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포구에서 해안을 따라 문화의 길을 조성했네요...좋은 시 한편, 좋은 글귀를 읽으며 음미하고 걸으라고 만들었죠...남원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에서 돌에다 음각한 석판을 붙였네요... 그들의 좋은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한점한점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자화상..볼록거울 속에 제가 서 있습니다..'올레마니아'로 보이네요...
키가 큰 서양인이 성큼성큼 제 앞을 지나갑니다...그의 배경에 동백과 바다와 길이 있습니다...
조금 전 만난 노 해녀 중 한 분이 널어 놓은 미역일까요...이렇게 사지를 펼치고 햇볕과 바다향에 말리면 오래오래 양식이 됩니다...
정말 아름다운 산책로 '큰엉'에 도착하였습니다. 트럭에 한라봉 판매를 하고 있어 6개 4,000원 한봉지를 샀습니다...작은 것이지만 맛 좋게 보여 벤치에 앉아 한라봉으로 목을 축였습니다...싸르르싸르르르~~큰엉의 다리께쯤 씻어주는 파도소리가 큰 자갈에 부딪치는 소리 같습니다...큰엉이라는 뜻을 자세히 읽어봅니다. 아하~바위의 큰 엉덩이~(푸~)를 줄인 것이라 해도 괜찮겠네요...
큰엉을 바다쪽에 내려가 올려다볼 수 있는 계단으로 내려갔습니다..'쥐똥나무'라고 불리우는 상록수가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앉아있네요...거친 바닷바람에 이리 푸를 수 있다니 쥐똥나무라는 별명이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지요...그런데 열매가 쥐똥처럼 아주 작고 까맣더군요...
상록수 쥐똥나무는 '우묵사스레피'라는 이름이 있고 차나무과에 속하더군요.,.큰엉 바위의 옷이 되어 주니 고마운 관목입니다...
절벽 위에 길은 꼬부랑꼬브랑 1.5킬로 이어집니다...청정바다에서 불어오는 미역향과 바다직박꾸리 같은 새의 피웅대는 소리, 순비기잎파리의 은빛비늘이 반짝임, 나긋한 봄바람...이런 자극이 동시에 오관을 열어주는 곳입니다...오래 묵은 솔잎을 폭신하게 밞으며 숲터널을 걷는데 새들은 노래해주고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우울해져 슬프신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어집니다..
마치 잠깐 아주 잠깐 자신의 포즈를 허락한다는 콧대센 주인공을 내 카메라에 담았습니다...예쁜 색을 보니 숫 바다직박꾸리 같습니다...
숲터널을 벗어나 위미리 항쪽으로 걸어가다 만난 나무'강할'입니다...적라라하게 벗었던 몸통하나...그 끝에 야자수같은 이파리가 "봄이다 봄봄...부채살을 펼쳐들기 시작하자"고 소리치고 있네요...
손바닥으로 꾹 찍어버린 손바닥만한 가파도...저 수평선에 오목렌즈로 떠서 날씨를 알려주는 돗대불을 지피는 섬...여기 위미리엔 동백이 붉게 번지는데 저 섬은 어쩌고 있누...내일 가보리라...큰 엉같은 언덕도 없는 저 곳...비어버린 어미의 젖가슴같은 저 곳...그러나 팍팍하게 살았던 것은 옛말이고 이제는 돈이 되는 곳, 낚시꾼의 천국이랍니다...
"위미리엔 4월이면 동백꽃 축제를 연다...동백군락지에 쓸어도쓸어도 내리는 꽃잎이 쌀알같고...어느집 마당이나 빌레에서도 초롱초롱 붉은 등을 켠다...내 청춘 부풀어터진 만큼 웃고 울고 간다...덩쿨을 면사포처럼 쓰고서 저 혼자 좋은 봄을 즐긴다..."
올 해는 유난히 꽃이 많이 피었다네요...많이 추웠던 겨울 안으로 삭히던 열정을 한꺼번에 뿜어냈나봅니다...시인은 동백의 정열과 슬픔을 대비하여 노래하고...백삼십 년전 현씨 할머니는 이 황부지를 개간하며 방풍을 위해 동백을 심었답니다...동백군락은 바람을 막아주어 황무지를 옥답으로 바꾸어주었답니다....
'조배머들코지'에 기암이 생각하는 상이다...생각하는 관음보살 같기도 하고 아기를 안고 있는 할머니 같기도 하다...
위미리 우체국근처의 '황금분식'이 올레꾼들 애용식당..일전에 안면이 있는 아주머니. 멸치국수와 김밥 한줄을 주문하였더니 기다리면서 먹어보라고 방금 따온 미역 귀를 잘라 줍니다.. 오독오독 씹어먹으며 음식을 준비하는 아주머니와 대화했습니다..아주머니는 알부자였습니다..남편은 낚시배를 운영하고 자신은 낚시손님 점심싸주고 저녁엔 잡아온 고기로 매운탕 끓여주고...중소기업 부럽지 않은 수입이었습니다..오십이 가까운 나이에 기반을 잡은 이야기와 딸 둘이 유학까지 다녀온 이야기...그리고 새벽에 따온 고사리, 야채를 반찬으로 쓰기 때문에 재료비가 거의 안든답니다...국수와 김밥 등 팔지만 실제로는 큰 사업가네요....점심값 4,500원 받고 미역을 한봉지 가득 담아주는 인심과 웃음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초가집을 전시장으로 쓰고 있어요...사진이나 시를 전시하는데 개인 소유로 보이지만 무료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해안도로가 세맨트길이라 다섯시간 걸으니 발바닥에 열이 났습니다...작은 공원에 앉아 오른 발을 빼고 차를 마시고 있습니다..흐드러진 벗꽃을 보며 발도 쉬고 허리를 펴봅니다...
일본 사람들은 이 벗꽃이 필 때면 며칠씩 꽃을 감상하기 위해 집을 떠나 좋은 자리에 돗자리를 펴놓고 꽃을 즐긴다지요...요즘은 벗꽃을 예전처럼 한가롭게 볼 수 없을 것 같네요...우리가 전쟁을 치룰 때 그들은 돈을 벌었고 그들이 재앙에 위태로울 때 우리도 돈을 벌고 있다지요...그러나 그 재앙이 온전히 그들에 한한 것이 아니며 우리도 어떤 일이 닥칠 지 모르기 때문에 이럴 때 더욱 겸손해지고 도와야된다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꽃이 너무 고운 계절에 마음껏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첫댓글 봄을 흠뻑 즐기신 자리, 함께 나누는 아침입니다. 그림과 글이 정감을 더해 줍니다. 봄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