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소관계와 경어법의 상반관계

[품성]

친소관계와 경어법의 상반관계

인간의 언어생활은 어머니와 어린 아기 사이에서 극히 자연스런 관계에서 가장 낮은 말로 시작한다. 엄마와 아빠에게 경어를 쓸 줄도 모르나 그것이 극히 정다운 것이다. 그 후로 인간의 언어현상은 신분의 상하관계와 친소(親疎) 관계에 따라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우리말에는 경어법(존대법)이 상하 4계층으로 구별되는데 그것은 아주낮춤, 예사낮춤, 예사높임, 아주높임 등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관계에서 친소와 경어는 서로 상반(相反)관계에 있는 것을 본다. 예컨대 학교 동문관계에 있어서도 대학생 친구보다는 중·고등학생 친구가, 중·고등학생 친구보다는 초등학생 친구가 더 친하고 ‘해라’말을 쓴다. 경상도 일부 지방에서는 어머니와 할머니에게는 경어를 쓰지 않고 평어를 쓰는데 이는 결코 존대를 덜 해서가 아니라 더 친근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독일인 남녀가 처음 사귈 때는 상대방에 대하여 존칭으로 ‘Sie’를 쓰다가 친해지면 ‘du’를 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존대법을 써서 인간관계가 서먹하게 되는 곳보다 평어를 써서 더 가까운 인간관계를 갖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