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리교당 금강단 중앙 : 김완석
익산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온 적이 있었던가? 눈이 쉬지 않고 내려서 순식간에 온통 세상을 하얗게 바꿔 놓은 날이다.
직원들 안전이 걱정되어 평소보다 1시간 일찍 퇴근시키고, 나 또한 평소에 10분거리를 40분이나 걸려서 어렵게 귀가했다.
가족들과 저녁밥을 먹고 있는데 식당조리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일 아침식사를 준비하려면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데 이렇게 눈이 많이 와서 내일 출근하기가 어려우니 지금 직장으로 태워다 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식사 마치고 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직 버스가 다니고 있는 시간이고 나도 겨우 퇴근했는데 왜 나보고 태워다 달라는 거야?
하는 요란한 마음이 생겼다.
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운전하여 직원의 집 근처로 가니 주위는 6차선 도로 양방향으로 버스와 택시가 오고 가는 상황이다. 그 광경을 보니 버스를 타든 택시를 타고 가면 될텐데 하는 마음에 ‘염치가 좋은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하며 직원이 얄밉게 느껴졌다.
더구나 이 직원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다가 이달 말까지만 근무하고 퇴직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니 미운 마음이 더했다.
경계가 왔구나!
대종경 실시품 법문중에 《 좋은사람이야, 누가 잘 못 보느냐, 미운 사람 잘 보는 것이 대자대비의 행이니라 》 말씀하신 것이 떠오르며, 경계의 마음을 돌리려고 노력했다.
또한 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
이렇게 길이 미끄러워서 출근하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떻하나 하는 걱정으로 이 방법, 저 방법을 강구하다가 결국 답이 없어서 나에게라도 부탁하여 어떻게든지 출근하려는 책임감이 크게 느껴지며 내 원망의 마음이 감사의 마음으로 변하였다.
임금인상이야 누구나 근로자라면 요구할 수 있는 일이고, 열심히 근무하는 것에 비해 급여가 작다고 느끼는 직원이 근무환경에 맞는 합당한 요구를 한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이달말이면 그만두는 직장인데 내일 아침밥을 이런 폭설에 굳이 일찍 출근을 하지 않더라도 차가 없어서 늦었다고 하면 그만인데. 그래도 하루 전날이라도 가서 내일 아침식사를 준비한다는 주인정신이 고맙게 느껴졌다. 정산종사법어 공도편에 《공부나 사업이나 주인의 심경으로 하는 이가 있고, 머슴의 심경으로 하는 이가 있나니 주인의 심경으로 하는 공부는 하기 싫으나 하고싶으나 남이 알아주나 몰라주나 간에 꾸준히 힘을 쌓아가는 것이요. 》 주인정신으로 책임감 있게 근무하는 직원을 몰라보고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니 경계가 왔었구나 하는 반성이 되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 입장에서 직원을 바라보지 않고 직원의 입장에서 근무상황을 살펴보기로 했고, 직원을 출근시켜주는 것이 귀찮았고 왜 하필 나에게 하며, 짜증을 낸 것이 미안하게 생각되었다.
앞으로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으로 생각을 한번 더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