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마트에서 웁니다 (3)
H 마트는 보통 도시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내가 브루클린에 살았을 때는 플러싱까지는 차로 한 시간 거리였습니다. 필라델피아의 어퍼 다비나 엘킨스 파크도 거의 비슷합니다. H 마트는 종종 아시안 상점들이 모여있는 단지의 중심 역할을 하며 그곳은 시내 근방에 있는 식당들보다 더 좋은 아시안 식당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내 말은 반찬들이 식탁에 가득 차려진 한국 식당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선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평의 젠가 게임(사각의 나무토막을 탑처럼 쌓는 게임)처럼 멸치, 오이지와 절임 등등의 스무 가지가 넘는 반찬들이 접시에 담겨 끊임없이 나옵니다.
직장 근처의 아시안 퓨전 식당에서 사 먹던 비빔밥에 피망을 넣은 것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그런 식당에선 당신이 시든 콩나물을 조금만 더 달라고 하면 눈살을 찌푸렸지요? 여기는 진짜입니다.
길을 표시하는 거리 이름 표지판을 보면 당신은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운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마치 순례길에 들어선 것처럼 차양막의 간판에 새겨진 문자들은 서서히 읽을 수도 없는 기호로 바뀌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난 교통 체증일 때 얼마나 빨리 저 간판의 글자들을 읽을 수 있는지 시험에 들곤 하였습니다. 다행히 난 10년 이상을 매주 금요일에 한글학교에 다녔기에 교회의 간판이나 안경점, 은행의 간판에 쓰인 글자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여기는 모두가 아시아인이며, 보이지 않는 전화선처럼 서로 다른 방언들의 군상이 교차하는 곳입니다. 유일한 영어 단어는 "HOT POT"과 "LEQUORS"뿐이며 그것들 조차 호랑이나 핫도그가 춤을 추는 모양의 네온사인 애니메이션 밑에 묻혀 있습니다.
H마트 단지 안에는 푸드코트, 가전제품 가게, 약국 같은 것이 들어설 것입니다. 그리고 대개 달팽이 뮤신이나 캐비어 오일이 들어간 한국 화장품과 'PLACENA(태반)'이 들어갔다고 당당하게 광고하는 페이스 마스크(도대체 누구의 태반? 누가 알겠어요?)를 살 수 있는 뷰티 카운터도 들어설 것입니다. 연한 커피와 버블티, 그리고 맛보다 훨씬 더 맛있어 보이는 반짝이는 페이스트리가 있는 사이비 프랑스 빵집도 생길 것입니다.
최근에 내가 살고 있는 필라델피아 북동쪽의 첼튼햄에 H 마트가 생겼습니다. 요즘 나의 일상은 주말에 이곳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고, 일주일 동안의 식료품을 비축하고, 그것이 무엇이던 새롭고 풍요한 영감을 주는 것으로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첼튼햄에 있는 H 마트는 2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식료품점은 1층에 있고 푸드코트는 그 위에 있습니다. 위층에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파는 노점이 늘어서 있습니다. 하나는 초밥을 팔고, 다른 하나는 엄밀히 중국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국의 전통 찌개를 파는데 여기에선 도착 후 10분이 지나도 국물이 끓어오르는 작은 가마솥 같은 뚝배기로 서브를 합니다.
한국식 길거리 음식 노점처럼 라면(신 컵라면에 계란 하나를 깨어 넣은)과, 두껍고 케이크 같은 반죽으로 돼지고기와 당면이 가득한 것을 밀봉한 대형 찐만두와, 어묵과 기다란 쌀떡을 고추와 고추장과 육수에 넣고 끓인 쫄깃쫄깃한 한입 크기의 원통형 막대 모양의 떡볶이를 파는 가게도 있습니다. 고추장은 거의 모든 한국 음식에 사용되는데 울 엄마가 사용하는 세 가지 소스 중 하나입니다. 달콤하고 매운맛이 나는 페이스트지요.
끝으로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달고 새콤한 맛의 탕수육, 짬뽕, 볶음밥 그리고 짜장면입니다.
푸드코트는 짜고 기름진 짜장면을 흡입하듯 먹는 사람들을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14시간 비행기로 서울에 도착했을 때, 지금은 대부분 돌아가시셨지만 예전에 한국에 거주하셨던 가족분들과 엄마와 나는 왜 중국 음식을 먹었었나를 생각합니다. 이모가 우리의 주문을 받고 전화를 한 지 20분 만에 아파트 링거가 "엘리스를 위하여"란 벨음을 연주하였고 오토바이에서 막 내려온 듯 헬멧을 쓴 남자가 거대한 철제 상자를 들고 다가왔습니다. 그가 철제 상자의 문을 열어서 국수가 수북한 그릇과 튀긴 돼지고기와 맛있는 소스가 옆에 곁들여진 접시를 건넸습니다. 위에 덮인 사란 랩은 오목하게 붙어있었고 이슬이 송송 맺혀 있었습니다.
껍질을 벗기고 국수 위에 검고 튼실한 소스를 뿌립니다. 돼지고기에는 반짝이며 끈적끈적한 반투명 오렌지 소스를 부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멋진 대리석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후루룩 거리며 하나씩 맛을 보았습니다. 이모와 엄마, 할머니는 한국어로 수다를 떨었고, 나는 먹으면서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면서 그 말들을 들었습니다. 그때 나는 자주 엄마에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 엄마를 괴롭혔습니다.
첫댓글 글만 잘 쓰는게 아니라 예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