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자유발언 순서에서 마이크를 잡은 학생들은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해 평소 갖고 있던 소신을 잘 정리해서 발언해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
|
|
|
|
|
7일 일호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서귀포시민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여학생들이 '이명박 OUT'이 적혀있는 종이를 들고 있다. |
|
전국 각지에서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가 마지막으로 열린 7일 저녁 8시 서귀포시 일호광장에도 300여개의 촛불이 켜졌다.
서울 등지에서는 한 달째 줄곧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지만 서귀포지역에서는 지난 3일에서야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서귀포시민 촛불문화제'.
시작해서 며칠은 참가자가 채 30명을 넘지 않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소문을 듣고 교복 차림으로 나온 학생들과 어린 자녀들과 손에 손 잡고 나온 가족들.
"고시철회! 협상무효!" "이명박은 물러가라!" "재협상을 실시하라" "제주도민 함께해요"
|
|
|
|
▲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30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
|
참가자들은 강건하게 쇠고기 재협상과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면서도 평화롭고 즐겁게 촛불문화제의 흐름을 탔다.
멀리서 한 걸음에 달려나온 표선여성농민회 회원들이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내용으로 개사한 가요 '무조건' 음악에 맞춰 흥겨운 율동을 선보일 때는 박자를 맞춰가며 함께 몸을 들썩였고, 토평청소년문화의 집 힙합동아리 '세티스펙션'의 아슬아슬한 묘기를 연상시키는 춤을 출때는 숨을 죽였다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비보이들을 응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교복을 입고 함께 자리한 10대 청소년들이 많이 눈에 띄였는데 이들은 자유발언때도 똑부러지게 평소 갖고 있던 소신을 밝혀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
|
|
|
|
▲ 토평청소년문화의집 댄스동아리 '세티스펙션'이 공연을 하고 있다. |
|
|
|
|
|
▲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교복을 입고 나온 10대 학생들이 많았다. |
|
# "민주주의는 우리를 지켜줘야 해요"
양지인으로서 한 마디 하겠다고 나선 서귀포여자고등학교 3학년 신혜림양은 "민주주의는 우리를 당연히 지켜줘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신 양은 "프랑스 국민들은 정부를 두려워하지 않고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 한다"며 "그러나 우리 정부는 썩을대로 썩어서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며 현 정권을 비판했다.
신 양은 떨림도 없이 또박또박 "TV드라마 보고 노래방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들이지만 지금은 발 벗고 거리로 나와야 한다"며 학생들의 동참을 권유하는 여유로움을 보이면서도 "쇠고기 뿐만이 아니라 의료보험을 비롯한 공기업 민영화, 환경오염을 불러올 수 있이는 대운하, 친일친미 정권을 모두 반대한다"고 발언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 "국민 다 죽고, 경제 살려서 뭣하나"
대입 수능을 160여일 앞두고도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다는 류승재군(남주고 3)은 "오늘 학생들이 많이 왔는데 (학생들이 촛불문화제에 온 것은)참 의미있는 일"이라면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대상이 급식을 먹는 학생들과 군인들"이라고 말했다.
이과에 있어서 광우병의 원인인 프리온담백질에 대해 조사를 해봤다는 류 군은 "변형 프리온단백질은 접촉만으로도 전염이 되고 사람이 전염되면 머리에 구멍이 송송 뚫린다"며 "영국에서는 이미 죽은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국민 다 죽고 경제 살리면 무슨 소용있느냐"고 강도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
|
|
|
▲ 어린아이들도 참석해 초에 불을 밝혔다. |
|
|
|
|
|
▲ 7일 서귀포시에서도 학생과 시민 등 300여명이 참가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
|
# "재수생 공부도 못하게 하는 이 정권, 그대로 둬야 하나요?"
"재수생입니다"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고작 취임하고 100일이 지났는데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이 정권을 두고 봐야 하냐"면서 "재수생 공부도 못하게 (거리로 내 몬) 이명박 정부 이래도 되냐"며 현 정권에 쓴소리를 했다.
아들, 딸이 걱정돼서 나왔다며 마이크를 잡은 주부도 "쇠고기를 안먹는 걸로 광우병으로부터 우리가 자유로울 수 있느냐"면서 "값 싼 미국산 쇠고기는 각종 조미료, 과자, 하다못해 식당 야채무침에도 들어갈 게 뻔한데 그렇게 되면 식당도 못 믿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식당을 못믿게 되면 식당을 찾던 발길도 뚝 끊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식당이 문을 닫게 되고 지역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면서 "고유가 시대 서민들은 자동차 몰고 출퇴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암울한 미래에 대한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
|
|
|
▲ "서귀포시민들도 거리로 나갑시다. 고시철회! 협상무효" 촛불문화제가 귀가하던 시민들의 발걸음을 돌려세운 표선여성농민회 회원. |
|
자유발언, 공연 등 1시간 가량 진행된 촛불문화제가 끝나고 사람들이 자리를 뜨고 돌아갈 때쯤 표선여성농민회 한 여성이 큰 소리로 외쳤다.
"서귀포시민들도 거리로 나갑시다. 고시철회! 협상무효!"
귀가를 하려던 사람들은 다시 방향을 돌려 동문로터리를 거쳐 다시 일호광장을 돌아오는 코스로 30여 분간 거리시위를 전개하고 출발장소에 집결해 만세삼창을 하고 해산했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발길을 돌리던 한 주부는 "자유발언을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평소에 학생들을 많이 오해하고 있었구나를 느꼈다"면서 "주장도 뚜렷하고 말도 잘하는 학생들이 대견하고 오히려 어른으로서 부끄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저는 일명 '386세대'인데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집회라고 하면 '민주시민 동참하라' 약간의 강제성도 없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오늘은 보니까 '제주도민 함께해요' 구호도 권유적이고 평화적이라는 걸 많이 느끼게 하네요."
|
|
|
|
▲ 촛불문화제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일호광장에서 동문로터리를 오가는 거리행진을 하면서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했다. |
|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가 거리시위까지 가족이 모두 함께했다는 서신심씨는 "아이를 기르는 부모 입장에서 참 걱정이 된다"면서 "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아이들이 집 밖에서도 먹거리를 사 먹으니까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이 두렵다"고 말했다.
|
|
|
|
▲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나도 한마디' 코너도 마련됐다. 왼쪽 상단 송송 구멍난 스폰지 그림이 눈에 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