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솜씨 어때" 125년 만에 밝혀진 소변 색의 비밀은?
<KISTI의 과학향기> 제3036호 2024년 02월 19일
여러분은 오늘 화장실에 몇 번 다녀왔는지 기억하나요?
사람들은 보통 하루에 5~6번 정도 소변을 본다고 해요.
땀을 적게 흘렸거나, 물을 많이 마신 날이라면 화장실에 더 자주 가게 되죠.
이렇게 매일 몸 밖으로 내보내는 소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또 왜 하필 노란색일까요?
최근 과학자들이 오랜 시간 수수께끼였던 소변 색깔의 비밀을 알아냈다고 합니다.
함께 확인해 볼까요?
그림 1. 누구도 알지 못했던 소변 색의 비밀이 125년 만에 밝혀졌다. ⓒshutterstock
소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선 소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먼저 살펴볼까요?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음식의 영양분이 에너지로 바뀝니다.
이 에너지는 친구들과 뛰어놀 힘을 만들어 주고, 키를 커지게 만들어요.
게다가 아픈 곳이 나을 때도 사용된답니다.
이후 영양분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불필요한 찌꺼기, ‘노폐물’이 만들어져요.
노폐물은 물과 무기염류뿐만 아니라 요소, 암모니아와 같은 독성물질도 포함돼요.
노폐물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기 전,
우리 몸의 콩팥(신장)에서 한 번 더 걸러져 필요한 수분과 영양분은 다시 흡수됩니다.
이후 걸러진 노폐물은 방광에 저장되고, 방광이 가득 차면 우리가 아는 ‘소변’의 형태로 배출돼요.
소변이 몸 밖으로 배설되는 과정은 사람과 동물들이 살아가기 위한 대사작용의 마지막 단계이기도 해요.
그림 2. 몸속 노폐물은 콩팥을 거쳐 방광에 저장된다.
방광이 가득찬 후에는 소변의 형태로 배출된다. ⓒshutterstock
소변을 노랗게 만든 비결은 바로, ‘이것’!
여러분이 어떤 음식을 먹고, 또 얼마나 많은 물을 마셨는지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소변은 보통 노란색이랍니다. 125년 전, 과학자들은 소변의 노란색이 '우로빌린'이라는 노란색 색소 때문이라는 사실은 알아냈지만
어떻게 만들어지는진 밝혀내지 못했어요. 그러다 올해 1월,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와 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이
긴 시간 이어진 수수께끼에 마침표를 찍었어요.
우로빌린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대장 속의 미생물'이었어요.
그런데 대장 속 미생물이 어떻게 소변에 영향을 주는 걸까요?
우로빌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그 비밀을 알 수 있답니다.
우로빌린은 수명이 다한 적혈구가 분해되면서 만들어 내는 주황색 색소 '빌리루빈'으로부터 만들어져요.
보통 빌리루빈은 장을 거쳐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일부는 다시 몸속으로 흡수돼요.
이때 배출되는 빌리루빈보다 흡수되는 양이 많아지면 빌리루빈이 혈액에 쌓여 눈의 흰자위와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요.
장에 흡수된 빌리루빈은 장내 미생물이 생성한 '빌리루빈 환원효소(BilR)'로 인해
무색의 우로빌리노겐으로 뒤바뀌어요. 우로빌리노겐은 장 속에서 스테르코빌린으로 변해
대변을 갈색으로 물들이지만, 일부는 혈액에 흡수돼요.
이때 흡수된 우로빌리노겐은 혈액을 통해 콩팥으로 이동한 뒤 산소와 반응해 노란색 색소,
우로빌린으로 자연스레 분해된답니다.
그림 3. 수명이 다한 적혈구는 대장 속 미생물을 통해
소변 색을 노랗게 만드는 우로빌린으로 변한다. ⓒNature Microbiology
재밌는 점은 빌리루빈 환원효소가 건강한 어른의 대장 속에선 흔하지만,
신생아와 복통, 설사, 몸무게 감소 등을 겪는 염증성 장 질환을 앓는 환자의 대장에선 찾아보기 힘들다는 거죠.
이는 빌리루빈 환원효소를 만들어내는 장내 미생물이 유아 황달과 장 질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뜻이니다.
물론 빌리루빈 환원효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자세히 밝혀내기 위해선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만 해요. 대장 속 미생물이 단순히 대변과 소변 색만 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 건강까지 결정한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