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金善玉) (1955 ~ 2012. 3. 23.)
사과나무
- 김선옥
과수원이 서 있습니다
폐경의 자갈밭 일구신 어머니
돌 하나 풀 한 포기 옮길 때마다
바람 같은 한숨소리 잠재우고
옥수수 알갱이 같이 빽빽한 날들
사과나무 가지에 등불처럼 달아 놓곤 했습니다
어머니 병 깊어
땀에 찌든 바짓가랑이 사이
하혈하시고
배에다 인공 항문 주머니 매달았듯이
저 늙은 사과나무
누렇게 빛바랜 사과 봉지 매달고 서 있습니다
과수원 지날 때마다
붉게 생리하는
나는
지금도
탱자나무 울타리에 서면
자꾸 목젖이 저려 옵니다
꿈꾸는 봄
- 김선옥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보고 있으면
나는 그 깊숙한 푸르름에 사르르 잠깁니다
온갖 꽃들 다투어 향기 풍기는 꽃밭에 서면
나는 어느새 고운 꽃으로 피어 납니다
신록의 들판위에 누워 봄을 즐기노라면
나는 어느새 끝없는 초원이 되어 버립니다
꽃가지에 아름답게 봄노래하는 새들을 보면
나는 어느새 꽃을 쪼는 한 마리 새가 됩니다
꽃바람이 전신을 스쳐 간지럽게 애무하면
나는 그리운 이의 옷속에 스미는 바람이 됩니다
꽃비 휘날리는 꽃나무밑에서 그대와 마주하면
아 나는 한 잎 낙화되어 그대 가승에 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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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인 | 사과나무 / 김선옥
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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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07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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