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첫 타자로 서네요.^^
이런 글 쓰기가 좀 그래요. 떨어지신 분들 염장 지르는 것도 같고 저도 어제까지 당락의 기로에서 가슴 조마조마 했었는데...
그래도 이곳 카페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또 앞으로 준비하실 분들을 위해 제 경험을 몇 자 적어볼께요.
저는 이번에 처음 한예종 영화과 지원했고 본격적으로 한예종 준비한 건 10월 말 부터였습니다.
너 잘났다 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제 나이 30을 앞두고있구요.ㅠ.,ㅜ 영화를 시작한 건 몇년 전부터였습니다.
군대에서 영화의 꿈을 품고 제대 후 3년간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무작정 영화로 뛰어들었습니다.
영화제작 관련 학원도 다녀보고 단편,장편,뮤비,광고 막내 스텝부터 조연출까지
지난 몇년간 울고 웃으면 흘린 땀과 눈물이 어쩌면 모두 합격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 제가 연출한 몇 편의 단편 영화들을 보며 스스로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발전없이 멈춰있는 기분이라 해야하나.?
2010년 초에 스스로 더 배워야겠다고 마음먹고 알아본 곳이 영화 아카데미 와 한예종이었습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스스로 학비를 벌며 준비했고 올 가을에 영화 아카데미를 지원했습니다.
결과는 보기좋게 탈락이었습니다.
그리고 허둥지둥 한예종을 준비한게 10월부터네요. 사실 그 전에는 어디서 왔는지 모를 자만심 때문에
아카데미 붙을 거라 믿고 한예종 준비에 소홀했었습니다.ㅠ.,ㅠ
정보를 찾다가 이곳 카페를 알게 되었구요.
몇년 준비하시는 분들의 글 보면서 주눅이 한참 들었습니다.
이제 시험은 한달 남았고 준비 된건 없고...
일단 기출문제와 답안지를 전부다 출력했습니다. 그리고는 독서실에 가서 2,3일에 한번 꼴로 혼자 매일 모의고사를 봤습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풀어본 문제를 씹어 먹을 듯이 분석했습니다. 카페에 문제 리플과 해설도 정독했구요.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몇년간공부와 담을 쌓고 지내다가 다시 시작하는 공부는 결코 쉽지 않더군요.
점점 성적이 오르기는 커녕 합격선 간신히 넘어본게 두번이고 늘 절대 다수가 있는성적대에서 놀았습니다.
1달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마음이 얼마나 왔다갔다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자만했던 자신을 뉘우치고 내년에 다시 도전해본다는 생각으로 그래도 이번시험 최선을다해보자고
마음을 잡았습니다.
다른 것도 보고 싶었지만 영어 기출문제 풀고 외우고 언어 창사 머리털 쥐어 뜯으며 분석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한지라...
그리고 글쓰기 대비로 공부가 잘 안 되면 짧은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글쓰기는 지난 몇년간 혼자 시나리오 구상한 것만 책 몇권이라 그래도 조금 자신 있었습니다.
1차시험;;
영어는 중간만 하자는 마음으로 했지만 평소보다 확실히 못 본 기분이 들었습니다. 영어시험 보고 아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길고 짧은건 두고보자고 스스로 마음을 잡고 지나간 건 싹 비웠습니다. 다음 언어시험에 영향을 미칠까봐...
언어시험은 확실히 머리털 쥐어 뜯은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사실 채점을 안해봐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제는 슬슬
출제자의 의도가 보이는 듯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언어시험에서 점수를 얻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글쓰기는...
나중에 기출문제 올라오겠지만 <집을 짓는 것, 정원을 가꾸는 것>에 관한 글이고 자신의생각을 말하라는것이었는데,
저는 요약하자면 정원을 가꾸는 것이 더 좋으나 이를 위해서는 나무를 심는다던지 담을 쌓고 밭을 가는 즉 집을 짓는
과정이 필요하니, 집을 짓는 것을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창과 문을열어두고 열심히 집을 짓자. 정도로 썼습니다.
기출 문제 보시면 먼 말인지 이해하실 듯...
또 이것을 영화와 관련해서는 정원을 가꾸는 것은 영화의 길을 가고 꿈꾸는 끝없는 길 이라면
집을 짓는 것은 한편의 완성된 영화를 만든다던지, 영화제 수상을 노리는 것 정도를 내용으로 해서 글을썼습니다.
2차는
12컷의 수영장 그림을 보고 6컷의 이야기 구성하기에서는 이것은 분명 대다수가 코믹이나 멜로로 이야기를 잡을 것이라 판단
저는 스릴러로 변경해서 남자는 킬러고 위에 있던 여자는 의뢰인 남자는 뚱녀를 죽이고 의뢰인에게 살해당하는 반전 정도로
이야기를 구성했고,
방안의 상자 그림에서는 한 박사의 배신과 음모 또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에 밝혀지는 진실... 사실 너무 길어서 다 쓰기가
그러네요. 결국 그 방안에서 반전의 대화가 오가는 것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1차 글쓰기와 특히 2차 시험에서 분명 아무런 소스 없이 가면 시간이 없습니다. 제 아무리 이야기 꾼이라 해도
허접한 글 밖에 안나올 듯 합니다.
저는 지난 몇년간 혼자 구상했던 수많은 시나리오들이 알게 모르게 응축되서 시험당일 터져나오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시험을 앞으로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단편 시나리오를 계속 쓰세요. 유치해도 좋습니다. 어차피 혼자만
볼 것이니..ㅋ
마지막 면접은 사실 보고 와서 나 떨어지겠구나 싶었습니다. 긴장해서 조리있게 대답한 것도 하나 없었고
배우고싶다는 말만 반복했었거든요. 기억나는 것이 영화를 무슨 카메라로 찍었냐고 물어보시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디카인지 필카인지 정도 물어보신거 같은데 저는 카메라 기종을대답해야되는데 싶어서
"그..그거 뭐더라 긴장해서 잘생각이 안나네요. 105인데... 105인데..."
" PD 105 ?"
" 네!!! PD 105!!! "
뭐 이랬습니다. ㅋㅋㅋㅋㅋ
대충 어땠을지 감이 오시죠?
아무튼 이상 제 경험담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안타깝게 합격 못하신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것은 이번에는 제가 운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한예종을
저는 합격했네요. 하지만 영화를 진정 하고자 하는 분이라면 분명 또 기회가 있습니다. 영화라는게 저도 잠시 맛봤지만
좌절에 면역이 되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또 일어서고... 나중에 분명 저와 만나게 될겁니다. 한예종에서든 영화판에서든
또 한번은 제가 쓰러지고 님이 승리 하실겁니다. 승리했을 때 자만하지말고 쓰러졌을 때 포기하지 말고 그냥 영화의 길을 함께
걸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진짜 영화같네요 ㅋㅋㅋ 수고하셨어요 언젠가 한예종에서 선후배로 만났으면 좋겠네요!!ㅋㅋㅋ
네 꼭 뵈요.!! 한권의 시나리오를 앞에 두고 만나면 더 좋구요.^^
너무 멋지세요ㅠㅠㅠ 감동받았습니다! 님은 확실히 합격할 만한 분이세요ㅋㅋ
합격축하드립니다. 내년에 학교에서 뵐 수 있겠네요. 저는 09학번 입니다^^~
멋진 마음입니다 ! 꼭 좋은 영화 만들어주세요~~ 내년에 바짝 따라가겠나이다..
영화아카데미는 예종 전문사보다 합격이 어려운데;;
어쨋든 축하해요~
우와 마지막문장 짱이에요! 합격을 정말 축하드립니당!!!
축하해요!! 좋은글이네요
우와 진짜 저 한예종 떨어지고 들었던 그 어떤 위로보다 님이 쓰신 이 글 하나가 진짜 가장 큰 위로가 되고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이 되네요.. 내년에 다시........꼭..다시 도전할 학교인데.. 내년엔 꼭 붙어서 정말 이런분 선배님으로 뵙고싶습니다^^
정말 축하드려요!!!!
우와!부럽다ㅜ ㅋㅋ 축하드려요^^
축하해요~
마지막 정말 멋있어요.. 가슴에 새깁니다
진짜 좋겠다ㅠㅠㅠ 축하드려요~
너무 멋있으세요 합격 축하드려요!
아..저도 그때 시험봤었는데
벌써 2년이 지났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쉽네요
감사합니다
멋있어요