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큐브를 통해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계속 쏟아지는 평양발기사로
프레스센터에 있는 기자들은 기사를 보충하느라 정신이 없다.
ⓒ 이종호
밤 10시 프레스센터 휴게실
지금 평양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간지 마감도
지나고, TV 9시 뉴스도 끝날 무렵인 지금 서울 프레스센터의 기자들은 담배를 피며 평양과 내일을 생각하고 있다.
평양으로부터
마지막 소식이 온 것은 저녁 8시30분 경. 김대중 대통령이 마지막 공식 행사인 인민문화궁전 환영만찬에 참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내일(6월14일)자 가판신문이 나온 오후 7시경. 한 기자가 동료 여기자에게 물었다.
"내일자 중앙일보
봤어요?" "예. 봤어요. 캡이예요, 캡."
한장의 '악수' 사진으로 1면을 채운 한 일간지. 구구절절한 말이 필요없는
하루였다. 이곳으로 들어온 남북정상이 악수하는 단 한장의 사진과 김 대통령이 도착성명에서 발표한 "사랑합니다"는 한마디, 그리고 이곳
프레스센터에 20분 동안 세번 울렸던 박수와 탄성. 오늘 하루는 이거면 충분했다. 서울 프레스센터의 6월13일이 그렇게 저물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기자들은 마지막 기사를 정리하고 있으며, 혹시나 평양에서 들어올지 모르는 방북단의 취침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오후 6시30분 프레스센터 내신기자실
서울
프레스센터는 평양과 연결돼 있다.
평양에 파견된 50명의 기자가 보내는 영상과 기사가 서울 프레스센터에 계속 도착하고 있다. 벌써
A4지 60여장 분량. 이곳 기자들은 공동취재단이 보내오는 소식을 가지고 기사작성에 여념이 없다.
평양에서 보내온 재밌는
소식.
<13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점심 메뉴> 깨즙을 친 닭고기, 생선전과 남새튀기,
청포종합랭채, 설기떡, 풋배추김치, 평양온반, 맑은국, 쏘가리깨튀기, 옥돌불구기, 새우남새볶음, 과일, 밤정과,
인삼차.
기자실 정면의 멀티큐브는 평양으로 통하는 '창'이다. 저녁
6시30분 현재 프레스센터 앞의 멀티큐브에는 평양에서 보내오는 리포트 화면이 편집없이 '그대로' 보여지고 있다. 뒤로 서서 연습하는 모습,
긴장해서인지 읽다가 실수하는 모습, 다시하자고 말하는 모습...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들은 그 모습에 잠시 웃었다. 저기가
평양이구나.
저녁시간이 가까워 지면서 점심도 잘 먹지 못한 기자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섰다. 원고를 마감한 한 기자는 의자를
붙이고 누웠다.
오후 5시 프레스센터
외신기자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을 지켜본 외신기자들은 어떤 느낌일까. 취재에 여념이 없는
그들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먼저 USA Today의 Paul Wiseman 기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항에 나와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는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항까지 직접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놀랬고,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김 국방위원장의 모습이 정중하기는 했지만 김 대통령이 자신(김정일)에게 오는 것이다라는 인상을
받았다."
보즈워스 주한 미 대사는 미국 ABC와의 인터뷰에서 후속회담의 성사여부가 이번 회담의 성공 포인트라고
말했는데.
"만남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누가 오고 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런 회담이 여러번 되풀이 되는 속에서
가까워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산가족문제와 같은 인도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은 대만 China Times의
Chen-Lung Kuo 주필.
남북 정상 상봉을 지켜본 소감을 말해달라.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나올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너무 놀래고 그래서 모두 다 탄성을 질렀다. 성공적인 회담이 될 거라고 예상한다."
성공적인
회담?
"북측에서 일단 한번 연기를 했기때문에 북에서 처음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체제가 안정됐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이후의 일정을 모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챙긴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여기 모두가 박수도 치고 그랬다."
대만사람으로서 남북회담을 보는 느낌이 남다를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 상황과 중국 상황을 비교한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은 틀리다. 대만과 중국은 사람과 물자의 교류를 많이 해왔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고위급 정상회담은 없었다. 중국은 자신들이 강대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만과 물자교류는 하지만 정치적인 정상회담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정상회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이제 남과 북이 보다 진전된 관계를 수립하게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이 아니라 남한과 미국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오후
3시10분 프레스센터 브리핑실
왜 김대중 대통령은 이번 방북에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을 대동하지 않았을까.
양영식 통일부 차관의 설명에 따르면 한마디로 '분단된 민족간의 첫만남'이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 준비기획단장인 양영식 통일부
차관은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 외교통상부 장관이 빠진 이유에 대해 "남북한 관계는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남북한은 지난
92년 합의한 '화해와 불가침, 교류에 관한 선언'에서 '남북한의 관계는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라고 천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국방부 장관은? 양 차관은 첫번째 회담부터 국방이나 안보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므로 국방부 장관이 방북단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남북 당국간에 회담이 계속된다면 국방장관과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차관은 또한 "준비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올줄 알고 있었다"고 말하고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한 남북간의 약속때문에 미리 밝힐 수 없었다고 전했다.
오전10시30분 프레스센터 내신 기자실
"야,
저봐봐. 김정일이 직접나왔어."
평양 순안비행장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자 프레스센터에서는 탄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오전 10시30분부터 10시50분까지 평양에서 날아온 첫 번째 영상이 프레스센타 정면 대형멀티큐브에 생방송될 때
기자실에서는 세 번의 박수가 울렸다.
오전 10시32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순안비행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낼 때. 오전
10시37분, 김대중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첫 악수를 할 때. 오전 10시50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란히 차에 탈 때.
20분간 다들 모든 일을 멈췄다. 모든 눈이 화면을 향하고 있었다. 북한 주민의 "김정일"
함성소리가 프레스센터를 채웠다.
남북 정상이 탄 차가 움직이자 기자들도 다시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양
순안공항 영접인사 김정일 당총비서 겸 국방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명록 군총정치국장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김국태 당비서 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자격 심사위원장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 겸 민화협회장 김윤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서기장 김용순 당비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송호경 조선아태부위원장 양만길 평양시
인민위원장 안경호 조평통 서기국장 전희정 김정일 의전담당비서 겸 당중앙위원
오전9시30분 프레스센터
오늘 (13일) 오전 9시18분 드디어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행 비행기에 올랐다. 잠시 후 그 비행기는 금지됐던 한반도의 하늘을 지나 평양에 도착할 것이다.
김 대통령은 공항 환송회에서
자신의 이번 평양길이 평화와 화해의 길이 되기를 바라며, 한반도에서 냉전종식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이제 국민 여러분의 뜻을 모아 북녘 땅을 향해 출발하겠습니다. 제가 민족사적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각별한
지원을 당부 드립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움직임에 따라 롯데호텔 서울프레스센터의 움직임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프레스센터
운영진측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공항 도착에 맞춰 대통령의 '대국민 인사말씀'을 배포하였다. 어제(12일)까지 외신기자가 많이 왔다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취재거리가 없어 무료해하던 기자들의 움직임도 부산해졌다. 오늘부터 방북기간 중 매일 오전 9시30분과 오후 3시에 정례브리핑이
실시된다.
오홍근 국정홍보처 홍보처장은 첫번째 브리핑에서 대통령과 영부인, 일반 수행원의 숙소는 백화원 초대소이고 특별수행원은
주암산 초대소, 기자단은 고려호텔이라고 밝혔다.
좀더 구체적인 정보를 원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회담상대인 북측의 관행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돼 있다"며 언론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번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평양길에 오른 방북단은 다음과 같다.
공식 수행원 10명 박재규 통일부 장관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 한광옥
비서실장 안주섭 경호실장 이기호 경제수석비서관 황원탁 외교안보수석비서관 박준영 공보수석비서관 김하중
의전비서관 허갑범 주치의
일반 수행원 96명
특별 수행원 24명 김민하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이해찬 새천년민주당 정책위의장 이완구 자유민주연합 당무위원 장상 이화여대 총장 강만길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차범석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김운용 대한체육회 회장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 박권상 한국방송협회 회장 최학래
한국신문협회 회장 박기륜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 고은 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고문 김재철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이원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상근부회장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 윤종용 삼성 부회장 구본무
LG회장 손길승 SK회장 장치혁 남북경협위원회 위원장 강성모 린나이코리아 회장 백낙환 인제학원 이사장 문정인 연세대
통일연구원장 이종석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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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에 쏠린 눈
프레스센타에 있는 국내외 카메라는 모두 브리핑 단상을 향하고 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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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센터에는 500여명의 외신기자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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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홍근 국정홍보처장이 정기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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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30분 오홍근 국정홍보처장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외신기자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실린 코리아타임즈를 보고
있다.
첫댓글금강산 기행문으로 '전북교육감상'에 이어 '통일부장관상'을 수상한 신유미 학생과 관촌중학교 친구들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합니다..함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국민과 세계로 전했던 프레스센터를 소개하는 기사를 올립니다..통일편지를 쓰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금강산 기행문으로 '전북교육감상'에 이어 '통일부장관상'을 수상한 신유미 학생과 관촌중학교 친구들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합니다..함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국민과 세계로 전했던 프레스센터를 소개하는 기사를 올립니다..통일편지를 쓰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겁니다^^
영수기님 학생들에게 모쪼록 선생님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셔서 선생님의 뜻을 잘 알게 해주셨으면 정말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