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 런웨이》
제80화 ― 잘 다녀와
1982년 5월.
강인의 유학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파리 국립 패션아카데미.
2년간의 연수 과정.
회사 추천서와 입학 허가서까지 모두 준비된 상태였다.
남은 것은 단 하나.
떠나는 날뿐이었다.
태성복장 디자인실.
강인은 평소처럼 작업대 앞에 서 있었다.
하지만 손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서울을 떠나 있었다.
부장이 다가와 말했다.
"이제 진짜 가는 거군."
강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준비는 다 됐습니다."
부장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거기 가면."
"여기서 잘하던 건 아무 의미 없을 수도 있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거다."
강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부장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게 송강인이지."
그날 저녁.
도윤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야."
"오늘 무조건 나와."
"왜?"
"송강인 송별회."
강인이 웃었다.
"벌써야?"
"벌써가 아니라 늦은 거야."
도윤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낮았다.
"오늘은 빠지면 안 된다."
학교 앞 포장마차.
익숙한 자리.
익숙한 냄새.
그리고 익숙한 사람들.
미송.
소희.
현우.
세나.
도윤.
모두가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탁자 위에는 막걸리와 안주가 가득했다.
강인이 자리에 앉자
도윤이 바로 잔을 채웠다.
"오늘은 핑계 없다."
"무조건 마신다."
잔이 부딪쳤다.
"잘 다녀와."
누군가 먼저 말했다.
그 한마디에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야."
"거기 가면 우리 생각 안 나겠지?"
강인이 웃었다.
"매일 날 거다."
"거짓말."
"진짜야."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세나가 말했다.
"편지 써."
"안 쓰면 죽는다."
도윤이 끼어들었다.
"전화도 해."
"국제전화 비싸도 상관없다."
소희가 웃으며 말했다.
"네가 낼 거잖아."
도윤이 당당하게 말했다.
"당연하지."
"친구 하나 프랑스 보내는데 그 정도는 해야지."
잠시 웃음이 흐른 뒤.
도윤이 조용히 잔을 들었다.
"야."
"진짜 가는 거냐."
강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도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냐."
"너 진짜 이상했어."
"말도 없고."
"맨날 원단만 만지고."
"미송 선배만 보면 얼어붙고."
미송이 웃었다.
"맞아."
도윤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근데."
"그 이상한 놈 덕분에."
"내가 여기까지 왔다."
강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윤은 계속 말했다.
"내가 실수할 때마다 네가 잡아줬고."
"내가 포기하려 할 때마다."
"넌 그냥 옆에 있었어."
도윤은 웃으려 했지만
눈가가 이미 붉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우리가 기다린다."
"가서 다 배우고 와."
"실패도 하고."
"더 멋진 놈 돼서 돌아와."
그리고 잔을 부딪쳤다.
"잘 다녀와, 친구야."
소희가 조용히 도윤의 손을 잡았다.
세나는 눈을 훔쳤고,
현우는 고개를 숙인 채 웃었다.
강인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야."
"나 아직 안 떠났어."
도윤이 코를 훔치며 말했다.
"미리 하는 거야."
"공항 가면 말 못 할 것 같아서."
소희가 웃었다.
"지금도 못 하고 있잖아."
"이건 연기 때문이야."
"연탄도 없는데?"
강인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술자리는 늦게까지 이어졌다.
웃고.
떠들고.
가끔은 조용해지고.
다시 웃었다.
시간이 흐르고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우.
세나.
소희.
마지막으로 도윤.
도윤은 강인의 어깨를 세게 두드렸다.
"진짜 간다."
"응."
"돌아와라."
"당연하지."
도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남은 건 강인과 미송.
두 사람은 조용히 거리를 걸었다.
미송이 말했다.
"이제 실감 나?"
강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응."
"조금."
미송은 그의 손을 잡았다.
"잘 다녀와."
"응."
"나 기다릴게."
강인은 미송을 바라봤다.
"나도 돌아올게."
"더 멋진 디자이너 돼서."
미송이 웃었다.
"나도 그때까지 더 잘해 놓을게."
두 사람은 잠시 멈춰 섰다.
서로를 바라봤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충분했다.
다음 날.
강인은 출국 준비를 마쳤다.
가방 안에는 옷보다
사람들의 마음이 더 많이 담겨 있었다.
서울 하늘 아래.
강인은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프랑스로.
자신의 꿈을 향해.
― 제80화 끝 ―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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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 런웨이》 제80화 ― 잘 다녀와
전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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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24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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