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에 예약을 했는데 기종을 연습기로 바꾸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급 기종은 멋지긴 하지만 사실 조종연습에는 연습기가 최적이지요. 고성능 글라이더는 너무 예민해서 조종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종을 바꾸려고 전화를 했더니 연습기는 예약이 되어 있다고 5시로 시간을 바꾸었습니다.
연습기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보급된 기종인데 원래 미제 글라이더는 인기가 없습니다. 유일하게 연습기로는 미제 글라이더가 많이 보급이 되었는데 바로 Schweizer사에서 만들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배운 슈바이쩌 박사가 생각나서 발음을 '슈바이쩌'로 하는 걸로 생각했는데 여기 사람들은 '슈와이쩌'라고 발음 하더군요. 발음은 그 나라 사람들이 하는데로 따라 가야지요. (나중에 찾아 보니까 슈바이쩌 박사의 이름은 Schweitzer인 것 같더군요.)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바람이 거칠게 불어서 써멀은 거의 없고 글라이더 비행에 적합한 날씨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차피 그런 것 따질 상황이 아니니까 비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비행 교관은 지난주 교관과는 달리 글라이더 조종 교관 자격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교육이 훨씬 체계적이고 또 비행기록부에 훈련을 이수했다는 사인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이 자격이 왜 중요한가 하면 자격을 가진 비행 교관과 훈련한 기록이 있어야 그 비행 시간이 인정되고 나중에 조종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비행 기록부에는 언제 어느 공항에서 어떤 교관과 어떤 과목을 훈련 했는지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비행장이 바뀌고 교관이 바뀌어도 비행 기록부만 보여 주면 한눈에 어느 정도 훈련을 받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비행 교관 또한 자신의 비행기록부에 같은 내용을 적게 됩니다.
비행교관에게 돌아가는 수입은 그야말고 껌값에 불과 합니다. 글라이더 한대가 이륙하려면 글라이더와 견인기가 있어야 합니다.
견인기는 주로 이렇게 생긴 기체를 사용합니다. 농약 살포 용인데 힘이 좋은지 글라이더 견인용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그리고 비행장 사용료를 내야 하고 견인 비행기 조종사도 필요하고 조종사한데 월급도 줘야 하고 또 기체 정비도 해야 하고 견인 비행기 기름값도 필요하지요. 그리고 보험료도 필요하고.. 그래서 이런 저런 것 감안하면 한번 타는데 65$ 정도 내는 글라이더 조종훈련 비용중 교관하는 돌아가는 비용은 껌값입니다. 그런데 교관들은 그것을 통해서 비행기 타는 재미도 있고 또 자기 비행시간도 누적하기 때문에 기꺼이 그 일을 합니다. 그리고 대체로 보면 주중에 직업따로 가지고 있습니다. 어제의 교관도 글라이더 교관이라는 직업은 '재미로 하는 부업'이라고 하더군요.
돌풍이 심하게 불어서 견인시 기체가 출렁거리는데 보정하느라 너무 조종을 과하게 했는데 견인기와 글라이더간의 균형이 번번히 무너졌습니다. 그 때 마다 교관이 잡아 줬는데 제가 생각해도 너무 헤멨습니다. 3000피트에서 견인줄을 풀고 비행을 시작했는데 견인시처럼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지난주에 몰았던 고성능 글라이더 Glob에 비행서는 조종이 너무 편안했고 원하는데로 선회와 자세 변화가 잘 되었습니다. 역시 자기 실력에 과한 기체는 훈련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군요.
급선회와 실속에서 빠져 나오는 법들을 상세하게 훈련했습니다. 써멀 타고 고도를 올리는 재미는 없었지만 비행기량을 다듬는데는 아주 효과적이었습니다. 써멀도 전혀 없이 바람안 세게 부는 상황에서 3000피트란 고도는 연습기에게는 충분한 비행시간을 주지 못했습니다.
약 15분 후 착륙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이륙했는데 이번은 과도한 조작을 하지 말라는 주의를 받고 조종을 조금씩 부드럽게 한 결과 아까 보다는 견인기와의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견인기보다 고도가 처지거나 반대로 견인기보도 고도가 훨씬 올라가서 앞의 견인기가 보이지 않게 되는 상항에 여러번 빠지게 됐는데 이 상황이 특별히 위험 합니다. 왜냐하면 글라이더가 견인기 보다 고도가 너무 높으면 마치 견인기의 꼬리를 땡겨서 올리는 격이 되기 때문에 견인기의 조종이 힘들어 집니다.
아마 바람도 영향이 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되는데 견인시 조작에 대해서 학습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음번에는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령은 의외로 간단한데 교관은 착륙 후에 원리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견인이란 앞의 비행기가 끌면 그냥 끌려가는거다 그래서 가만 있으면 자연히 균형이 잡히게 된다. 약간 균형이 무너졌을 때 보완만 하면 되지 과도한 보완을 오히려 출렁거리는 상황을 악화시키게 된다.
그래서 글라이더 조종은 조종간을 많이 움직이는 힘쎈 남자 보다 조종간을 잡고 아주 조금만 움직이는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거의 쫄아서 조종간을 그냥 잡고만 있는 여자들이 처음에는 조종을 더 잘 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과도한 조작은 그냥 안 하는 것 만도 못합니다.
사실 실기 글라이더의 조종은 쉽다면 아주 쉽고 어렵다면 어렵습니다. 자율안정성을 가진 기체를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조작하면 서서히 강하하면서 날게 되어 있으니까요. 종이 비행기가 특별한 조종을 하지 않아도 바닥에 닿을 때까지 나는 것이나 차이 없습니다. 바람이 전혀 불지 않고 완벽한 기상이라면 그렇겠지요. 그런데 대기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여러가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글라이더의 조종은 재미가 있는 것입니다. 특히 특정 상황에서의 판단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재미가 더 커질 수도 위험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모형 글라이더와는 달리 실기 글라이더는 성능의 한계를 확실하게 알아야 합니다. 안전하게 원하는 지점에 착륙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모형의 경우는 실기 글라이더의 여러가지 요소 중에서 생략된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첨단의 과학이 들어가 있기는 해도 장난감적이 요소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실기 글라이더의 비행 원리는 모형 글라이더나 차이가 없지만 고도와 속도 기체의 자세와 상태가 비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글라이더를 잘 조종하기 위해서는 모형 글라이더를 날릴 때 가져야할 지식 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공부할게 많지요. 글라이더를 그냥 한번 타보기만 한다면 그런 것 필요 없습니다. 교관이 이륙하고 착륙하고 하늘에서 선회 정도를 직접 해 보라고 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글라이더의 비행을 체계적으로 배우러면 선행학습을 충분히 해야 합니다.
선행학습은 책으로 충분 합니다. 이미 책을 통해서 읽었던 내용은 완전하게 이해를 못해도 비행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됩니다. 그러나 그런 사전 지식이 없이는 하늘에서 정신이 멍해 집니다. 자동차 운전처럼 대충 하다 보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이 비행의 천국인 미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비행을 부러워 하면서도 실제 도전하는 것을 가로막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한국이라는 제약이 많은 나라에서 살면서 '돈이 없으니까', '시간이 없으니까', '기회가 없느니까', '정보가 없느니까' 등등의 이유로 뭔가를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긴 하지만 가장 핵심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먼저 필요한 것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점일 것입니다.
'C'라는 데 관심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C'를 하기 전에 'B'를 해야 하고 'B'를 하기 전에 'A'를 해야 한다면 .. 그런데 'A'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면 결국 'C'는 꿈에 불과한 것입니다.
C는 학생에게는 "나도 모형 비행기 날리고 싶다"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 전에 B가 필요 합니다. "비행기를 소유해야 한다"일 것입니다. 그런데 비행기를 소유하기 전에 정보를 입수하고 앞에서 끌어 줄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그것이 'A'입니다. 그런데 비행기는 좋은데 사람들 하고 만나고 인사하고 자기 소개하고 그런 부대낌이 싫다고 하면 먼길을 돌아 가야 합니다.
정보를 수집하고 사람을 만나는 과정을 대충 생략하고 싶은 마음에 자기가 당장 모르는 것을 인터넷에 물어 보는 경우가 있는데 초보자는 모르니까 초보자 입니다. 즉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초보자는 모르는 것을 질문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질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C'에 이르는 과정에 남들이 겪지 않아도 되는 오만가지 어려움을 다 겪게 되는 것입니다.
실기 글라이더를 조종해 보고 싶으면 첫걸음은.. 책을 구해서 읽는 것입니다.
아~~~!!! 책하고는 거리가 멀다구요.. 그러면 돈을 좀 많이 벌어서 돈으로 때우면 됩니다.... 돈 버는 재주도 별로 라구요?~~!!
그럼 몸으로 때워야 하는데 이거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장난감도 아니고 자기 목숨이 달려 있는데.... 그냥 모형이 맘 편하다구요..깨먹어도 괜챦고...
네... 그러시다면 당신의 'C'는 '나도 모형 비행기 잘 날리고 싶다'니까 그것을 위해 필요한 B와 A를 잘 하시면 되겠네요..
한국은 미국이 아니니까. 그러나 실기 글라이더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은 항공역학과 기상에 대한 많은 지식을 제공해 줍니다. 모형 글라이더 조종에 큰 도움은 안되겠지만 원리를 알면 재미도 깊어 지겠지요. 그리고 쉽게 그만두지 않은 끈기도 생기고..
그럼 고성능 글라이더를 탈 때 찍은 사진을 보기로 할까요. 고성능 글라이더를 처음 탈 때는 이륙과 착륙은 교관이 했기 때문에 사진 찍을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보면 고성능 글라이더의 계기판은 깔끔한데 연습기 계기판은 상당히 낡았습니다.
속도계의 초록색 영역은 안전영역이고 노란색은 속도가 빨라서 위험 영역입니다. 속도계의 저속 영역이 없는 것은 비행기는 최저 속도란게 있어서 그 이하로 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비행기의 속도는 Knot(한글의 외래어 표기로는 '노트'인데 미국 사람들은 '낱'으로 발음하지요)1 Knot는 약 1.8 Km입니다. 그냥 Mile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자동차에서 사용하는 Mile과는 단위가 다르지요. 정면으로 보이는 주황색 띠는 공기의 흐름은 나타내기 위한 표시기 입니다.
비행을 즐기다가 이제 착륙할 때가 됐군요. 고도 1200 피트 정도에서 착륙 장주 비행에 들어갑니다. 글라이더는 동력이 없기 때문에 고도가 너무 높아도 안되지만 낮아도 문제가 생길 수 있지요. 바람이 강하게 불면 비행거리가 짧아지니까. 그래서 충분한 여유고도를 가지고 접근해서 스포일러를 사용해서 고도를 죽이게 됩니다.
현재 약 55 Knot의 속도이고 상당히 빨리 하강하고 있습니다. 계기판 맨 아랫쪽에 좌우로 길쭉한 튜브가 보이는데 가운데 까만 점이 있지요. Turn Coordinate란 계기 입니다. 기체의 진행 방향과 기류의 흐름관계를 나타내는 계기로 비행기에도 달려 있지요.
캐노피에 붙어 있는 주황색 띠('yarn'으로 부름)와 같은 기능입니다. 기체가 좌로 쏠리면 Yarn은 우측으로 향하고 이 때 좌측 러더 페덜을 밟아야 합니다. 그런데 Turn Coordinator의 까만 구슬은 이런 경우 좌측을 향하게 됩니다. 그래서 Yarn과 Turn Coordinator은 같은 기능을 하는 계기지만 움직임은 반대 입니다. 균형잡힌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Yarn의 반대방향(Turn Coordinator구슬과 같은 방향)의 러더 페덜을 밟아야 합니다.
좌 선회를 예로 들면 선회를 위해 스틱을 좌로 기울이는 동시에 좌측 러더 페달을 밟아야 하는데 이 때 러더 페달을 너무 많이 밟으면 Yarn이 좌측으로 쏠리겠지요(Skid상태). 반대로 너무 적게 밟으면 우측으로 쏠리게 됩니다(Slip상태). 스틱과 러더의 조합은 아주 미묘 합니다. 비행기 조종의 핵심이지요. 모형 비행기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이런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그래서 러더와 조합 없이도 선회를 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러더는 곡예 비행 외에는 별로 사용하지 않게 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모형의 경우도 비행의 수준을 높이려면 러더를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기의 경우는 필수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모습이 거의 시뮬레이터에서 구현한 그래픽 같군요. 디지탈 카메라 기능이 떨어지다 보니...
고도 500피트 정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일정속도 일정 자세로 계속 강하하고 있습니다. 바둑판 모양으로 정비된 지면과 도로는 선회를 할 때 기준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90도 우선회를 한다면 아래에 보이는 도로를 기준으로 선회를 해서 선회가 끝나고 목표 방향을 향했는지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는 나침판외에도 자이로 콤파스가 있어 진행 방향을 알 수 있는데 이 글라이더는 없는 계기가 많군요. 계기판의 까많게 막힌 구멍이 옵션으로 계기를 달 때 사용하는 위치 입니다.
Base Leg에서 Final Leg으로 들어 섰습니다. 시뮬레이터 매뉴얼 표지에 많이 나오는 그림이 바로 이 장면이지요. Yarn의 방향으로 보아 현재 좌측 러더 페달이 좀 과하게 밟았거나 기수를 활주로 방향에 맞추기 위해 틀기 위한 순간인 모양입니다. 이 때는 기속을 높이고 스포일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체가 공기 저항으로 바람가르는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글라이더는 활주로에 내리지 않고 활주로 옆의 잔디에 착륙합니다. 활주로에 27이라고 적힌 번호는 활주로가 270도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표시입니다. 그러면 이 활주로의 반대편 끝에는 09라고 적혀 있겠지요. 참고로 김포공항 활주로는 32입니다. 서울 상공을 관통해서 김포로 착륙하는 비행기는 정확하게 323도를 향합니다.
착륙 직전.. 기체가 진행 방향에 거의 수평 입니다. 글라이더는 착륙 직전에 기수를 약간 들어주는(Flare라는 단계) 정도가 엔진 비행기에 비해 훨씬 적습니다. 엔진비행기는 특히 경비행기는 실속 직전까지 기수를 계속 들어줍니다. 이 때 실속 경보기기 삑삑 울리는데 그 순간에 바퀴가 활주로에 닿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착륙입니다. 활주로 위를 미끄러지듯 한참을 비행한 다음 바퀴가 살짝 닿는데 거의 충격이 없습니다. 글라이더는 거의 수평 상태에서 접지 합니다. 지면효과로 착륙 직전에는 잘 미끄러집니다. 너무 미끄러지는 것도 좋은 것이 아니지요. 특히 제트 여객기의 경우 비오는 날은 좀 충격이 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활주로에 착 붙어야 안전합니다. 승객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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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제비우스 원문보기 글쓴이: 제비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