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분만 보세요"주인장은 서울을 아주 좋아한답니다...여름방학때 서울 여행하고 적은일기^^

2003.8.8 Friday....Whether:Fine 전날 밤에는 내일 드디어 서울을 간다는 생각에 잠이 잘 오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나는 이내 잠들었고 무사히 아침에 일어나 목욕을 다녀왔다.7시에 일어났는데 차시간은 10:20이었으므로 별 걱정이 없었다. 그래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목욕을 다녀오고 아침을 먹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은 내가 보고 싶어 하던 민트님을 보기도 하고 문화원도 가보고 대학들도 돌아다니고 하며 서울에서 오랫동안 여행을 한다는 게 상당히 내 가슴을 설레게 했고,터키에 살다가 잠시 한국에 머물고 있는 내가 아는 외교관분의 아드님인 인범이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 아침을 먹고 잠시 컴을 두드리고 있으려니 아버지한테 전화가 와서 규청삼촌의 연락처를 가르쳐 주시고 서울 가면 연락을 하라고 하신다. 그러자 나는 더욱 설레었고 준비도 전날 밤부터 시작해 완벽히 해둔 터라 일찍 집을 나서려는 순간... 헉...뉴스속보가 떴다. 대구에서 철도사고가 나 경부선이 거의 마비되었다는 것이다. 아차! 싶었다. 대구에서는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가려던 계획이 완전히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렇게 시작부터 불길했지만 나는 쉽지 않은 여행을 하는 만큼 처음에 액땜한 셈 치고 간다 생각했지만 께림칙한 무언가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인범이도 새마을호를 타고 서울에서 대구로 잘 오고 있다니 별일이야 있을까 싶었다. 얼른 잊어버리기 위해 자전거 타고 집밖으로 나온 나는 아침에 잠시 보자고 했던 미영이에게 계속 연락을 해보았지만 전화를 받지도 않고 메시지도 안 보내오고 했지만 계속 무시를 당했다. 한번 보고 가려던 계획도 깨지고...본격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주영이와 수정이 일이 있을 때도 절대 연락 안 받고 다른 사람들이랑은 아주 즐겁게 떠들고 잘 놀더니 오늘도 그건가 싶었다. 하여튼 간에 미영이 집 앞까지 갔으나 도저히 연락이 안돼 나는 그만 포기하고 대구행 버스를 탔다.(알고 보니 이 시간 뒤에 컴퓨터를 하고 있었던 듯...흠...)근데 이것마저도 안 좋았다. 나는 12:40까지 동대구역에서 복아님을 만나고 2:15분쯤에 인범이를 만나기로 되어 있었는데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동부터미널이 아닌 서부터미널에 차가 도착한 것이다. 동부터미널과 서부터미널 사이의 거리가 조금 멀었기 때문에 시간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가면 되지만 대구에는 지하철 사고로 인해 그 사이가 끊겨있었다. 나는 초조해졌다. 가는 법도 어려워 헷갈렸고 복아님도 길을 헷갈려 하는 것 같았다.그런데 난들 어찌 찾겠는가...차까지 밀렸지만 겨우겨우 찾아가 1:20에야 동대구역에서 복아님을 만날 수 있었다. 역시 복아님 많이 착하고 이쁘고 좋았다. 그리고 나는 대구사람들의 억양이 참 마음에 들었다. 왠지 서울말보다 더 듣기가 좋았다. 복아님도 깨끗한 대구 말을 구사하셔서 듣기가 좋았다. 복아님한테 비싼 음식 얻어먹고 몇 대 맞으면서 내려왔다. 복아님은 잘 가라고 인사를 해 주셨고 나도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지금 시간은 벌써 2:20분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또다시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나는 급히 인범이에게 전화를 했다. 과연 그랬다. 열차사고로 인해 인범이가 탄 새마을호 기차가 동대구역으로 진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대구에서 서울로 갈 기차를 예매하려고 했다. 그런데...이 열차사고가 나를 또 괴롭혔다. 사고로 인해 정확한 출발시간을 알 수가 없어 추가예매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맙소사. 다시 한번 땅을 칠수밖에 없었다.곧 인범이에게서 도저히 동대구역 진입은 어려워 그냥 대구역에서 내렸고 택시타고 여기로 오겠다는 연락이 왔다.그리고 15분쯤 후에 인범이가 왔다. 나보다 한살 어리긴 했지만 인범이는 똑똑해 보였다. 눈도 빛나고 잘생긴 얼굴이었다. 너무 좋은 첫인상. 인범이 가족 분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인범이가 나에게 선물을 준비했다고 해서 안을 들여다보니...이런~내가 부탁했던 터키국가대표팀 흰색 유니폼이 아니었다. 내가 얼마 전 서포터즈 활동을 했던 베식타쉬 유니폼이었다. 하지만 날 위해 준비한 선물인 만큼 고맙게 받았다. 그리고 인범이네와 식당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연 인범이는 첫인상대로 아주 착하고 편했지만 기범이 형은 왠지 친해지기 어려울 것만 같은 터프함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는 동안 터키 동전과 지폐,너무 갖고 싶었던 2$를 선물받았다. 너무 기쁘고도 고마웠다. 그리고 월요일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밖에 나오니...아! 과연 분지도시 대구...찌는 듯한 더위가 몸에 열이 넘치는 태양인의 몸을 엄습했다. 짜증이 팍팍 났다. 그리고 기차를 탈수가 없어 고속버스터미널로 갔더니 시간도 많이 남았고 돈도 많이 비쌌지만 할수 없었다.4:31분발 차표를 끊었다. 차내에서 나는 푹 자고 책도 읽었다. 수없이 읽었던 이희철님의 <터키>였지만 볼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있다. 8:30분에 서울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여기가 서울 어딘지도 몰랐다.(그런데 지금까지 민트님은 도통 연락이 안되고 미영이도 나한테 불만사항이 있는 눈치다.)그래서 겜방으로 가 카페로 가니...이 미영이 녀석!내가 한창 폰뚜드릴때 카페에 글 적고 앉아있었네. 내가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데 그걸 다 씹다니...냉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공부중 연락사절 이라는 문자만 띄워놓다니)그렇지만 효영누나 한테는 곧 연락이 와서 다행이었다.(내가 카페에 들어가니 동시접속이라더니...그 덕분인가? 효영누나도 내 아디를 쓰니...) 겜방에서 나와서 아빠한테 전화한 후 규청삼촌한테 연락하니 찾아오는 법을 알려주신다. 하지만 생전 처음 타보는 서울의 지하철이다. 생소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길눈이 있는 만큼 약속한 답십리역으로 가니 숙모가 나와계셨다. 삼촌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따뜻하고 맛있는 식사를 했다. 그리고 시현이,계현이를 소개받았다. 아 이 서울사투리... 씻고 나와서 내일 일정을 계획하고 있으니 삼촌이 오신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잠자리에 들었다. 잠자리에서도 미영이의 메시지는 나를 궁금하게 했다. 뭔 일일까? 2003.8.9 Saturday....Whether:Fine 어제 여행이 고달프긴 했지만 차안에서 좀 자둔 탓으로 4시 30분에 일어났다. 그렇지만 남의 집인 만큼 더 자야한다는 내 예의바른 생각 때문에 나는 2시간 30분을 더 자고 일어났다. 그렇게 자고나니 잠이 안 왔다. 그래서 밖에 잠시 산책하다가 아침을 먹고 다시 길을 떠났다. 오늘 첫 번째 목적지는 건물들이 그렇게 멋있을 수 없다고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 있는 고려대학교였다. 여기도 찾는데 꽤 힘이 들었다. 아직은 익숙하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고려대에 도착한 순간! 우와! 과연 정문부터가 달랐다. 확실히 기품이 있어보였다. 대학 내 건물도 마찬가지였다 .다 나름대로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갖춘 채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고려대학에서는 금방 나와 버릴 수밖에 없었다. 왜일까? 그 이유는 안내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던 탓이었다. 정문에 지도 하나 없고 올라가도 표지하나 안보이니 도저히 찾아다니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아무 데나로 가보니 그곳은 고대 후문이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제2목적지 육군사관학교로 향했다. 나는 군사 전쟁관련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특별히 계획을 짜둔 것이다. 그런데 육사까지 걸어가려니 너무 멀었다. 그렇잖아도 더운데.더군다나 힘들게 육사 관광안내소에 도착하니 더욱 나를 허탈하게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가 11시였는데 다음 관광시간은 1시라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대를 다녀올까 하다가 중도에 진로를 바꿔 회현 지하상가를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회현 지하상가는 보수 공사 중이었던 것이다. 서울역 지하철이 있지만 회현역과 한정거장 차이였기 때문에 걸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생각도 못했던 것을 보게 되었다. 숭례문이었다. 전에 본 기억이 나기도 하는데 그건 아주 어렸을 적이어서 아무것도 몰랐다. 오늘 보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서울역 또한 좋았다. 그리고 표 예매하기도 쉬워서 나는 금방 11일 3시 15분발 열차를 예약할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1시. 좀 늦게 여정을 시작하긴 했지만 회현 지하상가와 육사를 못 간 데다가 고대에서도 금방 나온 탓에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이스탄불 문화원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홍대입구에서 열심히 찾았으나 도저히 없었다.30분정도 헤매다가 도저히 안돼 파티히씨에게 물어 전화를 해보니 오늘은 방문할 수 없단다. 이쯤 되면 사람이 배가 고프기 마련이다. 신촌역 맥도널드에서 점심을 대충 해결하고 나는 내가 꼭 가고 싶은 대학교 <연세대학교>를 찾아갔다. 신촌역에서 한참 걸으니 연세대가 나왔다(아참,신촌으로 오기 전에 지하철에서 아이한씨에게 전화가 와서 인사를 나누고 터키팀 유니폼을 부탁했다.) 연세대...과연 좋은 학교였다. 그리고 내가 볼 때 고려대보다 좋았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찾아가기 쉽고 구조도 단순한데다 외부인들이 찾아다니기가 아주 쉽도록 해 두고 있었다. 하여튼 쭉 걸어서 올라가자 내가 가고 싶은 인문대학의 이름은 외솔관,위당관이라는 안내표지가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가도 유명한 학자분들의 기념관밖에 없었다.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나는 그 수수께끼를 풀었다. 그 기념관이 대학이고 이름은 그 학자분의 호를 이름으로 쓴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그것을 둘러보고 사회과학대학도 가 보았다. 연세대에서 사진을 많이 찍고 여의도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이쯤 되니 갈아타는 것도 쉽고 금방 익숙해서 한결 편했다. 여의도에 도착하자 일단 대한생명63을 가보고 싶었지만 형의 부탁 때문에 장나라 포스터를 받아가지고 대한생명63을 갔다. 너무 복잡했다. 그래서 안에서 돌아다니며 효영누나에게 계속 연락을 했으나 아침부터 열심히 씹히고 있었다. 은근히 부아가 나기 시작하고 "한국의 성지"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63에서 느낀 거라고는 단 하나 "진짜 높기는 높네") 일단 앞에 도착하자 상당히 좋아보였다.안에 못 들어가는지 알고 서성대면서 사진 찍고 있는데 경비 보는 형님들이 들어오라 한다. 사진 찍지 마란 건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들어가도 되니 가까이서 찍으라고 하신다. 고마웠다. 국회의사당 앞 잔디밭을 거닐면서 생각해보니 고려대 건축물이 극단적인 과거나 미래를 표현하고 있다면 연세대는 신고의 조화,과거와 현재의 조화,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는지는 나도 알 수 없지만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을 뿐이다. 그리고 서울은 상당히 질서 있는 도시라고도 생각했다. 나는 생전 처음 들어본 에스컬레이터 에티켓과 지하철을 탈때 양쪽으로 서는 것 등은 나는 처음 보고 해보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서울에서 도대체 불편한 게 없었다. 정말 좋은 도시였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국회의사당을 돌고 있으니 갑자기 탁 트인 공간이 눈 속으로 들어온다. 굉장히 넓었다. 잔디만해도 몇평일까. 더군다나 의원회관과 도서관까지 있었다. 물론 TV에 자주 보이는 국회의사당이 정문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국회도서관도 우리학교 건물을 한 10개는 합쳐 놓은 것만 할 듯싶었다.)돌아다니며 열심히 사진을 찍고 나왔다. 한나라당 당사도 두장 찍으려는데 한 장 찍으니 이상한 녀석이 못 찍게 한다. 보좌관이야 뭐야? 뭐 걸리는 거라도 있나?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나는 3시 15분발 열차를 예매했는데 6시에 외할머니 제사 때문에 부산을 가야 한단다. 맙소사. 이대로 되면 참석도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서울역을 가려고 열심히 지하철역을 찾아다녔다. 도저히 없었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자꾸 LG twin tower를 계속 돌고 있었고 지하철역은 나타나지 않았다. 도저히 안되서 한번 물어보니 수십 번 돈 곳에서 한 칸 차이였다.이런. 효영누나에게 계속 폰 때렸지만 무시당해서 그냥 여의도를 떠나기로 했다. 효영누나 보려고 서울 왔고 효영누나 보려고 여의도에서 오래 있었는데... 서울역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나는 들어는 왔지만 처음 보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개나 먹을 것 같은 그럼 음식들을 지하철역에서 노숙자들이 급식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지하철역 바깥까지 줄이 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멀쩡하기 생긴 아저씨들도 줄을 서 있었다. 생각이 많았다. 정말 머리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어린 내가 이런 이야기를 깊게 하는 건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여튼 서울역에서 1:15분발 열차를 예매하고 나왔는데 문제는 또 발생했다. 잘 데가 없는 것이다. 아버지 동료분에게 연락하기로 되어 있는데 도저히 연락이 안 되었다. 겜방에서 있는것도 10시가 한계였다. 아버지도 약주한잔 하시고 제정신이 아직 안 돌아오셨다. 참 큰일났다 싶은데 기쁘게도 효영누나한테 전화가 왔다. 내가 우리 비공개 카페에 아디랑 비밀번호 가르쳐 드려서 카페에 오게 한 것 때문에 트러블이 생긴 걸 말씀드리니 너무 미안해 하신다. 역시 착하시다. 다음날 4시 30분에 이화여대 정문에서 보자고 하신다. 전화를 더 하고 싶었지만 민트님이 평소에 잠이 모자라 보여서 포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근데 상황은 변한 게 없다. 길거리에서 일기를 쓰고 있을 뿐. 아버지도 나 몰라라 하시고 어머니도 집에 안 계시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할 수 없이 계속 거리에서 못썼던 일기를 썼다. 뭐 이리 쓸게 많은지 8일 것만 4페이지다. 일기를 대충 다 적고 나니 12시 30분이 넘었다. 오늘 잔 이야기는 별로 적고 싶지가 않다. 최악이다. 2003.8.10 Sunday....Whether:Rainy after fine 일어나서 씻고 짐정리를 깨끗이 한 후 지체하지 않고 바로 육군사관학교로 갔다. 나온 시간이 9시가 약간 넘어 그리 여유롭지는 않았다.(사실 여유롭지 않은 게 아니라 10시까지 가야하므로 상당히 시간이 촉박했다. 쫓긴다.) 화랑대역에 도착하니 벌써 40분이다. 얼른 아무버스 잡아타고 서울여대 앞에서 내려 뛰어갔다. 다행히 5분이 남았다. 잠시 사람들이 정리가 되자 육사기념관을 시작으로 관광이 시작되었다.1층은 전시실이고 지하1층은 생도생활 전시실 옥상 층은 전망대라고 한다.(육사기념관은 육사를 뜻하는 뜻에서 64m이다.)전시실에 먼저 들어가 보니 흥미로운 것들이 정말 많았다. 평소에 내가 군사적인 것에 흥미를 느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신선했다. 그리고 예복은 특히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육사출신 외교관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는 더욱 육사에 매력을 느끼게 했다. 1층을 재미있게 돌아보고 지하로 내려갔다. 내려가자마자 화랑의식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처음부터 예복이 너무 마음에 든다.)나도 해 보고 싶고 예복도 한번 입어보고 싶었다. 생활실 모형도 보았다. 말이 모형이지 크기까지 똑같다. 상당히 좋았다. 그리고 교과과정을 살펴보던 중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지하라서 불빛이라곤 형광등이 유일했는데 불이 안 들어오니 사람들이 시끌벅적해졌다. 난 그냥 침착하게 핸드폰 화면을 비춰서 유유히 1층으로 올라왔다. 내려다보니 다 따라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지혜 때문에 잘 찾아왔는지 안다. 사람이 이렇다. 어이가 많이 없다. 하여튼 전망대를 올라가려고 했지만 전기가 나간상태에서 엘리베이터 역시 작동할 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육군박물관으로 향했다. 가며 둘러보니 정말 정말 넓고 꽤 좋은 학교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작년 수능점수 357점이 커트라인이었다는 말을 들으니 생각이 많았다. 원래는 수능지수가 320을 약간 넘었지만 이번에 갑자기 잘해 언수외사 370선을 넘어버리니 지금은 내가 이 학교를 올 수 있는 실력인지 아닌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물론 편차가 컸던 만큼 현재로는 힘들 거란 생각을 했다. 박물관 현대전시실로 들어갔다. 살펴보니 온라인게임 "카르마"에 나왔던 무기들이 다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친숙함까지 느껴졌다. 무기에 친숙함이라니...이런...하여튼 얼른 한바퀴 돌고 내려가서 육사 홍보비디오를 보았다. 근데 앞에 잇는 어린 녀석들이 자꾸 영어가 나오면 그걸 읽는다. 세상에 그거 못 읽으면 영어바보지...시끄럽게 그걸 읽어대는지...아주 제대로 혼을 내줄까...화가 났다.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한번 봐주기로 했다.(그 좋은 생각이란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사람들 많은데서 잘난체하더니 쪽 좀 팔아보라고...나는 육사에 들어와서 한마디도 안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으므로 누구도 내가 한국인이라고 생각은 안할 것이었다. 미국에 살다왔나 보구나 했겠지.)어쨌든 간에 비디오를 보니 여러 가지로 정말 정말 괜찮았다. 원래 육사에 흥미를 갖고 있기도 했지만 더욱더 끌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노트북도 1개씩 레이저 프린터도 2명당 1개씩 2인1실의 기숙사에다 교수 1명당 5명의 생도 게다가 한 학급이 15명이라니 이거 안 끌릴 수가 없었다. 학교도 전부 깔끔하고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들이 가능했다. 정말 최고였다 최고. 그래도 죽어도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걸 뽑으라면 여자생도도 받는다는 거...그게 약간 아쉬웠다. 사실 전투에 관한 것에서 여러 가지로 남자가 많이 유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 그 허울 좋은 남녀평등 때문에 육사까지 희생되어야 한다는 건 약간 납득이 안 갔다. 어쨌든 점수를 매기자면 99점! 최고다! 완전히 안정환처럼 능력도 안 되면서 고르고 있다. 안정환이 가지도 못하는 유럽4대리그를 원하고 터키슈퍼리그는 쳐다보지도 않는 것처럼 나도 토요일에 고려대에 80점을 매겨버리고 연세대는 98점으로 쳤다. 어차피 스카이는 가기 힘드므로 2점씩 깎여야한다. 이게 어디서 내같이 공부 못 하는 애는 안 받을라고 하노...혼날라고... 비디오를 다 보고 국사숙제 때문에 육군박물관 고대실로 갔다. 숙제는 대충 얼버무려두고 본격적으로 범법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그게 무엇인지는 1급 비밀이다. 잠시 생도 생활실에 갔다가 육사를 나오니 12시였다. 아까 삼각지역(Samgakji Station이양...Triangle area가 아님)에서 우연히 봤던 전쟁기념관을 한번 가보기로 했다. 민트님과 만나기로 한 4시 30분까지는 아직 여유가 많이 있었다. 전쟁기념관...과연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비싼 입장료 때문에 그냥 안보고 가기로 했다. 더군다나 시간을 좀 끄는 바람에 벌써 1시였다. 이대 앞에 도착하니 1시 30분.한 2시간정도 기다리는 건 당연하지만 3시간은 좀 지루할거 같아서 상암 경기장을 갔다. 상암 월드컵 스타디움에 가니 문이 다 닫혀 있었다. 뭐 물론 당연한 일이지만 좀 아쉬운 마음에 만만한데를 뛰어넘어보려고 시도했는데 뭐 경기장 관람표지판이 있어서 따라가 봤더니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경기장안에 들어가 보는 곳도 있다. 근데 입장료 200원은 왜 받는지 모르겠다.2000원을 받든가 아예 받질 말든가 하지 귀찮게 왜 그렇게 해놨는지...경기장 안에 가서 온갖 출입금지구역은 다 헤집고 다녔다. 그냥 막아놓은 거야 뛰어넘었고 문 잠가놓은 건 내가 땄다. 그렇게 다 돌아다니고 나니 3시가 가까워졌다.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얼른 지하철을 타고 이대 앞에 가서 게임방에 갔다. 거기서 다음카페들을 돌아다니다가 약속한 이대정문에 오니 벌써 4시 20분이다. 원래 좀더 기다려야 하는 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트님은 5시쯤에야 나타나셨지만 조금도 화가 나거나 그런 게 없이 너무 반가울 뿐이었다.40분동안 기다리면서 느낀게 세 가지다 .첫째 여기 사람한번 진짜 많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세상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전부 다르게 생겼으니 신기하다는 것, 세 번째는 기다리는 동안 엄청난 수의 사람들을 보았지만 민트님처럼 착하고 이쁜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다. 근데 이건 정말 솔직히 적은 것이다. 하여튼 민트님은 재수생 차림으로 뛰어왔다고 하시며 커피마시냐고 묻는다. 이화여대나 가신분이 고등학생이 커피 안 마시는 것도 모르시나...민트님이 안 좋아해도 마시라고 어디론가 끌고 가신다. 그렇지만 나는 오렌지 주스를 마시게 되었다. 거기서만 한 3시간 정도 있었던 것 같다.180분.10800초. 엄청나게 오랜 시간동안 거의 끊기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지만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계속 신경써서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그냥 개인적으로 민트님 만난 게 처음이라 너무 반가워 정신이 없었지만(7월 19일에 처음 뵈었을 때는 민트님인지 알았지만 너무너무 반가운 탓에 인사조차 하기가 힘들었다. 말 한번 할 때도 어찌나 떨렸던지...)좀 이야기를 하다보니 민트님이 얼굴에 손을 대고 있을 때와 그냥 있을 때가 너무 달라서 민트님 본다고 또 그랬다. 아 하나 기억나는데 참...기억나는 것도 이런 거니...15일 날 점심때쯤 부산에 오셔서 16일 밤에 가시기 때문에 그날도 민트님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참 동아리 엠티에 맞춰서 잘도 오신다.1년에 한번 있는 MT고 아주 재미있게 구성된 거 같은 MT...내 선택은 당연하다. 어쩌면 앞으로 2년 동안 못 볼지도 모르는데...사실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다. 민트님이 파스타 좋아하냐고 물으신다. 생전 처음 듣는 단어다. 이해가 대충 되고 그거 먹으로 또 어디를 갔다. 먹는 동안 민트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즐거웠다. 9시 30분쯤 되자 민트님은 집에 가셔야 할 거 같았다. 나오면서 아까 말씀하신 재수생 차림이 무슨 뜻인지 여쭤보니 오랜만에 보는 거라 좀 꾸미고 와야 하는데 대충 와서 그렇게 말했다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가 정말 안 꾸미고 오셨냐고 그러니 정말이라고 하신다. 약간 놀랐다. 안 꾸민 게 그렇다니...흠...기다리는 동안 본 여자들이 90%이상은 화장을 했던데 민트님보다 이쁜 사람은 단한명도 없던데...민트님이 원래 그렇게 이쁜 건지 원래 화장 안한 게 사람은 더 이뻐 보이는지... 이번 같은 상황에서는 전자일 듯 하다.하지만 후자도 내 생각중 하나다. 중학교 때 소풍가서 여자애들 화장한거 보면 진짜 얼굴도 아니다. 귀신인지 호빵인지 모른다. 그건 그렇고 나와 보니 예상치 않게 비가 좀 많이 쏟아지고 있었다. 커피마시고 나올 때 조금 내리긴 했지만 이렇게 빗줄기가 세질 줄은 몰랐다. 나는 부산에서 여행준비를 할 때 만약을 대비해서 우산을 챙겨뒀었다. 그래서 정말 다행스럽게도 민트님만은 비를 피할 수 있었다. 정말 우산 챙겨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종이가방은 비를 맞아 찢어져 버리고 입고 있던 베식타쉬 유니폼도 많이 젖었지만 후회 같은 건 조금도 없었다. 다만 민트님이 타야할 버스가 와있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보낸 게 죄송했다. 화곡동으로 가서 정리를 한 후 기도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2003.8.11 Monday....Whether:fine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삼성역으로 갔다. 인범이와 9시에 코엑스에서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약간 늦고 말았다. 그런데 아차! 삼성역에 도착해 개찰구에서 표를 찾아보니 어디에도 없었다. 까치산역에서 개찰구 통과한 후 표를 빼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런 큰일 났다 싶었다. 어떻게 하지... 일단 그곳으로 인범이를 부르고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뾰족한 수가 없었다.100미터 13초의 실력을 살려서 정면돌파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주위를 슬 둘러보았다. 앗! 그런데 무언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무엇이었는고 하니... 개표대 옆은 통과할 수 없도록 유리벽으로 막아 놓는 게 보통이고 삼성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단 한군데 공사중이라고 막아놓은 장애물 하나만으로 처리한 곳이 있었다. 그리고 인범이가 내려왔다. 나는 주변사람들 눈을 최대한 의식하지 않고 그걸 슬쩍 밀고 나왔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인범이와 인사를 했다. 성공이었다. 혹시나 해서 카메라가 있는지도 살폈었기 때문에 들킬 일이 없었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인범이와 코엑스로 올라갔다. 정말 지도에서 본 대로 엄청 크고 넓었다. 특히 그 안의 서점 서울문고는 무슨 서점이 운동장만 했다. 그 곳에는 X Box게임을 할수 있는 곳도 있었고 뭐 거의 없는 게 없었다. 단지 한 가지 안 좋은 점은(거의 안 좋은 점이라 할 수가 없다 너무 커서 길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우리도 U턴을 몇 번씩이나 했다. 그러면서도 많이 헤매고 다닐 정도였다. 그렇게 인범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 뭐 나도 가고 싶지 않았고 인범이도 그랬겠지만...그리고 지체할 시간도 없었다. 이미 늦은거나 다름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5정거장을 더 가야하는데 시간은 15분도 남지 않았다.급박했다.더군다나 4호선은 서울역 밑바닥이었기 때문에 올라가는 시간 하며 타는 시간 하면 거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서울역에 도착하고 지하철에서 내리니 1시 11분. 열차는 1시 15분발이었다. 열차는 단 1분의 지체도 없이 출발한다. 다행히 내가 원래 뛰는 거에는 강했지만 계단은 정말 힘들었다. 죽도록 뛰어올랐다. 미친 듯이 달려서 2분만에 서울역을 다 올라왔다. 지쳤지만 지치면 안 되었기 때문에 가슴을 움켜쥐고 뛰어서 출발 30초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천만다행 만만다행이었다. 이렇게 무사히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마지막 한마디: 서울은 너무 좋아...서울에서 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