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의 호텔에서 체크아웃하며 나온 시간이 7:50,
멀리 한라산이 훤히 보일만큼 날씨가 화창하다.
앱으로 서귀포 버스노선을 찾아 기다려서 탄 것이 201번이다. 기다리는 사이 연주로 부터 다랑쉬오름의 안내를 받았다. 지도에 비자림과 붙어 있기에 평대초등학교 앞에서 내려 비자림 방향의 승강장으로 향했다.
승강장 건너편에 안내도 입간판이 보여 건너가 보는 사이 지나던 구형 무쏘가 아가씨 한 사람을 태우며 나보고도 비자림가면 타란다.
70대 중반으로 보이는데 고마운 사람이다. 아가씨도 아는 사이가 아니고 나같이 무임승차다.
5분 정도 가서 비자림 주차장에 닿아 고맙다는 인사를 각별이하고 내리니 이슬비가 내린다.
여기는 입장료가 있는데 경로는 무료란다.
비자림,
예전 아이들 ‘탐라문화 기행 캠프’를 인솔하며 와보고는 지금이니 30년만이다.
그땐 허허벌판에 비자림 숲만 훵하니 있었던 기억인데 지금은 잘 정비되고 안내도 잘 해 놓았다. 걷기 시작한 시간이 9:00시다.
안쪽 오솔길까지 걸어서 돌아나오는 거리가 2.5km, 비자나무에 콩란이 붙어서 자생하는 것과 후박과 예덕나무 등 온대성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서 낯선 나무들의 표찰을 찍으며 나왔다.
걷는 중에 나보다 조금 더 늙수구리한 남정 셋이 흰비닐 우의를 걸치고 뒤따라 오기에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인 줄 알아 “여기 비자림이 사유지 인가요?”하고 물었더니 제주도 관리의 국유지라며 어디서 왔냐고 되묻는다. 통영서 왔다고 하니 한 사람이 자기는 진주서 왔다며 반색을 하고선 나이를 묻는다. 답하니 자기들은 해방둥이라며 서울과 충청도 경상도 사는 친구가 만나서 하는 여행이라며 육십은 좋은 때라고 즐기란다. ㅋ
8년 차이 거기가 거기 아닌가? ㅎㅎㅎ
천천히 오시라하고 나는 내쳐 걸었다. 오솔길 끝에서 청소하는 실제 근무자를 만나 물으니 도가 관리하단다. 나보다 똑한 형님들인건 분명하다. ㅋ
정문을 빠져나오니 빗줄기가 조금 굵어진다.
자그마니 예쁜 카페가 보여 들어가 라떼 한잔을 주문해 마신다. 판매하는 우산이 보여 달랬더니 주인 여자가 우산보다 우의가 좋지 않겠냐며 값도 우의가 1,000원 싸다며 우의를 권한다. 당연하지, 난 우의를 미쳐 못 봤을 뿐이다. ㅎ 우의를 받아 챙겨 라떼를 홀짝이고 앉아 다랑쉬 가는 길을 앱으로 가늠해보고 또 어제 쓴 글의 수장을 하다 보니 꽤 오래 앉아 있은듯하고 이런저런 말을 주고 받다보니 주인 여인이 내 알던 누구를 안경쓴 외모와 체형, 목소리까지 찍은 듯이 빼닮았다. 그렇다고 하니 어디 사람이냐고 묻는다. 경기도 양평 사람이었다고, 이미 세상을 달리한 친구라고 했더니 오늘 같은 날 더 슬프겠다며 자기는 논산 사람인데 서울서 많이 살다 내려온지 3년 됐단다.
그러면서 베낭 덮게 하라며 반품된 우의를 하나 더 준다.
얻은 우의로 베낭을 둘렀싸고 다랑쉬오름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앱지도상으로는 3.5km 정도다.
이렇게 찾아 가다가 중간에 보이는 작은 길이 지름길이다 싶어 오른쪽으로 꺾어 들었는데 그 다음 오름을 향하는 작은 길이 안 보인다. 위성의 화살표를 기준 삼아 밭을 가로질러 가다 겨우 임도를 만난다. 몇 발짝 떼지 않아 장끼가 날아오르고 노루가 펄쩍 뛴다. 사람 없어 호젓하고 공기 시원해서 좋으나 풀섶이 비를 머금고 있어서 발이 다 젖는다.
한 시간이면 충분한 길을 한 시간 반을 넘게 돌아 온셈이다. 😭
처음 걸어나온 다랑쉬북로
밭들을 가로질러 와서 만난 임도
다랑쉬오름 안내센터에서 본 다랑쉬오름 입구
다람쉬오름,
달처럼 둥글다하여, 높은 봉우리를 가진 오름이란 옛우리말 ‘달수리’에서 유래되었다 한다.
오름의 여왕이라고 소개를 했다.
등하산로가 하나라 그의 직선으로 올라가는 형국이라 계단이 많다.
새로이 한듯한 금속마감재의 계단과 방부목계단, 큰밧줄계단 그리곤 바나나껍질멍석 깔개다. 나름 적당히 숨쉬기 할 정도의 위치에서 지그재그로 굽어 갈 수 있도록 커브를 해 놓았다.
오르는 방향 뒤로 운무가 따라와 내려다 보는 전경이 보였다가 가렸다 한다.
해발 382m, 분화구 깊이 110m, 분화구 둘레 1,500m 라고 하는데 정상에 서니 사방이 온통 운무에 쌓였다.
오름 바깥인 먼 들판과 다른 오름들이 운무 사이로 보이다 말다 하는 반면 분화구에선 바람과 함께 자욱하게 치고 올라와 아래가 보이질 않는다.
언뜻 언뜻 보이는 발 밑의 경사가 거의 수직에 가까워 보이고 곳곳에 위험하니 더 이상 다가서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었다.
분화구 둘레 길을 따라 걷는 뒷 사람에게 운무가 끼어 아쉽다 했더니 오히려 그래서 더 신비롭고 좋단다.
멋을 아는 사람 같다. ㅎ
돌아나가는 길끝에 소사나무가 양 옆으로 울을 치고 있고 이 끝에 소사나무의 자생군락지라는 안내판이 있다.
소사나무의 군락지라니…..ㅎ
내려오는 길은 단숨이다. 뜨문 뜨문 마주치고 또 따라잡는 사람들이지만 워낙 급경사라 앞 뒤 사람의 안전을 위해 2m 이상의 간격을 두며 내려 온다.
입구 전자에서 쉬며 단백질바 몇개를 점심 대용으로 먹고 위성맵으로 버스길을 어림한 후 큰 길까지 1.5km를 걷는다. 나처럼 걸어 오는 사람들을 두팀 마주친다.
서로간 절로 반가운 인사를 주고 받는다.
자연스런 연대감이다.
걸어 나오는 길가 밭들에서 운무 같이 꽃 핀 메밀과 더 넓은 제주 감자 밭도 본다. 걷는 자에게 주어지는 옵션이다. 😄
다랑쉬오름북로 버스 스탑에서 어느쪽이던 먼저 오는 차를 타자하고 기다리기를 10여분 쯤, 버스가 오기에 타니 기사가 어디를 가냐고 먼저 묻는다.
중문 간다니 내려서 반대편에서 오는 차를 타고 대천에서 환승하란다.
다시 기다리기를 10여분, 오는 버스를 탔고 대천 가는 사이 잠시 눈을 붙였다.
대천 환승장이라며 안내소에서 사람 있으니 중문 가는 노선을 물어보면 가르쳐 줄 거란다.
내린 곳이 1번 환승장, 기사가 말한대로 안내소가 있고 그 안에 젊은 부인이 중문은 여기서 제주터미널로 나가 다시 갈아 타고 가는 것이 빠르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주터미널 가는 버스는 오른쪽으로 돌아 저쪽 2번 환승장에서 타란다.
2번 환승장에 오니 전광판에 제주터미널행 15분 후 도착, 공항가는 버스가 그 뒤를 이어 16분으로 뜨는데 급행으로 표시 되어 나온다.
공항에서 중문행 리무진이 있는 것을 알기에 공항행을 기다려 탔다.
아마도 반시간은 더 타고 온 듯하다.
공항에 입국장인 2층 오브브릿지에서 내려 다시 1층 출국장으로 내려와 6번 승강장에서 10여분을 기다려600 리무진버스를 탔다.
중문까지는 거의 논 스톱이다. 그래도 40여분이다.
중문에서는 특급호텔을 다 돌아 컨벤션센터 앞에서 차를 멈추고 10정도 멈췄다 간다며 나보고는 중문 다 왔으니 내리란다.
내 짐작엔 서귀포 칼 호텔까지 가는 차니까 한 코스 더 가서 내려야 내가 머물 숙소가 가까울 것 같은데….. 기사의 인상이 별로라 내리니 대기 택시가 있기에 타고 예약한 에그린 하우스로 왔다.
6:00, 거의 3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혼자이기 이래도 저래도 할 수 있는 노정이라 편하고 좋다.
숙소는 큰방이라며 거실에 싱글, 방에 더블침대가 있는, 취사주방기구에 드럼세탁기까지 있는 가족용을 준다. 덕분에 빨래부터 집어 넣고선 싸워를 하고 나가 순부두 한 그릇을 먹고 들어 와 또 쉬운 잠을 잔다.
셋째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