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7)
2007-11-27 17:01:55
168차 영남알프스, 반창회 산행기
1. 일시 : 2007. 11. 24(토)
2. 곳 : 배내고개(08:25)-배내봉-간월산-신불산-영축산-백운암-극락암(15:30)
3. 참가 : 상국(대장), 광용, 인섭, 문수(4명) +용하, 창열(삼공산악 찬조출연)
산행지 잡는 기 디기 어렵다.
지지난 주 칠갑산에 다녀오다가 문수랑 인섭이, 나, 이렇게 셋이서 밤늦은 시각에 뒷풀이로 꼼장어를 구워먹으면서 나온 이야기다.
“11월 24일 토요일은 정기산행일인데 그날 부산에서 6반 반창회한다하디만 산행이 우찌될란지 모르겠다.”
“대장이 눈~데?”
“갱호... 글마도 6반이라서 우얄란고? 전화 함 해보자.”
띠리리.
“갱호야, 니 24일 반창회때 부산가나?”
“가고는 싶은데 그기 쫌 에럽겠네. 대타 한놈 구할 수가 없어서, 산에도 못 가겠고... 큼큼, 근데 이기 무슨 냄새고, 니 지금 술 마시제? 누구캉 있노?”
“와 일마 완전 자리 깔아야겠다. 개코가 따로없네. 인섭이랑 문수 칠갑산 댕기와서 꼼장어 묵는다. 니도 온나.”
“아이고 조캤다. 근데 내는 너무 멀다. 이참에 이사를 가뿌까? 크크.”
“갱호가 어렵다카네? 산에도 몬 간다카고.”
“가만, 광용이 글마도 6반이제? 그라몬 우리가 아예 부산으로 산행가뿌몬 우떻겠노? 뱅욱이 지가 부산 있을 때, 한번 댕기가라 카던데.”
“그 좋네? 그리 함 짜 보까?”
“부산까지 가는데 쪼매한 산은 빼고 쫌 탈만한 걸로 함 골라바라메.”
여차여차해서 산행지를 적상산에서 신불산으로 바꿔놓고 갱호보고 대장 맡으라 했다. 하지만 갱호가 일이 꼬여 깨갱깽.....
좋다. 임기 말년에 마지막으로 봉사함 하자. 내가 대장을 자임하고 산행코스를 맘대로 정했다. 근데 이것들이 내가 말년이라고 자리를 넘보는지 대장의 말이 말 같지 않은지 구포는 멀다 밀양에서 내리자, 하면서 태클을 건다.
후라 30에 삼공산악 행님들한테 도움을 청하니 박진수 회장의 전화가 온다. 용하와 창열이 둘이서 산행 길잡이가 되어준다니 든든하다.
금요일 오후 8시 50분차, ktx 동반석, 한세트를 사니 엄청 할인이 된다. 4명이서 소주 2병 나눠마시고, 맥주 각각 2캔씩 비우고 나니 구포에 닿는다. 제수씨가 차를 몰고 마중을 나왔다. 어두운 낙동강 둑길을 엄청 빨리 달린다. 물금에 있는 동생집에 닿으니 12시 10분경이다. 동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생두부와 김치, 그리고 선지국으로 소주 3병을 비운다. 1시 30분경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6시 기상, 씻고 6시 40분에 배내고개를 향해 출발. 동생은 오늘 처가쪽에 결혼식이 있어 12시까지 남해에 가야하는데 배내고개까지 데려다 주고 간단다. 피곤할 낀데 운전을 해줘 고마웠다.
배내고개 바로 아래에서 맛있는 시락국을 먹다. 맛은 좋은데 값이 제법 비싼 편이다. 도시락 두 개 싸고(도시락 갖고 오자 말라고 했는데 말 안 듣는 인섭, 광용) 약속시간인 8시 10분, 정확하게 배내고개 주차장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커피 한잔, 8시 25분에 6명이서 산행을 시작한다.
배내봉까지만 오르면 그다음부터는 쉽다는 말을 들었는데 내 다리가 영 말을 안 듣는다. 아까 시락국집 재래식 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 제대로 무릎이 구겨지지 않더니 정말 힘이 든다. 지난 번 족구시합때 첫 포인트 올리면서 오른발을 힘껏 들어 올렸더니 사타구니 안쪽에서 뚝! 하는 소리가 들렸었는데 고게 아직 다 낫질 않은 모양이다. 오늘 고생 좀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돌이 많은 너덜길이라 발끝도 조심해야한다. 돌을 유심히 보니 화석이 많이 있다. 고사리 같은 식물 같은데, 안 그래도 늦은 걸음에, 혹 좋은 돌 하나 만나나싶어 돌 몇 개 주워보고 살피느라 더 늦어진다. 배내봉에 닿으니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고 있던 인섭이가 추웠던지 쫑코를 준다.
“상국이가 서울 물 다 흐려놓네.”
“아이고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데 우짜겠노? 천천히 가자. 설마 낙오야 하겠나.”
간월산 정상에서 사진 찍고, 중간에 키위랑 파인애플 깡통 하나 까먹은 것 빼고는 신불산을 거쳐 영축산 정상까지 한 번도 제대로 못 쉬고 간 셈이다.
용하가 공비수준인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잇었지만 머리 완전히 허연 창열이도 지팡이 하나 짚고선 훨훨 날아다닌다.
근데 가만 보니 둘이서 자주 입씨름을 한다.
창열이 왈
“산에 가몬 급한 기 머 있노? 적당히 거리를 두고 댕기몬 될 낀데, 용하 이거는 바로 뒤에서 씩씩대맨서 바짝 붙어 오는 기라. 그라몬 거리 땔라꼬 내는 또 빨리 더 가야되고. 우리도 죽겄다.”
용하 왈
“서울 너그들 잘 댕기네? 부산 아~들은 인자 고개 하나 넘으몬 안 갈라한다. 다 갔다 온덴데, 마~ 내리가자. 오늘같이 산 �개가 머꼬, 3-4시간도 안 탈라카는 기라.”
“너그들도 자주 싸우네? 서울 아~들도 산에 가몬 디기 시끄러번데.”
“아니 다른 아~들은 괘안은데 창열이하고 내하고만 부쩍 티닥대는 기라. 부산에선 다 소문 났다.”
“그 와 상헌이도 안 시끄럽나? 말도 재밌게 하고, 들을 끼 많을낀데.”
“상헌이 그 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 말만 하는 기라.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한다. 크크.”
영축산 정상 바로 아래 천막에서 라면을 시켜놓고 점심을 먹었다. 아이고 나도 배낭 좀 구루자 싶어, 떡이며 옥수수 수염차, 홍삼액기스를 다 쏟아 놓았다.
“한 개도 남겨가지 않을낑께 다 묵어래이.”
영축산에서 백운암가는 길로 간다는 게 길을 잘못 들었다. 용하는 밑으로 내려가몬 길이 있을끼라꼬 따라오라며 똥고집을 피우고, 창열이는 못 미더워 좀 떨어져 가고, 뭔가 좀 요상하게 꼬인다싶어 나는 저 맨 뒤에서 거리를 더 두고 따라 내려가는데, 결국 창열이 말이 맞았다. 다시 빠꾸해 올라온다. 모두들 잠시 투덜투덜.
용하는 끝까지 안 올라왔다. 한참 가는데 어? 공비가 우리 앞에 가고 있다. 귀신한테 홀린 것도 아니고...
“니는 어데 있다가 왔노? 그게 길이 있더나?”
“내리 가다가 아니다 싶으몬 옆으로 치고 올라오몬 된다 아이가? 산길이 밸 꺼 있나?”
그 참.... 공비는 공비다.
백운암 내려가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백운암이 통도사 삐알에서 기가 제일 세다는 설명을 듣고 약수 한잔 마시고 내려온다. 좀 내려오니 이젠 아스팔트 길, 그래도 극락암을 꼭 들러야겠다. 극락암 도착시간, 오후 3시 30분. 경봉스님 계셨던 삼소굴 건물도 보고 스님이 주는 맛없는 바나나를 하나씩 까먹었다.(완전 얼었더라) 다리가 많이 나아져 이젠 통도사까지 걸어갈 수도 있었는데 아까 부른 콜-택시를 보고 창열이가 부산 민락동까지 택시로 이동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친구들도 대충 계산을 해보더니 그게 나은 것 같단다.
택시 두 대로 민락동 회센터 근처까지 이동, 도로비 포함하여 한 대는 50,000원, 한 대는 53,000원이 나온다. 운전수에게 길을 잘 못 말해 수영에서 한 바퀴 삥 돌아왔기 때문이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용하가 먼저 가고, 해수탕에서 5명이서 목욕을 하며 피로를 씻는다. 반창회 장소에 6시 도착, 서울에서 온 친구들이 먼저 와 맥주를 마시고 있다.
창열이더러 같이 맥주 한잔하자고 아무리 권해도 자기는 되었다며 돌아간다. 용하야, 창열아 고맙다. 덕분에 마음놓고 영남알프스 구간중 반동가리, 좋은 구경했다. 진수도 고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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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종점인 6반 반창회. 백상근 선생님은 여전하시고, 친구들 18명이 왔다캤나? 누가 그라더라.
“어중이 떠중이 반장인 재중이까지 다 모있다꼬. 크크.”
문수와 인섭이는 맥주 한잔하고 호준이까지 셋이서 기장 연화리에 있는 호범이 만나러 가고 나중에 2차에 합류하기로 했다. 참 의리 있는 친구들이다.
선물 준비에 창덕이가 수고를 많이 한 모양이다. 선생님 독사진, 선생님과 반장 재중이 사진, 마지막으로 하나는 지하고 선생님 둘이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왔더라.
해운대 대형 룸에 들어가 모두들 노래를 부르며 너무나 건전하게 놀았다. 노래 번호 찾아준다고 좀 엎드린 자세로 있었나보다. 술취한 한 놈이 내 엉덩이를 걷어찬다. 앞으로 꼬꾸라지면서 안경이 박살났다. 그 때 부터는 눈에 비~는 기 하나도 없어서 우찌 놀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아침에 샤워를 하고 정신을 차려 보니 부산 아~는 철수밖에 없다.
배낭안에 들었던 일회용 커피를 타서 써빙을 했더니 친구들이 놀랜다.
점잖게 앉아있던 한산도 촌놈 모철이가 한 마디 한다.
“하이튼 대머리하고 상국이 저 둘이서 다 떠들고 말이야. 머~라 머~라 한 30분은 싸아사터니 머가 조타꼬 둘이서 내 양쪽에 눕어? 그라더이 한놈은 이를 빠독빠독 갈제, 또 한놈은 코를 탱크처럼 골제, 양쪽에서 협공을 해대는데... 아이고... 내가 자리를 잡아도 잘 못 잡았제.”
아이고 나는 누가 내옆에 잤는지 그건 모리겠고
“재중이가 우리를 배반했다. 반장 바꾸자!”라는 말을 시작으로 아침 술기운을 몰아낸다.
아침은 단체로 복국집에 이동, 복국으로 속을 풀었다. 모철아 잘 묵었다. 디기 맛있더라.
80평짜리 콘도를 빌리는 데 공헌한 철수, 누가 봐도 착하게 생긴 철수가 방청소까지 자기가 다 할 꺼라며 걱정말고 서울 올라가란다.
버스로 자갈치까지 이동, 맨 뒤에 타는 사람이 버스비 낼 꺼라고 했다. 꾸물댔던 게 근록인 모양이다.
자갈치에서 꼼장어를 구워먹고 6반 아닌 범주가 계산을 하고 싶어 하기에, 돈 있는 체 해야할 필요성(?)을 내가 알려주어 자기도 기분좋게 쏘았다. 범주야 다들 잘 묵었다. 밀양에 좋은 소식 갈 끼다.
부산역으로 이동, 뱅철이는 대전에 내리야 되고 범주는 밀양에 내린단다. 뱅철이 그 능글능글하게 재밌는 친구, 한 마디만 보태자.
아침에 샤워하면서 보니까 다리에 긴 뱀이 기어간 듯한 엄청나게 큰 수술자국이 있어 물었다.
“야, 뱅철아. 니 이거는 무슨 수술자국이고? 머하다가 다�더노?”
“어~ 이거? 군대 있을 때 특수훈련 받다가...”
“오데서 근무했는데?”
“응. 내 방위했다.”
“방우? 방우가 무슨 특수훈련 한다꼬 칼을 그만큼이나 댔더노? 큭큭.”
서울역에 도착하니 우리가 부산으로 산행을 떠난 사이 펭귄이 주동하여 북한산 번개산행을 한다더니 6명이나 왔던 모양이다. 둘은 가고 4명이서 남대문 시장 횟집에 있으니 와서 얼굴 함 보고 가란다. 아 정말 징그러운 놈들이다.
그냥 가삐자는 친구도 있는데 술 좋아하는 인섭이, 피해가질 않는다.
“우리가 버스 탈라몬 우째도 남대문 쪽으로... 글로 가야�께 함 가보지, 뭐.”
“야, 일마들 진짜로 왔네? 그만 가지 머할라꼬 일로 왔노? 우리는 이미 파장인데.”
말은 이리 하면서도 뱅욱이, 재일이, 펭귄, 길래 이렇게 넷이서 이미 붉어진 얼굴로 그래도 반긴다. 들어보니 산행대장 펭귄 컨디션이 처음부터 엉망이었던 모양이다. 산에서는 완전 죽을 쑨 모양인데 술집에선 펄펄 날아댕긴다. 근데 좀 많이 묵었나보다. 쌔가 꼬부라지기 시작하더니 급격히 무너진다. 영남알프스 잘 타고 왔다고 우리가 묵은 거는 재일이가 쏘겠단다. 이틀동안에 회를 얼매나 묵었는지 몸에 비늘이 돋을만큼 묵었다. 재일아 잘 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