되어 저장된 지식 내용들이 함께 활성화되어 인출되어진다. 입력되는 자극을 부호화하고 인출하는 과정에 작용하는 지식들은 조직화된 덩이로서 작용하며 이 덩이들은 도식(schema, Bartlett, 1932), 프레임(frame; Minsky, 1975), 또는 스크립트(script;Schank & Abelson, 1977)라고 불리웠고, 이러한 지식덩이들이 주어진 자극에 대한 기억 내용을 변화시키며, 특히 자극과 지식덩이의 내용이 부합되느냐 않느냐에 의하여 기억 수행의 정도가 결정된다는 실험 결과들이 얻어졌다. 기억에서의 왜곡, 생략 등을 보여준 Bartlett의 초기 연구를 비롯하여, 입력 정보와 기존 정보가 통합(integration)되는 것을 보여 준 Bransford와 Franks(1971), Loftus, Miller 및 Burns(1978) 등의 연구, 활성화된 지식덩이의 내용에 의해 자극 정보의 어떤 내용들이 생략되거나 제외되는 현상(selection)을 보여 준 Pichert와 Anderson(1977) 등의 연구, 활성화된 지식에 의해 자극 정보가 해석되고 추론되는 것을 보여 준 Keenan, Baillet, 및 Brown(1984) 등의 연구들은 지식이 기억 수행에 필수적이며 상당한 영향을 미침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80년대에 들어서서 이러한 지식 효과에 대한 비판적 연구가 수행되었다. Alba와 Hasher(1983) 등에 의하면 이러한 지식 효과의 실험 결과를 얻기 어려우며, 지식 효과가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인출 조건 또는 맥락에 결정적으로 의존한다. 또한 지식덩이와 부합되지 않는 자극 정보도 인출 단서만 적절히 주면 인출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식은 자극정보의 부호화에만 강력히 작용하여 선택, 왜곡, 통합, 해석들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며, 인출할 때의 맥락 단서에 따라 지식 효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나 연구 결과가 지식의 긍정적 효과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단지 70년대와 같이 지식 효과를 과대 추정 또는 과대 해석한다던지 단순화시켜 생각하는 접근이 약화되었을 뿐이다. 80년대를 거치면서의 지식효과에 대한 연구는 지식 효과를 비록 제한적이나마 인정한 위에서, 보다 실제적인 상황에서 지식 효과가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탐색하는 데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하겠다. 예를들어, 노년기의 기억력 저하의 문제를 풍부한 지식의 동원에 의해 극복하는 보상적 효과에 대한 연구들(이 책의 8장 참조)이나 전문가의 지식과 기억의 상관에 대한 연구들이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지식, 특히 장기기억에 저장된 정보는 기억에 어떻게 작용하는가? 지식은 자연적으로 주어지기보다는 특히 인간의 경우는 경험에 의해 형성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전통적인 기억이론에서는 기억의 좋음 혹은 효율적인 기억을 위해서는 적절한 인출단서를 강조하였다. 수리적 기억 이론에서는 기억 정보의 연합적 강도를 강조하였고, 연결주의적 이론에서도 기억을 상징 이하의 수준에서 단위들의 연결 패턴과 연합 강도로 설명하였다. 각 수준의 이론이 설명틀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특징은 기억의 정보 표상이 연결망으로 구성 혹은 표상되어 있으며, 기억의 과정도 연결망의 활성화 수준과 그에 따른 활성화 확산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식은 이들 연결망의 구조와 마디에 포함된 상징으로 표현될 수 있다. 만약 기억자의 기억에 정보의 양이나 질을 지식으로 볼 수 있다면, 이들의 지식은 환경의 인출단서에 의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적절한 정보의 인출이 빠르게 일어나게 할 수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Sharkey와 Mitchell(1985)은 복잡한 글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활성화된 지식이 작용하면 글의 이해가 촉진되며, 한번 활성화된 지식은 이후에 입력되는 글 정보의 처리에 계속 촉진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제시하였다. Kintsch(1988)는 어휘 수준의 의미적 지식은 관련된 단서 정보를 입력한 300ms 이내에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하였다. 이는 이해자의 지식에 근거한 처리는 거의 자동적인 수준에서 인출된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더우기 Just와 Carpenter(1992)는 이해자의 지식은 글 처리시 작업기억의 처리용량을 확장시키기 때문에 문장의 통사적 구조가 애매한 경우에도 글의 다중 수준의 표상이 가능하다는 증거를 제시하였다. 이들 연구는, 정보처리시에 지식이 작용하면 복잡한 정보라고 하더라도 기존의 지식 정보를 근거로효율적으로 처리한다는 증거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기억속의 지식이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기반이 된다는 사실은 지식이 기억 과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나아가 Just와 Carpenter(1992)의 연구 결과인 이해자의 지식이 기억의 이중 구조인 작업기억의 처리용량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증거를 가지고, 이해자의 지식이 기억의 기능적 구조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를 전개할 수 있다. 유사한 주장은 이미 앞 절의 Ericsson과 Kintsch(1995)의 연구에서도 제안되었다. Bartlett(1932)의 전통 이래로 기억과 지식의 관계가 논의되었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지식의 조직화와 각종(예, 언어 혹은 그림) 정보 처리시의 처리효과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식이 기억 과정에 미치는 효과와 더불어 기억의 기능적 구조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 지식 효과에 관한 연구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입장에서 제시된 기억 이론은 인간의 기억에 대한 많은 실험적 자료와 개념을 제안해 왔다. 이러한 연구들의 최대의 취약점은 과연 자연적인 상황의 기억 현상을 얼마나 예측할 수 있는지에 있다는 주장들이 있어 왔다. Neisser(1982)는 생태학적 타당성이 있는 기억 현상의 연구를 수행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실험실 내의 인위적 상황에서의 기억 이론들은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일상 생활에서의 기억을 연구한 결과들과 연계성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실제의 일상적 기억에 대한 연구들은 기억 이론의 재평가와 확장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일상적 기억에 대한 논의는 본서 7장 참조).
8. 정서와 기억
기억과 정서에 관한 기억이론의 최근 연구의 문제는 크게 Bower(1981)의 정서의미망 이론과 정서 표상의 문제, 정서 정보의 일반적 정보처리 특성의 문제, 암묵적 기억과 정서적 이상의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어 볼 수 있을 것이다.
8.1. Bower의 정서망 이론
Bower와 그의 동료들은 정서의 의미망(semantic network of emotion) 이론을 제안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정서는 기억 표상체계에서 의미망의 마디들로 간주할 수 있다. 의미표상망의 여러 관련 아이디어들과 생리적 체계, 사건들, 근육 그리고 표현 패턴들과 연결되어 있는 표상 마디들로 정서체계가 이루어 지며 정서의 내용은 이 마디에 명제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학습시에는 기억되어야 할 항목을 표상하는 활성화된 마디와 피험자의 기분 때문에 활성화된 정서마디 간에 연합이 형성된다. 회상시에는 그 회상시에 기분 상태가 적절한 정서 마디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이 활성화는 정서마디부터 그것과 연합된 다양한 마디까지 확산된다. 이 의미망에서 마디 활성화를 통해 사고가 일어나고 이러한 활성화가 정서 마디로 확산되거나 그 역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망에서는 회상시의 기분(mood)이 부호화(학습)시의 기분과 일치할 때에 가장 기억이 좋고(기분 상태 의존적 회상), 사고는 현재의 기분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며(사고 일치성), 정보의 정서가와 학습자의 현재 기분 상태 간에 부합될 때에 기억이 잘된다(기분 일치성).
Bower는 이 이론과 관련하여 상태의존적 기억 실험을 실시하고, 슬픈 기분 하에서 경험한 항목들은 즐거운 기분 하에서 경험한 항목들보다 슬픈 기분일 때 더 잘 인출됨을 발견하여, 기분이 강력한 맥락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기분 일치성(mood congruency)에 의해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기분 상태 의존성 현상에 대한 증거는 비교적 애매하나 기분 일치성 현상에 대한 증거는 뚜렷하다. 이는 앞서 기술한 Tulving의 부호화 특수성 이론에 의해 맥락 효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표상구조 중심의 의미망 이론은 지지하는 사례들이 있기는 하나, 세부적인 현상을 모두 설명하는데는 적절하지 못하다. 실험 결과에서 행복한 기분은 부정적 정서의 내용 회상을 억제시키지만, 긍정적 정서 정보의 회상은 촉진시켰다. 반면, 슬픈 기분이나 우울한 정서하에서는 부정적 정서 정보의 회상이나 재인이 크게 증가되지 않은 채 긍정적 정서 정보 회상이나 재인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이흥철, 1994a). 이는 정서망 이론을 부분적으로만 지지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문제점으로 의미망에서 정서와 의미개념은 동일한 표상 마디로 표상되는데 이것은 너무 단순화한 이론이다. 정서와 기억의 관계를 의미망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정보처리 과정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注意 할당 이론에 의해서(정서 상태는 주어진 과제의 수행에 可用할 수 있는 처리자원 용량의 크기를 조절함으로서 인지적인 활동에 영향을 준다는 기본 가정의 이론)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 역시, 보다 자세한 처리 과정을 기억표상구조에서의 활성화 분포상태의 양상이라던지 기타 구조와 관련된 과정 특성들을 설명하지 않으면, 긍정적인 정서 상태가 창의적인 정보처리를 촉진하는 현상이나, 각종 임상적인 증후군을 설명하는데 제한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이흥철, 1994a).
8.2. 정서 상태와 정보처리 양식 및 기억 효과
정서 상태는 정보처리적 과정상에 변화를 가져 온다. 주의, 형태 파악, 문제해결, 범주화 과정등이 정서 상태에 따라서 그 정보처리 특성이 달라 진다. 인지 양식이 달라지는 것이다. 정서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인지 양식에 대하여 Isen, Means, Patrick 및 Nowicki(1982)나 Fiedler(1988) 등이 이러한 측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 정리하여 열거한다면 다음의 표와 같이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이흥철, 1994b).
[표 3]에서, 정서 상태에 따라 기억의 부호화(학습) 과정과 인출 과정에서 상이한 양식의 정보처리를 한다는 것과 그에 따라서 기억 수행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3] 정서 상태에 따른 정보 처리적 특성
정보처리 유형 긍정적 정서 부정적 정서
[인지 일반]
의사결정 속도 빠름 느림
처리하는 정보량 적음 많음
판단 책략 편법적(heuristics) 현실적,분석적,인과적,
단순 책략. 단계적 세부지향 책략.
모험무릅씀
인지 양식 loosening tightening
덤벙거림 신중함
새로운 절차 탐색 relaxation 늦음
현재환경에 대한 안심 자기 초점화 주의
내부 지향 주의폭 좁음, 외부 지향
창의적, 직관적 보수적, 체계적
가변적 경직적
정보 조작 散開的(divergent) 收斂的(convergent)
새로운 대안들을 선택대안 수를 줄임
작업기억에 추가
애매성 참기(tolerance) 참아냄 참지 못함
논리적 일관성 적음 강함
選好의 轉換 자유로운 주의 전환 선호 전환 어려움
[기 억]
회상된 항목들의 관련성 탈범주적 조직화 경직된 조직화
연상의 폭 넓음 좁음
기억 탐색 광범위(단계)적 탐색 좁은 범위(단계)적 탐색
부호화 방략 지시 효과 다변적 부호화 방략 기계적 부호화 방략
범주화 광범위, 통합적 범주화 협소, 하위수준 법주화
많은 인지적 정보가 정보, 자료의 조직화 억제
초점화 되지 못한
주의에서 처리, 복잡한
인지 맥락이 관여
회상대 재인 우세성 자유회상과제에서 우월 재인과제에서 우월
자신의 수행 평가 정확성 낮음 높음
세부 사항에 대한 기억 못함 잘함
기분 일치성 효과 긍정적 정서 재료에 부정적 정서 재료에
(인출시 기분-재료 대한 기억이 우세 대한 기억이 우세
특성 부합) (그러나 非일관적)
기분상태 의존적 기억 긍정적 정서 맥락시 부정적 맥락시 기억이
(부호화-인출 상태 일치) 기억이 우세(*증거 미약) 우세(*증거 미약)
8.3. 억압, 정서의 이상, 및 암묵적 기억
기억이 정서에 의해 왜곡되거나 편향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느 정도나 정서적인 압력에 의해 왜곡될 수 있을까?’ 라는 관점에서, 정서가 인간의 기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실 연구를 간략히 살펴 본다.
먼저 기억에서 억압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강한 정서적 경험이 히스테릭한 환자의 기억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억압이 반드시 정상적인 망각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의미는 아닌 것 같다. Freud는 억압이 망각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지지하는 여러가지 증거들을 제시하였으나 한편으로 많은 반론을 불러 일으켰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삶 속에서 어떻게 억압이라는 개념과 기억과의 관계에 대해 조사해 볼 수 있을까? 이는 자연 관찰에 기초해서, 아니면 실험적으로 억압을 유도하고자 하는 시도에 의해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자연적 관찰에서 억압을 살펴본 여러 연구 결과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 관찰에 의한 결과들은 그 의미를 해석하는 데에 문제가 따르게 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결과를 정상적인 망각의 과정으로도 설명 가능하기 때문이다. Freud 이론에 의하면 망각은 무의식적 동기에 의해 억압되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에 어긋나는 현상들이 나타난다. 말 실수는 적절한 말이 기억에서 쉽게 찾아지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말 실수가 무의식적 억압이 아닌 경우가 많다. 또한 Freud는 사람들이 불쾌한 사건보다 유쾌한 사건들을 잘 기억하는 이유를 억압 때문이라고 했으나, 현재의 인지 이론에 의하면 유쾌한 사건은 사건 발생 이후에 자주 되뇌어(rehearsal) 기억에서 인출 연습이 많이 되었기 때문에 잘 기억된다고 본다. 다른 예로 수술, 출산 등에 대한 기억이 시간이 갈수록 흐릿해진다. Freud 이론은 이를 억압 탓으로 돌리지만, 인지 이론에 의하면 다른 사건들의 간섭에 의해 또는 자연적 쇠잔에 의해 기억이 잘 안되는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자연적 관찰과 이에 대한 해석보다는 실험적으로 억압을 유도한 실험 결과들을 살펴 보자. Kleinsmith와 Kaplan(1963)은 실험실에서 강한 정서를 일으키는 자극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음을 발견하였다. 그 이유를 Freud 이론은 억압 때문이라고 할 것이며, 인지 이론은 각성(arousal) 이론을 적용하여 강한 정서는 흥분 상태를 일으키고, 이는 자극 정보들을 제대로 처리 못하게 하며, 고로 자극에 대한 기억이 떨어진다고 설명할 것이다. 후자의 이론을 지지하는 결과들이 있다. 자극 단어들을 제시한 후의 즉시 기억 검사에서는 정서 유발값이 높은 자극 단어들이 기억이 잘 안되지만, 지연시켜 뒤늦게(흥분이 가라앉은 후) 기억검사하면 정서 유발價가 높은 단어들이 낮은 단어들보다 오히려 기억이 잘된다는 결과가 획득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후에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반복 검증되었다. 이는 억압에 의해 계속 기억이 잘 안되어야 한다고 보는 Freud 이론에 배치되는 결과이다. 추가 연구에서는 긍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단어들과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단어들을 제시하여 실험하였다. Freud 이론의 예언은 긍정적 단어들은 회상이 잘 되나 부정적 단어들은 억압에 의해 기억이 잘 안될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인지 이론의 예언은 각성(arousal) 정도에 의해 기억이 결정되기에, 긍정적 예나 부정적 예나 모두 기억이 저조할 것이라고 예언할 것이다. 실험 결과, 긍정적, 부정적 단어들이 같은 비율로 기억이 잘 안되었고, 시간을 지연시킨 후에 검사하면 더 잘 기억되는 비율도 두 감정(+, -) 사례가 비슷하였다. 이러한 실험적 억압 유발 연구에 의하면 정서 유발 사건에 대한 망각은 억압이 아닌 기억의 부호화 및 인출 과정 특성에 기인한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히스테리나 기억상실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경우, 정서가 기억에 강력한 효과를 미친다는 증거들이 있긴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이것이 억압 때문이라는 증거는 별로 강력하지 않다고 하겠다.
극단 정서 상황에서의 기억: 매우 높은 정서상태에 노출되었던 목격자의 증언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떤지를 결정해야 하는 일반적인 재판 상황은 극단적인 정서 경험이 재인의 정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연구들을 자극시켰다. 이러한 연구들로는 자백의 신뢰성에 정서가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 더 높은 각성은 더 나은 재인을 보인다는 각성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연구, 재인에 대한 각성의 부정적인 효과에 관한 연구, 과거 높은 정서적 경험에 대한 회상의 정확성에 대한 연구들이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에 대해 기억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 아무리 강도 높은 정서적 경험을 했을지라도, 또한 아무리 그 경험이 기억에 선명하게 새겨졌었다 하더라도, 목격자의 증언을 평가하는데 필수적인 상세한 정보는 대개 잃어버린 채 단지 경험의 요점만이 남게 된다는 것, 즉 경험의 강도가 망각을 막는 충분한 방어가 될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는 정서 상황 하에서는 경험의 일화에 대한 명시적 기억이 없이 암묵적 기억만 남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결과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환자들은 자기 관련 부정적 정서 정보들을 더 잘 기억(명시적 기억)하는 부정 편향이 있는데, 불안증 환자들의 명시적 기억에서는 이러한 부정적 편향이 나타나지 않는다(Mogg, Mathews, & Weinman, 1987). 그러나 Mathews, Mogg, May 및 Eysenck(1989)의 연구에 의하면 불안증 환자들의 기억을 어간 완성 과제를 사용하여 암묵적 기억으로 검사했을 때에 불안증 환자들은 정상인들보다 불안 유발 자극들에 대한 암묵적 기억이 높음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현상은 불안증 환자들이 불안 유발 자극에 대해서 자발적으로 더 상세한(정교화) 처리를 회피하기 때문에 명시적 기억은 좋지 않으나 암묵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처리가 되어 기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하여 정서적 과정이 암묵적 기억 과정의 형태로 재규정이 가능한 것인지, 활성화되지 않은 장기기억과 작업기억 상의 기억으로 환원될 수 없는 보다 근원적인 부분으로서 작용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재개념화가 요구된다.
9. 메타 기억(metamemory)
기억자체의 처리 과정들을 모니터하는 메타기억 과정에 대한 연구도 기억 발달의 연구나 문제해결 또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연구를 중심으로 하여(Metcalfe & Shimamura, 1994) 80년대에 부상하였다. 메타기억이란 메타인지의 한 형태로써 기억의 내용과 기억 과정에 영향주는 변인들에 대한 장기적 지식과 현재의 기억 상태에 대한 자각을 포함하는 과정이다(Presseley & Meter, 1994). 다시 말하여 메타-기억은 기억의 정보처리 과정들 전체를 통제, 조절하는 체계 관리적 절차지식, 즉 上位(또는 超)-認知的 지식이다.
메타기억 지식에는 작업기억 관리 일반(한 번에 처리할 용량 설정, 처리 週期 설정, 週期別 처리용량 설정, 용량 과잉 관리, 주의 할당 관리, 정보의 최신화 처리 등의 과정)에 관한 절차지식, 여러 다른 수준의 처리 절차지식의 연결 및 調整에 관한 절차지식이 포함된다. 수준 간의 처리 절차지식의 연결 및 조정이란 여러 수준의 처리 과정들을 어떻게 연결하며 어떤 처리 수준에 우선권을 부여하며 우선권을 어떻게 修正할 것인가, 여러 수준의 처리를 계열적으로 수행할 때에 한 처리수준에서 다른 수준으로 옮겨가고 되돌아오는 것은 어떻게 모니터하고 조정, 통제할 것인가, 비효율적인 처리절차가 자동적으로 활성화되는 것을 어떻게 억압(dampening)시켜야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절차지식 등이 있다. 이외에도 대립되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처리 책략들이나 처리 수준들의 갈등을 해결 처리하는 절차지식 등이 있다. 또한 서로 다른 유형의 지식들(언어지식, 일화적 경험지식, 일반 세상지식, 각종의 절차지식) 사이에 그리고 같은 유형의 지식 내에서 추상 수준이 다른 지식들을 조합하고 통합하여 새로운 지식구조를 형성하는 절차지식, 구조화되지 않은 단순 사실적 지식을 修正 및 更新(updating)하는 절차지식이 있다. 그리고 일반 절차적 지식 및 처리관리 절차지식 자체의 형성, 수정, 조직화에 관한 超절차지식이 있다.
이러한 메타-기억 지식의 중요성이 논의되고는 있으나, 이러한 지식들이 어떠한 형태로 기억체계에 구현되어 있느냐에 대하여는 아직 지배적인 이론적 모형이 없다. 그러나 Nelson과 Narens(1994)에 의하면 메타기억 과정은 대상기억 과정에 후속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적으로 작용하며, 모니터링(점검)과 통제의 과정들이 있다. 이러한 메타기억 처리 과정 유형들에는 부호화와 인출단계별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부호화(획득) 단계에서는 학습(learning)의 용이성 판단(점검), 처리 유형의 선택(통제), 학습 과정에 대한 판단(점검), 학습(study) 시간의 배정(통제), 학습의 종료(통제), 친숙감(feeling-of-knowing)의 판단(점검) 등의 처리 과정이 개입되고, 인출 단계에서는 탐색 전략의 선택(통제), 친숙감 판단(점검), 탐색의 종료(통제), 인출 답의 확신감 판단(점검) 등이 개입된다. 이러한 메타 기억 과정들이 구체적으로 일반 기억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뚜렷한 실험 결과가 아직 축적되고 있지 않는 것은 메타기억에 대한 개념화의 문제, 메타기억의 측정 방법상의 문제가 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연결주의 이론에 의하면, 이러한 메타기억이 별도의 앨고리즘적 지식으로 저장되어 있지 않고, 단순히 신경망 연결의 특별한 연결값의 조정 형태로 구현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10. 표상의 문제
각종 기억 체계에 기억된 정보 내용들이 어떠한 양식으로 표상되어 있는가의 문제도 하나의 중요한 연구 주제이다. 특히 서술적 지식 기억들은 어떠한 의미적 조직화가 이루어져 표상될 것인가는 기억 연구의 중심 문제이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이러한 의미지식의 표상의 문제가 기억 이론의 중요한 연구 주제이었으며 여러 유형의 지식 표상 모형들이 제기되었다(이 책의 9장). 특히 70년대 중반에는 기억의 단일 표상체계로 간주하면서 명제와 상사(analog) 표상 이론 간에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서술적 지식에 대한 의미망 모형, 명제 모형 등이 제시되었고, 절차적 지식과 서술적 지식을 포괄하여 표상할 수 있다는 절차적 표상 체계로서 산출체계(production system) 모형이 제시되었다. Anderson(1983)의 ACT(adaptive control of thought) 표상체계 모형이 산출체계를 근거로 한 대표적인 통합적 기억 이론으로 등장하면서, 기억의 표상도 단일 표상체계적 입장에서 다중(명제와 상사) 표상체계적 입장으로의 변화가 일기 시작하였다. 이후 연결주의 이론이 제기되면서, 그리고 비서술적이고 절차적이며 암묵적인 지식 기억의 중요성이 대두된 이래, 지식 표상 구조의 이론적 발전은 뚜렷한 진전이 없이 특정 분야의 지식 표상(예, 의료 전문가의 지식 표상)과 같은 문제로 관심이 옮겨 가게 되었다. 전통적 기억 표상 모형들의 내용과 문제점들에 대한 논의는 이 책의 9장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11. 맺는말
기억에 대한 인간의 생각은 오랜 역사를 거쳐 왔다. 초기의 단순한 밀랍적 생각에서 현재의 복잡한 행렬적 표상 체계로의 관점의 변화가 있기까지 수많은 가설들과 이론들, 그리고 경험적 사실들이 집적되었고 계속적인 생각의 가다듬음이 이루어졌다. 현재도 역동적으로 그 개념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어떤 자연 현상이든 일단 그 현상을 연구하기 시작하면 초기에 생각했던 단순한 생각이 무너지고, 개념적 세분화와 함께 현상의 다차원적 구조와 과정에 대한 모형이 형성되기 마련이고, 하나의 경험적 발견 또는 하나의 이론적 개념화가 현상을 설명해주기 보다는 더 많은 새로운 문제와 현상의 새로운 측면에 대한 탐구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기억에 대한 이론적, 경험적 연구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금까지 밝혀진 것 이상으로, 또 지금까지 제시된 설명적, 가설적 개념 이상으로 더 많은 과정적, 구조적 특성들이 발견되어야 할 필요성과 더 새롭고 분석적이며 또는 통합적인 개념들이 제안되어 기억에 대한 새로운 개념화가 이루어져야 함이 요구되었다.
지난 1세기 동안의 기억 연구의 이론적 발전 중 가장 부각된 것은, 이전에는 단일한 체계나 과정으로 생각했던 기억을 여러 과정들과 구조적 체계로 세분화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기억(파지)을 잘한다 못한다의 개념이, 이론적으로 그리고 경험적으로 부호화, 저장, 인출 등의 세 主 과정으로, 그리고 이 세 과정이 다시 하위의 세부 과정들로 나누어져 이들 과정들의 특성과 이들 상호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론적 발전을 가져 왔고, 기억 체계가 다원적 체계로 개념화되었다.
기억 과정과 체계들에 대한 이러한 재개념화는 신경과학자들의 힘을 빌어 이루어졌고 또 역으로 신경과학자들의 기억 연구의 방향을 결정지워 주기도 하였다. 기억의 신경생리적, 신경생물적 기초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부호화, 저장, 인출 등의 주 과정과, 기억을 모니터하는 메타기억 과정과 같은 하위 과정들의 신경생리적 현실성을 탐색하였고, 또 암묵적 기억, 명시적 기억 등의 차이, 그리고 일화적, 의미적, 절차적 기억 체계들에 대응되는 신경적 구조나 과정들을 탐색하였고,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다른 한 편에서는 이러한 신경적 접근의 기초 위에서 병렬분산 처리적 기억 모형들이 연결주의 모형으로 제시되면서, 기존의 거시적 기억 모형이나, 미시적 기억 모형의 양상을 변화시켰다. 수리적이고 형식적인 기억 모형을 추구하던 학자들은 이러한 분산표상적, 병렬처리적, 신경망적 개념과 모형을 도입하여 기존의 기억 이론이 신경적 기제와 괴리되었던 상황을 교정하였고, 암묵적 기억이라던가, 기억에서의 인출 과정들을 보다 낮은 수준에서 엄밀하게 이론화하는 시도를 시작하였다. 1980년대 이후의 분산표상처리적 수리적 모형의 급격한 발전들이 이를 잘 나타내 준다.
이러한 시도들은 다른 한편에서의 현실적 기억의 본질을 탐구하던 노력들과 연결되기 시작하였다. 즉 인위적 상황 중심의 기억 연구가 아닌 현실적인 인간이 겪는 각종 기억의 문제를 연구하려는 ‘생태학적으로 타당한 기억 현상’에 대한 연구 흐름과의 연합이었다. 이러한 생태학적 타당성을 강조한 기억 연구들은 비상한 기억을 지닌 사람들이나, 기억상실증환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실험적 인지심리학의 기억 연구와는 분리되어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흐름들, 즉 기억의 신경적 기초에 대한 강조와 기억 과정과 체계의 다원적 접근 시도들은 이러한 현실적이고 생태학적 타당성을 지닌 기억 연구들과의 필연적 연결을 촉진시켰고, 이에 따라 自傳的 기억이라던가, 현실성 점검 기억, 정서와 기억의 관계, 기억과 의식과의 관계 등의 연구가 기억심리학의 중심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와 같이 여러 접근이, 다학문적으로 수렴되어 기억을 연구하는 추세는 기억에 관한 앞으로의 이론적 발전에 희망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기억에 대한 경험적, 이론적 연구들이 넘어야 할 어려움들은 아직 많다. 기억 연구에서 행동적 연구 방법론이나, 신경생리적 연구 방법론, 인지신경적 연구 방법론의 세련화와 발전이 크게 이루어져야 함은 당연한 이야기이다(김정오, 1995). 그러나 그보다도 기억이란 무엇인가, 기억과 학습과의 관계는 무엇인가, 개개의 경험은 기억 흔적에서 어떠한 형태로 남는가, 기억 내용과 기억 탐색-인출-결정-조절을 모니터링하는 메타기억 과정들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기억과 다른 인지 과정들과의 상호작용 관계의 본질은 무엇인가, 과연 기억 체계들의 분류는 어떠한 분류가 타당한가 등등에 대한 보다 세련된 이론적 개념화와 연구자들 간의 의견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문제가 큰 문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것들은 단숨에 이루기는 어려운 과제들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하여는, 기억 연구자들이 기억의 본질에 대한 단순한 생각을 버려야 함이 선결 문제일 것이다. Tulving 등(Schacter & Tulving, 1994; Tulving, 1991, 1995a, 1995b)이 논파하듯이, 기억이라는 어떤 단일체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보다는 여러 상이한 유형의 대뇌-행위-인지 체계들과 과정들이 있어서 이들이 서로 협동하며 상호작용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과거의 경험에서 무언가 이익을 얻게 하고,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하게 하는 것의 뭉뚱그러진 것 전체를 ‘기억이라는 역동적인 실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하나하나의 대뇌-행동-인지 체계(수직 수준)와 과정은 환경의 서로 다른 측면을 다루어 처리하며, 다른 정보처리 원리와 법칙에 의해 작용한다고 하겠다. 기억은 이들 구조들과 과정들의 총체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Schneider(1993)도 유사한 맥락에서 인간 기억의 복잡성을 강조하면서 인간이 역동적인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중복과 보완적 기능을 지닌 다중기억체계로 진화되어야 하며, 생리-행동-계산적 제약을 만족하는 중다-제약 만족적 접근이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유기체가 환경에서 만족한 적응을 하기위해서는 단순한 기억 차체의 강조만을 넘어서서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마음을 환경에 대별되는 체계로의 정서-인지-기억의 통합적 관계성(수평 수준)에 대한 모색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이들의 관계성에 대한 어떠한 개념적, 이론적, 경험적 설정이 이루어져야 하고, 정서와 인지, 정서와 기억, 및 인지와 기억이 괴리되어 있지 않은 적응체로서의 인간의 기억을 탐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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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성균관대학교인지심리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