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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성원의 법명
성성원(成聖願)이 처음 대종사를 뵈었을 때,
『그대 이름이 무엇입니까?』
『성성현(成聖鉉)입니다.』
『그 이름에 무슨 뜻이 있습니까?』
『네, 저는 일곱째 딸입니다. 저의 집은 딸부자지요. 딸 여섯을 낳은 부모님들이 이번에는 꼭 아들 낳기를 바랐는데 또 딸이거든요. 그래서 비록 여자이지만 성인(聖人)같은 인물로 키워야겠다고 해서 성현(聖鉉)이라고 지었답니다. 저도 성인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인이 되고 싶은 희망을 꼭 이루도록 기도합시다. 이제부터는 그런 뜻에서 성원(聖願)이라고 합시다.』
2. 오두산의 이름
오씨 성을 가진 사람은 한학공부를 많이 했고, 여러 해 동안 면장을 지냈다. 그는 스스로 지식인이요, 유지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의 친구 이만영으로부터 입교하기를 권유 받았다.
"원불교에 처음 입교하면 법명을 받는다지?"
"누구나 다 새로 법명을 받게 된다네."
"그렇다면 가장 놓은 이름은 무엇인가?"
"산(山)자가 높지."
"그럼 나는 미산(尾山)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마침내, 오모는 이만영을 따라 대종사를 뵙고 입교하게 되었다. 법명을 받는 순간 그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법명이 두산(頭山)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오씨는 대종사님께서 미산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던 내 마음을 어떻게 알으시고 두산이라 이름을 지어 주셨을까? 하고 궁금해 하는데 대종사는 빙그레 웃으시다가 말씀하셨다.
"두산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이름값을 잘해야 합니다."
이에 그는 여러 해 동안 전주교당 교도회장을 역임하면서 신앙과 수행에 투철했다.
3. 김기천의 이름
대종사가 김기천에게 처음 법명을 내릴 때였다.
"그대가 서당 훈장 노릇을 오래 해서 한문 실력이 상당하겠지만 천지 자연의 이치를 깨치지 못하고 생사해탈을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네, 그렇습니다."
"그대의 이름이 성인 성(聖)자, 오랠 구(久)자라고 하니, 오랜 세월 성인으로 살았다는 말인데, 오래 되었다면 대체 몇 년이나 되었을까?"
"…………"
"몇 기(幾)자에 일천 천(千)자로 하면 어떻겠나, 우주의 영원한 세월에 비하면 인간 한 평생은 눈 깜짝할 사이일 뿐이네. 영원한 진리를 깨치는 공부를 잘 해보게."
4. 송도성의 법명
부안 변산 실상초당에 거하던 소태산이 영광에 내려와 있었다. 부친을 따라 길룡리로 찾아간 송도성에게 소태산은 대뜸 이렇게 물었다.
『그래, 성품의 본래 자리를 연구해 보았느냐?』
송도성은 형이 준 「성품이 본래 자리를 연구해 보라」는 숙제가 있었던지라 그 답안을 ?말씀드렸다.
『부심자는 지광지대물이니 수련정신하여 확충기대지심입니다(夫心者 至廣至大物 修練精神 擴充其大之心而耳 : 마음은 지극히 넓고 지극히 큰 물건이라 정신을 수련하여 그 큰 마음을 확충하는 것입니다.)』
대종사님은 송도성의 말을 들으시고 말씀하셨다.
『허, 너가 제법 성품자리를 말하구나.』
이리하여 도열은 법명을 「도성」이라 불리우게 되었다.
6. 성의철의 이름
대종사 성의철(成義撤)에게 말했다.
『의철이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나는 의철이를 한갓 연약한 여자라고만 보지는 않습니다. 큰 의리를 혼자서만 갖지말고 이 세상에 널리 널리 펼쳐야 합니다.』
7. 김성덕의 이름
대종사 김성덕(金成德)에게 말했다.
『부지런 하게도 생겼습니다. 한 평생 열심히 일만 하느라고 아플 시간도 없겠습니다. 여자이지만 남자보다도 더 큰 일꾼이 되겠습니다. 법명을 이룰 성(成)자 큰 덕(德)자로 합시다.』
8. 김서식의 이름
대종사 김서식(金西植)에게 말했다.
『서식(西植)이라,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신심의 뿌리를 심었으니 이름 참 좋습니다. 세세생생 변함없이 공부 잘 해야합니다. 공부만 잘 하면 복은 자연히 따라 올 것입니다.』
9. 함귀철의 이름
대종사 한귀철(韓貴哲)에게 말했다.
『무척이도 가난하게 살았군요. 부귀 누리기가 소원이지요? 서울 민씨네는 싸래기 복을 지어 큰 부자가 되었다지만, 그렇게 오래 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사람이 영생을 두고 끊임없는 부귀를 얻으려면 사은에 보은하고 삼학공부로 인간을 개조해야만 합니다. 사사불공을 잘 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제일 부귀한 사람입니다.』
10. 정양선의 이름
정양선(丁良善)이가 대종사님께 말했다.
『대종사님, 양선이란 이름이 촌스러워 좋지 않은 것 같애요. 좋은 이름으로 바꿔주세요.』
『뭐라구! 이름이 안좋다니. 사람이 어질고 착하면 그게 얼마나 좋으냐. 한 평생 이름대로만 살면 그게 바로 불보살 도인이 아니고 무엇이냐.』
11. 박영주의 이름
박해산(朴海山)의 딸이 대종사를 뵙고 입교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대종사가 물었다.
『네가 무엇을 원하기에 나에게 귀의하느냐?』
『네, 저의 본래 마음은 매우 신령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경계속에서 그 신령한 정신이 그만 어두워 졌습니다. 대종사님께서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자비심으로써 저의 마음을 밝혀주소서.』
『흠, 젊은 여자가 큰 법기(法器)로군. 법명을 영주(靈珠)라 하자. 마음속에 있는 신령스럽고 보배로운 구슬을 발견하라.』
과연 박영주는 뒷날 재가교도로서 큰 도인이 되었다.
12. 일곤이라는 법명
한 교도의 법명을 일곤(一困)이라고 지었다. 이공주가 옆에서 이를 보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대종사님은 한문 글자도 잘 모르시나봐. 아무리 그렇다고 소중한 법명을 일곤(一困)이라고 짓다니.』
이공주가 궁금해서 물었다.
『대종사님, 법명에 곤할 곤자를 쓰신 것은 잘못 아신게 아닙니까?』
『공주는 마음속으로 내가 한문 글자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아무리 내가 한문 공부를 적게 했다고 그만한 것을 모르겠느냐. 내가 그 사람의 장래를 가만히 살펴보니 여러 생을 고생하며 가난하게 살게 생겼더라. 그래서 내가 한 생만 고생하고 다음 생부터는 잘 살라고 그렇게 지었다.』
13. 오창건의 법명
오창건은 구인제자 중에서 외모가 대종사를 많이 닮아서 「작은 대종사」라 불리우기도 했다. 구인제자 중에서 대종사를 가장 많이 시봉하였고, 당리교당·신흥교당·서울교당·초량교당 등 초창기에 각처의 교당 신축에 감독 역할을 수행하였다. 대종사는그의 이러한 역할을 예견하고 창건(昌建)이란 법명을 주었다.
14. 김정각의 법명
김정각은 처음에 법명을 삼한(三恨)이라고 받았다. 처음 대종사를 뵈었을 때였다.
『저에게 세가지 한(恨)이 있습니다. 부모 잘못 만난 것이 그 첫째요, 좋은 남편 만나지 못한 것이 그 둘째요, 좋은 자식을 두지 못한 것이 그 셋째의 한 입니다.』
이에 소태산 대종사는 삼한(三恨)이라 법명을 주었던 것이다. 얼마 후에 스스로 어떤 깨달음이 있어 다시 말했다.
『대종사님, 제가 그 전에는 세 가지 한(恨)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남을 원망하고 스스로 고통스럽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대종사님의 법문을 몇 번 받들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제가 짓고 제가 받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야, 옳게 깨달았구나. 법명을 정각(正覺)으로 바꾸어라.』
15. 안이정의 법명
대종사 안이정(安理正)에게 말했다.
『안(安)자는 정(定)이요, 이(理)자는 혜(慧)이며, 정(正)자는 계(戒)라, 곧 정신수양·사리연구·작업취사의 삼학을 요약한 것이다. 이 이름 그대로만 공부하면 삼대력을 얻을 우리 회상의 대들보가 되고 우주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영원한 생명을 얻은 불보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6. 이공주의 법명
세계가 함께 보는 구슬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요?』
『이경길(李瓊吉)이라 합니다.』
『그대의 법명을 공주(共珠)라 합시다. 세계의 모든 인류가 함께보는 보배로운 구슬이 되라는 뜻입니다.』
17. 조갑종의 법명
최도화(崔道華)의 아들 조갑종(趙甲鍾)이 어머니의 인도로 소태산 대종사를 찾아와 귀의하였다.
『저는 이제야 새 부처님을 뵈었습니다. 그동안 마음속에 철인이나 성인을 만나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오늘부터 대종사님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평생을 한결같이 공부와 사업에 매진하겠습니다.』
『네가 최도화의 아들이냐, 참 반갑구나. 초발심을 변치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우리 회상의 큰 일꾼이 될 것이다. 네가 갑자년에 총부로 왔으니 법명을 갑종(甲種)이라고 하자. 갑자년의 새벽 종소리가 되어 만생령을 어둠에서 일깨워주는 큰 도인이 되라는 뜻이다. 이제부터 방황하던 마음을 안정시키고 두 마음 없이 청정일심으로 공부해가면 원하는 바를 다 이룰 것이다. 갑자년은 육십갑자를 처음으로 여는 상서로운 해이다. 그래서 익산총부를 갑자년에 건설한 것이다. 네가 갑자년에 총부로 와서 전무출신 하겠다니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이다.』
19. 유허일의 법명
유허일(柳虛一)이 이재철의 인도로 소태산 대종사에게 귀의한 것은 원기 17년(1932) 경이었다. 유허일이 대종사를 처음 뵈었을 때 대종사가 말했다.
『선생은 사회에서 상당한 지식과 명예를 가진 분인데 어떻게 하여 우리회상을 찾아오게 되었소?』
『제 인생에 있어서 지금까지 두 가지 큰 실패를 했습니다. 하나는 독립운동가가 되고 싶었으나 요시찰 인물로 지목되어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또 하나는 교육가가 되어 우리의 후손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 싶었으나 이도 또한 일본 경찰의 방해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제 나이 벌써 오십을 넘었습니다. 남은 생애라도 대종사님께 귀의하여 도덕공부를 하고 영생길을 개척하고 싶습니다.』
『사회에서 갖춘 지식·사상·명예 등이 도덕공부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는데,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오?』
『제가 사회에서 얻은 지식·사상·명예가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넓은 바다의 한 방울 물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금강경에 「사상을 떼지 못하면 불보살이 될 수 없다.」는 말씀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 겸손하도록 힘껏 노력하겠습니다.』
『사상을 떼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만법귀일 일귀하처」한 화두를 잘 참구해서 도를 깨치도록 하시오. 법명을 허일(虛一)이라고 합시다. 오십여년 배우고 쌓아온 지식·명예·사상 등을 모두 텅 비워버립시다. 만법귀일 그 하나 이외에는 모두 한 다발로 묶어 멀리 던져버리도록 합시다.』
19. 김중묵의 법명
김중묵이 원기 26년(1941) 4월에 총부를 찾아 소태산 대종사로부터 처음에 중묵(重默)이란 법명을 받았다.
『너는 재주가 많고 경솔한 데가 있으니 모든 일에 자중하고 묵묵해야겠다. 그러니 법명을 무거울 중자 묵묵할 묵자로 하자.』
약 2년이 지난 후에 대종사는 김중묵을 다시 불러 말했다.
『이제부터는 모든 일에 중도를 잡는 공부를 해야겠다. 그러니 법명을 무거울 중자에서 가운데 중자로 바꾸어 중묵(中默)으로 하자.』
20. 유장순의 이름
유장순(柳壯順)은 친구 이성신을 따라 원기 26년(1941) 5월 총부에 처음 왔다. 이성신이 유장순을 소태산 대종사에게 소개했다.
『대종사님, 수계리 우리 옆집 큰 애기 데리고 왔어요.』
『저 애가 큰 일 나겠구나. 남의 다 큰 딸을 몰래 데려왔으니 잡혀 가겠다.』
대종사는 다시 유장순에게 물었다.
『너는 도대체 어떻게 된 아이길래 친구가 가자고 한다 해서 따라왔느냐?』
『불법연구회와 대종사님 이야기를 듣고 제 인생길을 제 스스로 결정하고 왔지 무조건 성신이를 따라 온 것은 아닙니다.』
『네 뜻에 따라 스스로 온 것이라면 공부 잘 해 봐라.』
며칠 후 법명이 나왔는데, 같은 이름을 가진 이질녀가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종사님, 장순이란 이질녀가 있어요. 그리고 또 순이라는 글자는 애기 이름인 것 같애요.』
『애기가 커서 어른이 되는 법이다. 장순이란 이름이 보통 이름인 줄로 아느냐.
장(壯)이라는 글자는 양(陽)을 의미하고 남성적인 것이다. 순(順)이라는 글자는 음을 의미하고 여성적인 것이다. 또 장은 강(强)을 의미하고 순은 유(柔)를 의미한다. 그러니 장순이란 법명으로 외유 내강을 겸한 큰 인물이 되어라. 이질녀 보고 이름을 바꾸라고 하고, 장순이는 여러말 말고 그 이름대로 공부 잘 해라.』
당시 수계농원에 와서 품팔던 일꾼들이 총부까지도 와서 일을 했다. 그 일꾼들이 돌아가서 『수계리 큰 대문집 부자 딸이 빗자루 들고 마당 쓸고 있더라.』는 소문을 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유장순의 오빠가 노해서 마을 일꾼들에게 수계농원 일을 해주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다. 하루는 대종사가 유장순을 불러 말했다.
『장순이는 집으로 돌아가거라. 너 때문에 수계농원 일을 못하겠다. 너의 셋째 오빠가 부근 마을에서 권세 가진 유지라 일꾼들에게 농원일을 해주지 말도록 압력을 넣고 있단다.』
『돌아가기 싫어요. 아무리 오빠라 하지만 제가 굽히지 않으면 끝내는 어쩌지 못할 것입니다.』
『장순이가 아주 통 큰 소리 하는구나. 앞으로는 수계리 일꾼들 보는 앞에서 마당 쓸지마라.』
21. 송자명의 이름
송자명(宋慈明)이 원기 25년(1940) 4월, 총부로 왔을 때 소태산 대종사께서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원평교당에서 왔습니다. 전무출신을 해서 농촌을 계몽하는 운동가가 되고 싶습니다.』
『조그마한 아이가 전무출신이 무엇인지 알겠느냐?』
『세계사업 하는 일입니다. 일체중생을 제도하겠습니다.』
『법명이 무엇이냐?』
『송여명(宋餘名)입니다.』
『그 이름 어디 쓰겠느냐. 더 좋은 이름으로 바꾸자.』
『여명이라는 이름이 저의 마음에 드는데요.』
『어째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지 않아요. 저도 후세에 이름을 남길 수 있도록 금생에 무엇인가 큰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금생에 큰 일을 하고싶다는 말이지. 사랑 자(慈), 밝을 명(明)으로 바꾸자. 관세음보살처럼 자비스럽고, 사리불처럼 지혜가 밝은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큰 인물이 되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