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5.
구례의 길
관광 안내 지도는 필수다. 어느 도시의 여행이 필요한 순간이 되면 가장 아쉬운 게 관광 지도이다. 도시의 다양한 면모를 한꺼번에 살펴보려면 관광 지도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차곡차곡 잘 접어진 지도를 넓게 펼쳐놓으면 도시의 평면적인 모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도에는 모든 게 있다. 녹색의 산과 파란색의 강이 있고 고속도로와 국도와 지방도가 있다. 철도와 역이 보이면 지도의 기본은 거의 확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지 않아도 보이는 것이 산과 강과 길과 도심이다.
우리나라 지도에는 공통점이 있다. 관공서와 학교를 포함하여 문화재급의 사찰, 석탑, 고택, 정자, 서원, 향교, 성당, 교회는 반드시 그림으로 표시하는 경향이 있다. 등산로와 지역의 걷기 길은 대체로 붉은 실선으로 표시한다.
구례 군청 문화관광실에 갔다. 구례의 길 완주 인증을 위해 5,000원으로 완주 인증 수첩을 구매했다. 3개 구간 총 100km이다. 구례군 내의 남도 이순신 길, 지리산 둘레길, 섬진강 둑방길을 포함하고 있다. 지리산 둘레길 구간은 산동 범재로부터 칠의사 석주관까지 3개 구간이다. 남도 이순신 길은 산동 계척마을의 산수유 시목지를 시작으로 칠의사 석주관까지와 한국 압화 박물관까지의 길을 더해서 4개의 구간이 포함된다. 섬진강길 구간은 서시천 파고라에서 두꺼비 다리를 건너 섬진강어류생태관까지 갔다가 반대 둑길로 돌아서 출발점으로 오는 2구간으로 되어있다. 서두르면 5일 정도지만 쉬엄쉬엄 올해 안으로 마치면 될듯하다.
스탬프 인증 방법이다. 수첩 뒷면에 스탬프 공간이 그려져 있고 완주하면 배지와 기념 메달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경북 칠곡의 한티가는길과 외씨버선길에서 스탬프 인증을 경험한 바가 있어 마음은 미리 즐거움을 연상하게 한다. 나이가 들어도 조그만 수첩에 파란색 스탬프를 찍을 때마다 성취감을 느낀다. 행복해진다. 그로 인해 다음 코스를 준비하게 된다. 동기 유발과 강화 요건으로 더없이 훌륭하고 가장 확실한 것이 스탬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례에는 길이 많다. 화엄사 계곡 치유의 숲길은 계곡을 따라 연기암까지 올랐다가 임도를 따라 금정암을 거쳐 남악사로 내리는 길이다. 소나무 울울창창한 숲길이라 매우 훌륭하다. 천은사와 천은저수지를 넓게 한 바퀴 걷는 산책로도 시쳇말로 끝내준다. 산수유 꽃피는 3월에는 산수유길이 산동면 마을과 마을로 이어진다.
길은 사람이 있어 더 아름답다. 꽃길에서 희망을 보고 붉은 단풍길에서는 아픔으로 영글어지는 이가 걸어서 좋다. 하얀 눈길을 걸으며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마가리로 걷는 나를 만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첫댓글 스템프가 뭐라고 천진한 뭇 남자들이 그걸 다 찍었네 남았네
쳐다보고 또 자랑질하고 ᆢ
귀여워서 낭만이라고 해준다
굴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