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글을 늦게 제출해서 반성합니다. ㅠㅠ
핑계거리는 참으로 많습니다만은, 또 지나고보면 너무 사소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더욱 할말이 없습니다. ㅠㅠ
다른 선생님들도 그렇게 바쁘신 와중에 글을 꾸준히 올리신 것을 보면 한없이 부끄럽고 존경스럽습니다.
모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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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즐거운 리터러시를 위해>
글쓴이; 달님
저녁식사가 끝나고 온가족이 쉬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아들이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을 봤다고 오라 했다. 나는 설거지 중이라 데스크탑이 있는 거실 한쪽으로 이동하기 곤란해서 “나중에~!”를 연달아 대답했다. 설거지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아들이 재빠르게 내 옷자락을 잡아끌면서 모니터 앞에 세웠다. 나는 우두커니 서서 영상을 보다가 어이없고 웃기고 황당하고 재미있어서 한참을 웃었다. “이게 뭐야~~!!! 하하하하하하~~!!” 아들은 자기도 너무 웃기는데 엄마는 어떤 반응일까 너무 궁금했단다. 그리고 내 반응이 대단히 만족스럽다며 또 부를 테니 다른 걸 하고 있으랬다. 지금 떠올려도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아들이 보여줬던 유튜브 영상은 <로.꾸.꺼.>라고 하는 말장난 유머짤이었다. 주로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 훈이, 철수 등과 <도라에몽>의 진구, 퉁퉁이, 이슬이 등 대중에게 익숙한 캐릭터가 나오고 그 외 제작자가 창조한 엉뚱한 엑스트라 인물을 함께 영상 속에 등장시킨다. 이 <로.꾸.꺼.>는 인기가 꽤 있어서 꾸준히 업로드되는 유머짤이다. 순서대로일 때의 이야기 내용과 거꾸로 보면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극적인 반전 맥락을 보여주는 이야기 흐름 때문에 진짜 너무 어이없어서 웃음이 뿜어져 나온다. 순서대로 봤을 때는 건전하고 심심한 동화같은 내용인데, 이야기 순서를 거꾸로 뒤집으면 조용하게 걸어가던 사람이 갑자기 도둑이 되고 동네건달이 되어버린다. 아들은 인과관계와 논리가 분명한 책 속의 이야기보다 이런 반전을 더욱 좋아했다.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대부분 아이들은 유튜브, 틱톡, 인스타 쇼츠가 익숙하고, 각자의 취향대로 즐기고 있다. 끼가 넘치는 사람들이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는 플랫폼이 넘쳐난다.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누구든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연결고리다 보니까 더 친숙해졌다. 사람들은 온갖 상상력과 창의력이 폭발하는 그 영상들 속에서 코로나 격리가 있던 약 2년 동안 집안에서의 지루함을 달래곤 했다. 코로나 때문에 맘껏 뛰어놀 수 없던 아이들에게 어쩔 수 없이 허락했던 컴퓨터, 스마트 폰의 가상 공간들이 지금의 일상이 되었다. 이제는 좀 걱정이 된다. 상식과 지식이 영상으로 검색되고, 스스로의 탐구와 판단 없이 그대로 흡수된다.
김성우, 엄기호 선생님의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에서는 ‘리터러시(문해력-문자로 된 기록을 읽고, 거기 담긴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가 문자뿐만 아니라 영상, 정보, 네트워크 등 언어의 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확장되어 있는 지금을 말했다. 꼭 문자의 형태로 된 지식을 해독하는 상황이 아니라도 영상에 대한 리터러시 능력은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영상으로 만든 지식을 자주 접하다보면, 비판하고 사고하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진다. 나 자신의 리터러시를 잊고 살게 되는 듯하다. 나는 그렇게 이해했는데, 실상은 전혀 다른 의도였을 수도 있겠다.
우리가 짧은 영상매체에 의존하는 지금 세대를 걱정하는 이유는, 영상매체의 피상적인 전달에 익숙해지면서 사람의 공감능력과 이해력, 판단력 등이 다소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은 TV가 일상생활에 들어오면서부터 계속해서 회자되어 왔지만, 한국의 학교교육은 바뀌지 않았다. 리터러시는 문제와 그에 맞는 답을 찾는 것으로 개발되지 않는다. 어느 한 주제를 두고 여러 사람이 각자의 생각을 맥락에 맞게 잘 정돈해서 글로 지어내는 훈련을 꾸준히 해왔을 때 가능하다. 사람이 생각하는 흐름의 시작과 과정과 결론은 오직 문자로만 표현할 수 있다. 영상으로는 절대 그 사람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했던 부모들만이 따로 아이들에게 글을 읽고 쓰고 지식을 다스리는 방법을 전수하며 묵묵히 지내고 있다. 독서와 독해력, 글쓰기 교육은 오로지 인위적이고 의도적인 것이라서 고집이 센 어린 사람들을 지도해내기가 참 어렵다.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들을 다른사람과 공감하고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참 즐겁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해야지 막을 수는 없다. 다만 다양한 형태의 지식들이 넘쳐나는 지금과 미래를 생각해보면, ‘어떻게 해야 다채로우면서 올바른 리터러시 교육이 될 것인가?’는 계속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첫댓글 새로운 일 시작하셨다면서요! 축하드려요! 일과 가정 그리고 책읽기와 글쓰기를 모두 다 하시는 선생님이야 말로 대단한 분이신거 같아요! 이번엔 일등제출을 하셨네요!
감사합니다. 시간이 우연히 맞아서 그렇게 일찍 쓸 수 있었습니다. 😍
"사람이 생각하는 흐름의 시작과 과정과 결론은 오직 문자로만 표현할 수 있다. 영상으로는 절대 그 사람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 문장에 밑줄을 긋습니다. 생각의 처음과 끝, 그 과정을 굳이 알고 싶지 않다, 영상에서 말하는 내용만 이해해도 충분하다고 할 것만 같은 새로운 세대에게 무어라고 대답해야 할지, 다시 질문해야 할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생각이라도 답변을 글로 써봐야 할 거 같아요.
바쁜 와중에 일찌감치 글 써서 올리신 달님, 응원해요! 갑자기 사랑고백까지 받으니, 그에 합당한 사람이 되고 싶어져요. 🧡
사랑합니다. 😍 가볍게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해도 많구요. 이번 줌회의가 기다려집니다. 감사합니다!
옥진쌤, 달님 처음 뵈었는데 무지 반가웠습니다. 좌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목소리와 전달력이 인상적이었어요. 다음에 또 뵈어요! ^^
우앗. 감사합니다.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