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갈치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주고받지만 정작 먹어봤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바로 잡은 싱싱한 갈치가 아니면 회로 먹을 수 없어 갈치회를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을 좀체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계절마다 아름다운 물빛으로 다른 옷을 갈아입는 경남 남해에 20년 넘게 갈치회를 요리해 연중 식탁에 내놓는 식당 4곳이 있다. 남해 주민들이나 인근에 낚시를 하러왔다가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주종을 이룰 정도로 바닷가에 위치한 조용한 식당들이다.
이들 식당은 특히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는 바닷내음이 강하고 어민들의 몸짓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미조면 미조선창가에 자리잡고 있다.
예부터 이 인근 주민들은 오곡백과가 형형색색으로 무르익는 지금쯤이면 갈치회가 가장 맛이 있을 때라 일을 하다가 한 잔 걸치는 술안주거리로 또는 참으로 먹어온 이 지역의 별미로 여기고 있다.
이들 식당관계자는 “갈치회가 1년중 요즘 가장 제맛을 낼 때라 주말과 휴일이면 남해금산을 찾은 관광객들까지 소문을 듣고 가세하는 바람에 네군데의 식당에 분산해서 수용해도 갈치가 부족해 양껏 내놓지 못한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들 식당을 찾아가려면 부산이나 마산, 진주 등지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하동 진교 IC로 빠져 도로표지판을 보면서 남해대교를 건넌다. 대교를 건너서는 국도 19호선을 따라 남해읍을 거쳐 이동면 삼거리까지 가 우회도로를 이용한다. 여기서부터 남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상주해수욕장과 금산의 장관을 구경하면서 갈치횟집들이 있는 미조항으로 달린다.
또 진주에서 사천을 지나 삼천포항에서 배를 타고(차량도 배로 운송) 10분 가량 소요되는 창선항에 도착, 차로 다시 창선대교를 지나 맑고 푸른 해안선을 따라 미조면 소재지까지 가는 방법이 있다. 소재지에 있는 남해군 수협과 미조면사무소 인근에 갈치횟집들이 소담스럽게 자리해 있다.
인근 바다에서 어부들이 낚시로 잡은 갈치를 바로 받아와 무침회로 접시당 2만~3만원에 내놓으며 한 접시면 3명이 충분히 먹을수 있다. 갈치는 회로 만들 때 지느러미는 칼로 떼어내고 은백색의 비늘은 수세미로 닦는다. 예전에는 거친 호박잎으로 독성이 있는 몸통을 닦았으며 갈치에 있는 기름기를 없애기 위해 막걸리로 씻는 것은 지금도 여전하다.
이들 식당에서 갈치회를 먹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일반 생선회와는 달리 담백하면서 구수하고 쫄깃쫄깃하며 씹히는 맛이 특이하다”고 말했다. 즉 입에 살살 녹는 느낌은 없지만 마치 오랫동안 먹어 혀에 익숙한듯 진득한 맛이 난다는 것이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갈치는 제주도와 남해 미조앞바다에서 주로 잡히는데 제주도산은 흑갈치로 구이나 조림으로 이용되지만 남해 미조산은 은갈치로 횟감용으로 적당하다는 것이다.
횟감용 갈치를 사려면 한상자(10㎏들이)에 16만원은 줘야할 정도로 비싸다.
이들 식당의 갈치회 요리는 서로 비슷하며 부대음식으로 갈치구이와 조림도 나온다.
식당 주인들은 예전과는 달리 갈치가 많이 잡히지 않아 경우에 따라선 손님들의 요구량 만큼 내놓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있으며 그러다보니 구이나 조림용 갈치는 제주도 흑갈치를 공수해 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