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잘 어울리는 찰떡 궁합인 ‘보드카’와 ‘사우나’ 이야기를 같이 엮어서 올리려 했으나 쓰다 보니 보드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진 듯 합니다.
수위 조절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 하나 고민도 좀 해야 겠고 해서….
‘사우나’ 에서 경험한 대한민국 ‘청양고추’ 사건은 다음 편 으로 미루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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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S에서 ‘보드카’란 수많은 술 중에 하나가 아니라 제정 러시아부터 구 소련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역사와 함께 인민의 애환이 배여 있는 그 자체이다.
‘보드카’를 마실 때는 ‘와인’ 이나 ‘샴페인’처럼 입술에서 혀를 거쳐 향과 맛을 음미한 다음 목구멍으로 넘기게 되면 아마 쉽게 넘어 가지 않을 것이다.
또 그렇게 마실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무색,무취,무향 이며 아주 독하기 때문이다.
‘보드카’를 재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최소한 냉동실에서 하루 정도 보관 후 마셔야 제 맛이다.
‘마신다’란 표현보다 ‘털어 넣는다’란 표현이 더 잘 어울릴 듯 하다.
그렇게 차게 해서 잔에 따르게 되면 그 투명한 액체가 우리나라 ‘막걸리’ 따르듯이 뻑뻑하게 껄~껄~껄 나온다.
겨울에는 굳이 냉동실에 보관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냥 밖에 내다 놓으면 기온 그 자체가 냉동실 온도 보다 더 차기 때문이다.
아주 추운날 ‘보드카’ 한잔을 입 속을 거치지 않고 바로 목구멍으로 털어 넣게 되면 즉각 식도를 거쳐 위장까지 흘러 내려 가는 짜릿한 느낌을 5초 남짓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위장에 도달하게 되면 이때부터 어깨 관절이 풀리는 것을 느끼면서 온몸에 후끈 후끈한 열이 발생한다.
겨울기온 평균이 영하20~30인 곳에서 ‘보드카’ 한잔에 중요성을 짐작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알코올 중독자 가 늘어나서 ‘보드카’로 인한 사회 병리학적 문제는 범 국가적인 골치 거리이기도 하다.
CIS 사람들 음주 습관은 한국 사람과 아주 유사 하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뿌리를 뽑는다.
’루스키’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려고 한다면 그들이 권하는 잔을 거절 해서는 안되며 같이 기절 직전 까지 마셔 줘야 한다.
이러한 요식 행위를 거친 후 비로서 그들이 진정한 친구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마시더라도 끝까지 남아서 같이 기절 직전 까지 마셔 주는 사람은 한국 사람들 뿐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을 좋게 평가 한다.
특히! 나는 CIS 사람들을 ‘친한파’로 끌어들이는데 일조를 한 사람이라 자부를 한다.
그들이 ‘친한파’로 변했다 해서 CIS 인 들은 ‘친한파’로 변한 동족을 우리가 ‘친일파’ 대하듯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보드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죽기 살기로 목구멍으로 틀어 넣으며 밤을 함께 밝힌 죄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국위선양을 한 공로를 인정해서 훈장은 아니더라도 표창 정도는 기대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
‘보드카 노어’(러시아어를 노어라 한다) 란 말이 있다.
유학생이나 상사 주제원들, 비즈니스 차 방문하는 외국인은 ‘루스키’와 친교를 위해 늦은 밤까지 ‘보드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노어(러시아어) 실력이 급속도로 늘어 간다는 것을 느낀다.
어찌 늘지 않겠는가 밤만 되면 그들과 함께 보드카를 끼고 대화를 나누는데…
문제는 다음날 업무를 보거나 비즈니스 관계상 대화에는 그리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콱 콱 막힌다.
아이러니 한 것은 저녁에 ‘보드카’를 한잔 걸치게 되면 낮에 꽉 꽉 막혔던 ‘노어’가 술술 나온다는 것이다.
여기에 루스까야(CIS 5탄에서 설명 했을 거다 ‘러시아 여자’) 라도 옆에 앉아 있게 되면 현지인과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에 화려한 ‘러시아어’가 구리스를 듬북 발라놓은 ‘베아링’ 돌아 가듯이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 나온다는 점이다.
이건 나뿐 아니라 CIS를 방문한 모든 외국인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아 하는 소리다.
그래서 일명 ‘보드카 노어’란 말들을 한다.
또 ‘베드 노어’란 말도 있는데….
비 보도용 이라서 말할 수 없다.
알아서들 상상하기 바란다…^^
‘보드카’에 얽힌 일화를 하나 더 소개 할까 한다.
우리나라 5공화국때 ‘땡전 뉴스’란 소리 들어 봤을 꺼다.
띠!띠!띠~~~~ “전두환 대통령은” 을 첫 일성으로 ‘대통령’근황을 먼저 알리고 뉴스를 시작한다는 비아냥으로 ‘땡전’ 뉴스라고 했다.
러시아도 지금은 퇴임했지만 정각을 알리는 벨 소리가 울린 후 바로 “엘친 대통령은” 으로 뉴스를 시작한다.
지금 ‘푸틴대통령’도 ‘땡푸뉴스’를 한다.
뉴스에서 '옐친'이 근엄하게 보좌진들 업무 보고를 받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졸고 있다.
필경 전날 밤새 과음을 했거나 점심을 먹으며 낮술을 했다는 뜻이다.
심지어 보고를 받기 위해 보좌진이 회의 탁자에서 일어나 도열하고 있는 가운데를 '옐친"이 비틀거리며 걸어가 앉는 것을 가슴 졸이며 지켜 보는 보좌진들의 안절부절 하는 모습도 간혹 볼 수 있다.
그 모습이 그냥 생으로 뉴스 전파를 타고 나간다.
만약 연희동 전씨 였다면 방송국으로 특수부대 일개중대 정도 보내서 뉴스 당장 중단시키고 방송국 사장을 비롯해 여러 사람 목을 날렸을꺼다.
그리고 냄비 여론이 국가적 망신이니 위에서 저러니 공무원들 기강이 어쩌고….
난리들 피웠을 꺼다.
그러나 ‘보드카’를 너무 사랑하는 ‘루스키’들은 자국대통령이 술로 인한 실수 정도는 너그럽게 봐 준다.
‘엘친’이 보드카 먹고 사고 치는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 였기 때문이다.
남의 나라 국빈 방문하며 비행기 여행이 지루하다고 기내에서 낮술 퍼 마시고 상대국에 도착해서 트렉 내려갈 때 비틀 거리다 경호원 부축을 받으며 내려가는 모습이 전세계로 생방송으로 중계된 적도 있는데….뭐.
‘보드카’는 늦은 밤 혼자 고독을 씹거나 아니면 연인들이 서로 게슴츠레 한 눈빛을 주고 받으며 야리꾸리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술이다.
만약 CIS를 방문하여 어찌어찌 ‘루스까야’를 알게 되어 백마 타고 태극기 휘날리다 깃발 이라도 한번 꽃아 보려고 마음 먹었다면 더 더욱이 ‘보드카’는 멀리 해야 한다.
남성 동문들에게만 살짝 알려 주겠는데…
‘루스까야’들은 ‘와인’이나 ‘샴페인’을 좋아 한다…^^
‘보드카’는 앞서 말했듯이 혼자서 마시거나 분위기를 잡기 위한 술이 아니라 친교의 술이라고 말하고 싶다.
밤새 여러 사람이 모여 장소 불문하고 시꺼럽게 음악을 틀어놓고 떠들석 하게 마시기에 잘 어울리는 술이다.
여름이면 거리 곳곳에 파라솔을 십여 개 펼쳐놓고 운동회나 체육대회때 귀빈석 천막으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천막을 치고 한쪽에서 샤슬릭(꼬치구이 비슷한 요리) 구워서 파는 노천 카페가 여기 저기 생겨 난다.
여기서 여러 사람이 모여 옆 사람 이목 같은 건 관심 없이 ‘보드카’와 함께 춤을 추며 친교에 밤을 보낸다.
숙녀가 끼여 있다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위에서 언급 했듯이 숙녀용 와인이나 샴페인을 어김없이 주문 해야 한다.
그래야 빠른 음악 위주지만 간간히 섞여 나오는 조용한 음악이 흐를 때 부둥켜안고 옆 사람이야 보던 말던 찐하게 입술이라도 한번 포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난 경험이 없다.
선수들이 다 그렇게 하더라 이 말이다….^^
보드카와 함께 놀기 좋아 하는 ‘루스키’들은 겨울이라고 해서 다음해 여름 노천 카페가 생길 때 까지 가만 기다리지 않는다.
아파트에 적당한 안주 준비해놓고 친구들을 초대 한다. 그럼 친구들 참석하며 보드카, 콜라등 안주 꺼리를 들고 참석한다.
밤새 음악 틀어놓고 떠들고 춤추며 친교에 밤을 보낸다.
여름에 노천카페 보다는 장소가 좁아서 좀 불편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여기 저기 방들이 있기 때문이다. (알아서들 상상하기 바란다….^^)
추운 겨울이라도 열기가 뜨거워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놓고 오디오 볼륨을 최대한 크게 올리고 흔들어 댄다.
이상한 건 옆집에서 아무 항의가 없다는 점이다.
만약 우리 나라 아파트에서 저 짓을 했다면 바로 경찰 출동하고 다음날 주민들 에게 몰매 맞기 좋은 장면이다…^^
인간의 절제되지 못한 욕망에 대해서 우리 입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관대한 나라 이다.
CIS 5탄 “루스까야” 에서 잠시 언급했을 것이다. 절대 CIS인들을 우리 잣대로 평가 해서는 이해 하지 못한다고…
바로 이점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될 것이다.
CIS는 최근에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전혀 다른 이념을 타인의 내정간섭이나 침략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가 자기들 만에 방법으로 둘 다 경험한 유일한 나라이다.
‘혹자’들은 그들의 놀라운 저력을 ‘보드카’에 비유 한다.
’보드카’는 차게 해서 들이킨다.
그러나 위장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뜨거운 술로 변한다.
마시기 전 ‘보드카’는 차가운 이성의 ‘민주주의’
마신 후는 뜨거운 열정의 ‘공산주의’로.
기가 막히게 딱! 맞아 떨어지는 표현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